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대란’ 현실과 해법

아픈 아이 안고 발만 동동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 단체가 폐과 선언을 하면서 더 이상 소청과에 희망이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고질적 문제인 낮은 진료비(수가)와 저출생 문제로 병·의원 운영비가 상승해 일반진료를 택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늘자, 일반진료 관련 교육을 제공할 계획을 내비쳤다. 이후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탈출(No kids zone)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성인 진료 중심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왜 ‘노키즈존’을 선언했을까?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세미나실서 의료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의사들은 여느 학술대회 때처럼 진지한 분위기였다. 강의는 고지혈증의 핵심정리로 시작해 보톡스 관련 강의가 뒤를 이었는데, 주목할만한 점은 800여개의 객석을 가득 메운 것은 내과 의사가 아닌 소아청소년과 의사였다. 

수입 28%↓
662개 폐업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탈출(No kids zone)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저수가에 대응할 ‘돈 되는’ 일반진료 강의를 소청과 전문의에게 제공한 것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3월 폐과 선언 이후 회원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닝센터 운영을 통해 일반진료 전환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학술대회를 통해 계획을 현실화하면서 소청과 붕괴 우려가 더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가 감소했다. 저출생 장기화로 인한 소아 청소년 수 감소와 저수가로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는 병원이 늘어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첫 학술대회서부터 소청과 탈출에 방점을 둬 성인 대상 미용,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날 전체 회원의 20%에 달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719명이 참석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를 통해 1년 후면 회원들이 교육을 통해 일반진료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5000여명의 회원 중 절반 이상이 교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소아진료를 하려는 회원들도 다른 회원들이 일반진료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상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런 흐름으로 1년이면 소청과 개원의들의 일반진료 역량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말 2221개소였던 소청과 의원이 지난해 말 2135개소로 감소했다. 폐업한 소청과가 662개인데 반면, 개원한 소청과는 576개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현재 소청과 의원서 소아 진료를 받으려면 1시간 넘게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러면서 감기나 경미한 염증 등 경증소아환자가 2·3차 의료기관인 응급의료센터와 병원과 병원 사이를 ‘표류’하게 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최근 서울에 사는 5세 아동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지만 입원 병실이 없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0도 고열을 앓던 A군은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빈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진료를 거부당했다.

총 4곳의 병원에서 입원진료 거부를 받은 A군은 마지막으로 찾아간 병원서도 입원 없이 진료만 받았다. A군은 ‘급성 폐쇄성 후두염’을 진단받아 다음날 새벽에 귀가했지만 상태가 악화됐고 응급실을 다시 찾으려 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임 회장은 “급성 폐쇄성 후두염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매우 위험하다”며 “빠른 대면 진료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아이 상태에 따라 입원 진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빨리 당정과 현장 전문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야간 응급실 병상 없어 사망
‘뺑뺑이’ 전공의 없는 병원들

그러면서 “최근 나온 소아과 오픈런 등은 앞서 여러 차례 경고했던 인프라 붕괴 도미노의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 4년 차 선생님들만 150명 정도가 대학병원서 빠져나가는데 과연 병원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식이면 ‘한국서 이런 병으로 아이가 잘못될 수 있나?’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환자가 구급차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다 숨지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대구 소재의 한 건물서 추락한 10대가 입원 병실을 찾지 못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에선 교통사고를 당한 70대가 인근 대학병원 12곳서 이송을 거절당해 결국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응급실·권역외상센터 등 응급의료시설서 근무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사가 없어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전국 44개소 권역응급의료센터장 및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진과 만나 “최근 적시에 응급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국민께서 불안해한다”면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응급의료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박 차관은 “반복되는 주요 이유로 경증 환자의 응급실 과밀화, 전문의와 중환자 병상 부족, 소방과 의료기관 간 체계적인 정보 공유 부족 등이 지적된다. 장기적이고 구조적 문제가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지원 방식은 정부 예산을 통해 직접적인 재정 지원과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특별 수가를 설정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논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건을 두고 의료진 처우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응급의료시설 인력뿐만 아니라 흉부외과나 신경외과 의료진도 혜택 대상이다. 필수 의료 진료과목인 흉부외과와 신경외과는 소아과·산부인과와 같이 기피과로 분류된다.

피부·성형
탈출 러시

이 같은 기피 현상에 의사들은 과도한 업무와 과로가 누적된 업무 환경의 개선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지난해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흉부외과 전공의 근무시간은 현행법상 정해놓은 전공의 근무시간인 4주 평균 주 80시간을 훌쩍 넘는다. 흉부외과 전공의 근무시간이 102시간으로 제일 길었고 뒤이어 외과 90.6시간, 신경외과 90시간 등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지지부진했던 의대 정원 확충에 원칙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8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필수 의료 및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17년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 입시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얼마나 확충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

의사 확충에 대한 논의만 주로 이뤄지자 의사단체에서는 의사 증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 증원이 되더라도 대표적인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선호과 경쟁만 치열해질뿐 기피과 개선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은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두고 “의사 수를 늘려도 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의사만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오늘날 소청과 기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 중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다.

앞서 정부는 ‘필수 의료 지원 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 등을 내세워 필수 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에 대한 해결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대전협은 구체적인 보건 재정 투입 계획 없이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건보료 낮아
유지 어려워”

대전협은 “기피영역 의료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현상”이라며 “정부기관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연간 배출 의사 수 증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1000명당 의료인 수·임금노동자 대비 의사 평균 임금의 국제 비교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의사 인력 추계 결과 등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임금 및 근로시간 산출에 있어 전체 의사 수의 10%에 해당하는 전공의를 제외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근무일수 226일, 근무시간 주 40시간으로 가정해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하고 있으나, 현실의 전공의의 경우 주당 100시간, 320일 가까이 근무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필수 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에 관해 국내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과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이 OECD 가입국 중 턱없이 낮은 수치가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은 13.2%로, 대만 23.1%, 일본 27.4%, 프랑스 52.3%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또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을 비교할 경우도 2020년 기준 일본 10%, 독일 14.6%, 프랑스 13% 등이지만 국내는 6.12%(현재 7.09%)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행 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요율 8% 상한제 폐지와 점진적 보험재정의 최소 30% 수준을 국고지원금서 담당할 수 있도록 지출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현실적으로 고령화에 대비해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간접세 등을 활용해 보건 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영구적인 건강보험 국가보조금이 필요하다. 특히 중증 진료에 대한 조세 기반 국고보조금의 확충이 없다면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청과의사회도 건강보험 급여가 너무 낮아 병원 유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외국의 경우 하루에 20명만 진료해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지만 국내 소아과는 건강보험 급여가 낮아서 80명 미만으로 환자를 진료하면 병원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의 잇단 ‘노키즈존’ 선언
의사 증원이 답? “문제는 돈”

올해 전국 국립대병원 10곳 중 6곳이 소청과 전공의를 한 명도 받지 못했다. 국립대병원을 찾은 소아청소년 환자 수는 3년간 약 70%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전국 국립대병원 소아과 전공의 정원 40명 중 지원자는 14명에 불과하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전국 국립대병원 10곳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아응급진료 현황’에 따르면 119 구급대를 이용해 병원에 내원한 소아청소년환자 수는 2020년 1만4110명서 지난해 2만3956명으로 69.8% 증가했다.

국립대병원들은 주변 대학병원이나 기존 소청과 의원이 폐업하면서 국립대병원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소청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지원하는 전공의는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소청과 기피 현상에는 낮은 수가뿐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제도적인 문제를 떠나 소아를 진료하는 일과 아동 부모에 대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법률적 배상이나 형사처벌로도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진료가 쉽지 않은 데다 소송 리스크마저 크다.

앞서 소청과 전문의가 중이염이 의심되는 아이의 귀지를 제거해주다 피가 나자 부부가 담당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하고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한 사례가 있다.

임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피가 나도 딱지가 앉았다가 떨어지면 끝이고 아이가 아픈 것도 아니다”라며 “심지어 해당 사연은 의사가 피를 냈는지, 아이가 손을 넣어 냈는지, 부모가 피를 냈는지 증명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소아과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피 현상에
수가 문제만?
 

지난해 의협이 1159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가가 필수 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의료수가 정상화’를 41.2%로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필수 의료사고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가 21.8%였는데, 의협은 이를 근거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 중 의료 소송 부담이 커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ojh34522@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아병동 인력도 없는데…달빛어린이병원 확충, 왜?
“주 평균 78시간서 90시간 일하라고?”

국내 첫 어린이병원이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달빛어린이병원인 소화병원이 지난 4일, 의료진 부족 사태로 휴일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아동병원은 야간·휴일에 진료하고 가산 수가를 받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아니더라도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서 열린 기자회견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폐지·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를 촉구했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협회장은 “제도 미비로 소아 의료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악순환만 반복된다”며 “정부는 하드웨어 확대 정책에만 집중하고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준 정책이사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에 10여년간 수요 및 공급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고 배후진료시스템이 미비하다”며 “이는 거주 지역 내에서 야간·휴일 진료를 원하는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전시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중 야간·휴일 시간 요건은 충족하더라고 실제 운영 일수는 주 2회에 그치는 사례도 있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아동병원협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폐지하고 전면적인 수가 가산 및 재조정을 통해 전국 시군구의 소아 인구와 비례해서 1~3차 소아의료기관 역할 재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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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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