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성지순례 ③논산선샤인랜드와 온빛자연휴양림

그해 우리의 러브

서양 문물이 해일처럼 밀려오던 시절이었다. 한성(서울)에 가로등 수백개가 처음 불을 밝힌 날, 놀란 사람들의 탄성 사이로 두 남녀가 만났다. 조선 노비 출신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명문가 규수 고애신(김태리 분). 언뜻 그 시절 청춘남녀의 연애 풍경처럼 보이지만,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2018년 방영한 뒤 새로운 한류 드라마의 아이콘이 된 〈미스터 션샤인〉서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를 비롯해 드라마는 대부분 논산선샤인랜드에서 촬영했다.

논산시와 드라마 제작사 등이 손잡고 조성한 논산선샤인랜드는 국내 유일한 개화기 촬영 세트장인 선샤인스튜디오,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서 사격과 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논산선샤인랜드 동절기(11~2월)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휴관일은 수요일과 1월1일, 명절 당일이다. 1950스튜디오 입장료는 없고, 밀리터리체험관은 체험 종류에 따라 비용이 발생한다(스크린·실내 사격 각 2000원, VR 체험 5000~1만5000원). 선샤인스튜디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수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9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120여년 전 모습 그대로

총면적 약 2만㎡에 이르는 선샤인스튜디오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이 된 1900년대 초반 한성을 재현한 공간이다. 한성전기 사옥을 비롯한 근대 서양식 건물 5동, 기와집 19동, 초가집 4동, 일본식 가옥 9동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120여년 전 모습이 완성됐다.

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끌자, 선샤인랜드 또한 한류 관광지로 떠올랐다.


선샤인스튜디오 매표소를 지나면 담쟁이덩굴이 휘감은 간판 너머 글로리호텔이 보인다. 대한제국 시기 한성 최초의 서양식 숙박 시설 손탁호텔을 모델로 꾸민 글로리호텔은 드라마에서 한성을 찾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와 유학생 김희성(변요한 분)이 이곳에 머물렀고, 일본 낭인 구동매(유연석 분)도 자주 드나들었다. 현재 로비에는 드라마에 사용된 소품을 전시하고, 2층에는 고풍스러운카페 ‘선샤인가배정’이 있다.

글로리호텔 아래쪽은 드라마 속 주요 배경인 홍예교와 전찻길이다. 남녀 주인공의 운명적인 만남도, 일본 낭인들의 혈투도, 부모에 대한 복수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덕분에 드라마를 기억하는 방문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념 촬영 장소다. 지금은 홍예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선 전차가 드라마에서 본 옛 모습 그대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찻길을 따라 걷다 보면 ‘대안문(大安門)’이란 현판이 달린 거대한 문이 나온다. 대안문은 덕수궁 대한문(大漢門)의 옛 이름이다. 그 옆 벽돌 건물은 대한제국 최고 군 통수 기관 원수부다. 대안문 앞으로 고애신의 마당집과 구동매가 머물던 일본식 목조 가옥(동매집), 건물 중앙의 화강암 시계탑이 인상적인 한성전기 사옥 등이 이어진다.

이 밖에도 양과자를 팔던 불란셔제빵소, 흥신소를 닮은 해드리오 등 드라마 속 장소가 곳곳에 있다.

국내 유일 개화기 촬영 세트장
드라마 촬영지 외 볼거리 가득

논산선샤인랜드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온빛자연휴양림도 새로운 한류 명소다. 2021~2022년 방영한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촬영지인 온빛자연휴양림이 이름을 알린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숲속 그림 같은 호수 위에 자리 잡은 별장은 이국적인 풍광으로 입소문 났다.


휴양림 입구에서 별장으로 오르는 길도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산책로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드라마에 등장한 별장이 나오는데, 이전 건물 앞에 새 건물을 짓고 있어 풍경이 조금 바뀌었다. 산책로 중간에 마주치는 알록달록한 건물도 예쁘다.

논산은 드라마 촬영지 외에 다른 볼거리가 많다. 온빛자연휴양림에서 10㎞ 남짓 떨어진 논산 돈암서원(사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중 한 곳이다. 1634년(인조 12)에 문을 연 돈암서원은 조선 중기 유학자 사계 김장생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세웠다. 송준길과 송시열 등 뛰어난 학자들을 배출하면서 기호학파를 대표하는 서원이 됐다.

지역 교육의 중심 기관이던 돈암서원은 강당(응도당)과 기숙사(거경재, 정의재) 김장생과 송준길, 송시열 등의 위패를 모신 사당(숭례사) 등으로 구성된다. 응도당(보물)은 김장생이 <가례집람>에서 고증한 중국 고대의 예법에 따라 지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일반적인 서원의 강당과 달리 좌우 처마에 덧지붕을 달고, 동서에 작은 방을 배치했다.

돈암서원 인근의 탑정호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넓은 호수다. 담수를 3000만t까지 저장해 주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잉어와 쏘가리 등 어족 자원도 풍부하다. 낚시는 물론 윈드서핑과 수상스키 등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 적당하다.

조선시대 2대 포구

2021년에는 탑정호를 가로지르는 길이 600m 출렁다리가 개통했다. 낮에는 드넓은 호수 위를 걷는 기분을 만끽하고,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 색다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금강 하구의 관문인 강경포구는 조선 시대 중국 무역선이 비단과 소금을 싣고 들어와 장삿길을 튼 이래, 원산항과 더불어 우리나라 2대 포구로 불릴 만큼 번성했다. 이런 번영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에도 이어졌고, 이 시기에 지은 은행과 학교 등 근대건축물이 강경근대역사거리를 이룬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과 강경중앙초등학교 강당, 옛 강경노동조합 건물 등이 남아 있다. 밀리터리체험관은 내부 리모델링으로 이달 13일부터 휴관하며, 이외 시설은 관람 및 체험이 가능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논산선샤인랜드→탑정호출렁다리→온빛자연휴양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논산선샤인랜드→탑정호출렁다리→온빛자연휴양림
-둘째 날: 돈암서원→관촉사→강경근대역사거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논산선샤인랜드 www.nonsan.go.kr/sunshine
-선샤인스튜디오 https://sunshinestudio.co.kr
-논산문화관광 www.nonsan.go.kr /tour
-돈암서원 http://donamseowon.co.kr


문의 전화
-논산선샤인랜드 041)730-2955
-선샤인스튜디오 1811-7057
-논산시청 관광과 041)746-5404
-돈암서원 041)733-9978
-탑정호출렁다리 041)746-6645~9

대중교통
[버스] 서울-논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6:30~ 22:45)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논산버스터미널 인근 오거리 정류장에서 216번 버스 이용, 황화4리 정류장 하차, 논산선샤인랜드까지 도보 약 360m.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04·304 -1·323번 버스 이용, 한삼천리 정류장 하차, 온빛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22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논산버스터미널 041)735-3644 금호고속 1544-4888

[기차] 용산역-논산역, KTX 하루 8~10회(06:12~21:11)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논산역 정류장에서 216번 버스 이용, 황화4리 정류장 하차, 논산선샤인랜드까지 도보 약 360m. 논산역 인근 디지털프라자 정류장에서 304번·304-1번·323번 버스 이용, 한삼천리 정류장 하차, 온빛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22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논산선샤인랜드: 논산천안고속도로 천안 JC→연무 방면 직전 동안로 우측 도로→동안로 연무·논산 IC 방면→득안대로 전주 방면→봉황로 좌회전→논산선샤인랜드
-온빛자연휴양림: 논산천안고속도로 천안 JC→득안대로 공주·대전 방면 우측 도로→국도4호선 대전 방면 우측 도로→황룡재로 벌곡·금산 방면 좌회전→황룡재로 벌곡·대둔산·금산 방면 우회전→온빛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논산명재고택: 노성면 노성산성길, 041)735-1215, www.myeong jae.com
-수호펜션: 연무읍 득안대로, 010-2644-4689 www.수호펜션.com
-링스모텔: 논산시 해월로, 041)736-8800

식당 정보
-꽃비원홈앤키친(피자·파스타): 연무읍 연무로166번길, 041)742-2358
-탑정어죽(어죽·주꾸미정식): 가야곡면 덕은로, 041)745-7800
-강경해물칼국수(해물칼국수): 강경읍 계백로147번길, 041)745-3940


주변 볼거리
계백장군유적전승지, 쌍계사, 개태사, 논산 노성산성, 종학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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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