민주당 ‘12월 데드라인’ 시나리오

‘김용발’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난관에 부딪혔다. 대장동 사건에 얽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선고가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에게 내려지는 첫 심판인 만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둘을 한 세트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12월, 총선 레이스 출발점에 선 ‘이재명 호’가 사정거리에 포착됐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관계자들이 ‘화천대유’라는 특정한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줬으며,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꼽히는 ‘위례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건이기도 하다.

대장동 사건
측근 첫 심판

지난 9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벌금 3억8000만원과 7억9000만원 추징도 덧붙였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월 및 추징금 1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불법 선거자금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건네진 금액은 6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2013~2014년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원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은 범죄자를 단정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같은 주장만 하고 있다”며 “단시간에 중범죄자가 된 이유는 유동규와 정민용의 진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역시 “이 사건은 유동규 사기극”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대장동 특혜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정 변호사 역시 “유동규가 ‘대장동 설계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하셨다. 천재 같지 않냐’고 하면서 확정 이익에 관해서는 ‘시장이 다 설명·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욱 변호사도 “2015년 초부터 천화동인 1호(대장동 개발 주주 회사)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코앞에 두고 큰 거 온다”
또다시 설설 끓는 이재명 리스크

장시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1심 선고가 오는 30일로 예정됐다. 내년 22대 총선이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에 촉각을 세우는 만큼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꼽은 자신의 최측근인 만큼 1심 선고 결과가 ‘이재명 재판 바로미터’로 부상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법조계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부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을 겹쳐서 보는 만큼 한쪽의 판결이 곧 다른 한쪽에 색안경을 끼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김 전 부위원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 검찰 수사를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단숨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검찰이 2년 넘는 기간 동안 이 대표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현 정부가 제1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와 이 대표에게 날아든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굵직한 이벤트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상황인 만큼, 이 대표의 최측근까지 무죄 판결이 난다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반대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이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 전체에 닥칠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판결 따라…
총선 밑그림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구속될 가능성은 무척 적다”고 내다봤다. 12월이 넘어가면 대부분 총선 출마가 가닥 잡히는데, 사실상 출마가 확정된 의원에 한해서는 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속만 안 됐을 뿐 부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배지를 단 이 대표가 과연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시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불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이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활용됐다고 봤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 의혹이 유죄로 판결난다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불법 자금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는 비판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대선서 민주당이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법원 출석 부담이 늘어나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현재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배임·뇌물 등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출석 요일을 두고 이 대표 측과 재판부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공판을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에 진행하되 매달 셋째 주는 월요일에만 열기로 합의를 봤다.


현재 선거법 공판은 매달 2회, 대장동 공판은 주 1.5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재판이 이뤄진다면 어느 주에는 최대 3회 법원으로 출석해야 한다. 선거유세 등 지역구에 충실해야 할 지금으로서는 당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탄핵안 두고
복잡한 셈법

오는 30일은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지만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는 날이기도 하다. 정치권서 이날을 국회 분수령으로 꼽는 이유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기로에 선 시점서 탄핵 카드를 쥔 민주당은 신중론을 펼칠 수밖에 없다. 만일 김 부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추진한다면 ‘이재명 방탄’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중 발생한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에 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예고했던 필리버스터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탄핵소추안이 72시간 안에 열리는 게 불가능해진 만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민주당의 셈법이 어긋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본회의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만큼 탄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당이 민생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법사위 심사 예정이었던 안건은 여야 모두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탄핵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파행하는 건 민생보다 정권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내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비명(비 이재명)계를 비롯한 당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재판 결과부터 탄핵 재추진까지
30일 분수령…판세 읽는 친명계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앞서 민주당은 야당 혁신을 위해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2월 중하순, 늦으면 다음 해 1월 초순을 ‘민주당 혁신의 시간’으로 내세웠다. 12월9일 정기국회를 마친 이후부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2월 무렵에는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을 잡는 일인데, 현재 민생 법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만큼 (2월)전후로 민주당이 다시 정국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 인적 쇄신 단행을 예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뭉친 만큼 비명계 의원의 거취가 불안정하다는 평이 나온다. 만일 이 대표의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서 당내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빌미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다면 비주류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도부는 현역 의원의 경우는 교체율이 최소 30% 이상이 일반적인 만큼 이번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을 친명(친 이재명) 색으로 덧칠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 친낙(친 이낙연) 등으로 분류된 중진 의원일수록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신의 시간을 맞이하기도 전에 내홍이 인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단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최근 ‘혁신계’로 불리는 비명계 의원이 이끄는 ‘원칙과 상식’ 모임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 역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현재 당내서 탈당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뿐이다.

‘유쾌한 결별’로 민주당 분당 가능성까지 제시했던 그는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소통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탈당과는 한발 거리를 둔 원칙과 상식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것 역시 그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오는 12월을 기점으로 이 대표 체제에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시사할 경우 당 장악력 약화는 물론 이 대표의 리더십까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살길을
찾아서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가담된 인물들이 덩이 식물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복잡한 관계가 형성됐다. 이 대표는 측근들의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총선의 신호탄이 울리기도 전에 엎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덮을 만한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하지만 최근 터진 행사 홍보 현수막 문구로 인한 ‘청년 비하’ 논란과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막말 탓에 민심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겹겹이 위기에 둘러싸인 민주당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본회의 열어? 말어?

지난 23일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다음 일정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민주당은 줄곧 30일 본회의 개최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안과 쌍특검이 안건에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서 30일 본회의 불투명, 이런 기사가 나오는데 완전히 오보”라며 “30일 본회의는 의장이 확실한 약속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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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