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민주당 전대 돈봉투 파문

송영길 이대로 끌려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악재에 악재가 또 겹쳤다. 잇따른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이번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왔다.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총장이 2021년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위해 건넨 돈봉투가 최종 표결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 약세 후보였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전당대회를 기억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친 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았던 홍영표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던 우원식 의원, 그리고 송 전 대표 간의 3파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녹취록 
들어보니…

이 관계자는 “친문 세력과 비문(비 문재인) 세력의 대립 구도서 송 전 대표는 다소 생뚱맞게 ‘중도 후보’를 자처하고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당원들이 ‘당내 화합’에 지지를 보내준 것인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치러진 전당대회로 뽑히는 대표는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떠안아야 했다. 어깨가 무거운 자리였던 만큼 눈독을 들이던 인사도 많았다. 다음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각 계파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자리라고 인식했고, 각자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거에 밀어 넣었다. 이 중에서 눈에 띄었던 후보는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진 친문계의 좌장 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당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후보로 점쳐지고 있었다. 

홍 의원은 이전 전당대회서부터 당 대표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으나 당시 이낙연 전 총리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개혁국민정당 출신으로 친문 정치인들과 더러 인연을 쌓아왔고, 2012년 당시 조심스러웠던 분위기 속에서 안철수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대표 친문계로 자리매김했다. 

원내대표 시절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켜 당내 의원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정계 전문가들은 친문계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홍 의원이 선거전을 잘 치룬다면 대표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전에 참여했다. 그는 인천시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었고, 그 이전에 두 차례나 당권에 도전했던 적도 있었던 만큼 동정표도 존재했다. 또 당시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당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인식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차기 대선이 힘들다고 판단한 민주당원들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당의 혁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렇다고 강한 비문 노선을 띤 인물은 경계했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마지막까지도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당원들은 문 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반기를 들지도, 또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그대로 수용하지도 않을 인물을 찾고 있었다.

그 틈을 송 전 대표가 파고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당초 친노(친 노무현)계에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었으나 분당 사태 당시 문 전 대통령과 힘을 합쳐 민주당을 끝까지 이끈 공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며 의원들에게 범친문계로 인식돼왔고, 이때 여러 계파로부터 신임을 얻기도 했다.


2021년 당선된 송 전 대표, 어떻게 이겼나?
대의원 영향력 약세였는데…돈발로 역전승?

다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당원들 마음속 깊이 자리했다. 인천광역시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지만, 송 전 대표는 중앙정치서 의원들을 이끈 경험이 전무했던 탓이다. 그가 꾸준히 ‘유력한 당 대표 후보’라고 평가받았음에도, 당원들이 단 한 번도 그를 대표로 뽑아주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 의원은 민평련계로 오랫동안 손학규계 정치인으로 인식돼온 인물이다. 2016년까지도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비문계의 대표 주자로 당시 전당대회를 뛰어들었다. 당원들이 원하던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원내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당원들에게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친문의 홍영표, 비문의 우원식, 중도의 송영길의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서 압승을 기록한 민주당은 180석의 슈퍼 여당이 돼있었고, 이때 뽑힌 신임 대표에게는 슈퍼 여당의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권 등이 걸려 있었다. 향후 당내 권력, 더 나아가 차기 정부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들의 의견이 40% 반영됐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특히 당내 정보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현안을 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달 당비를 내는 그들은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해왔으며 전당대회서도 막강한 화력을 자랑해왔다.

몇몇 전당대회서 대의원 투표를 이긴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로 뒤집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2020년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서 미미한 표를 얻었던 김종민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전체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바 있다. 

2021년 전당대회 역시 권리당원을 얼마나 본인 쪽으로 끌고 오느냐의 싸움이었다. 당시 권리당원은 안철수계가 탈당한 뒤 당에 들어온 이들이 주를 이뤘다. 즉, 적극적인 ‘친문 강성 당원’들이었던 셈이다. 권리당원들이 친문 성향이 강했던 터라 당시 송 전 대표는 사태를 반전시킬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송 전 대표는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두 분 원내대표가 잘했으면 민주당이 이렇게 (2021년 재보궐선거서)참패했겠는가”며 “원내대표를 해보신 두 분이 아닌 당 지도부를 해보지 않은 제가 해야 쇄신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두 후보를 압박했다.

분위기 
뒤숭숭

‘무계파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들고나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메시지는 쇄신을 바라고 있었던 당내 권리당원들에게 큰 울림을 줬고, 송 전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됐다.

점차 당내 이미지가 좋아지더니 홍 의원의 지지율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선거 당일이 찾아왔고, 상승세를 타던 송 전 대표는 홍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최종 득표율에서 송 전 대표는 35.60%를 받았고, 홍 의원은 35.01%를 받았다. 두 사람간의 격차는 약 0.60%p 었으며 우 의원 역시 29.38%를 받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 출범 이래 가장 낮은 1위 득표율이자, 가장 높은 3위 득표율이었다. 그만큼 경선이 치열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당대회서 많은 사람들은 송 전 대표가 드라마를 써내려간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돈봉투 사태는 그런 송 전 대표의 역전 드라마가 비리의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당시 송 전 후보 캠프서 일했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뿌려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도왔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이다.

즉, 권리당원들과 대의원들이 송 전 대표의 메시지를 받고 울림을 얻은 것이 아니라, 이 전 부총장이 건넨 돈봉투를 받고 울림을 얻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권리당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갔지만, 당내 세력이 다른 후보들보다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던 참이었다. 당시 45%의 득표권을 갖고 있었던 대의원들 중 송 전 대표 세력은 거의 없었다는 게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전당대회에 참여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번 돈봉투 사건은 대의원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의원 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다시 말해, 현역 의원들을 세력 안으로 끌어들이면 전당대회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송 전 대표 측이)돈봉투를 현역 의원들, 대의원들에게 전달해 전당대회서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약세에도…
결과 영향?

민주당 대의원들은 최소 5명 이상의 권리당원 추천을 받아 2년에 한 번씩 선발된다. 지역위원회서 서류를 받아 신청을 받고 지역위원회와 중앙당서 소정의 심사를 거친 후 뽑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는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며 정치에 뜻이 있는 대의원들은 의원들의 말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전 부총장이 살포했다고 알려진 돈봉투는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인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선 금액이 다소 적은 점을 들어, 국회의원이 통솔하는 대의원들에게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매달 세후 1000만원 이상 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해당(최대 300만원) 금액에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액의 규모를 보아 하니) 전당대회에 이래저래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밥이나 거마비 정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의원실은)실제 받아보지는 못했으나 이 돈봉투가 돌고 있다는 소문은 당시 들어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전당대회서 이 같은 성격의 돈봉투는 그동안 ‘관행처럼’ 계속 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돈봉투 의혹이’ 이번에 한 번 걸려 들어온 것일뿐 갑자기 생겨난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송 전 대표 입장에서는 진짜 황당하고 억울할 것 같다”며 “지난 수십년 간 돈봉투를 돌리는 문화는 계속 행해져온 것으로 안다. ‘다들 그랬는데 왜 나만 잡냐’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려있는 판세에서는 돈봉투가 조금 적게 기승을 부렸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2021년 전당대회는 1, 2, 3위 후보의 격차가 매우 적었다. 이 떄문에 돈봉투 살포가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최초 보도한 기자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본인의 통화를 모두 녹음해 핸드폰에 저장했는데 그의 휴대폰서 나온 통화 녹음만 3만건에 달한다.

“억울한 것 알지만…”오래된 관행 증언
‘불똥 튈라’ 이 대표 측 꼬리자르기 결심

폭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윤관석 의원 등과의 전화 통화서 돈봉투를 어디서 누구에게 줄지를 긴밀히 상의했고, 이 과정서 송 전 대표의 이름도 수차례 거론됐다. 

치열했던 선거, 송 전 대표의 당선, 관련자들의 통화. 3년 전에 벌어졌던 이 3개의 칼날은 현재 송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 돈봉투를 송 전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과 돈봉투 스폰서의 자녀가 이재명 대표의 선거캠프서 일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파리 정치대학원에서 특강 등을 이어가고 있던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온 뒤 지난 24일, 귀국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가 하루빨리 사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이 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책임질 사람에는 이재명 대표도 포함된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최고회의서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가)3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서로 말 맞춰서 진실을 은폐하기로 모의라도 한 것이냐?”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장예장 청년 최고위원은 “저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청년들을 대표해 이 돈봉투를 찢어버리겠다”며 본인이 직접 준비한 돈봉투를 꺼내 들어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돈봉투나 돌리는 민주당의 86운동권은 그만 정치서 퇴장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아직 송 전 대표를 감싸는 쪽으로 쏠려 있다. 그동안 전당대회서 오랜 관례로 자리 잡아온 돈봉투 건을 그에게만 문제삼아서 되겠냐는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 “전혀 큰 문제가 아니고 이슈거리도 아니다”라며 “해당 논란이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나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나 언론서 침소봉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계속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송 전 대표 입장도 난처하겠지만, 제일 큰일난 것은 이 대표 쪽”이라며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연결고리까지 의심받고 있는 만큼 사안을 계속 끌면 끌수록 칼날은 결국 이 대표에게까지 향하게 된다. 최근에 터져나온 스폰서 자녀 취업 문제도 현상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자르기?
버티기?

이어 “이 대표 쪽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송 전 대표를 잘라내려 한다고 들었다. 송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이 대표 쪽을 이끌어준 것도, 여의도 정치에 영향력이 적었던 그를 도와준 것도 송 전 대표지만, 이번 사건이 크게 문제된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을 송 전 대표에게 떠밀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심-송심이라고 불렸던 둘의 관계는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이 전 부총장 측 정철승 변호사는 “민주당이 이 전 부총장을 손절하려는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이번 사건으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배신감마저 들게 될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꼬리를 자르려하는 친명계 쪽과, 어떻게든 붙어있으려는 송 전 대표 사이의 수싸움이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