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 재무부 가이던스 발표 앞두고 IRA 총력전

이달 말 개정, 한국 의견 반영 위해 전방위 노력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관련 가이던스(guidance)를 이달 말까지 수립할 계획인 가운데 한국정부가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IRA 대응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외교부 이도훈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IRA 가이던스에 우리 측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나가는 동시에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IRA 내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의 세부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재무부는 지난 11월 초와 1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동시에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기업들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IRA 발표 직후부터 전방위 대응
미 상하원 보조금 3년 유예 법 개정 발의 이끌어내


정부는 8월 IRA가 발표되자마자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미국정부에 법 개정 및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면담은 물론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고, 법안 발효 직후부터는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 설득에 나섰던 바 있다.

9월 초 정부는 미국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시켰다. 이는 지난달 4일, 미국과의 첫 협의를 시작한 EU보다 발 빠른 행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창양 산자부 장관, 안 통상교섭본부장,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미 행정부 관료들과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 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회도 8월 말,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9월1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가결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같은 한국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에 미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 초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 (IRA에)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IRA 발표 직후부터 정부와 국회 초당적으로 한국 차에 대한 차별 해소 촉구
9월 초 한미정부 협상 채널 합의, 16일 가동…11월 첫 회의 EU보다 빠른 행보
정부와 기업 원팀으로 협력해 미국 상·하원에서 수정 입법 발의도 이끌어내

<불룸버그>도 같은 달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달 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서 현대차 장재훈 사장은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설득에 발 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또 제일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국회는 물론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이 원팀으로 힘을 합치며 미국 상원과 하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이끌어냈다.

라파엘 워녹(Raphael Warnock)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월 말 IRA의 친환경 자동차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the Affordable Electric Vehicle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이어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테리 스웰(Terri Sewell)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서도 발의됐다.

미국 정가에 정통한 인사는 “올해 안으로 법 개정은 힘들 수 있지만, 중간선거 및 레임덕 의회라는 정치적인 제약 속에서 한국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미국 의회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수정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는 점 등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 가이던스에 입장 반영 노력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 공제 이슈화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기업들이 혜택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은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견서 전달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 측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11월 1차 의견서 제출 전에는 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행정부의 IRA 집행을 총괄하는 존 포데스타(John Podesta)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과 화상 면담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IRA를 이행하기 위한 하위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일, 2차 의견서 제출 직후에는 정부와 국회가 합동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5일 미국을 방문,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국 측 요구를 강하게 전달했다.

미국 언론도 한국정부 적극적 대응에 주목, 국내 기업들도 감사의 뜻 표해
미 재무부에 한국기업 최대한 혜택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 강력 제안

미국 의회에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의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미국 행정부에는 한국이 제시한 의견을 재무부 가이던스에 최대한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정부의 상업용 친환경차 관련 요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일 ‘자동차회사들과 한국이 상업용 EV 세액공제 적용 촉구’라는 제목의 워싱턴발 기사에서 “많은 자동차 회사들과 한국정부가 의회서 승인된 기후 법안(Climate Bill)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EV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상업용 전기 자동차 세금 공제를 적용할 것을 축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정부는 재무부에 상업용 친환경 자동차를 광범위하게 해석해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공유 기업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렌터카, 리스 차량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미국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중간선거 앞두고 IRA 전격 추진
프랑스 대통령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았다”

IRA는 미국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치적이 필요해진 민주당이 당내 비밀 협의를 통해 무리하게 단기간 내 밀어붙인 법안이라는 것이 미국 현지의 중론이다.

9일 만에 상원 통과에서 대통령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강력한 동맹국들인 유럽과 일본도 사전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미국 하원의원들 사이에서 법안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서 투표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며 미국자동차협회(AAI) 회장은 “의회서 짧은 기간에 논의돼 우리도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말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난 자리서 “IRA가 논의될 때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인)내 입장을 생각해보라. 좋은 친구로서 존중받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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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