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이낙연 고개 드는 역할론

1년 만에 다시 명낙대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정계 복귀가 임박했다. 이에 ‘명낙대전’ 리턴매치가 성사될 것인지 정치권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차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1년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 개인과 당의 각종 리스크를 짊어지고 ‘리더십 논란’에 봉착한 이 대표에 비해, 한동안 현실 정치서 비켜서 있던 이 전 총리의 몸놀림이 한결 가볍다. 이 전 총리가 정말 ‘비명계 좌장’을 자처한다면 이 대표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다음 달 하순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활동을 위해 출국한 지 1년여 만이다. 이 기간 더불어민주당에 크고 작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 전 총리의 조기 복귀·구원 등판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 전 총리는 정해진 기간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돌연 미국행
반전된 상황

지난 1년간 이 전 총리는 ‘조기 복귀는 없다’며 선을 칼같이 그어왔다. 하지만 귀국이 임박해지자, 다시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조지워싱턴대서 열린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 직후엔 정치 현안에 관한 다양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이 전 총리는 향후 정치행보를 묻는 취재진에게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다.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전 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현실 정치 일선으로 다시 복귀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그는 최근 민주당 상황에 관한 평가나 구체적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관한 질문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답하면서도 ‘총선 역할론’ 등에 관해선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국내 정치권에선 이 전 총리가 의도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 분석한다. 아직 귀국도 하지 않은 상황서 섣불리 국내 정치권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코인 사태 등으로 갖은 부침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내부총질이나 일명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멸칭)’으로 몰려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계 복귀 초읽기…비명계 좌장으로?
흔들리는 이재명 체제…여보다 위협?

같은 맥락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강성 지지층을 섣불리 자극하지 않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비 이재명)계가 점차 결집하면서 이 대표 체제에 도전하려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넘어 ‘총선 공천 불가론’까지 꺼내들었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22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대표 사퇴론과 공천 불가론을 동시에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내년 총선에 출마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민주당서 돌고 있다’는 진행자 말을 받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갖고 있는 상황서 당 대표를 맡고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당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건 틀림없다. 검은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에 대표직을 사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말 억울하다고 판단되는 반대 자료가 있지 않는 한 공천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전 총리는 자신의 비판적 발언이나 구체적 역할 제시가 강경한 비명계 발언 위에 얹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셈이다. ‘비명계 좌장’ 직함을 다는 게 지금 당장은 득보다 실이 큰 탓이다.

이 전 총리의 신중함이 1년 전 ‘완패’서 기인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대선 국면서 이 전 총리는 당시 대세였던 이 대표의 대항마로 꼽혔지만 결국 경선서 패했다. 이 과정서 이 대표의 과반 득표 역시 저지하지 못하면서 결선 투표 역전 전략도 전복됐다. 

‘앙금’이 아물기도 전에 여야 대선 총력전이 시작됐고, 이 전 총리는 대선 레이스 후반부부터 이 대표를 지원사격했지만, 결국 이 대표 역시 낙선했다. 대선만 놓고 보면 양측은 서로 상처만 남은 싸움을 벌인 셈이 됐다. 

얽히고 설킨
인연과 악연

곧바로 이어진 지방선거 국면 또한 이 대표가 이끌었다. 이 전 총리는 당의 선거전략을 비판하며 서울시장 차출설을 몸소 부인했다. 결국 민주당은 참패했고, 이 전 총리는 강성 지지층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며칠 뒤 이 대표가 국회로 처음 출근하던 날 이 전 총리는 미국으로 떠났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은 친명계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한 차례 수세에 몰렸던 데다 ‘도전자’ 입장에 설 수 있는 이 전 총리가 전략상 일찍이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이 전 총리의 계산과는 별개로, 민주당 안팎 상황은 이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비명계와 과거 친이낙연계 인사 사이에선 “이 전 총리를 지난 총선 때처럼 당의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전 총리가)장차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당연히 내년 총선에는 출마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선 때 친이낙연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단체 대화방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핵심 그룹은 여전히 소통하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총리 귀국 후 친이낙연계가 다시 결집하고, 이 전 총리의 총선 출마를 통해 계파 부활이 공식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비명계 인사들은 “다음 달 당내 분위기가 요동칠 것이다”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헤게모니가 형성될 것” 등의 전망을 내놨다.

견제구
날린다

현재 민주당을 흔들고 있는 돈봉투 사건과 코인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접어드는 양상 또한 이 전 총리에게 일면 호재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선 복귀 후 전면에 나설 명분이 커지는 데다, 사태 진화에 실패한 현 지도부와의 대비 효과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인 사태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사이에 두고 친명(친 이재명)·비명계의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김 의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감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 것에 이어, 김 의원을 지지하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과도한 비명계 공격이 도마에 올랐다.

비명계 의원 중 일부는 개딸들이 청년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점점 심화되는 반목에 이 대표까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유튜브 실시간 방송서 “할 말은 하지만 폭언과 모욕은 하지 말자. ‘수박, 수박’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측 갈등의 골이 이제 와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복되는 당내 갈등과 상존하는 검찰발 리스크는 이 대표 리더십의 뇌관으로 꼽힌다.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이 전 총리가 얻는 반사이익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들을 인식한 듯,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일찌감치 이 전 총리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이 전 총리의 정계 복귀를 ‘노욕’으로 규정하는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3일, SNS에 한반도 안팎 국제정세 변화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남겼다.

뒤바뀐 신세…구체적 발언 자제
눈치 보기? 지도부 자극 최소화

그는 “한반도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점점 더 확연해지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소 대립의 최전방이었던 한반도가 이제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거나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충격적 영업 악화에 내몰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잇달아 하향조정되고 있다”고 한국의 대내외 경제·외교 상황을 진단했다.

이 전 대표의 SNS에는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야당을 바로 세우자” “그립다, 빨리 돌아오라” 등 지지자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반면 이 대표 지지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에선 “구역질이 난다” “노욕이 넘친다” 등의 원색적 비난이 줄을 이었다.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가 이 전 총리를 비롯한 다른 인사들에 비해 아직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108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33.9%가 “없다”고 답했고 ▲이 전 총리(17.1%) ▲김동연 경기도지사(15.9%) ▲김부겸 전 총리(12.5%)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여전히 이 대표를 1순위로 판단하는 응답 비율이 이 전 총리를 선택한 비율의 두 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다만 이는 이 전 총리가 정계 복귀 의사를 밝히기 이전에 치러진 여론조사 결과다. 이 전 총리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경우 수치 차이가 좁혀지거나 심지어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정계 복귀 이후에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윤석열정부 집권이 아직 4년 가까이 남은 상황서, 굳이 전면에 나서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금 나서는 게 대권 행보에 지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전 총리는 일찍이 전면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20년 지난 총선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임된 그는 180석 압승을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종로구 전략공천을 받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 전 총리는 여세를 몰아 같은 해 8월 당 대표에 당선됐다.

큰 그림
선택은?

하지만 당 대표 사퇴 이후 진두지휘했던 2021년 재보궐선거서 민주당이 참패한 탓에, 이 전 총리의 책임론이 크게 불거졌다. 그로 인해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친문(친 문재인) 지지세를 기반으로 재기를 노리기도 했지만, 결국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이 전 총리의 선택에 따라, 민주당 안팎의 정세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선택지가 다양한 만큼, 미리 알고 후폭풍을 대비하기도 어렵다. 정치권의 눈길이 당분간 워싱턴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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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