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50억 클럽 수사’ 윤석열-이재명 손익계산서

우회전? 좌회전? 어느 쪽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유독 지지부진했던 ‘50억 클럽’ 수사를 재개했다. 군불만 때다가 본격적으로 밥을 짓는 모양새다. 50억 클럽 멤버는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고 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정치권이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2021년 8월의 일로 대장동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를 달군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대장동 사건과 연루된 인물, 심지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사건
재판인데…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가장 큰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진행 속도가 더뎠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법조계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0억 클럽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가리킨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곽 전 의원 역시 기소 이후 1심 재판서 뇌물죄 관련 부분은 무죄가 나와 검찰 수사가 좌초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약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일반 사원에게 지급하기엔 퇴직금이나 위로금 규모가 커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의 경우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는 유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의 담당 업무, 액수를 볼 때 50억원은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아들이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뇌물수수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곽, 1심에서 뇌물죄 무죄
검찰 보강 수사 압수수색

곽 전 의원의 뇌물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50억 클럽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향후 검찰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50억 클럽을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의 집단 퇴장에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특검법(민주당 진성준·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을 병합 심사해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로비 및 뇌물 제공 행위 ▲위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행위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사업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자에 관해 많은 사실관계가 수사로 밝혀지는 시점에 특검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수사 지연과 증거 멸실로 이어져 신속한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뇌물 무죄
특검 가나

정치권이 특검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했다. 곽 전 의원 부자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 곽 전 의원이 뇌물을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속여 받은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곽 전 의원 부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을 이끌어내는 듯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곽 전 의원을 재수사하면서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두 번째 표적은 박영수 전 특검이 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 및 은행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인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도 곧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외에도 김만배씨와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고 김 전 총장은 김만배씨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대부분
법조계

검찰은 김씨가 2021년 8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 전 총장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50억 클럽 인사의 면면이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다. 일단 곽상도 전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놨지만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곽 전 의원이 1심 재판서 뇌물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야당인 민주당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수사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들이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게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알선수재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가 중수2과장인 윤 대통령이었다. 박 전 특검은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박영수·권순일·김수남 표적
정치권, 특검이냐 검찰이냐

권순일 전 대법관은 벼랑 끝에 몰렸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건져낸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 대표는 대법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었으면 이 대표는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한 달에 1500만원씩 10개월 동안 총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20년 7월 선거법 위반 판결 전후로 김만배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부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11일 재판서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김 전 총장을 언급했다. 유씨는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며 “이재명과 김수남이 통화를 했다고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업체 특혜 선정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 야권연대를 이룬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인사가 주축이 된 사회적 기업을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불기소 처분됐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RO 관련 모든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총 6명
어디까지

법조계에선 검찰의 ‘늑장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고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면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까지는 도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상황에 맞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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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