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올랐던 <피지컬:100> 학폭·조작 논란 속 ‘쓸쓸한 퇴장’

제작진 “조작은 없었다”며 의혹 반박
지난 2일, 손해배상소송 등으로 얼룩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피지컬: 100>이 종영 이후 뒤늦은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결승전 촬영 당시에 한 번의 미션을 수행했던 게 아니라 무려 세 번의 촬영을 했고 이 과정에서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결승전 조작 논란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출연자 정해민이 해당 사실을 폭로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와 맞물려 공동 제작사인 루이웍스미디어가 제작사 아센디오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는 등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일, 아센디오에 따르면 <피지컬: 100> 공동제작사인 루이웍스미디어를 상대로 계약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루이웍스와 작년 2월 <피지컬: 100>과 관련해 공동제작사 명기 조건이 포함된 기획개발 투자 계약서를 체결하고 기획개발비를 납부를 완료했다”면서도 “그러나 아센디오는 <피지컬:100> 크레딧에 명기되지 않았고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센디오의 <피지컬: 100> 제작 참여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현재까지 관련 계약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루이웍스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아센디오에 프로그램 제작 전에 이미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따라 아센디오는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승전 ‘로프 당기기’ 미션의 조작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연출자인 장호기 PD가 자신의 SNS에 “우리가 온몸을 바쳐 땀 흘렸던 지난 1년은 제가 반드시 잘 지켜내겠다. 거짓은 유명해질 순 있어도 결코 진실이 될 순 없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묘한 뉘앙스의 장 PD의 글이 올라오면서 결승전 참가자였던 경륜 국가대표 출신의 정해민도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기자왕 김기자’에 출연해 결승전 당시 기계 결함으로 제작진이 재경기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 분위기상 재경기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다시 결승전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결승전에 참가만 했을 뿐, 촬영본이 어떻게 편집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정해민은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 내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황당해했다.

부친에 이어 2대째 경륜선수라는 정해민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서 “나는 커뮤니티를 하지 않고 존재 자체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이 커뮤니티서 경륜선수가 하체 운동만 해서 로프 당기기에서 졌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재경기가 됐고 그때 내가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방송됐다면 나도 그렇고 경륜선수들이 비난받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내가 1등을 하고 싶다거나 재경기를 바라는 건 아니며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고 우진용님에 대한 공격도 없었으면 한다”며 “우리는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고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은 최선을 다새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때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을 향해서는 “난 스포츠맨이다. 체육인으로서도 전후 사정이 있는데 그걸 다 빼고 그냥 허무하게 진 것처럼 나오는 걸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지난 2일, <피지컬: 100> 제작진은 YTNStar를 통해 당시의 촬영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타임라인에 따르면 결승전은 오디오 녹음 문제로 1차 중단됐으며 줄이 감겨져 있는 기계가 돌아가지 않아 두 번째로 중단됐다.

당시 제작진은 정해민과 우승자인 크로스핏 선수 우진용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한 뒤 다음 날 재경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참가자는 당일 촬영을 원해 바로 녹화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세 번째 촬영에선 우진용이 정해민을 꺾고 최종 우승했다.

‘결승전 조작’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경기 결과가 무효 처리되거나 뒤집히는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기 중단 후 재개도, 경기 재개 시점도 모두 참가자 동의를 받고 진행했다”며 “경기 초반 오디오 이슈 체크와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일시 중단 및 재개가 있었을 뿐, 결코 종료된 경기 결과를 번복하는 재경기나 진행 상황을 백지화하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작진의 입장은 두 경기 모두 완전히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었거나 앞섰던 상황이 아니었고 의도적으로 어느 한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미션 장치가 설정돼있지도 않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오디오 녹음 문제나 미션 장치의 줄이 엉켜 돌아가지 않는 문제는 출연진의 과오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결국 재촬영, 재재촬영의 근본적인 귀책사유는 출연진이 아닌 제작진에게 있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게다가 정해민은 “엄청난 격차를 벌리며 이기고 있을 때 우진용이 기계 결함을 주장해 경기가 중단됐다”는 한 언론 인터뷰도 나왔다.

그는 “제작진에게도 말한 게 ‘다만 내가 왜 졌는지, 내가 힘이 빠졌을 수밖에 없는 당시 상황을 리얼리티답게 내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재경기 전엔 무엇이든 들어줄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며 “‘참가자는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왔다”고 주장했다.

업계 일각에선 제작진이 구구절절 장문의 글보다는 편집 전의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해명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 ‘결승전 논란’에 대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가 아닌 흥미와 재미를 가미하기 위해 기획자들의 연출이나 편집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내용을 보니 우진용은 크게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그냥 제작진의 진행 미숙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진용도 나름 신체능력으로 좋다고 자부해서 나온 사람일 텐데 줄이 당겨지지 않고 이상한 소리까지 나니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항의할만 했다”며 “재경기도 정해민이 앞서있던 만큼 자신이 더 하겠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오디오 부분이야 당연히 철저한 제작진 잘못이고 스타도 아닌 우진용을 굳이 우승시키려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진행 미숙”이라고 강조했다.

기계 결함이 발생했던 마지막 결승전 종목의 로프 당기기 미션도 도마에 올랐다. 동일한 파이의 로프에 동일한 로프를 감더라도 두 장치에 걸리는 장력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누가 먼저 당기는지를 겨루는 방식은 제작진의 판단 미스였다는 것이다.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100인을 선발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으로 전 UFC 파이터 추성훈, 전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전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크로스핏 선수 우진용, 전 경륜 국가대표 정해민 등이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여성 출연자 김다영의 학폭 논란에 이어 결승전 경기 조작 논란에, 최근 출연자 중 한 명이었던 국가대표 출신의 운동선수가 여자친구 특수폭행 혐의로 구속되면서 <피지컬: 100>은 종영 후 빛을 바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지컬:100> 여성 출연자인 스턴트 배우 김다영이 중학교 시절에 후배에게 학폭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김다영의 2년 후배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학기 중반이 지나면서 저와 제 친구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원에서 2만원 정도의 돈을 모아오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이어 “김다영이 돈을 모아올 때까지 계속되는 재촉 전화와 문자메시지들을 보내 그 일이 있은 한참 후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도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뛰어 늘 전화 받기가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지컬:100> 여성 출연자인 스턴트 배우 김다영씨가 중학교 시절에 후배에게 학폭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김다영씨의 2년 후배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학기 중반이 지나면서 저와 제 친구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원에서 2만원 정도의 돈을 모아오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이 누리꾼은 “김다영이 돈을 모아올 때까지 계속되는 재촉 전화와 문자메시지들을 보내 그 일이 있은 한참 후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도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뛰어 늘 전화 받기가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 금액은 몇 십만원 단위로 늘어났고 결국 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또 다른 학폭 피해를 당했다는 누리꾼의 폭로도 이어졌다.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김다영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약 14년 전, 제가 소위 노는 학생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과거를 회상해보면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 소속돼 후배들에게 생각없이 했던 말들이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선배랍시고 후배들에게 욕설하고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부끄러운 기억은 있다. 노래방이나 공원 등지서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용돈을 갈취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거짓 폭로도 철없던 과거의 제 행동들 때문에 불거졌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계속 거짓 폭로나 허위사실 유포가 이어진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1월24일에 첫 전파를 탔던 <피지컬: 100>은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매월 설문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 2월’ 순위에 신규 진입해 10번째로 이름을 올리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또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순위서 1위에 오르는 등 인기 고공행진을 벌였던 바 있다.

특히 <피지컬: 100>은 20~40대 남성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으며 채널A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강철부대> 이후로 명실상부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인기가도를 달리면서 다양한 미션 참가 종목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남녀의 체격 및 체력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함께 동등한 미션을 벌이도록 한 점 ▲‘극강 피지컬’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와 걸맞지 않는 패널 뒤집기 등 몇 몇 미션들이 들어간 점 등이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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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