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바라는 민주당 속내

계산기 두드리고 ‘만만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에게 국민의힘 문제는 뒷전이었다. 당 대표를 끌어내리던 윤핵관이 실언하던 민주당은 그들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러나 3월로 다가온 전당대회에는 비로소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누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본인들에게 유리할지 벌써 계산해두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차기 국민의힘 대표는 요즘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었다.

월드컵 개막식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조 추첨식이다. 보통 월드컵 개막 반년 전쯤 실시되는 월드컵 조 추첨은 본선 참가국 모두의 관심사다. 상대국이 누구냐에 따라 출전 엔트리를 달리 선발할 수 있고, 그 나라의 특색에 따라 전술을 새로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유명 감독과 코치진은 조 추첨 전까지는 어떤 전략도, 엔트리도 결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엎치락
뒤치락 

상대에 따라 전략을 달리 짜는 문제는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당 간의 선거전에서도 종종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지난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있었던 양당 싸움이 그 좋은 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같은 리스크를 갖고 있는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바 있다.

상대 후보가 같은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행운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시 대장동 문제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공금횡령 문제, 또 성남FC 뇌물 혐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발 사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설수를 타며 지지율 부진을 겪었다.


이때 양 후보는 본인 리스크를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며 상대 리스크도 함께 강조하는 전략을 취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각자에게 성공적이었으며 결국 사법 리스크와 배우자 리스크는 양 후보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만일 리스크가 없는 후보와 맞붙었다면 양 진영은 다른 전략을 취했을 것이다.

이 정치싸움이 내년에도 벌어질 예정이다. 여의도는 벌써부터 내년도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정당 관계자들은 지난해 있던 민주당 전당대회와 오는 3월에 있을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준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차기 당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만큼 당이 총력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요즘 민주당의 관심사는 온통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쏠려 있는 모양새다. 이미 이재명 대표 체제로 굳힌 이들은 ‘2024 총선’이라는 링에 이미 올라가 있는 상태다. 전당대회를 치른 지 반년가량 지난 민주당은 이제 국민의힘의 대표가 누가 될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3월8일 제3차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 선거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대표 한 명과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을 뽑게 된다.

말 많았던 공천룰은 당원투표 100%로 굳어졌고,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직에 이미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수두룩하다.


주요 당권주자에는 울산에서만 내리 5선을 한 김기현 의원과 3선의 안철수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윤상현 의원이 그 뒤를 잇는 상태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광명을 당협위원장인 김용태 최고위원이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고, 송파갑에서 당선된 초선 김웅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다.

청년최고위원직에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과 김가람 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김기현 초반 부진 속 당권주자 급부상
나경원-대통령실 갈등 속 어부지리 1등

친윤(친 윤석열)과 비윤(비 윤석열)으로 나눠진 구도에서 각 후보는 나름의 전략을 들고 고군분투 중이다. 친윤은 본인이 윤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전략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비윤은 ‘균형 잡힌 당 대표’라는 슬로건으로 어필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역시 당 대표 경쟁에 몰렸다. 친윤 세력의 대표를 자처하고있는 김기현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를 공공연하게 알리며 ‘김장 연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난 5일 장 의원과 김 의원은 서울 송파을 당원 강연회에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참석한 행사는 배현진 의원의 지역구 당원 행사였는데, 배 의원 역시 지난해 7월 ‘이준석 때리기’에 앞장선 친윤계 대표 격 의원이다.

당시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던 배 의원은 모두가 이준석 전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제일 먼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친윤 세력의 규합을 도모했다. 배 의원의 사퇴로 힘을 받은 친윤계 인사는 줄줄이 지도부를 박차고 나오며 이 전 대표 몰아내기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이때의 주역들이 이날 행사에 모인 셈이다. 배 의원 양 옆에는 김 의원과 장 의원이 배석했고 현직 의원 30명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 의원의 참석도 눈길을 끌었다. 

사실 본인과 관련 없는 지역구 당원 행사에 주요 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의원들은 타 의원 지역구에 가는 일이 거의 없고, 더군다나 이날 행사처럼 수십명이 모이는 것은 극히 드물다.

정계에서는 이날 행사를 두고 당권에 출마한 후보들이 ‘친윤’ 색을 입기 위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행사장에 있었던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친윤이 아닌 사람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원투표 100% 반영인 상황에서 ‘친윤’으로 인식되는 것은 표 결집에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장 연대’가 공고한 만큼 ‘친윤 후보’는 김기현 의원이 가져가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김장철
지났다?

이 관계자가 말한 ‘김장 연대’란 김 의원과 장 의원의 연대를 말한다. 지난 5일,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할 뜻을 밝히자 국민의힘 여론은 ‘누가 그럼 친윤 후보냐’는 논란이 벌어졌고, 윤 대통령의 복심인 장 의원은 김 의원을 공개석상에서 두둔하는 등 그에게 대놓고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은 이런 국민의힘 기류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에 맞춘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사실상 ‘친윤’ 후보가 대표에 당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며 “김기현 의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그(김 의원)”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현재는 1위 후보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397명에게 ‘당 대표 적합도’를 물었다. 그 결과 김 의원은 35.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나 전 의원은 21.6%로 2위, 안철수 의원이 19.9%로 3위를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은 1.2%였다(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 20.3%를 받았던 김 의원은 지지율이 약 15%p나 올라 이제야 비로소 ‘친윤 바람’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받았다. 당초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김 의원의 약진이 윤심 덕분으로 1위까지 올랐다는 해석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그 이면에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의 갈등이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당권주자로 인기가 높았던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당원들의 마음이 김 의원 측으로 기울었다고 해석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마찰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받아든 결과는 ‘사직서 수리’가 아닌 ‘해임 통보’였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같은 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일방 통보했다.

2연패
설욕?

대통령실이 부위원장직은 물론, 기후대사에서도 나 전 의원의 직함을 몰수한 셈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나 전 의원이 발 벗고 윤 대통령을 지원한 점을 볼 때, 해당 결정은 많은 사람의 의아함을 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 전 의원과의 갈등에 대해 “윤 대통령께서는 나 전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를 위해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준장관급 자리를 저버리고 전당대회에 나간다는 것이 사실 사리에는 안 맞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대통령실과의 불화로 당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나 전 의원을 대신해 김 의원이 각광받으면서 민주당은 속으로 웃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게 ‘친윤’을 등에 업은 후보가 나와 대표에 당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김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것이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 주장한다. 우선 이들은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전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유승민 전 의원이나 나 전 의원같이 비윤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대표가 된다면 중도층 세력 확장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대승으로 이끈 이 전 대표가 그 좋은 예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로 당 대표에 뽑힌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두 차례 선거에서 전면에 나서며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30대 젊은 남성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국민의힘은 2030세대는 물론 중도층까지 표를 흡수하며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몇 달 후의 지방선거까지 승리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수도권 선거 역시 국민의힘이 이긴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은 ‘중도층’으로 분류된 수도권 민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받았고, 많은 선거 전략 전문가는 그 공이 이 전 대표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측은 그런 이 대표와 비교적 정치적으로 가까운 유 전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분위기다.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는 수도권 민심 챙기기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고, 여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 당 대표가 PK지역에서만 유리한 김기현 대표라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존재감 없고 이슈파이팅 못해…환영”
친윤 업은 당 대표 상대로 차기 대권?

민주당은 수도권에서의 승리에 더해 ‘김기현표’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더러 있다고 밝혔다. 우선 이들은 김 의원의 낮은 인지도에 국민의힘 표가 잠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함 특성상 선거전에서 자주 선거운동을 지원하러 다녀야 하는 당 대표가 인지도가 낮다면, 그 파급력이 이 대표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이다. 

대통령선거까지 치른 이 대표의 선거 지원에 비해 5선이지만 울산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해온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이 덜 알려진 인물이다. ‘김장 연대’로 주목받기 전까지만 해도 김 의원의 당내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으며 현재 나와 있는 여러 당권주자들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물론 여의도에 오래 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 의원의 이름이 익숙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파급력이 약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그런 분이 대표로 국민의힘 선거운동을 이끈다면 민주당에 한참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슈 파이팅 능력도 상당이 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세월이 긴 만큼 이슈를 메이킹한 적도, 그에 대응한 경험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국민의힘 내홍 문제에서도 그는 존재감 없는 모습을 연일 보여줬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연일 매스컴을 장식한 바 있다. 유례없었던 지도부와 대권후보 간의 갈등은 시민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언론은 둘 사이의 기사를 쏟아내며 싸움을 부추겼다.

당시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인물이 바로 김 의원이었다. 그는 당내 지도부로서 내홍을 끝낼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해내지도, 주목도 끌지 못했다.

비록 울산에서 두 사람의 회동을 주선해 화해의 밑거름을 깔았지만, 이날 언론의 관심도 역시 이 전 대표에게만 쏠렸을 뿐이었다.

민주당은 그런 김 의원의 존재감이 민주당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재감이 곧 리더십으로 비춰지는 요즘 여의도 분위기에 리더십 없는 김 의원이 대표가 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김 의원이 친윤을 대표하고 있다는 이미지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를 가져가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를 이 대표로 사실상 내정해놓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번 총선이 이 대표의 ‘첫 승리’로 끝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두 번의 선거에서 윤 대통령에게 모두 패배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 대표를 2024년 총선서 승리하게 한 뒤 차기 대권후보로 다시 한번 발돋움시키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당 후보가 친윤 바람을 등에 업은 후보라는 점은 필수적인 요소다. 유권자들에게 현직 대통령이라 비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막상 뚜껑
열어봐야

민주당은 현재 상대 진영의 간판이 누가 될 것인가를 두고 이런저런 셈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이 대표에게 닥친 사법 리스크는 점점 더 그를 압박해가고 있다. 이 대표가 다음 총선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은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