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사라진 권순일 전 대법관 나비효과

쏙 들어간 ‘재판거래’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정치권은 물론 수사기관, 사법부 전부 발칵 뒤집혔다. 이미 측근으로 분류된 사람들 몇 명은 구속됐고 일부는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비효과’의 첫 바람을 일으킨 인물은 조용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이야기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재점화됐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해당 판결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돈의 성격
뇌물 쟁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지난 8일,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벌금 800만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는 무죄,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남욱 변호사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첫 판결이 나온 터라 관심이 높았다. 

쟁점이 된 부분은 ‘50억원’의 성격이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을 뇌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곽상도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병채가 화천대유서 받은 이익을 곽상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의 50억원 수수 의혹에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여론이 들썩였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그 정도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에 누가 동의하겠느냐. 저도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 “항소심서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곽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다른 사람도 영향 가나?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판결이 소위 ‘50억 클럽’ 멤버로 알려진 인물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 50억 클럽 멤버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두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인물은 곽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대통령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전 <머니투데이> 사장 등 6명으로 홍 전 회장을 제외한 5명이 법조계 인사다. 이 가운데 재판까지 간 건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화천대유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보다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중하게 본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JTBC는 2020년 3월 김만배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정영학 회계사가 만나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내용의 대화였다. 이 대표는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때였다.   

6명 가운데
1명만 수사

김씨는 이날 대화에서 이 대표의 재판 정보를 줄줄 꿰고 있는 듯한 말을 한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시장은 선거 지나고 한 6, 7월에 선고 나죠?”라고 묻자 김씨는 “선거 끝나야 돼”라고 답했다. 또 “전원합의체 안 가고 소부서 아직 1차 보고서도 안 갔고 인제 형사조 공동연구관이 이번에 바뀌어서. 어쨌든 바뀌면 기록을 보는데”라고 재판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김씨가 언급한 재판 관련 내용은 법원 내부서도 알기 힘든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모두 비공개다. 그럼에도 김씨는 보고서의 보고 여부, 대법원 연구관 교체 등에 대해 말한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씨가 이 같은 말을 하기 전 권 전 대법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대법관 7대5로 이 대표에 대한 ‘무죄 취지’의 선고가 나왔을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 지긴 했지만 권 전 대법관은 이 대표가 ‘링’에는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셈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16일부터 지난해 8월21일까지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 전후다. 

고비마다
방문했다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6월15일 이 대표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되고 난 다음 날,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 같은 해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다음 날도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마지막 방문 시점은 2020년 8월21일. 이후 같은 해 9월8일 권 전 대법관은 퇴임했다. 권 전 대법관은 두 달 뒤인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임했다. 고문료를 받으면서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문제를 제기한 전 의원은 “김씨의 방문일자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며 “이 대표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 측은 “2019년 2월께 법조팀장에서 부국장 겸 법조 선임기자로 발령나면서 10여년간 출입했던 대법원 기자실을 떠나게 됐는데 그 이후에도 10여차례 대법원 청사를 방문한 적은 있다”며 “방문 목적은 대부분 청사 내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과 동향이라 가끔 전화하거나 방문해 만난 적은 있어도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화천대유 고문으로 1500만원
이재명 재판 때 김만배 방문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2017년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선관위원장 취임에 대해서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도 선관위원장직을 유지하려 해 논란을 빚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다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 뒤로 화천대유 고문 활동을 하다 대장동 사건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말 그대로 ‘두문불출’ 상태로 보인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김씨의 육성이 나오면서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검찰의 칼끝이 아직 권 전 대법관을 향하고 있지 않지만 수사가 본격화되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50억 클럽 사건을 두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을 함께 진행하자는 입장을 내세우는 중이다.

곽 전 의원 판결을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일단 정의당이 먼저 물꼬를 텄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50억 클럽은 전·현직 정권과 유착된 거대 양당의 정치인이 법조계, 언론계와 얽히고설켜 화천대유의 첫 활동자금을 만들었음에도 수사 선상에 오른 건 아들의 퇴직금 문제가 불거진 곽상도 전 의원뿐”이라며 “이제 검찰, 사법부의 무능과 제 식구 감싸기로 진실을 감춘 화천대유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 가나
장관 반대

한 장관은 특검 도입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곽 전 의원에 대해 새로운 범죄사실을 찾는 것이라면 특검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 사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해 특검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수사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 도입하는 제도”라며 “현재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수사팀이 수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순일 방지법’ 나올까

변호사 등록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을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 ‘권순일 방지법’을 제안했다. 

앞서 등록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 등록 여부를 심의한 후 등록 거부 안건을 부결하기로 결정했다.

등록심사위는 변호사법 10조에 따라 판사·검사·교수·언론인·변호사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다.

변협,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돼 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을 심사·의결한다.

변협은 “권 전 대법관은 두 차례에 걸친 변호사 등록신청 자진철회 요구에도 소명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협회는 부득이하게 등록심사위에 안건을 회부했다”며 “등록심사위의 심사 규정이 제한적이고 법원도 협소한 해석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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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