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전선 넓히는 검찰의 양날

또 다른 의혹 띄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검찰이 야당 대표의 바닥까지 훑을 기세다. 불송치 처분된 사건을 ‘재수사’ 명목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야당은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며 반발하는 중이다. 야당 내에서는 검찰이 대표의 삶 전체를 들쑤시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공격이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굵직한 사건 외에도 과거 경찰의 불송치 처분으로 종결됐던 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추가 조사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창과 방패

최근까지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면서 성남FC 구단주로 재직할 무렵 성남시 관내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주게 했다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있다. 지난달 10일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7~2018년 자유한국당, 장영하 변호사 고발 등으로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불송치-검찰의 재수사 요구-경찰 재수사 등의 과정을 거쳐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관계자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네이버, 차병원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힌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대장동 의혹은 개발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또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재계 인사에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미 대장동 5인방(김만배·남욱·유동규·정민용·정영학)과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인사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이 처음 나올 무렵부터 ‘윗선’으로 지목받아왔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대장동 몸통’ 논란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대장동 의혹과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사 수임료를 쌍방울 그룹이 전환사채와 현금 등으로 대신 냈다는 내용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귀국한 뒤 구속된 데 이어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도 검찰 조사가 예정돼있다. 

대장동·성남FC·변호사비 대납
굵직한 논란들 외에 수사 확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른바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해당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북 송금’ 의혹이 나왔기 때문.

2019년 김 전 회장이 북한에 300만달러를 보냈는데 이 돈의 성격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었냐는 게 쟁점이다. 이 과정에서 구속된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와 이 대표, 김 전 회장 사이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온 상황이다. 

검찰이 3가지 굵직한 의혹에서 가지를 뻗어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코나아이 의혹’이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코나아이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시절 지역화폐 운용사인 코나아이 측에 낙전수입 등 추가 수익을 배분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낙전수입은 유효기간과 채권소멸 시효가 지났지만 이용자가 사용·환불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당시 경기도는 2018년 12월 코나아이를 운영대행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2021년 12월 국민의힘이 먼저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한 시민단체가 이 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지난해 9월 불송치 결정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낙전수입은 상사채권 소멸시효(5년)에 따라 선불금 충전일로부터 5년 이후에 발생한다. 코나아이의 운용 대행 기간은 3년. 협약일 기준으로 볼 때 낙전수입을 취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7일 이 의혹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 측 이의신청은 없었지만 보완 내용이 있어 재수사 요청을 했다는 게 겸찰 입장이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 5개월 만에 검찰 요청에 따라 다시 수사를 하게 됐다.

민주당은 “검찰은 이 대표의 삶 전체를 수사할 생각이냐”고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어떻게든 혐의를 만들어서 이 대표를 얽어매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면서 “혐의가 되건, 안 되건 일단 수사를 재개해 이 대표를 망신 주려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3번째 검찰 조사 마쳐
구속영장 청구할까?

그러면서 “대장동과 백현동, 변호사비 대납과 불법 송금, 성남FC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검찰의 끝없는 수사에도 증거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이야 말로 이 대표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 7일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이날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부동산 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백현동 의혹은 2015년 아시아디벨로퍼가 용도를 지역녹지에서 준주거로 한 번에 4단계 상향 변경하는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 확대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포석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이고 당 대표인 만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검찰 수사를 두고 ‘무리했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고 역풍도 불 수 있기 때문. 검찰로선 확실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정치권은 엄청난 혼란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회기 중 구속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표결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구속 필요성 설명과 해당 국회의원의 해명이 동반된다. 한동훈 장관과 이 대표의 맞대결이 국회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이와 동시에 구속영장 청구 주체도 관심사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성남지청에서 양분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위례·대장동 의혹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가 이미 여럿 구속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중앙? 성남?

일각에서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도 보인다.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불구속 기소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보다 수사 전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재판을 통해 이 대표의 유죄를 밝히겠다는 의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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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