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재명 순장조 손익계산서

들어가면 못 나온다 나가면 못 들어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가결이냐, 부결이냐. 어떤 결론이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들이 또 있다. 구속 수감돼있거나 재판 중인 야당 대표의 측근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정국을 달구고 있다. 국민 여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아래부터 위로 훑어 올라가던 검찰 수사는 ‘윗선’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검찰이 먼저 국회의원, 당 대표 등 이 대표의 방탄조끼 틈새로 칼을 밀어 넣었다. 

검찰 던지고
국회 받는다

지난 16일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4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최종 결재권자로서 초과 이익환수조항을 빼도록 결정하면서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도록 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측근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성남시나 성남도개공 내부 비밀을 흘려 민간업자가 총 7886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 혐의도 있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2013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사업자 공모 전 민간업자에게 내부정보를 알려주면서 사업자로 내정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211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

대장동·성남FC로 영장
체포동의안 가결? 부결?

또 뇌물을 공여받은 것임에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으로 3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서로 갈음한다면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더 이상의 추가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검사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며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 내린 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은 성남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과도한 개발이익 일부를 성남시민에게 되돌려 드린 것”이라며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다.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따라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 이 대표가 6·1 지방선거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민주당 의석수만 보면 체포동의안은 부결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 등이다. 

방탄 국회
그 위력은?

문제는 민주당에서 나올 수 있는 이탈표 수다. 169석 가운데 30명 안팎의 이탈표가 나오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 이 대표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 달래기에 나선 이유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 모두 악재가 될 수 있다. 가결되면 당 대표가 구속되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결 시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정견 발표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은 이미 계산기 두드리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장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 문제도 걸려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셈 계산을 하는 게 의원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굵직한 사건에 연관돼 구속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에 ‘증거인멸’이 들어가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녹음파일, 각종 보고 문건,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와 이와 부합하는 사건 관계인의 일치된 진술을 확보했다. 인적‧물적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을 위시한 지역토착세력이 민간업자, 대기업 등과 유착한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범죄”라며 “부정부패 범죄로서 죄질,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 취득 이익이 막대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부연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검찰은 “이 대표 본인 및 측근을 통해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하거나 향후 계속 인멸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입단속 
효과 있나


최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인 정성호 의원이 구속된 이 대표의 측근을 특별면회(장소 변경 접견)한 것을 검찰이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정 의원은 지난달 18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구속 기소)을, 지난해 12월9일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 기소)을 서울구치소서 특별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의원이 두 사람에게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알리바이 만들어라’ 등의 취지로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도 지난해 12월 특별면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 김 전 원장, 이 전 부지사는 모두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정 의원이 정 전 실장을 위로했을 뿐이고 회유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고 검찰 기소에 매우 억울해하고 있다”며 “정 의원이 정 전 실장을 회유할 이유도 없고 회유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3명은 아직 이 대표에 대해 이렇다 할 진술을 한 적이 없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원장은 이 대표가 인정한 ‘최측근’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키맨’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3명이 입을 열 경우, 치명타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대장동 5인방의 경우 ‘각자도생’ 상태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정민용 변호사 등 5명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 초기 구속됐다가 석방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이 대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작심발언’ ‘폭로’ 등의 표현이 나올 정도로 활발하게 언급 중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검찰과 거래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형량을 낮추기 위해 검찰과 이른바 ‘딜’을 했다는 의견이다. 


유동규·남욱 입 열고 김만배 조용
정성호, 최측근·키맨들 관리 의혹

한국은 공식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유죄협상제, 사전형량조정제도로 불리는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속사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폭로 이후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았다. 

반면 김만배씨는 입을 꾹 다문 상태다. 석방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 그는 폭로전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김만배에게 들었다’는 식의 진술을 한 게 있어 김씨의 입에 검찰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최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법조계 인식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가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난 지 약 3개월 만이다. 검찰은 김씨 주변의 자금흐름을 파악해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결국 재구속됐다. 

여기에 50억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재점화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규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에 연루돼 구속 상태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초기 입장에서 선회해 입을 열었다. 김 전 회장의 입이 열린 이상 그의 금고지기로 알려져 있는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의 입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쌍방울 계열사 간 자금흐름을 꿰고 있어 대북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지금부터 
거리두기

이 대표는 측근이 대부분 구속되거나 기소되면서 ‘사면초가’ 상태다. 이들의 입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대표의 운신 폭은 자유롭다. 169석 거대 야당의 대표라는 방탄조끼도 입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영어의 몸’이 되면 주변인물에 대한 지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운명의 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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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