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 전환용’ 국민의힘 당권주자 4인 히든카드

어대현? 마지막 한 방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당권주자 4인이 슬슬 마지막 카드를 꺼낼 시점이 다가온다. 민심이라는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부터는 전략 하나하나, 판을 뒤집을 한 방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공방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가 더 치고 나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질수록 견제 수위는 높아지고, 네거티브 공방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당 대표 후보들은 서로의 표를 뺏고 빼앗는 관계다. 김기현 후보와 황교안 후보,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가 노선이 겹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손을 내밀거나 거칠게 뿌리치기도 한다. 

전대 대장정
후반전 돌입 

안 후보의 강점은 인지도 면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우세하다는 점이다. 소위 전국구라고 불릴 정도다. 스스로를 ‘수도권’ 총선 승리 적임자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확장성도 타 후보보다 상당하다. 다만 최대 약점은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부분이다.

지금껏 안 후보는 대부분의 선거서 항상 기분 좋게 출발했다. 선거에 돌입하면서 그는 “반드시 완주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워왔다.

하지만 레이스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늘 뒷심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곤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적으로 규정해버리면서 친윤(친 윤석열) 표심을 모으기에도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됐다. 사실상 윤심 대회가 된 이번 전당대회서 안 후보는 누구보다 윤심과 거리가 멀어졌다. 


게다가 취약한 당내 지지 기반은 그를 더욱 더 반윤 프레임에 갇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김 후보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킬수록 자신에게는 이득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해 “민주당 DNA를 가지면 곤란하다”는 식의 말로 공격하고 있다.

안 후보가 적극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도 과거 안 후보의 정치이력을 예로 들면서 “당을 해코지한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사실상 ‘멀윤’이 된 것도 모자라 김 후보의 해당 발언은 비윤(비 윤석열) 세력조차 등 돌리게 하는 발언이 됐다.

그는 자신이 보수당의 뿌리 당원임을 내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안 후보의 약점은 김 후보의 최대 강점으로 안 후보는 반윤 이미지를 뿌리치기 위해 애쓴다. 

다만 안 후보 입장에서는 ‘친윤이다, 비윤이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른바 이도 저도 아닌 ‘낀윤’ 신세 처지다. 문제는 비윤 세력의 표 이탈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천 후보는 안 후보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회동을 제안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연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천 후보 역시 연대가 아닌 “일시적 제휴”라며 선을 그었다. 친윤으로 분류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 역시 “천안 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윤계끼리 뭉치는 것을 경계했다.

정치권에서는 천안연대의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천안 연대는 변수가 아니다”라며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였으면 변수가 생겼지만, 조직표 싸움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말실수와 무리수 줄여야
안, 확실한 자기노선 정해야


안 후보가 해당 회동 요청을 거절하면서 물 건너갔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천안 연대(천하람·안철수 연대)가 어그러진 것으로 평가했다. 안 후보의 연대 거절을 두고 ▲지지층이 20대와 40대 사이로 대체로 겹치는 점 ▲구조적으로 지지 세력이 나뉠 수밖에 없는 한계 등의 문제가 작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과거 경고를 받았던 안윤 연대(안철수+윤석열 연대)도 꺼내들기 부담스러운 입장 등 안 후보 입장에선 잃을 게 많을 수밖에 없는 전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대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취할수록 지지율은 상대 후보에게로 향할 공산이 크다. 어느 한쪽으로 노선을 정할 경우, 더 이상의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6일, 안 후보는 “총선이 끝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공약으로 총선 공천 시스템 정비를 내세웠다.

그러나 ‘총선 사퇴설’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책임 당원의 자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할 수 있고, 오히려 안철수계를 키우기 위한 계획이 아니냐는 말이 나와서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도 높이기 시작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김연경·남진 SNS 게시글 및 KTX 노선 변경 의혹 등으로 최근 곤혹을 치르고 있는 김 후보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후보는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해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해볼만한 승부로 보고 있다.

인물론을 반복적으로 띄워 일부 친윤 표심을 조금이라도 가져온다면 김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할 수도 있다. 안 후보가 지속적으로 인물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와 함께 양강구도를 구축 중인 김 후보 역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김 후보 입장에서는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서 과반을 얻는 게 목표다.

피 터지는
치열한 공방

물론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과거의 SNS 게시글 논란, 말실수, 거짓 발표 등이 최근 그를 괴롭히고 있는 탓이다. 김 후보의 강점은 단연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후방에서는 거대 조직이 그를 열심히 지원 중이다. 

김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보다 낮은 인지도였다. 울산시장과 4선 중진 의원이지만, 당외에선 인지도가 낮은편이다. 하지만, 현재는 TV 토론회, 지역별 합동연설회 등 전대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낮은 인지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안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김 후보는 복수의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올라선 후로 모든 후보의 타깃이 됐다. 


이런 와중에 최근 김 후보에게는 과거 울산 땅 투기 의혹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과거 자신 소유의 임야와 관련해 1800배 시세차익을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그는 허위 사실이라고 반발하면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이번 논란은 김 후보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 후보의 시세차익 논란에 대해 조사단 TF까지 꾸리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논란은 황 후보가 지난 토론회서 꺼내들었다. 황 후보와 김 후보는 노선이 다소 겹치는데 김 후보 입장에선 자신의 지지층을 황 후보에게 빼앗기는 게 뼈 아플 수밖에 없다. 황 후보는 이를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적어도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할 수 있고, 결선투표 시 자신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른바 ‘무리한 발표’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바른정당 출신 당협위원장 일동이 기자회견을 통해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참석자들은 실명 공개를 부담스러워하는 참여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지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지지 의사를 밝힌 인물은 30명 정도였다. 그러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김 후보 측은 명단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김 후보 캠프의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름을 올린 인사 중 몇몇은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었으며, 당협위원장이었던 적도 없었다.


밀린 3·4위 
캐스팅 보터

김 후보 측이 재차 논란을 겪으면서도 무리한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데엔 조금이나마 비윤계 표심을 흡수해 과반을 달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뒤늦게나마 중도 세력을 잡기 위해 “당 대표가 되면 중도 우파, 중도 좌파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으나, 목표로 한 과반을 달성하기에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처음부터 과도한 윤심 마케팅으로 일관해왔고, 비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탓이다. 

결국 김 후보 측은 막판 선거전략으로 말실수와 무리수 차단을 목표로 정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경우, 표심 이탈은 물론 그를 밀어주는 세력에게도 의심받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관련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고, 실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실에도 김 후보를 지원했다는 데 명분이 선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황 후보가 연일 김 후보에게 공세를 펼치고 있는 탓이다. 첫 토론회 당시 김 후보는 황 후보를 아군으로 인식해 손을 내밀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확실히 황 후보는 김 후보 입장에서 최대 변수 중 하나다. 김 후보 논란으로 그의 표가 이탈할수록 황 후보에게 흘러 들어간다. 최근 토론회만 봐도 황 후보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부쩍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김 후보를 공격하는 데 집중해 플러스 효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황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친윤 표심을 끌어올 경우 김 후보 측에서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황 후보가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김 후보의 표를 가져오게 되면 결선투표까지 가서 연대한 뒤, 당선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황 후보 측은 김 후보와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지만, 급해진 김 후보 측에서 손을 잡자고 내밀 수도 있다. 

황, 영향력 확대로 빚지게 만들어야
천, 안정화도 공약도 함께 제시해야 

또 굳이 안 후보와 천 후보를 공격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본래 자신의 표심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공격한다고 해도 굳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황 후보가 캐스팅 보터까지 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게 국룰로 통한다. 

이는 황 후보의 전대 출마 목표가 결국 당 대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전대를 통해 입지를 다진 후, 세를 가늠해보는 테스트 격인 자리라는 것이다. 이후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한 후, 차기 대선을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전대 막판까지 황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의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인물은 천 후보로 그는 등판 일주일 만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의 상승세는 한동안 뚜렷했다. 당원들 사이에선 확실한 반윤 이미지로 각인돼있기도 한 그는 안 후보와 반윤 표심을 양분하는 관계다. 이후 지역 합동 연설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천 후보는 안 후보의 상승세를 잠재웠다. 

여론조사 초반만 해도 안 후보는 김 후보를 앞섰지만 일시적이었다. 그만큼 비윤 세력은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보다는 안 후보가 나은 것으로 평가했던 셈이다.

문제는 천 후보 역시 반윤 세력으로만은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원내 정치를 해본 이력이 없다는 점도 확장성 부분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이준석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는 꼬리표도 떼야 한다는 것도 짐이다. 

앞으로 천 후보는 TV 토론회 등 공식적인 자리서 인지도를 높여가며 황 후보처럼 안 후보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 

합종연횡
결국 연대?

천 후보에겐 약간의 노선 변경도 필요해 보인다. 당이 혼란한 상황에서 개혁만을 외칠 경우 ‘안정’을 원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이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선투표까지 가게 된다면 연대 가능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황 후보를 띄워 김 후보의 친윤 표심을 황 후보 쪽으로 쏠리도록 하는 전략을 택했다. 결국 김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표인 만큼 지지가 거의 굳어진 상황서 후보들이 논란을 최소화하고,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에서 싸울수록 올라가는 지지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후반전을 향해 나아갈수록 후보 간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내부서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른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없진 않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전당대회의 공방이 컨벤션 효과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안철수 등 4명의 후보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졌고,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친윤, 비윤의 몰아붙이기와 주저 앉히기에 집중됐는데, 현재는 4명이 경쟁해 폭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