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민주당 전대 돈봉투 파문

송영길 이대로 끌려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악재에 악재가 또 겹쳤다. 잇따른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이번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왔다.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총장이 2021년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위해 건넨 돈봉투가 최종 표결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 약세 후보였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전당대회를 기억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친 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았던 홍영표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던 우원식 의원, 그리고 송 전 대표 간의 3파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녹취록 
들어보니…

이 관계자는 “친문 세력과 비문(비 문재인) 세력의 대립 구도서 송 전 대표는 다소 생뚱맞게 ‘중도 후보’를 자처하고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당원들이 ‘당내 화합’에 지지를 보내준 것인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치러진 전당대회로 뽑히는 대표는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떠안아야 했다. 어깨가 무거운 자리였던 만큼 눈독을 들이던 인사도 많았다. 다음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각 계파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자리라고 인식했고, 각자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거에 밀어 넣었다. 이 중에서 눈에 띄었던 후보는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진 친문계의 좌장 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당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후보로 점쳐지고 있었다. 

홍 의원은 이전 전당대회서부터 당 대표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으나 당시 이낙연 전 총리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개혁국민정당 출신으로 친문 정치인들과 더러 인연을 쌓아왔고, 2012년 당시 조심스러웠던 분위기 속에서 안철수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대표 친문계로 자리매김했다. 

원내대표 시절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켜 당내 의원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정계 전문가들은 친문계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홍 의원이 선거전을 잘 치룬다면 대표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전에 참여했다. 그는 인천시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었고, 그 이전에 두 차례나 당권에 도전했던 적도 있었던 만큼 동정표도 존재했다. 또 당시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당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인식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차기 대선이 힘들다고 판단한 민주당원들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당의 혁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렇다고 강한 비문 노선을 띤 인물은 경계했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마지막까지도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당원들은 문 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반기를 들지도, 또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그대로 수용하지도 않을 인물을 찾고 있었다.

그 틈을 송 전 대표가 파고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당초 친노(친 노무현)계에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었으나 분당 사태 당시 문 전 대통령과 힘을 합쳐 민주당을 끝까지 이끈 공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며 의원들에게 범친문계로 인식돼왔고, 이때 여러 계파로부터 신임을 얻기도 했다.

2021년 당선된 송 전 대표, 어떻게 이겼나?
대의원 영향력 약세였는데…돈발로 역전승?

다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당원들 마음속 깊이 자리했다. 인천광역시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지만, 송 전 대표는 중앙정치서 의원들을 이끈 경험이 전무했던 탓이다. 그가 꾸준히 ‘유력한 당 대표 후보’라고 평가받았음에도, 당원들이 단 한 번도 그를 대표로 뽑아주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 의원은 민평련계로 오랫동안 손학규계 정치인으로 인식돼온 인물이다. 2016년까지도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비문계의 대표 주자로 당시 전당대회를 뛰어들었다. 당원들이 원하던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원내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당원들에게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친문의 홍영표, 비문의 우원식, 중도의 송영길의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서 압승을 기록한 민주당은 180석의 슈퍼 여당이 돼있었고, 이때 뽑힌 신임 대표에게는 슈퍼 여당의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권 등이 걸려 있었다. 향후 당내 권력, 더 나아가 차기 정부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들의 의견이 40% 반영됐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특히 당내 정보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현안을 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달 당비를 내는 그들은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해왔으며 전당대회서도 막강한 화력을 자랑해왔다.

몇몇 전당대회서 대의원 투표를 이긴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로 뒤집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2020년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서 미미한 표를 얻었던 김종민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전체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바 있다. 

2021년 전당대회 역시 권리당원을 얼마나 본인 쪽으로 끌고 오느냐의 싸움이었다. 당시 권리당원은 안철수계가 탈당한 뒤 당에 들어온 이들이 주를 이뤘다. 즉, 적극적인 ‘친문 강성 당원’들이었던 셈이다. 권리당원들이 친문 성향이 강했던 터라 당시 송 전 대표는 사태를 반전시킬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송 전 대표는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두 분 원내대표가 잘했으면 민주당이 이렇게 (2021년 재보궐선거서)참패했겠는가”며 “원내대표를 해보신 두 분이 아닌 당 지도부를 해보지 않은 제가 해야 쇄신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두 후보를 압박했다.

분위기 
뒤숭숭

‘무계파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들고나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메시지는 쇄신을 바라고 있었던 당내 권리당원들에게 큰 울림을 줬고, 송 전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됐다.

점차 당내 이미지가 좋아지더니 홍 의원의 지지율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선거 당일이 찾아왔고, 상승세를 타던 송 전 대표는 홍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최종 득표율에서 송 전 대표는 35.60%를 받았고, 홍 의원은 35.01%를 받았다. 두 사람간의 격차는 약 0.60%p 었으며 우 의원 역시 29.38%를 받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 출범 이래 가장 낮은 1위 득표율이자, 가장 높은 3위 득표율이었다. 그만큼 경선이 치열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당대회서 많은 사람들은 송 전 대표가 드라마를 써내려간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돈봉투 사태는 그런 송 전 대표의 역전 드라마가 비리의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당시 송 전 후보 캠프서 일했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뿌려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도왔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이다.

즉, 권리당원들과 대의원들이 송 전 대표의 메시지를 받고 울림을 얻은 것이 아니라, 이 전 부총장이 건넨 돈봉투를 받고 울림을 얻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권리당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갔지만, 당내 세력이 다른 후보들보다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던 참이었다. 당시 45%의 득표권을 갖고 있었던 대의원들 중 송 전 대표 세력은 거의 없었다는 게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전당대회에 참여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번 돈봉투 사건은 대의원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의원 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다시 말해, 현역 의원들을 세력 안으로 끌어들이면 전당대회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송 전 대표 측이)돈봉투를 현역 의원들, 대의원들에게 전달해 전당대회서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약세에도…
결과 영향?

민주당 대의원들은 최소 5명 이상의 권리당원 추천을 받아 2년에 한 번씩 선발된다. 지역위원회서 서류를 받아 신청을 받고 지역위원회와 중앙당서 소정의 심사를 거친 후 뽑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는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며 정치에 뜻이 있는 대의원들은 의원들의 말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전 부총장이 살포했다고 알려진 돈봉투는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인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선 금액이 다소 적은 점을 들어, 국회의원이 통솔하는 대의원들에게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매달 세후 1000만원 이상 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해당(최대 300만원) 금액에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액의 규모를 보아 하니) 전당대회에 이래저래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밥이나 거마비 정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의원실은)실제 받아보지는 못했으나 이 돈봉투가 돌고 있다는 소문은 당시 들어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전당대회서 이 같은 성격의 돈봉투는 그동안 ‘관행처럼’ 계속 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돈봉투 의혹이’ 이번에 한 번 걸려 들어온 것일뿐 갑자기 생겨난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송 전 대표 입장에서는 진짜 황당하고 억울할 것 같다”며 “지난 수십년 간 돈봉투를 돌리는 문화는 계속 행해져온 것으로 안다. ‘다들 그랬는데 왜 나만 잡냐’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려있는 판세에서는 돈봉투가 조금 적게 기승을 부렸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2021년 전당대회는 1, 2, 3위 후보의 격차가 매우 적었다. 이 떄문에 돈봉투 살포가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최초 보도한 기자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본인의 통화를 모두 녹음해 핸드폰에 저장했는데 그의 휴대폰서 나온 통화 녹음만 3만건에 달한다.

“억울한 것 알지만…”오래된 관행 증언
‘불똥 튈라’ 이 대표 측 꼬리자르기 결심

폭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윤관석 의원 등과의 전화 통화서 돈봉투를 어디서 누구에게 줄지를 긴밀히 상의했고, 이 과정서 송 전 대표의 이름도 수차례 거론됐다. 

치열했던 선거, 송 전 대표의 당선, 관련자들의 통화. 3년 전에 벌어졌던 이 3개의 칼날은 현재 송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 돈봉투를 송 전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과 돈봉투 스폰서의 자녀가 이재명 대표의 선거캠프서 일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파리 정치대학원에서 특강 등을 이어가고 있던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온 뒤 지난 24일, 귀국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가 하루빨리 사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이 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책임질 사람에는 이재명 대표도 포함된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최고회의서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가)3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서로 말 맞춰서 진실을 은폐하기로 모의라도 한 것이냐?”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장예장 청년 최고위원은 “저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청년들을 대표해 이 돈봉투를 찢어버리겠다”며 본인이 직접 준비한 돈봉투를 꺼내 들어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돈봉투나 돌리는 민주당의 86운동권은 그만 정치서 퇴장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아직 송 전 대표를 감싸는 쪽으로 쏠려 있다. 그동안 전당대회서 오랜 관례로 자리 잡아온 돈봉투 건을 그에게만 문제삼아서 되겠냐는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 “전혀 큰 문제가 아니고 이슈거리도 아니다”라며 “해당 논란이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나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나 언론서 침소봉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계속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송 전 대표 입장도 난처하겠지만, 제일 큰일난 것은 이 대표 쪽”이라며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연결고리까지 의심받고 있는 만큼 사안을 계속 끌면 끌수록 칼날은 결국 이 대표에게까지 향하게 된다. 최근에 터져나온 스폰서 자녀 취업 문제도 현상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자르기?
버티기?

이어 “이 대표 쪽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송 전 대표를 잘라내려 한다고 들었다. 송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이 대표 쪽을 이끌어준 것도, 여의도 정치에 영향력이 적었던 그를 도와준 것도 송 전 대표지만, 이번 사건이 크게 문제된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을 송 전 대표에게 떠밀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심-송심이라고 불렸던 둘의 관계는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이 전 부총장 측 정철승 변호사는 “민주당이 이 전 부총장을 손절하려는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이번 사건으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배신감마저 들게 될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꼬리를 자르려하는 친명계 쪽과, 어떻게든 붙어있으려는 송 전 대표 사이의 수싸움이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