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50억 클럽 수사’ 윤석열-이재명 손익계산서

우회전? 좌회전? 어느 쪽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유독 지지부진했던 ‘50억 클럽’ 수사를 재개했다. 군불만 때다가 본격적으로 밥을 짓는 모양새다. 50억 클럽 멤버는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고 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정치권이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2021년 8월의 일로 대장동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를 달군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대장동 사건과 연루된 인물, 심지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사건
재판인데…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가장 큰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진행 속도가 더뎠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법조계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0억 클럽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가리킨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곽 전 의원 역시 기소 이후 1심 재판서 뇌물죄 관련 부분은 무죄가 나와 검찰 수사가 좌초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약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일반 사원에게 지급하기엔 퇴직금이나 위로금 규모가 커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의 경우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는 유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의 담당 업무, 액수를 볼 때 50억원은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아들이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뇌물수수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곽, 1심에서 뇌물죄 무죄
검찰 보강 수사 압수수색

곽 전 의원의 뇌물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50억 클럽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향후 검찰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50억 클럽을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의 집단 퇴장에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특검법(민주당 진성준·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을 병합 심사해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로비 및 뇌물 제공 행위 ▲위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행위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사업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자에 관해 많은 사실관계가 수사로 밝혀지는 시점에 특검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수사 지연과 증거 멸실로 이어져 신속한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뇌물 무죄
특검 가나

정치권이 특검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했다. 곽 전 의원 부자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 곽 전 의원이 뇌물을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속여 받은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곽 전 의원 부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을 이끌어내는 듯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곽 전 의원을 재수사하면서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두 번째 표적은 박영수 전 특검이 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 및 은행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인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도 곧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외에도 김만배씨와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고 김 전 총장은 김만배씨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대부분
법조계

검찰은 김씨가 2021년 8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 전 총장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50억 클럽 인사의 면면이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다. 일단 곽상도 전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놨지만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곽 전 의원이 1심 재판서 뇌물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야당인 민주당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수사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들이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게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알선수재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가 중수2과장인 윤 대통령이었다. 박 전 특검은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박영수·권순일·김수남 표적
정치권, 특검이냐 검찰이냐

권순일 전 대법관은 벼랑 끝에 몰렸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건져낸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 대표는 대법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었으면 이 대표는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한 달에 1500만원씩 10개월 동안 총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20년 7월 선거법 위반 판결 전후로 김만배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부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11일 재판서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김 전 총장을 언급했다. 유씨는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며 “이재명과 김수남이 통화를 했다고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업체 특혜 선정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 야권연대를 이룬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인사가 주축이 된 사회적 기업을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불기소 처분됐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RO 관련 모든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총 6명
어디까지

법조계에선 검찰의 ‘늑장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고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면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까지는 도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상황에 맞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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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