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쳤나? 안철수 “총선 후 대표직서 사퇴하겠다”

“제 모든 진정성은 정권교체”
명예 대표론엔 부정적인 입장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6일 “총선 직후 당 대표직서 물러나겠다”며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 안 후보 입장에선 이번 국민의힘 당권 도전마저 미역국을 마시게 될 경우, 정치적 입지가 심하게 좁아질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진행자의 전날 TV조선 TV 토론회 관련 발언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제 모든 진정성이 정권교체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제가 대선에 출마하려고 (당 대표직을)이용하겠다는 마음이 아닌 걸 국민들은 아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안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안 후보가 이번 3·8 전대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배신자로 낙인찍혀 탈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제가 처음 정권교체를 시작했던 사람이니 총선서 승리해서 국회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제 소임은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22대 총선까지 약 13개월 동안만 국민의힘 지휘봉을 잡아 총선을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끈 뒤 여대야소 정국으로 만든 뒤 이른바 ‘아름다운 퇴장’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당헌당규로 보장돼있는 2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하차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서 제기된 이른바 ‘당정일체론’에 대해선 “당정일체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상호보완적이고 서로 협력관계로 가야 된다는 것은 당헌에도 나와 있고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용산보다는 당이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더 많아 민심을 훨씬 더 잘 알 것”이라며 “용산서 민심과 다른 그런 결정이나 행보를 보였을 때 그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하고 보다 더 좋은 민심에 맞는 것들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 대표론’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전당대회 와중인데 자칫하면 국민들께서 대통령이 당무 개입한다는 그런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는 게 내년 총선 승리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선출되고 난 후 그때도 이런 요구들이 있다고 한다면 당원들의 뜻을 모으고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의드리는 게 맞다”며 “(전대 이후에는)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진행자의 TV 토론회 점수를 묻는 질문에는 “마음 같아선 10점 주고 싶지만 9점이나 8점”이라고 답변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최근 최대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가 자신을 앞선다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인 만큼 어떻게든 반등의 모멘텀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게다가 앞으로 예정돼있는 TV 토론회가 그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지층 일각에선 당장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국제컨벤션센터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서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가 지난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저는 국민의힘에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른바 ‘철새 정치인’ ‘외부인’이라는 당원들의 인식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당의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공정한 공천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이 원한다면 어디든 출마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붙으라면 기꺼이 붙겠다”고 ‘험지 출마론’ 수용을 시사했다.

또 김 후보의 낮은 인지도를 겨냥해 “당 대표는 당의 얼굴이다. 국민이 누군지도 모르고 자기 것도 없이 어딘가에 기대 얹혀사는데 거대 민주당과 싸워 이긴다는 건 어림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도권 및 2030 청년층의 당원이 급증한 것을 감안한 듯 안 후보는 “수도권서 이기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와 2030세대 마음까지 잡는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변하고 혁신해서 우리는 개혁, 민주당은 반개혁의 구도를 세워야 한다. 우리가 먼저 미래 대 과거에서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시대착오적인 진영정치를 부수고 실용 정치로 청년층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대 대선후보 TV 토론회 당시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 등의 질문으로 입길에 오르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바 있다.

게다가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안 후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안초딩(초등학생)’이라는 호칭도 붙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로 나섰던 홍 시장은 “TV 토론 뒤 SNS를 보니 별명들이 생겼다”면서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 후보를 ‘안초딩’이라고 불렀다.

5년 후인 2021년 2월18일, 홍 시장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 후보와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단일화 TV 토론회를 두고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을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안 후보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 당원투표 100%’ ‘과반 특표자 없을 시 결선투표’의 변경 룰이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당원 비중이 지난 2021년, 6·11 전대 당시에 비해 수도권 및 2030세대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후보 캠프 쪽에선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로 2년 전엔 TK(대구․경북)과 PK(부산․경남) 선거인단 수가 약 16만8000명으로 과반을 차지했었으나 현재는 39%로 다소 감소했다. 37.7%인 수도권 선거인단 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당심이 전 같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전대룰 변경에 대해 “민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며 특히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했던 데다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주도로 이뤄졌던 만큼 당원들이 어느 계파에 좀 더 힘을 실어줄 지는 뚜껑을 열아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연속 이틀 ‘총선 후 대표직 사퇴’ 약속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공천을 다 마쳤고 선거를 다 마쳤는데 계속 대표할 필요가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권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될 텐데 왜 그렇게 우회적으로 꼼수처럼 비칠 수 있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도 YTN라디오 인터뷰서 “안 후보가 총선이 끝난 후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을 원만하게 안정적으로 이끌 자신이 없느냐는 점에서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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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