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선은 한랭전선 총선은 정체전선?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1.17 09:12:44
  • 호수 1410호
  • 댓글 1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베란다 문을 열면 거실의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간다는 느낌보다 베란다의 찬 공기가 거실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여름철에도 베란다 문을 열면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빠져나간다는 느낌보다 베란다의 뜨거운 공기가 거실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고 문을 닫게 된다.

겨울철이건 여름철이건 베란다 문을 열어 거실과 베란다의 전혀 다른 성질의 공기가 만날 때, 왜 우리는 거실의 온도보다 베란다의 온도가 강해서 베란다의 공기가 거실로 밀고 들어온다고 느끼는 걸까?

거실의 온도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베란다의 온도가 낯설게 느껴져 거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거실이 아닌 베란다에 있으면서 문을 연다면 베란다의 온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겨울철에는 거실의 따뜻한 공기가 베란다로 들어온다고 느낄 것이고, 여름철에는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베란다로 들어온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공기의 흐름이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거실과 베란다의 서로 다른 공기가 만날 때, 어느 한쪽에서만 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점과 아울러 시간이 지나면 거실과 베란다의 온도가 같아진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여야나 노사와 같이 서로 대치 국면에 있는 집단이 만날 때, 서로 상대가 공격만 한다고 느끼면서 소통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는 만남과 동시에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는 것이며, 소통의 문을 오래 열어두면 서로 공감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거실에 있는 집권당인 여당과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社)가 베란다에 있는 야당과 노(勞)를 무조건 배척하면서 갑질만 해도 안 되고, 반대로 베란다에 있는 야당과 노도 거실에 있는 여당과 사를 무조건 배척만 해도 안 된다는 말이다.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는 온도와 습도와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바로 섞이지 않고, 따뜻한 공기는 찬 공기 위로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 아래로 이동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잘 기억해야 한다.

원래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 각각은 안정 상태였으나, 두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이동하려는 운동으로 인해 불안정 상태가 된다고 한다. 기후학에서는 이 두 공기가 만나는 불안정 상태의 경계지점을 전선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전선으로는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이 있다.

온난전선은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 위로 천천히 올라갈 때 발생하며, 그래서 넓은 구름이 형성된다. 반면 한랭전선은 찬 공기가 따뜻한 공기 아래로 들어갈 때 발생하며, 온난전선과 달리 강한 상승기류로 인해 높은 구름이 형성돼 단시간에 강한 강수를 유발한다.

이같이 정치도 선거 때만 되면 집권당과 야당의 서로 다른 가치가 만나 불안정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한다. 작년 대선 때는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한판 붙어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우리 국민이 정권 연장이라는 온난전선 대신 정권교체라는 한랭전선을 형성했다.

우리 국민이 한랭전선 이후에는 매서운 한파가 온다는 걸 알면서도 한랭전선을 택해 국민의힘에 정권교체의 기회를 준 이유는 공정과 원칙을 통해 투명하고 깨끗한 세상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된 지 8개월이 넘은 아직까지도 나라가 시끄럽기만 하니 과연 내년 총선에서 우리 국민이 어떤 전선을 형성할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내년 총선은 작년 대선과 반대로 국민의힘이 집권당이 돼 야당인 민주당과 한판 붙는 선거다. 서로 여대야소의 온난전선과 여소야대의 한랭전선을 목표로 피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싸움이다.

우리 국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 윤석열정부가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여대야소의 온난전선을 형성해야 할지, 작년 대선 때처럼 야당에 힘을 실어줘 여소야대의 한랭전선을 형성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작년 대선에서 한랭전선을 형성해봤던 우리 국민이 이번에도 한랭전선을 형성할지 아니면 이번에는 온난전선을 형성할지 그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와 윤정부의 향후 3년의 운명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내년 22대 총선에서는 여대야소의 온난전선이나 여소야대의 한랭전선이 아닌 지난 20대 총선(123석:122석)처럼 여대야대의 정체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남북 대치 관계를 상징하는 휴전선이라는 정체전선을 경험해왔던 우리 국민의 정서가 내년 총선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기도 하다.

문제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세력이 비슷한 상태에서 한곳에 오래 머무는 정체전선이 형성되면 길고 긴 장마를 피할 수 없듯이, 22대 총선 과정에서 정체전선이 형성될 경우 우리나라가 장기간 정치적 침체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우리 국민은 앞으로 약 15개월 동안 여야가 서로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정치 기상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차근차근 총선 전선을 만들어갈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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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