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키맨’ 이준석 변수 셋

입에 칼 물고 두 손에 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한 손에 서슬 퍼런 칼을 들은 듯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거침없이 국민의힘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반대쪽 손에는 빼곡하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을 숨겨놓고, 패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서 ‘변수’ 그 자체가 돼 판을 쥐고 흔들 수 있을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세 결집을 위한 투어에 나섰다. 최근 두 달 사이 6번째 방문이다. 보수의 중심 지역을 방문해 대구 정치권을 휘젓기 위함인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6일에도 자신의 든든한 우군인 천하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함께 자신이 온라인으로 구축한 연락망 참여자를 만났다. 전국 투어를 통해 연일 세몰이에 나서면서 파급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주가 
고공행진

이 전 대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어느덧 정치에 입문한 지도 12년이 지났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마저 생겼다. 그러나 꾸준히 보수진영에 몸담아온 그는 최연소 당 대표라는 타이틀까지 달아봤다. 

그가 진행한 ‘실험’은 국민의힘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당의 주류 세력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당 대표직서 쫓겨났고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야 했다. 문제는 가만히 있을 이준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수전을 위해 칼을 갈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시작한 또 다른 실험인 이 전 대표의 온라인 연락망에는 수만명가량이 참여했다.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고, 대구가 3위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로서는 나쁘지 않다. 연락망 구축 이유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줄이고, 누군가에게 큰 빚을 지는 정치를 하지 않기 위함이다.

연락망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각종 언론 인터뷰, 라디오에 나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놓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분야는 신당 창당이다. 창당 가능성은 하루에 1%씩 상승한다. 50%부터 시작한 가능성이 현재는 어느덧 70% 가까이 올랐다. 

그의 말대로라면 신당 창당은 꽤 구체화된 사안이다. 연락망 구축하는 행위 자체엔 창당을 하겠다는 전제가 기저에 깔려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가능성만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하자 창당이 실제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창당을 언급한 날짜는 내달 27일이다. 이 날은 12년 전 이 전 대표가 ‘박근혜 비대위’의 비대위원으로 임명돼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날이다.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날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당 창당의 명분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미워서가 아닌 진지하게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총선서 여당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선 이 전 대표의 창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호남권을 중심으로 다수 의석수를 확보했던 ‘국민의당’ 모델로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서 진보와 개혁적인 부분을 선택하지 못하고, 과도한 우클릭으로 유권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 전 대표도 국민의당과 마찬가지로 연일 중도로 클릭하고 있는 국민의힘 개혁을 명분으로 창당 작업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의 반감을 통해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셈이다.

신당 창당 예고…여야에 타격
극적 화해한 뒤 당에서 역할?

국민의힘 내에서 이미 영남권은 ‘물갈이’ 신호탄이 쏴 올려진 곳이다. 현역 의원마저 공천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조만간 당의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되는데, 여기서부터 분란의 싹이 자라날 조짐이 아른거리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노리는 지점은 단순히 현 국민의힘 거부 세력뿐만이 아니다. 반 민주당 조직 등 중도세력도 함께 포용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는 형국이다. 이 전 대표 본인도 그동안 꾸준히 도전해온 노원구가 아닌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신당 창당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다. 대구·경북서 이 전 대표의 창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30%를 상회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최근 이 전 대표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0% 정도로 여야의 지지 세력을 충분히 이탈시킬 수 있는 지표다. 

일단 신당 창당론을 지속적으로 띄우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이슈를 끌어오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승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게 일단 목표일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제3지대간 연합 전선 구축도 여당과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제3지대가 총선서 30석 정도를 차지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기 힘들다. 

표가 분산되면 분명 이 전 대표에게 득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도 선거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총선 구도를 이재명 대 윤석열이 아닌 이준석 대 윤석열 구도로 만든다면, 현 정부에게는 어렵고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 정의당, 국민의힘 비윤(비 윤석열)계 등 여러 범위에 포진돼있는 인물을 끊임없이 만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전국에 걸쳐 조금씩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생긴다. 

경우의 수
따져보니…

하지만 신당 창당에도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우선 이 전 대표의 지지 기반이다. 그를 주로 지지하는 세력은 2030세대인데, 이들은 다른 인물도 지지하고 있다. 또 지역 기반성의 문제도 있다. 연일 대구를 찾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고 실제로 많이 늘긴 했지만, 고향도 아닌 데다 정치적 기반이 있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그가 자꾸 대구를 찾는 이유도 대구서의 지분을 더욱 늘리기 위해서다. TK 지역서 이 전 대표의 편을 들며 지지를 선언한 인물은 여전히 한 명도 없다. 보수 텃밭 특성상 조직적으로 움직이기가 수월한 지역인데, 이를 도우며 전면에 나선 인물이 아직까진 눈에 띄지 않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두고 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라며 도울 의사가 없음을 일찌감치 내비쳤다. 이번 신당 창당이 단순히 자신의 복수를 위한 창인 것이라면 이 전 대표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길이다. 또 넓은 범위서 인물을 영입하게 되면 이 역시 분란만 키우는 행태가 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도 이 전 대표가 경계할 부분이다. 이 전 대표의 이슈가 커지자 여권서 한 장관 카드를 급히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최근 언론의 이슈를 이 전 대표 못지않게 끌어오고 있다. 

이런 점을 아는 듯 이 전 대표도 한 장관이 경쟁자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지층이 달라 오히려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아직까진 한 장관을 향해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분산 시
고득점

앞서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설을 띄운 바 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만약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에게 다시 돌아오라며 손짓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한 듯한 말을 쏟아내고 있는 이 전 대표지만 극적으로 화해할 경우, 이는 총선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돌아오라며 손을 내밀었으나 그는 화해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여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면 다시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화해의 전제조건으로 윤 대통령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내걸었다. 다만 대통령이 먼저 전직 당 대표에게 화해하자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앞서 지난 대선서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갈등과 화해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 바 있다. 이번에도 총선 직전 극적으로 화해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안다. 

화해의 여지를 던진 쪽은 이 전 대표였다. 그는 “(대통령의)태도가 변화하면 탈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최근 “대통령에게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까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응 자체가 지고 들어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앞선 두 차례의 갈등 봉합 사례는 대선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제3지대 입당 가능성도
전략적 대응책 이미 마련

다음 총선서 이들은 정치 지형의 ‘물갈이’라는 공통된 목표는 있지만, 함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화해의 전제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윤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해병대 사망사건 특검을 도입하고 이태원 유족과 만남을 가지면 된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몸값이 더욱 커졌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그의 세력이 커질수록 여당에는 불리한 구도다. 결국 이 전 대표에게 화해하자며 먼저 나설 수밖에 없고, 빚을 지게 된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는다면, 분명 선거 국면서 일정한 역할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분란을 키우는 꼴이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탈당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계만 바라보고 있다. 탈당 카드는 자신의 몸값이 가장 높아졌을 무렵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가 총선 직전에 탈당하게 된다면 국민의힘의 청년층 지지율이 더욱 줄어드는 것을 체감시켜 전국적으로 이슈를 끌어올 변수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빈 공간을 잘 노린다. 기존 정치인은 자신의 조직을 지키는 전략을 꾸준히 써왔다. 이탈 세력을 끌어모으는 전략으로 본래 세력과 중도층을 한꺼번에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전 대표가 보수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중도 정치인을 표방하기 위해 제3지대로 입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른바 연합 전선의 빅텐트에 자신이 직접 입성하는 방식이다. 이때 제3지대는 비례의원 다수 배출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 개혁 이전인 병립형으로 돌아갈지 말지에만 집중하는 논의가 한창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3지대가 나아갈 공간이 좁아진다. 

끌면 끌수록
“유리하다”

앞으로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선거제도, 한 장관 영입 등의 사안이 결정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패를 꺼내면 대응책이 마련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상황을 고려한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전략을 하나씩 풀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대표가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놨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너도 나도’ 창당 러시?
민주당이 선거 국면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온다.

비명계의 공천 학살이 조만간 시작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탓에 비명계는 살아남기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당 밖에서도 창당 바람이 분다.

우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의 내년 총선 출마는 현재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게 총선 출마와 창당의 명분이다.

한편 현재 무소속인 송영길 전 대표도 창당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비례대표 중심의 당을 만들겠다며 거듭 창당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탓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두 인물의 창당이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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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