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이낙연 고개 드는 역할론

1년 만에 다시 명낙대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정계 복귀가 임박했다. 이에 ‘명낙대전’ 리턴매치가 성사될 것인지 정치권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차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1년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 개인과 당의 각종 리스크를 짊어지고 ‘리더십 논란’에 봉착한 이 대표에 비해, 한동안 현실 정치서 비켜서 있던 이 전 총리의 몸놀림이 한결 가볍다. 이 전 총리가 정말 ‘비명계 좌장’을 자처한다면 이 대표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다음 달 하순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활동을 위해 출국한 지 1년여 만이다. 이 기간 더불어민주당에 크고 작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 전 총리의 조기 복귀·구원 등판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 전 총리는 정해진 기간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돌연 미국행
반전된 상황

지난 1년간 이 전 총리는 ‘조기 복귀는 없다’며 선을 칼같이 그어왔다. 하지만 귀국이 임박해지자, 다시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조지워싱턴대서 열린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 직후엔 정치 현안에 관한 다양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이 전 총리는 향후 정치행보를 묻는 취재진에게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다.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전 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현실 정치 일선으로 다시 복귀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그는 최근 민주당 상황에 관한 평가나 구체적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관한 질문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답하면서도 ‘총선 역할론’ 등에 관해선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국내 정치권에선 이 전 총리가 의도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 분석한다. 아직 귀국도 하지 않은 상황서 섣불리 국내 정치권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코인 사태 등으로 갖은 부침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내부총질이나 일명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멸칭)’으로 몰려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계 복귀 초읽기…비명계 좌장으로?
흔들리는 이재명 체제…여보다 위협?

같은 맥락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강성 지지층을 섣불리 자극하지 않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비 이재명)계가 점차 결집하면서 이 대표 체제에 도전하려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넘어 ‘총선 공천 불가론’까지 꺼내들었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22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대표 사퇴론과 공천 불가론을 동시에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내년 총선에 출마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민주당서 돌고 있다’는 진행자 말을 받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갖고 있는 상황서 당 대표를 맡고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당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건 틀림없다. 검은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에 대표직을 사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말 억울하다고 판단되는 반대 자료가 있지 않는 한 공천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전 총리는 자신의 비판적 발언이나 구체적 역할 제시가 강경한 비명계 발언 위에 얹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셈이다. ‘비명계 좌장’ 직함을 다는 게 지금 당장은 득보다 실이 큰 탓이다.

이 전 총리의 신중함이 1년 전 ‘완패’서 기인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대선 국면서 이 전 총리는 당시 대세였던 이 대표의 대항마로 꼽혔지만 결국 경선서 패했다. 이 과정서 이 대표의 과반 득표 역시 저지하지 못하면서 결선 투표 역전 전략도 전복됐다. 

‘앙금’이 아물기도 전에 여야 대선 총력전이 시작됐고, 이 전 총리는 대선 레이스 후반부부터 이 대표를 지원사격했지만, 결국 이 대표 역시 낙선했다. 대선만 놓고 보면 양측은 서로 상처만 남은 싸움을 벌인 셈이 됐다. 

얽히고 설킨
인연과 악연

곧바로 이어진 지방선거 국면 또한 이 대표가 이끌었다. 이 전 총리는 당의 선거전략을 비판하며 서울시장 차출설을 몸소 부인했다. 결국 민주당은 참패했고, 이 전 총리는 강성 지지층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며칠 뒤 이 대표가 국회로 처음 출근하던 날 이 전 총리는 미국으로 떠났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은 친명계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한 차례 수세에 몰렸던 데다 ‘도전자’ 입장에 설 수 있는 이 전 총리가 전략상 일찍이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이 전 총리의 계산과는 별개로, 민주당 안팎 상황은 이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비명계와 과거 친이낙연계 인사 사이에선 “이 전 총리를 지난 총선 때처럼 당의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전 총리가)장차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당연히 내년 총선에는 출마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선 때 친이낙연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단체 대화방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핵심 그룹은 여전히 소통하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총리 귀국 후 친이낙연계가 다시 결집하고, 이 전 총리의 총선 출마를 통해 계파 부활이 공식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비명계 인사들은 “다음 달 당내 분위기가 요동칠 것이다”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헤게모니가 형성될 것” 등의 전망을 내놨다.

견제구
날린다

현재 민주당을 흔들고 있는 돈봉투 사건과 코인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접어드는 양상 또한 이 전 총리에게 일면 호재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선 복귀 후 전면에 나설 명분이 커지는 데다, 사태 진화에 실패한 현 지도부와의 대비 효과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인 사태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사이에 두고 친명(친 이재명)·비명계의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김 의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감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 것에 이어, 김 의원을 지지하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과도한 비명계 공격이 도마에 올랐다.

비명계 의원 중 일부는 개딸들이 청년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점점 심화되는 반목에 이 대표까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유튜브 실시간 방송서 “할 말은 하지만 폭언과 모욕은 하지 말자. ‘수박, 수박’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측 갈등의 골이 이제 와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복되는 당내 갈등과 상존하는 검찰발 리스크는 이 대표 리더십의 뇌관으로 꼽힌다.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이 전 총리가 얻는 반사이익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들을 인식한 듯,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일찌감치 이 전 총리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이 전 총리의 정계 복귀를 ‘노욕’으로 규정하는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3일, SNS에 한반도 안팎 국제정세 변화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남겼다.

뒤바뀐 신세…구체적 발언 자제
눈치 보기? 지도부 자극 최소화

그는 “한반도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점점 더 확연해지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소 대립의 최전방이었던 한반도가 이제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거나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충격적 영업 악화에 내몰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잇달아 하향조정되고 있다”고 한국의 대내외 경제·외교 상황을 진단했다.

이 전 대표의 SNS에는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야당을 바로 세우자” “그립다, 빨리 돌아오라” 등 지지자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반면 이 대표 지지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에선 “구역질이 난다” “노욕이 넘친다” 등의 원색적 비난이 줄을 이었다.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가 이 전 총리를 비롯한 다른 인사들에 비해 아직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108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33.9%가 “없다”고 답했고 ▲이 전 총리(17.1%) ▲김동연 경기도지사(15.9%) ▲김부겸 전 총리(12.5%)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여전히 이 대표를 1순위로 판단하는 응답 비율이 이 전 총리를 선택한 비율의 두 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다만 이는 이 전 총리가 정계 복귀 의사를 밝히기 이전에 치러진 여론조사 결과다. 이 전 총리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경우 수치 차이가 좁혀지거나 심지어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정계 복귀 이후에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윤석열정부 집권이 아직 4년 가까이 남은 상황서, 굳이 전면에 나서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금 나서는 게 대권 행보에 지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전 총리는 일찍이 전면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20년 지난 총선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임된 그는 180석 압승을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종로구 전략공천을 받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 전 총리는 여세를 몰아 같은 해 8월 당 대표에 당선됐다.

큰 그림
선택은?

하지만 당 대표 사퇴 이후 진두지휘했던 2021년 재보궐선거서 민주당이 참패한 탓에, 이 전 총리의 책임론이 크게 불거졌다. 그로 인해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친문(친 문재인) 지지세를 기반으로 재기를 노리기도 했지만, 결국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이 전 총리의 선택에 따라, 민주당 안팎의 정세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선택지가 다양한 만큼, 미리 알고 후폭풍을 대비하기도 어렵다. 정치권의 눈길이 당분간 워싱턴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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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