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보디 프로필 후유증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25 08:46:45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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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극단적 다이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헬스장서 트레이너에게 보디 프로필 도전을 권유받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다가 섭식장애가 생긴 사연입니다.

폭식증은 음식을 조절할 수 없는 식이장애 중 하나다. 폭식증이 생기면 폭식 행동과 몸무게 증가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구토 행동을 반복한다. 이를 줄여서 ‘먹토(먹고 토하기)’ ‘먹뱉(음식을 씹고 뱉는다)’이라고 부른다. 폭식증이 생기는 남녀 비율은 1:15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11세부터 35세까지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섭식장애

폭식증 환자는 맛을 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먹는다. 복통과 구역질이 날 때까지 먹은 다음 몸무게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에 손을 넣어 억지로 토하거나 변비약, 이뇨제 등 약물을 사용한다. 

폭식 시에는 달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폭식 후 죄책감, 자신에 대한 혐오감, 열등감, 낮은 자존감 등을 느낀다. 폭식증 환자는 폭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숨기고,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외형적으론 날씬한 경우가 많다.

폭식증 환자는 ▲일정 시간 동안 일반적인 사람보다 확연히 많이 먹거나 ▲음식을 먹는 중 자제할 수 없고 ▲자신의 몸매와 체중에 의한 자기 평가가 지나친 것이 반복된다. 거식증이나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거식증과 폭식증 환자는 극단적 체중 감소로 탈모, 피부 건조,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신장과 심장 기능의 장애 등 합병증을 겪는다. 너무 마른 여성의 경우 대뇌에서 호르몬 분비를 차단해 월경이 끊길 수 있다.

또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뇌 위축이 일어나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쉽게 초조해하고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해 충동도 느낀다. 다만, 폭식증 환자는 잦은 구토로 식도나 위가 찢어지기도 한다.

누구도 스스로 병에 걸리길 원하진 않는다. 하지만 폭식증은 예뻐지고 싶고, 마르고 싶은 마음을 헤집고 찾아온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마음에 헬스장을 찾은 A씨는 현재 폭식증으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해 10월 헬스장을 등록했다. 가장 멋있는 몸 상태에서 보디프로필을 찍는 것은 A씨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다. 코로나19 기간엔 살이 많이 쪘지만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헬스는 예전부터 종종 했던 운동이었다. 운동은 A씨의 취미생활이다.

우울증, 탈모, 자해 충동 등
촬영 끝나고 찾아온 폭식증

다시 등록한 헬스장서 체성분 검사로 몸 상태를 확인했다. 체지방률이 30%였다. 이전에는 20%대였으니, 코로나 기간에 10%p가 늘었다. A씨는 바로 개인 PT를 등록했다. 그러자 트레이너는 “이왕 다이어트하는 거 보디 프로필을 찍는 것으로 목표로 두자”고 권유했다.

트레이너는 A씨에게 5개월 뒤 보디 프로필을 찍자며, 식단을 짜줬다. 한 끼에 닭가슴살 100g, 고구마 100g, 샐러드가 한 끼의 전부였다. 


이미 급격하게 살이 찐 몸으로는 운동이 힘들었다. 과거에 운동을 좋아했던 A씨는 이미 없었고, 매일 헬스장서 운동하는 것이 죽을 맛이었다. 식사나 친구를 만나는 등의 기본적 욕구가 제한되니, 체중 강박이 시작됐다. A씨는 헬스장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체성분 검사를 했다. 500g이라도 살이 찌는 날이면 마음이 지옥이었다.

A씨는 “이때 보디 프로필을 포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한 번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마음에 포기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PT 수업을 마치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을 때 트레이너가 운동 강도를 높이면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폭식 충동에 휩싸였다. 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포장마차나 마트를 서성거렸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뒤면 보디 프로필을 찍어야 하니,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방울토마토나 오이였다.

집에서 방울토마토나 오이 등 저열량 음식을 먹을 때면 우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닭가슴살, 고구마는 너무 오래 먹어서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았다. 특히 보디 프로필 찍는 날이 임박했을 때는 트레이너가 A씨에게 물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이 모든 게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지옥같은 5개월이 흘렀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 체지방률이 19%까지 내려갔고, 복근이 선명해졌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몸이었고, 예쁜 옷도 입을 수 있게 돼 행복했다. 그렇게 보디 프로필을 찍었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배달시켜 먹고 토하는 나날
“심각하면 입원 치료 받아야”

단기간에 살을 뺀 A씨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식탐이 무섭게 고개를 들었다. 보상심리였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한 번에 2~3개의 메뉴를 시켰으며 항상 술도 빠지지 않았다. 마치 음식을 먹는 폭주 기관차가 된 것 같았다.

그나마 초반에는 체중이 급격하게 늘지 않았다. A씨는 안심하고 폭식으로 나날을 보냈다. 배가 터지도록 먹으니, 살이 찌는 걸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두 달 만에 70㎏을 훌쩍 넘겼다. 그나마 가족이나 친구를 만날 때는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지만, 주말이 고비였다. 고열량 음료와 디저트를 배달로 잔뜩 시켜놓고 정신없이 먹었다. 

이때 A씨는 불현듯 ‘살이 찔 것 같다’는 압박감을 받고 화장실로 가 먹었던 음식을 모두 토해냈다. A씨의 몸은 잔뜩 부었고 살도 쪘다. 눈은 퀭하게 변했다. 처음 구토한 날 A씨는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바로 인근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더니, 담당 의사는 A씨에게 우울증이라고 했다. 현재 A씨는 섭식장애 클리닉서 약물처방과 심리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보디 프로필이 도전이 A씨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 것이다.

정신질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거식증과 폭식증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일부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일부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섭식장애는 체중감소, 구토 등으로 인해 2차적인 문제도 생긴다. 심각한 경우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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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후폭풍> ‘끝까지 갈’ 국회의 반격

[12·3 계엄 후폭풍] ‘끝까지 갈’ 국회의 반격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는 155분 만에 끝났지만 여진은 이보다 훨씬 길게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서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들이닥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던 탓일까? 국회는 기어코 방아쇠를 당긴 윤 대통령을 향해 매섭게 회초리를 들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약 44년 만의 계엄령이었다. 한달음에 국회로 달려간 여야 국회의원 190명은 속전속결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긴박했던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자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섣불렀던 자책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가결 직후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 없이 기습으로 선포한 만큼 절차적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즉시 하야하라”고 소리를 높이며 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탄핵, 하야 등 직접적인 단어와 거리를 두던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민주당보다 앞서 윤석열정부 퇴진을 외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주장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은)군사 반란에 준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며 “국회서 탄핵돼야 할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개혁신당은 “탄핵이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란 미치광이 짓을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지금 벌이고 있다. 미치광이를 몰아내는 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으며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조차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야6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라는 점을 입 모아 강조했다. 헌법 제77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령 떨어지자 앞다퉈 여의도로 집결 “국회를 적으로 돌린 대통령” 뒷감당은?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민주당의 입법·예산안 독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등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는데 해당 이유가 전시·사변에 맞먹을 만큼 비상사태인지 강한 의문이 남는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절차적 문제도 논란이다. 계엄법 제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시행 일시와 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시점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마친 약 1시간 후인 지난 3일 오후 11시 반 경으로 대부분의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본회의장으로 향하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에 통보도 없이 담화 형식으로 (계엄을)선포한 게 제정신인가”라며 이 역시 위헌 소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에는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지금 상황이 내란이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라며 “내란죄에 가까운 행위다. 모든 죄를 따져 국민의 심판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야6당은 이런 요소가 담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이다. 국민의힘엔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 지도부조차 예견하지 못한 탓이었는지 계엄 선포 당일 밤에도 연일 오락가락했으며 더 나아가 분열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국회 차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하겠다”며 국회로 향하던 한 대표는 “당사에 머물러야 한다”는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언성을 높였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결국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에는 국민의힘 의원 18명(곽규택·김상욱·김성원·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수민·박정하·박정훈·서범수·신성범·우재준·장동혁·정성국·정연욱·조경태·주진우·한지아)만 참여했다. 여당도 커버 불가? 이들은 대부분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된 인사다.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여야 간의 극한 대립 가운데 국민을 볼모로 삼은 비상식적 국회 운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면서도 “그 어떤 이유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명분 없는 정치적 자살 행위에는 절대로 동조할 수 없다. 대통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제 국민께 나와 소상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12월3일 윤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선포는 실패했다. 헌정 유린이자 대한민국 정치사의 치욕”이라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후폭풍이 몰아치자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한 대표, 추 원내대표, 그리고 국민의힘 중진인 주호영·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과 함께 대책 회의를 가졌다. 문제는 대책을 내놓겠다던 윤 대통령의 발언이 또다시 야당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이 남발하는 탄핵 폭거를 막는 게 뭐가 잘못이냐”며 경고의 의미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게 화근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한 대표의 아리송한 행보가 시작됐는 평이 나온다.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계엄이 경고성일 수 없다. 계엄을 그렇게 쓸 수 있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사태는 저와 국민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었고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 대한 사과와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 두 가지만 언급한 것과 비교했을 때 사뭇 다른 태도라는 해석이다. 분명히 한배인데… 한 대표가 총대를 메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대표의 행보에 탄력을 받아 친한계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향해 ‘진실된 사과’와 ‘책임자의 조사 및 처벌’을 촉구하며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임기 단축은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던 때 개혁신당이 임기 단축 카드를 제시한 적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서 이토록 날 선 목소리가 여과 없이 흘러나온 건 처음이다. 야당의 탄핵 시도를 막기에도 벅찬 상황서 친한계의 독자적인 행보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이런 가운데 당의 화합을 강조한 건 원내가 아닌 원외 인사라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두 번 다시 박근혜처럼 헌정이 중단되는 탄핵 사태가 재발돼선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당력을 분산시키지 말고 일치단결해 탄핵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계로 꼽히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금 정부와 여당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 앞에 닥친 혼란을 해소해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는 것”이라며 “분열은 무책임일 뿐이다. 각자의 이견은 접어두고 오직 민생과 국가 안위에 전념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단축 주장한 국힘 ‘소장파’ 앞으로 첩첩산중…어두운 윤 앞날 야6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보고하던 날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갈등이 다소 봉합되는 듯했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은 또 한 번의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108명 의원의 총의를 모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단결을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탄핵안 부결 당론에 사실상 한 대표도 동의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당시 국민의힘 소장파가 “탄핵 표결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 “(임기 단축 개헌에)공감하는 당내 의원이 있다”고 주장했던 만큼 추가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여당이 주춤하는 사이 민주당은 추가적인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 5일 각종 상임위서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군 관계자들을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위 현안 질의서 그날 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향해 “난 총장으로 인정하지 못한다. 앞으로 ‘당신’이라고 호칭하겠다”며 “대한민국 조국과 국민에 총칼을 겨눴다.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하고 단두대서 처단돼야 할 인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내란죄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집단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자리를 지킨 이들도 있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현안 질의서 “선진 대한민국서 계엄 선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과정서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과 한기호 의원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참으로 난감하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여의도 뒤편에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그 어렵다는 여야 통합을 해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아직 두 진영 사이에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하지만 탄핵과 하야, 무엇이 됐든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이긴 매한가지다. 계엄령이 휩쓸고 간 국회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간을 달리고 있다. 44년 만에 다시 마주한 계엄 사태에 국민도 여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 진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