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 쏠쏠한 오너 3세 회사 활용법

이래저래 확실한 쓰임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주그룹 후계자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신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최근 들어 영향력이 부쩍 확대된 양상이다. 순조롭게 몸집을 키워온 후계자의 개인회사가 확실한 지원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그룹은 문태식 창업주가 1960년 설립한 아주산업에 뿌리를 둔 기업집단이다. 아주산업의 활약에 힘입어 1980년대 이후 중견 그룹사의 면모를 갖췄고, 현재는 문 창업주의 장남인 문규영 회장을 축으로 하는 오너 2세 경영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체제 전환
담긴 뜻

아주그룹은 지난해 9월 사업형 지주회사였던 아주산업을 존속법인인 투자 부문 ‘㈜아주’와 신설 법인인 건자재 부문 ‘아주산업’으로 인적 분할하기로 결정하면서 순수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예고했다. 신설된 아주산업은 건자재 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존속법인인 ㈜아주는 지주회사로서 그룹의 투자 부문을 맡는 게 분할의 골자였다.

다만 순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반드시 뒤따라야 할 지분 정리 작업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문 회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아주와 아주산업 지분을 95.48%씩 보유 중인 반면 ㈜아주는 아주산업 지분 4.02%를 쥐고 있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다소 더딘 순수 지주사 체제로 전환은 아주글로벌이라는 그룹 내 계열회사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오너 3세 휘하에 있는 아주글로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승계는 물론이고,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선명해질 것으로 점쳐지는 까닭이다. 


아주글로벌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0원’을 기록하는 등 별다른 영업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계열회사다. 그럼에도 아주글로벌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건 이 회사의 특수성 덕분이다.

일단 아주글로벌은 ㈜아주, 아주산업의 영역에서 한 발 비껴나 있다. 지주사인 ㈜아주가 보유한 아주글로벌 지분은 14.4%에 불과하며, 아주산업은 기타 특수관계자로 아주글로벌을 분류할 뿐이다.

독자적인 세력권을 형성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주글로벌은 지난해 말 기준 ▲아주프라퍼티즈(지분율 65.57%) ▲아주컨티뉴엄(현 아주컨티뉴엄, 지분율 53.37%) ▲아주호텔서교(지분율 100%) 등 국내 법인 세 곳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이 같은 지분 소유 형태는 아주글로벌의 자산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주글로벌의 총자산은 별도 기준 적용 시 868억원에 그치지만, 종속회사의 재무제표가 반영되는 연결기준을 적용하면 총자산은 4018억원으로 확대된다.

장남 추대 작업 밑그림 
몸집 키우기 작업 분주

결정적으로 아주글로벌은 그룹 후계자인 문윤회 전 아주컨티뉴엄 대표이사의 개인회사라는 점이 부각되는 곳이다. 문 회장은 2010년 아주글로벌 지분 69.09%를 장남인 문 전 대표에게 양도했고, 그의 최대주주 지위는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1981년생인 문 전 대표는 아주그룹의 유력한 승계 후보자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헀고, 2015년 1월 아주컨티뉴엄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표가 호텔 사업을 맡게 된 이후 그룹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됐다. 2018년 미국 시애틀의 AC호텔 밸뷰 인수, 2019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하얏트 플레이스와 하얏트 헤럴드스퀘어 매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서울 마포구에 라이즈 호텔을 새로 열었고, 제주에서는 기존 하얏트리젠시제주가 더쇼어호텔제주로 탈바꿈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침을 겪었던 호텔 사업은 최근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고, 2021년 173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1년 새 2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호텔 사업이 힘을 받는 과정에서 아주글로벌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됐다. 무엇보다 ‘문윤회 대표-아주글로벌-아주컨티뉴엄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한 게 결정적이었다.

해당 지배구조는 아주글로벌이 2019년 아주호텔앤리조트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큰 틀이 만들어졌고, 아주산업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아주글로벌이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주네트웍스 매각에 나섰을 때 이 회사를 사들인 것도 아주산업이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을 토대로 존재감을 키운 아주글로벌은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승계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아주와의 합병이다. ㈜아주 지분이 전무한 문 대표는 합병 시 ㈜아주 주요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합병 수순을 밟을 경우 두 회사 간 자산 격차는 합병비율을 정하는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 ㈜아주와 아주글로벌 간 총자산 격차는 약 4700억원 수준으로, 인적 분할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좁혀졌다. 아주글로벌의 자산이 증대될수록 향후 문 전 대표의 지주사 지분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커진다. 

커지는
비중

이런 가운데 최근 문 전 대표가 아주글로벌 사내이사에 오르자, 아주글로벌의 몸집 확대를 직접 진두지휘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3월 아주글로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간 문 전 대표는 아주글로벌 최대주주일 뿐, 등기이사로 등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아주 사내이사에 선임이 결정되면서 그룹 중심에 한 발 더 다가서기에 이르렀다. 

재계에서는 ㈜아주와 아주글로벌이 합병 수순을 밟게 되면 문 전 대표가 그룹의 기반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레미콘 사업을 영위하는 아주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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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