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일 만에…’ 이상민 탄핵 불발 후폭풍

죽지 않고 살아 왔지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 167일 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다시 활동에 기지개를 켜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이 장관은 일단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커졌다. 스타가 될지, 빌런이 될지는 이 장관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 조만간 이 장관을 두고 여야가 다시 충돌할 태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국회가 제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앞서 지난 2월8일, 국회는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 부실 등으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재로 넘겼던 바 있다. 이 장관의 탄핵 여부는 정치권 안팎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헌정사상 국무위원 첫 탄핵 사례로 남을 수 있는 데다, 참사 책임을 정부 인사가 질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행안부의 장이므로 사회 재난과 인명피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정 최초
장관 심판

이 장관은 앞서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 지목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해임건의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자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 본회의 상정 후 가결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야당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적 여론이 팽배했던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꾸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모습이 연출됐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특수본은 이 장관에 대해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피의자로 23명을 송치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참사 책임을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등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장관을 비롯해 서울시청, 경찰청 등 ‘윗선’은 구체적인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때부터 야당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장관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야당이 “스스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수위 높게 압박했음에도 꿋꿋이 견뎠다.

대통령실도 이 장관의 거취를 두고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당의 이 장관 탄핵소추 사유는 ▲사전재난 예방 조치 의무 위반 ▲사회재난 대응 조치 의무 위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었다. 

전원 일치 판결로 기각 결정
복귀하자마자 발 빠른 행보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 적법했는지의 여부 ▲이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헌법 및 법률의 위반 여부였다. 관련 법령 34조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탄핵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야당은 이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과 정황이 있다며 탄핵을 주도했다. 또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발언으로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당시 기동대 투입과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아 인명구조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가 켜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처럼 민주당 등 야 4당은 지속적으로 이 장관 탄핵을 위한 여론 주도를 시도했다.

선고를 앞두고 진보당, 정의당, 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의원 182명이 최종 의견서까지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국회의 국정조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거치면서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재난 안전 총괄 조정권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네 차례 공개변론을 열고 사건의 쟁점을 따졌고, 이태원 참사 전후로 이 장관이 관련 사안을 지켰는지 심리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쟁점은 이 장관 본인에게 잘못이 없더라도 정치적인 책임을 이 장관에게 지울 수 있느냐였다. 

야당의 기대와 달리 이 장관은 끝내 살아 돌아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이다. 탄핵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므로 정지 상태였던 그는 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도 이번 탄핵 기각 결정으로 참사 책임으로부터 발을 뺄 수 있는 틈이 생겼다. 특수본으로 송치된 관련자들 역시 수사가 거북이걸음 중이다. 몇몇 핵심 인물들은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고, 여전히 꼬리 자르기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난 6개월간 고심했다”며 “무한한 책임감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천재지변, 신종 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누가 
책임 지나?

이 장관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자, 유가족은 크게 반발했다. 유가족 측은 “참사 직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순간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첫 행보로 충남 청양군의 수해지역 방문을 택했다. 지난 25일, 청양 지천의 제방 복구 현장을 점검한 뒤 농가도 함께 둘러봤다. 이틀 째인 26일에도 연일 수해 복구현장을 찾는 한편, 발빠르게 관련 대책도 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 번 이태원 참사라는 대형사고를 겪었던 만큼 위기 의식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복귀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연일 그에 대한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7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탄핵 기각이 면죄부가 아니며 기각됐다고 해도 아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159명의 목숨을 빼앗은 책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 탄핵 기각’ 결정으로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당분간 야당은 이 장관 및 윤석열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나 결국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탄핵이 기각되면서 정부 인사들 중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비록 직접적인 법적 책임이 없다고는 하지만, 정치적인 책임마저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앞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참사로 불렸던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사건에선 도의적 책임 등의 이유로 자진사퇴했던 바 있다.

반면, 윤정부에선 각종 재난, 참사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 어떠한 인사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겪었던 국정운영의 타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재신임하는 모양새다. 질책 대신 별도 연락을 취해 재난 대응의 근본 대책 마련을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탄핵 기각을 기점으로 여야는 다시 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 입장에선 여전히 참사에 대해 책임질 인물이 필요하고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떻게든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불안
말실수만 해도 타격 불가피

다만 헌재의 기각 결정은 국민의힘이 반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상민 장관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대상”이라며 “권한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사하고 내지르는 세력은 ‘묻지마 폭력’보다 더 심각한 사회악‘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게다가 무리한 탄핵이었다는 일부 여론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재난 안전 컨트롤 타워의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무리하게 탄핵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피로감을 유발시켰고, 정쟁에 몰두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준비해왔던 입법 법안들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앞서 민주당 내부서도 “탄핵을 무리해서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곤 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 내에서도 추후 이 장관을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이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인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탄핵이 기각됐다고 해서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 한 명도 아니고 무려 159분이나 되는 분들이 졸지에 아무 잘못 없이 정부 잘못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뭐가 그리 잘났느냐? 무엇을 그리 잘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적반하장도 유분수, 후안무치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정부와 용산 대통령실, 여당은 회복하고 정신차려라, 그리고 최소한의 책임을 느끼라”고 촉구했다.

야당 악재
여당 호재

다행히 민주당에게는 아직 ‘이태원특별법’이라는 한가지 카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으로 이 장관의 책임을 다시 묻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이태원 유가족이 직접 발로 뛰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발의됐다. 

핵심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으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설치도 포함됐는데 이는 이태원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다. 특조위는 어떤 행정기관에도 속하지 않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비슷한 구조를 띤다. 

특별조사위원 추천위원회서 17명의 위원을 특조위에 추천하면 대통령은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 특조위원장 역시 위원들이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을 강화한 이유는 조사 범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독립성이 인권위보다 더욱 보장됐고, 대상에는 행정안전부, 경찰, 대통령실 등 여러 정부 부처가 포함된다. 여기엔 정부 개입을 최대한 막겠다는 취지가 강하게 녹아 있다. 

이태원특별법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신속 안건)으로 진행됐고, 야당 의원 183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참사를 정쟁화하는 법이라며 반대했고 당시 표결을 앞두고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서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특별법을 두고 과잉 법안이며, 정쟁을 부추기는 법안으로 정의하는 등 악재로 작용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심한 상황 속에서 본회의 표결까지는 최장 11개월이 걸릴 수 있다. 추후 이를 두고 여야 공방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각 결정이 났지만, 국민의힘도 반사이익이 약해진 측면이 존재하는 등 마냥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 장관의 거친 언행이 반복될 경우, 여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는 데다, 헌재로부터 법적 면죄부만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윤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실수하면
바로 끝

현재 야당의 공격 대상 1호인 이 장관으로선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 장관이 자칫 실수 후 대통령실서 다시 ‘방패 모드’를 취할 경우, 윤정부까지 타격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이 장관은 사퇴 타이밍을 놓쳤다. 이는 앞으로도 그의 행보에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닐 사안이다. 

한 여의도 관계자는 “이 장관은 앞으로 실수가 없어야 한다. 잘못이라고 말할 것들이 생기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탄핵이 기각됐지만 야권에선 이 장관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상민 ‘총선 출마론’ 민주당이 키워줬다?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복귀 첫날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탄핵을 기회 삼아 차기 총선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을 스타로 키워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즉시 선을 그었다. 

유 대변인은 “야당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하는데 마찬가지다. 총선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이 장관 성향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게 잘 맞지 않는다. 장관직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기각되자마자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가 되려 역풍을 맞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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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