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대란’ 현실과 해법

아픈 아이 안고 발만 동동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 단체가 폐과 선언을 하면서 더 이상 소청과에 희망이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고질적 문제인 낮은 진료비(수가)와 저출생 문제로 병·의원 운영비가 상승해 일반진료를 택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늘자, 일반진료 관련 교육을 제공할 계획을 내비쳤다. 이후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탈출(No kids zone)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성인 진료 중심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왜 ‘노키즈존’을 선언했을까?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세미나실서 의료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의사들은 여느 학술대회 때처럼 진지한 분위기였다. 강의는 고지혈증의 핵심정리로 시작해 보톡스 관련 강의가 뒤를 이었는데, 주목할만한 점은 800여개의 객석을 가득 메운 것은 내과 의사가 아닌 소아청소년과 의사였다. 

수입 28%↓
662개 폐업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탈출(No kids zone)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저수가에 대응할 ‘돈 되는’ 일반진료 강의를 소청과 전문의에게 제공한 것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3월 폐과 선언 이후 회원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닝센터 운영을 통해 일반진료 전환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학술대회를 통해 계획을 현실화하면서 소청과 붕괴 우려가 더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가 감소했다. 저출생 장기화로 인한 소아 청소년 수 감소와 저수가로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는 병원이 늘어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첫 학술대회서부터 소청과 탈출에 방점을 둬 성인 대상 미용,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날 전체 회원의 20%에 달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719명이 참석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를 통해 1년 후면 회원들이 교육을 통해 일반진료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5000여명의 회원 중 절반 이상이 교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소아진료를 하려는 회원들도 다른 회원들이 일반진료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상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런 흐름으로 1년이면 소청과 개원의들의 일반진료 역량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말 2221개소였던 소청과 의원이 지난해 말 2135개소로 감소했다. 폐업한 소청과가 662개인데 반면, 개원한 소청과는 576개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현재 소청과 의원서 소아 진료를 받으려면 1시간 넘게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러면서 감기나 경미한 염증 등 경증소아환자가 2·3차 의료기관인 응급의료센터와 병원과 병원 사이를 ‘표류’하게 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최근 서울에 사는 5세 아동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지만 입원 병실이 없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0도 고열을 앓던 A군은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빈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진료를 거부당했다.

총 4곳의 병원에서 입원진료 거부를 받은 A군은 마지막으로 찾아간 병원서도 입원 없이 진료만 받았다. A군은 ‘급성 폐쇄성 후두염’을 진단받아 다음날 새벽에 귀가했지만 상태가 악화됐고 응급실을 다시 찾으려 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임 회장은 “급성 폐쇄성 후두염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매우 위험하다”며 “빠른 대면 진료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아이 상태에 따라 입원 진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빨리 당정과 현장 전문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야간 응급실 병상 없어 사망
‘뺑뺑이’ 전공의 없는 병원들

그러면서 “최근 나온 소아과 오픈런 등은 앞서 여러 차례 경고했던 인프라 붕괴 도미노의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 4년 차 선생님들만 150명 정도가 대학병원서 빠져나가는데 과연 병원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식이면 ‘한국서 이런 병으로 아이가 잘못될 수 있나?’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환자가 구급차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다 숨지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대구 소재의 한 건물서 추락한 10대가 입원 병실을 찾지 못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에선 교통사고를 당한 70대가 인근 대학병원 12곳서 이송을 거절당해 결국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응급실·권역외상센터 등 응급의료시설서 근무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사가 없어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전국 44개소 권역응급의료센터장 및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진과 만나 “최근 적시에 응급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국민께서 불안해한다”면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응급의료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박 차관은 “반복되는 주요 이유로 경증 환자의 응급실 과밀화, 전문의와 중환자 병상 부족, 소방과 의료기관 간 체계적인 정보 공유 부족 등이 지적된다. 장기적이고 구조적 문제가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지원 방식은 정부 예산을 통해 직접적인 재정 지원과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특별 수가를 설정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논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건을 두고 의료진 처우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응급의료시설 인력뿐만 아니라 흉부외과나 신경외과 의료진도 혜택 대상이다. 필수 의료 진료과목인 흉부외과와 신경외과는 소아과·산부인과와 같이 기피과로 분류된다.

피부·성형
탈출 러시

이 같은 기피 현상에 의사들은 과도한 업무와 과로가 누적된 업무 환경의 개선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지난해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흉부외과 전공의 근무시간은 현행법상 정해놓은 전공의 근무시간인 4주 평균 주 80시간을 훌쩍 넘는다. 흉부외과 전공의 근무시간이 102시간으로 제일 길었고 뒤이어 외과 90.6시간, 신경외과 90시간 등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지지부진했던 의대 정원 확충에 원칙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8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필수 의료 및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17년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 입시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얼마나 확충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

의사 확충에 대한 논의만 주로 이뤄지자 의사단체에서는 의사 증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 증원이 되더라도 대표적인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선호과 경쟁만 치열해질뿐 기피과 개선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은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두고 “의사 수를 늘려도 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의사만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오늘날 소청과 기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 중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다.

앞서 정부는 ‘필수 의료 지원 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 등을 내세워 필수 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에 대한 해결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대전협은 구체적인 보건 재정 투입 계획 없이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건보료 낮아
유지 어려워”

대전협은 “기피영역 의료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현상”이라며 “정부기관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연간 배출 의사 수 증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1000명당 의료인 수·임금노동자 대비 의사 평균 임금의 국제 비교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의사 인력 추계 결과 등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임금 및 근로시간 산출에 있어 전체 의사 수의 10%에 해당하는 전공의를 제외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근무일수 226일, 근무시간 주 40시간으로 가정해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하고 있으나, 현실의 전공의의 경우 주당 100시간, 320일 가까이 근무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필수 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에 관해 국내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과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이 OECD 가입국 중 턱없이 낮은 수치가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은 13.2%로, 대만 23.1%, 일본 27.4%, 프랑스 52.3%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또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을 비교할 경우도 2020년 기준 일본 10%, 독일 14.6%, 프랑스 13% 등이지만 국내는 6.12%(현재 7.09%)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행 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요율 8% 상한제 폐지와 점진적 보험재정의 최소 30% 수준을 국고지원금서 담당할 수 있도록 지출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현실적으로 고령화에 대비해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간접세 등을 활용해 보건 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영구적인 건강보험 국가보조금이 필요하다. 특히 중증 진료에 대한 조세 기반 국고보조금의 확충이 없다면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청과의사회도 건강보험 급여가 너무 낮아 병원 유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외국의 경우 하루에 20명만 진료해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지만 국내 소아과는 건강보험 급여가 낮아서 80명 미만으로 환자를 진료하면 병원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의 잇단 ‘노키즈존’ 선언
의사 증원이 답? “문제는 돈”

올해 전국 국립대병원 10곳 중 6곳이 소청과 전공의를 한 명도 받지 못했다. 국립대병원을 찾은 소아청소년 환자 수는 3년간 약 70%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전국 국립대병원 소아과 전공의 정원 40명 중 지원자는 14명에 불과하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전국 국립대병원 10곳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아응급진료 현황’에 따르면 119 구급대를 이용해 병원에 내원한 소아청소년환자 수는 2020년 1만4110명서 지난해 2만3956명으로 69.8% 증가했다.

국립대병원들은 주변 대학병원이나 기존 소청과 의원이 폐업하면서 국립대병원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소청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지원하는 전공의는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소청과 기피 현상에는 낮은 수가뿐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제도적인 문제를 떠나 소아를 진료하는 일과 아동 부모에 대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법률적 배상이나 형사처벌로도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진료가 쉽지 않은 데다 소송 리스크마저 크다.

앞서 소청과 전문의가 중이염이 의심되는 아이의 귀지를 제거해주다 피가 나자 부부가 담당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하고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한 사례가 있다.

임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피가 나도 딱지가 앉았다가 떨어지면 끝이고 아이가 아픈 것도 아니다”라며 “심지어 해당 사연은 의사가 피를 냈는지, 아이가 손을 넣어 냈는지, 부모가 피를 냈는지 증명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소아과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피 현상에
수가 문제만?
 

지난해 의협이 1159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가가 필수 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의료수가 정상화’를 41.2%로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필수 의료사고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가 21.8%였는데, 의협은 이를 근거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 중 의료 소송 부담이 커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ojh34522@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아병동 인력도 없는데…달빛어린이병원 확충, 왜?
“주 평균 78시간서 90시간 일하라고?”

국내 첫 어린이병원이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달빛어린이병원인 소화병원이 지난 4일, 의료진 부족 사태로 휴일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아동병원은 야간·휴일에 진료하고 가산 수가를 받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아니더라도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서 열린 기자회견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폐지·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를 촉구했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협회장은 “제도 미비로 소아 의료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악순환만 반복된다”며 “정부는 하드웨어 확대 정책에만 집중하고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준 정책이사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에 10여년간 수요 및 공급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고 배후진료시스템이 미비하다”며 “이는 거주 지역 내에서 야간·휴일 진료를 원하는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전시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중 야간·휴일 시간 요건은 충족하더라고 실제 운영 일수는 주 2회에 그치는 사례도 있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아동병원협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폐지하고 전면적인 수가 가산 및 재조정을 통해 전국 시군구의 소아 인구와 비례해서 1~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 재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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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