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사라진 권순일 전 대법관 나비효과

쏙 들어간 ‘재판거래’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정치권은 물론 수사기관, 사법부 전부 발칵 뒤집혔다. 이미 측근으로 분류된 사람들 몇 명은 구속됐고 일부는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비효과’의 첫 바람을 일으킨 인물은 조용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이야기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재점화됐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해당 판결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돈의 성격
뇌물 쟁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지난 8일,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벌금 800만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는 무죄,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남욱 변호사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첫 판결이 나온 터라 관심이 높았다. 

쟁점이 된 부분은 ‘50억원’의 성격이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을 뇌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곽상도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병채가 화천대유서 받은 이익을 곽상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의 50억원 수수 의혹에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여론이 들썩였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그 정도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에 누가 동의하겠느냐. 저도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 “항소심서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곽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다른 사람도 영향 가나?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판결이 소위 ‘50억 클럽’ 멤버로 알려진 인물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 50억 클럽 멤버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두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인물은 곽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대통령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전 <머니투데이> 사장 등 6명으로 홍 전 회장을 제외한 5명이 법조계 인사다. 이 가운데 재판까지 간 건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화천대유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보다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중하게 본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JTBC는 2020년 3월 김만배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정영학 회계사가 만나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내용의 대화였다. 이 대표는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때였다.   

6명 가운데
1명만 수사

김씨는 이날 대화에서 이 대표의 재판 정보를 줄줄 꿰고 있는 듯한 말을 한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시장은 선거 지나고 한 6, 7월에 선고 나죠?”라고 묻자 김씨는 “선거 끝나야 돼”라고 답했다. 또 “전원합의체 안 가고 소부서 아직 1차 보고서도 안 갔고 인제 형사조 공동연구관이 이번에 바뀌어서. 어쨌든 바뀌면 기록을 보는데”라고 재판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김씨가 언급한 재판 관련 내용은 법원 내부서도 알기 힘든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모두 비공개다. 그럼에도 김씨는 보고서의 보고 여부, 대법원 연구관 교체 등에 대해 말한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씨가 이 같은 말을 하기 전 권 전 대법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대법관 7대5로 이 대표에 대한 ‘무죄 취지’의 선고가 나왔을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 지긴 했지만 권 전 대법관은 이 대표가 ‘링’에는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셈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16일부터 지난해 8월21일까지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 전후다. 

고비마다
방문했다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6월15일 이 대표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되고 난 다음 날,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 같은 해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다음 날도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마지막 방문 시점은 2020년 8월21일. 이후 같은 해 9월8일 권 전 대법관은 퇴임했다. 권 전 대법관은 두 달 뒤인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임했다. 고문료를 받으면서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문제를 제기한 전 의원은 “김씨의 방문일자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며 “이 대표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 측은 “2019년 2월께 법조팀장에서 부국장 겸 법조 선임기자로 발령나면서 10여년간 출입했던 대법원 기자실을 떠나게 됐는데 그 이후에도 10여차례 대법원 청사를 방문한 적은 있다”며 “방문 목적은 대부분 청사 내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과 동향이라 가끔 전화하거나 방문해 만난 적은 있어도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화천대유 고문으로 1500만원
이재명 재판 때 김만배 방문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2017년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선관위원장 취임에 대해서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도 선관위원장직을 유지하려 해 논란을 빚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다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 뒤로 화천대유 고문 활동을 하다 대장동 사건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말 그대로 ‘두문불출’ 상태로 보인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김씨의 육성이 나오면서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검찰의 칼끝이 아직 권 전 대법관을 향하고 있지 않지만 수사가 본격화되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50억 클럽 사건을 두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을 함께 진행하자는 입장을 내세우는 중이다.

곽 전 의원 판결을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일단 정의당이 먼저 물꼬를 텄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50억 클럽은 전·현직 정권과 유착된 거대 양당의 정치인이 법조계, 언론계와 얽히고설켜 화천대유의 첫 활동자금을 만들었음에도 수사 선상에 오른 건 아들의 퇴직금 문제가 불거진 곽상도 전 의원뿐”이라며 “이제 검찰, 사법부의 무능과 제 식구 감싸기로 진실을 감춘 화천대유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 가나
장관 반대

한 장관은 특검 도입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곽 전 의원에 대해 새로운 범죄사실을 찾는 것이라면 특검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 사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해 특검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수사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 도입하는 제도”라며 “현재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수사팀이 수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순일 방지법’ 나올까

변호사 등록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을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 ‘권순일 방지법’을 제안했다. 

앞서 등록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 등록 여부를 심의한 후 등록 거부 안건을 부결하기로 결정했다.

등록심사위는 변호사법 10조에 따라 판사·검사·교수·언론인·변호사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다.

변협,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돼 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을 심사·의결한다.

변협은 “권 전 대법관은 두 차례에 걸친 변호사 등록신청 자진철회 요구에도 소명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협회는 부득이하게 등록심사위에 안건을 회부했다”며 “등록심사위의 심사 규정이 제한적이고 법원도 협소한 해석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도살인’ 칼춤 추는 김문수 표적

‘차도살인’ 칼춤 추는 김문수 표적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3대 특검법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당 해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흐름을 타고 당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5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채상병)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 법들은 윤석열정부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출범 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를 국무회의서 의결했다. 하루 만에 일사천리 이 중 국민의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특검법은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이다. 특히 김 여사 특검법엔 명태균 게이트 수사 관련 내용도 포함돼있다. 특검법 3개 모두 “수사 과정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윤정부와 국민의힘 인사 모두를 겨냥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반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한 특검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며 “지금은 여권이 검찰을 직접 지휘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일부 국민의힘 의원실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각종 문서를 파쇄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당 체질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 안에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비상계엄 옹호 시 윤리위원회 징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내년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실시 등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 방안들은 지난 9일, 5시간 동안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논의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만 찬성하고, 다른 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거의 모든 의원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를 부적절하게 여겼다”며 “의원 한두 명만 찬성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즉각 사퇴 ▲오는 16일 진행되는 원내대표 선거 이후 논의 등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거취 문제와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지명했다. 후보 교체 시도 피해자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이에 대한 감사를 시도한다면, 보복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지난달 10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김 전 장관을 밀어내고, 한 전 총리를 새 대선후보로 지명하려고 했다. 지도부는 이날 오전 1시 김 전 장관의 대선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3대 특검법 통과 이어 김 공세 장외에선 홍준표 해산 부채질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는 그날 오전 3시부터 1시간 동안 국회 본관 비대위원장실서 32종의 서류를 제출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상식적인 진행이었기 때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분노한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원투표서 후보 교체 안건을 부결시켰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서 “징계 목적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없다면 없는 대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명명백백히 시민과 당원에게 알리려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엔 자발적으로 당무감사위의 면담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다수의 당원이 분노했던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밝혀지는 자체가 가담자들에겐 보복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정당서 이 같은 파행이 진행됐다는 자체가 정당 해산 근거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파행의 전모를 밝히고 교정하는 게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판단할 근거가 되지만, 이해당사자는 시야가 좁아진다. 당무감사 이후 따라올 순서는 국민의힘 내부 징계일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권 전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을 ‘4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실무를 지휘했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서 당시 사태를 변명하려고 했던 이양수 의원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홍 시장은 지난 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의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서 반민주 행위·정당 해산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느냐”고 성토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 낙선 직후인 지난 4일, 관악산에 올라가 턱걸이를 했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장관이 턱걸이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열혈 청년 김문수”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의 당권 도전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서도 만 73세의 고령을 염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따라서 김 전 최고위원이 올린 영상에 대해선 “당권·차기 대권 도전에도 따라다닐 나이 문제를 불식시키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턱걸이하는 열혈 청년 김 전 장관이 당권 도전을 암시하는 상황서 그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자신이 큰 피해를 볼 뻔한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를 진행한다면, 당의 재편성 시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김 전 장관이 당권을 확보하려면 친윤(친 윤석열)을 친김(친 김문수)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은 지난 11일부터 당무감사를 시작했다. 따라서 자신을 따르지 않거나 지나치게 강경한 친윤 의원은 본보기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 교체 시도 가담자들이 김 전 장관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재편성 이후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또 향후 진행될 특검 수사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이 운 좋게 특검 수사망을 피했을 경우까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 특검과 김 여사 특검으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의 수사 범위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회의 실질적 권한 행사 능력을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가 포함돼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엔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관련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의원들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소집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령 해제를 위해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으로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의 지시를 따른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은 당사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국회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친한(친 한동훈) 성향 의원들이었다. 당시엔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추 전 원내대표를 일컬어 “의원들이 국회로 못 가도록 계속 헷갈리게 다른 곳으로 가라고 문자메시지를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물고 있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표결 30분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계엄군은 유리창을 부수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국회 직원 및 보좌진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엉뚱한 장소로 안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다니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 요구안을 가결했고, 추 전 원내대표를 용의자에 포함한 상설특검법을 가결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공모자로 적시됐다. 또 지난해 12월28일엔 경찰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곡소리가… 줄초상 위험 아울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주도했던 공조수사본부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로 집결한 사건도 재조명될 수 있다. 내란 특검법 수사 범위엔 ‘사건 수사 중 인지된 관련 사건’이 포함된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당시 행위는 시도 자체만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로 해석돼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도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는 행위는 또 다른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추 전 원내대표만이 적극적 참여 가능성을 의심받는 것과 달리,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선 ‘줄초상’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김 여사 특검법 수사 내용 중엔 명태균 게이트가 포함돼있다. 구체적으로는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인사개입 의혹 ▲선거 관련 불법·허위 여론조사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의혹 등이 거론된다. 명씨와 관련된 모든 사건도 김 여사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가장 구체적으로 의혹이 거론됐던 국민의힘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현재는 탈당한 홍 전 시장이다. 오 시장에 대해선 “명씨가 13회의 비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씨가 제보자 강혜경씨를 회유하려고 했단 의혹도 불거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명씨와 강씨를 고소했지만, 여전히 의혹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홍 전 시장에 대해선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10회에 걸쳐 3700만원을 입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21년 진행된 홍 전 시장의 국민의힘 복당과 관련해서도 “아들 친구가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명씨 측은 “명씨가 홍 전 시장의 아들을 통해 홍 전 시장과 교류했고,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에도 경선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장 한동훈 재등판? 당 수습 후 지선 지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에 대해선 “2021년엔 무소속이었던 윤 의원을 명씨가 복당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씨는 지인과 통화하면서 “내가 윤 의원을 국민의힘에 복당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명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지만, 당시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연루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당 대표 경선서 이 의원에게 패배했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 명씨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당시 전당대회 여론조사엔 20대 남성 표본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씨는 “명씨가 이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의원 규모를 140명으로 보고 있다. 명씨의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의 황금폰을 포렌식하니, 명씨의 휴대전화에 등록된 전·현직 국회의원 전화번호가 14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검사 40명 등을 포함해 최대 205명 인원으로 구성하고, 최장 170일 동안 수사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와 기간이라면, 국민의힘을 충분히 들쑤실 수 있다. 의혹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법률적 진실로 확정된다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맞느냐”는 의문과 연결돼 정당 해산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홍 전 시장은 연일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고 있다. 홍 전 시장이 주장하는 정당 해산 근거는 앞서 언급한 후보 교체 시도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 수사가 끝나면,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니 각자도생할 준비들이나 하라”고 일갈했다. 미국 하와이에 머물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홍 전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개혁신당 입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됐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청년의 꿈’에서 “개혁신당 입당설은 낭설”이라면서도 “홍준표 중심 신당을 만들어달라”는 지지자의 요구에 “알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홍 전 시장에 대해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대비해 자신이 주도하는 ‘노아의 방주’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더 이상 윤 없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준비하는 특검이 몰아치고 있는 중에 홍 전 시장이 그 이삭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다. 안에선 김 전 장관이 외부 상황을 이용해 ‘차도살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친한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한 전 대표가 당을 수습한 후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친윤은 여전히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조치에도 반발하는 등 상황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안팎으로 썰리고 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거부권을 총 25회 행사하면서 자신과 계파의 생존을 추구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없다. 친윤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김 전 장관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