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 재무부 가이던스 발표 앞두고 IRA 총력전

이달 말 개정, 한국 의견 반영 위해 전방위 노력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관련 가이던스(guidance)를 이달 말까지 수립할 계획인 가운데 한국정부가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IRA 대응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외교부 이도훈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IRA 가이던스에 우리 측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나가는 동시에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IRA 내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의 세부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재무부는 지난 11월 초와 1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동시에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기업들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IRA 발표 직후부터 전방위 대응
미 상하원 보조금 3년 유예 법 개정 발의 이끌어내


정부는 8월 IRA가 발표되자마자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미국정부에 법 개정 및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면담은 물론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고, 법안 발효 직후부터는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 설득에 나섰던 바 있다.

9월 초 정부는 미국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시켰다. 이는 지난달 4일, 미국과의 첫 협의를 시작한 EU보다 발 빠른 행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창양 산자부 장관, 안 통상교섭본부장,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미 행정부 관료들과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 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회도 8월 말,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9월1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가결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같은 한국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에 미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 초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 (IRA에)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IRA 발표 직후부터 정부와 국회 초당적으로 한국 차에 대한 차별 해소 촉구
9월 초 한미정부 협상 채널 합의, 16일 가동…11월 첫 회의 EU보다 빠른 행보
정부와 기업 원팀으로 협력해 미국 상·하원에서 수정 입법 발의도 이끌어내

<불룸버그>도 같은 달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달 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서 현대차 장재훈 사장은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설득에 발 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또 제일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국회는 물론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이 원팀으로 힘을 합치며 미국 상원과 하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이끌어냈다.

라파엘 워녹(Raphael Warnock)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월 말 IRA의 친환경 자동차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the Affordable Electric Vehicle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이어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테리 스웰(Terri Sewell)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서도 발의됐다.

미국 정가에 정통한 인사는 “올해 안으로 법 개정은 힘들 수 있지만, 중간선거 및 레임덕 의회라는 정치적인 제약 속에서 한국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미국 의회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수정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는 점 등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 가이던스에 입장 반영 노력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 공제 이슈화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기업들이 혜택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은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견서 전달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 측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11월 1차 의견서 제출 전에는 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행정부의 IRA 집행을 총괄하는 존 포데스타(John Podesta)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과 화상 면담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IRA를 이행하기 위한 하위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일, 2차 의견서 제출 직후에는 정부와 국회가 합동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5일 미국을 방문,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국 측 요구를 강하게 전달했다.

미국 언론도 한국정부 적극적 대응에 주목, 국내 기업들도 감사의 뜻 표해
미 재무부에 한국기업 최대한 혜택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 강력 제안

미국 의회에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의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미국 행정부에는 한국이 제시한 의견을 재무부 가이던스에 최대한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정부의 상업용 친환경차 관련 요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일 ‘자동차회사들과 한국이 상업용 EV 세액공제 적용 촉구’라는 제목의 워싱턴발 기사에서 “많은 자동차 회사들과 한국정부가 의회서 승인된 기후 법안(Climate Bill)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EV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상업용 전기 자동차 세금 공제를 적용할 것을 축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정부는 재무부에 상업용 친환경 자동차를 광범위하게 해석해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공유 기업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렌터카, 리스 차량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미국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중간선거 앞두고 IRA 전격 추진
프랑스 대통령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았다”

IRA는 미국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치적이 필요해진 민주당이 당내 비밀 협의를 통해 무리하게 단기간 내 밀어붙인 법안이라는 것이 미국 현지의 중론이다.

9일 만에 상원 통과에서 대통령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강력한 동맹국들인 유럽과 일본도 사전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미국 하원의원들 사이에서 법안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서 투표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며 미국자동차협회(AAI) 회장은 “의회서 짧은 기간에 논의돼 우리도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말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난 자리서 “IRA가 논의될 때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인)내 입장을 생각해보라. 좋은 친구로서 존중받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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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