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㊻다른 사회 같은 상황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8.23 00:00:00
  • 호수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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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어차피 피장파장 동희동락이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 욕하지 않는 것이다. 가끔씩은 서로 교류한다는 명목으로 남남북녀를 바꾸어 맛보기도 하리라.

남북한의 보통 국민과 인민들끼리는 서로 싸움을 붙여 놓은 채 고위 권력층 인사들은 희희낙락 마치 초인들처럼 고급스레 소통하는 것이다.

첨부 파일 속의 수기 전체를 다 읽어 본 결과 중국과 북한에서 탈북 여인들이 겪는 고난은 사실인 성싶었다.

중국 남자에게 속아 인신매매 당한 여성들과 북한 땅으로 다시 붙잡혀 간 여인들의 비참한 절규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도저히 부정하기가 어려웠다.

지옥경


모든 과장과 공상적 왜곡을 제외하더라도 가슴을 찌르는 한 줌 비극은 남았다. 그걸 모른 척 눈감는다는 건 스스로 청맹과니가 되는 짓이리라.

아무튼 그건 윤 여사가 어떤 목적을 갖고 보내 준 파일이므로 나로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전체적으로 까다롭게 살펴봐야 할 터였다.

그녀의 중요한 기획 의도 중 하나는 북한 사회를 가능한 한 최악의 지옥경으로 설정해 보여줌으로써 남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공분을 불러일으켜 그 악의 제국을 타도케 하는 데 있는 것처럼 얼핏 보였다.

세습 김씨 왕족과 측근 최고위급 사이비 공산당 간부들의 멸망! 나 역시 바라는 바였다. 참된 공산주의도 아니고 인민들 피 빨아먹는 이기주의자들은 모조리 몰아내 대동강 물속에 수장시켜 버리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한가? 쥐새끼마저 궁지에 몰리면 결사항전을 하는데, 세계 최고의 악질 독종으로 소문난 그들이 순순히 항복하겠는가?

아마 자신들의 위기를 눈치채는 순간 핵폭탄을 안은 채 발광해 버릴 것이다. 결과는 공존공영이 아닌 동귀멸망. 우리의 번영이 훨씬 큰 타격을 입으리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려는 건 윤 여사의 열혈 애국 정신이라기보다 책임 의식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철부지 아이들의 불장난 같은 것이랄까. 아니다. 그들에겐 분명 어떤 목적이 있을 터이다.


현실적이고 교활한 기획. 자기네 스스로의 머리로 심사숙고해 추진하기보다 어둠 속의 누군가와 손을 잡고 지령과 자금을 지원받아 벌이는 남북 상쟁 와중의 희비극 쌍곡선 쇼. 그 피에로들 뒤에는 누가 있을까?

여기서 보수파라고 쉽게 말하면 안 된다. 우리 국민의 대부분, 즉 60% 이상이 보수파이기 때문이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한국에 진짜 진보와 보수는 별로 없다.

대부분 관념적이고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가짜 사이비뿐이다. 참다운 진보와 중도와 보수는 상류층이나 자칭 지식 계층엔 거의 없고 일반 보통 국민들 속에만 존재한다.

그들은 나불나불 지껄이지 않을 뿐 실천으로 이 나라를 지탱해 나가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이다. 그런데 그들은 무시당하고 있다. 늘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고상하신 정치꾼 모리배님들께서는 입주둥이론 국민의 머슴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여전히 왕족 혹은 귀족으로 군림하고 있다.

양쪽 다 열혈 애국정신·책임 의식 전무
공존공생 이념 팽개치고 상류계급만 떵떵

그들은 현실을 농간하고 국민들의 정신을 농락하기 위해 갖은 꾀를 썼고 그 결과 우리는 참다운 진보와 중도와 보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가짜 사이비 보수와 중도와 진보가 본 자리를 차지해 주인인 양 행세하는 바람에 우리는 밤낮 헷갈린다.

남한과 북한의 왕족 나리와 귀족님들은 이따금씩 밀실 회담을 통해 한민족의 앞길을 밝히기보다 ‘흐린 거울’을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오히려 거울 면을 슬그머니 일그러뜨려 남북 상황을 왜곡하려는 낌새를 보이기도 한다. 북한을 찬양하면 무조건 진보 빨갱이,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누구든 보수 퍼렁이가 되어 버린다.

유교와 불교가 수천년 동안 가르쳐 준 중용과 중도의 나무는 양쪽으로부터 비겁자란 욕을 얻어먹어 이파리가 시들고 뿌리마저 뽑혀 말라 버렸다.

사리사욕을 챙기는 구멍에서는 진보파와 보수파가 오히려 중도보다 서로 더 잘 통하는 실정이다. 사이비 급진파와 수구파(극좌와 극우)는 서로 눈을 흘기면서도 얄궂은 미소를 주고받는다.


아무튼 이런 요지경 속 판국이다 보니 땀 흘려 일해서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은 모리배들의 짬짜미 계획대로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려 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한 사람 속에 보수와 진보와 중도가 다 들어앉은 셈이랄까.

10:90이든 50:50이든 60:40이든 어쨌든 보혁이 혼합돼 있는 것이다. 그건 또한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수시로 비율이 변한다.

부지불식간이기 때문에 얼마나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도 없고, 변했는데도 자신은 그대로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아마 이건 어떤 식으로든 통일이 되기 전엔 낫기 어려운 고질병이 아닐까?

만일 통일이 되면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들 대부분은 좌도 우도 아닌 참된 중도의 길을 걸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속엔 참다운 진보와 보수가 수렴되리라.


각설하고 본줄기로 돌아가자. 애초에 탈북이니 중국으로의 여성 인신매매 따위가 왜 생겼겠는가?

죄인도 있고 자기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자도 있었겠지만 대다수는 굶주림을 벗어나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도대체 왜 그런 지경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남한과 북한의 사이비 언론들이 떠들어대는 것 말고 진짜 원인이….

나로서는 우선 북조선인민공화국의 지도층이란 자들을 믿을 수가 없다. 이 대명천지에 뭘 어찌했기에 수백만명의 인민이 굶어 죽을 수가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뼈와 가죽만 남아 할딱이다가 숨질 수가 있는가.

아프리카의 토인족처럼 자연 친화적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힘으로 지상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자들이! 그렇다고 인민들이 동남아 일부 사람처럼 게으른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빠릿빠릿한 독종으로 소문나 있건만!

공산주의든 지랄주의든 뭐든 다 좋다. 적어도 부지런히 일하는 인민은 배불리 먹고살면서 자유를 누려야만 ‘민주공화국’이라 칭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깡패 집단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의 자격이 없다. 좀 심하게 말해 도둑 소굴이나 깡패 집단도 그러지 않는다. 살면 함께 살고, 죽으면 같이 죽는다.

더군다나 세계 유일의 공산주의 낙원이라면서 평등한 공존공생의 이념은 내팽개친 채 이른바 성혈(聖血)받은 지도층과 상류계급 족속들만 마치 조선왕조 시대처럼 떵떵거리고 일반 인민(백성)들은 로봇이나 흙 인형 꼴로 취급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반론이 없을 수야 없으리라. 남한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정신만큼은 훨씬 순수하다. 돈이면 다 땡이라는 황금만능주의의 노예가 돼 비인간적으로 사느니, 가난하되 정답게 살아가는 게 낙원 아니겠느냐. 우리는 그래도 남조선만큼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으며 살인 강도와 강간 따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지 않는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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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