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초가’ 문재인 옥죄는 네 가지 검날

검찰 칼춤 추는데 문빠는 조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면초가,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 주변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을 뜻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노래’에 시달리고 있을 듯하다. 재임 시기 일어난 사건이 하나둘 들춰지면서 검찰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모양새다. 여기에 공고했던 지지층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저는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 일체 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대통령 끝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잊히고 싶다
SNS 등장?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퇴임 이후엔 ‘자연인 문재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물면서 자연과 벗 삼아 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지난 5월9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얼마 되지 않아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에 나섰다. 

책을 추천하거나 자신과 반려동물을 근황을 알리는 등 꾸준한 SNS 활동을 이어갔다. 언론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왔다. 구심점이 사라진 ‘친문(친 문재인)’과 지지세력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의견과 자연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어떤 해석이 맞든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사람’이 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그 존재감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일어난 사건이 재부각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검찰의 칼끝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중이다.

지난 14일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실종됐다가 숨진 사건이다. 이씨는 실종 지점에서 38㎞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사건이 화두로 떠오른 건 문정부 조사와 윤석열정부의 조사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 문정부는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윤정부 해경과 국방부는 지난 6월 결과를 번복했다. 결과가 180도 달라지면서 당시 사건 관련자가 줄줄이 언급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턱밑까지
서훈 구속·박지원 조사·유족 고소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삭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출석했다. 그는 검찰 조사 전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실장으로부터 어떤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으며 국정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국정원 첩보 보고서 46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회의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보안 유지를 명목으로 관계기관에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 전 실장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 기소됐다. 


서 전 실장의 구속, 박 전 원장의 소환 조사가 이어지면서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5일 검찰 조사 후 출연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 조사가)문 전 대통령까지 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혐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저한테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고했느냐’를 물었을 것인데 전혀 말이 없었다”며 “제가 받은 감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니고 아마 제 선에서 끝나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검찰 수사가 더 윗선으로는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씨의 유족 측은 박 전 원장의 검찰 조사 날인 지난 15일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뒤바뀐 결과
확대된 수사

법조계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이씨 사망 전 서면보고를 받았음에도 즉시 북한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발표한 점 등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최종 승인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변부를 향한 검찰의 칼날도 매섭다. 지난 8일 검찰은 타이이스타젯 배임 사건과 관련해 시한부 기소중지 조치를 해제하고 이스타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1월 기소중지 처분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을 실소유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타이이스타젯은 2018년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취업해 특혜 채용 논란이 일었던 회사다. 이 전 의원이 차명으로 운영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서씨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청년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미래를 훔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는 그야말로 공정이라는 가식의 탈을 쓴 민주당정권 비호 아래 자행된 ‘청년 기만극’”이라면서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스타항공을 국정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위·아내
현재진행형

서씨는 증권·게임업계 출신으로 항공업 경력이 사실상 없다. 그는 이 전 의원이 2017년 2월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하고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전무이사로 근무했다. 서씨 가족도 태국으로 이주했는데 당시부터 별다른 영업 활동을 하지 않아 ‘유령회사’란 의혹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2020년 4월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북 전주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의원의 인사 및 공천과 서씨의 채용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2020년 9월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은 뇌물죄로 고발당했다.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관련 논란도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2019년 3월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의상, 구두, 액세서리 비용 등을 공개해달라며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사실상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문정부 청와대는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윤정부가 항소를 취하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윤정부는 항소를 유지하기로 한 뒤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의전비용 관련 정부 예산편성 금액과 일자별 지출 실적에 대해 “각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주변부에 대한 사법 리스크 외에도 문 전 대통령을 신경쓰이게 하는 요소가 또 있다. 문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윤정부 들어 하나씩 뒤집어지고 있는 것.

탈원전·문재인케어 폐기 수순
개딸에 밀려 지지세력 줄었나?

최근에는 ‘문재인케어’가 표적이 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케어를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의 건강보험개혁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건보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있다”며 “건보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보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더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탈원전 정책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며 올해를 ‘원전 사업 재도약 원년’으로 규정했다.

이는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 1호기 준공 기념행사 축사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전 사업을 우리 수출을 이끌어가는 버팀목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원전 강국으로 위상을 다시금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정부의 연이은 ‘문 뒤집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임 정부 정책이라고 해서 색깔 딱지를 붙여서 무조건 부정만 한다면 그에 따른 고통은 우리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윤정부의 문재인케어 폐기를 두고 “한 마디로 얼빠진 일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라진 방패
속수무책?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예전만큼 화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자를 가리키는 ‘문빠’의 활동력이 많이 뜸해졌다는 의견이 있는 것. 일각에서는 민주당 이 대표의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세력이 커지면서 문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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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