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 내부거래 솜방망이 처벌, 왜?

오너 일가만 쏙 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무가 불안정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OCI그룹 산하 법인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불공정한 방식으로 물량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려 했던 행위가 법망에 적발된 것이다. 정작 문제의 회사를 운영해온 총수의 숙부에게는 별다른 제재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관여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기장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OCI그룹 소속 법인 세 곳(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 삼광글라스) 등에 과징금 110억2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법인별 과징금 액수는 ▲삼광글라스 39억1000만원 ▲이테크건설 35억5000만원 ▲군장에너지 35억5000만원 등이다.

한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내 손익이 악화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사실상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럴듯한 이유

이들 회사 3곳은 공정거래법상 OCI그룹 소속이다. OCI그룹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OCI 계열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의 삼광글라스 계열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유니드 계열 등 세 개의 소그룹으로 나눠진다. 

이우현 회장은 고 이회림 OCI 창업자의 손자이자 고 이수영 회장의 장남이다. 이수영 회장이 2017년 별세한 후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이우현 회장의 숙부이자 창업주 2세인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은 각자의 계열을 이끌면서 독립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부당지원 행위는 이복영 회장이 지배하는 삼광글라스 계열에서 불거졌다. 이복영 회장은 삼광글라스를 중심으로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 등 산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해왔고, 삼광글라스 계열은 ‘오너 일가→삼광글라스→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후 삼광글라스 계열은 지배구조 개편을 거쳐 SGC그룹으로 재편됐다. 군장에너지는 SGC에너지, 삼광글라스는 SGC에너지솔루션, 이테크건설은 SGC이테크건설로 탈바꿈한 상태다.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110억원
일 벌인 총수 삼촌은 법망 피해

공정위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2016년부터 주력산업의 포화·쇠퇴 등으로 성장의 한계가 우려되기 시작했다. 이에 삼광글라스 소그룹의 전략기획 전반을 담당하는 이테크건설의 전략기획실은 소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군장에너지에 공급하는 유연탄 제공 업무를 삼광글라스에 몰아줄 것을 기획했다.

이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대비해 경쟁입찰 형식을 취했다. 군장에너지는 자신의 발전소에 사용될 유연탄 구매를 위해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삼광글라스 등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유연탄 구매입찰을 총 15회 실시했다.

삼광글라스는 이 중 5차례 입찰에서 해외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하는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20~300㎉ 높여 최저가 지명경쟁 입찰에 참가해 4번 낙찰됐다.

삼광글라스는 10차례 입찰에서 이테크건설 또는 군장에너지로부터 입찰전략 수립에 중요한 입찰 운영 단가 비교표, 타사 견적서, 입찰계획 등 입찰 실시자료를 제공받아 9번 낙찰됐다. 해당 자료는 다른 입찰 참가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고 삼광글라스에만 제공됐다.


유연탄 소싱사업 신규업체였던 삼광글라스는 부당 지원 행위에 힘입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2017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군장에너지로 가는 입찰물량의 46%인 180만톤, 금액으로는 1778억원 상당의 유연탄을 군장에너지에 공급한 결과 약 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해당 과정에서 삼광글라스의 이복영 회장과 그의 아들인 이우성 부사장 등은 약 22억원 수준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그러나 이복영 회장 일가는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고, 오너 일가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점 투성이

이복영 회장은 SGC에너지와 SGC솔루션 등에서 대표이사를 수행 중이다. 이우성 사장 역시 SGC에너지, SGC이테크건설 등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위법 행위에 구체적으로 지시 또는 관여했다는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복영 회장을 고발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이 건의 경우 지원 행위의 주된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삼광글라스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있다”며 “삼광글라스가 취득한 부당이득 64억원에 비해서는 훨씬 큰 110억원이 과징금으로 부과돼, 법 위반 억제 효과가 있는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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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