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⑪선덕여왕보다 더 멋진 히로인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2.06 08:46:38
  • 호수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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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바야흐로 봄이 가까웠다. 아직 꽃샘바람이 꽤 불었지만 버들개지와 개나리는 떨면서도 점차 화사한 기운을 내뿜었다. 선덕여왕보다 더 멋진 역사의 히로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여대통령은 의외로 잦은 해외순방으로 업무를 시작해 계속 이어나갔다.

전직 대통령의 사리사욕 추구에 지쳐빠진 국민들은 민족 중흥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인 근혜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적어도 자기 탐욕에 빠져 나라를 거덜내진 않으리라는 소망이랄까. 

자기 목표

물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사상 최초의 여대통령은 단정해 뵈는 외모와 부드러운 언행으로, 파렴치범인 전직자에 지친 국민들로 하여금 모종의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바가 없지 않았다.

아마 목련 같은 이미지를 느끼는 국민도 있었으리라. 백목련… 순결해 보이되 얼마 못 가 곧 누추해져 추락하는 꽃. 아무튼 희망과 우려와 소망을 교차케 했다고나 할까.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도 화제가 됐다. 이제 새로운 북방정책으로 아메리카의 똘마니 신세에서 벗어나 민족 자존할 수도 있으리란 작은 꿈을 꾸게 했다.

시진핑 주석과 함께 한 공식 석상에서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찬탄을 불러일으켰다는 뉴스는 나중에 사실이 아닌 과장된 헛소리로 밝혀졌다. 

아마 그 무렵 이른바 ‘통일 대박론’이 나오지 않았는가 싶다. 아버지 대통령의 유훈을 받들어 딸 대통령이 선언한지라 대중들은 호응했다. 하지만 맹점이 없지 않았다.

통일이 한민족의 미래에 좋다는 건 일부 이기적인 족속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겠으나 문제는 그 방법이리라.

이웃 간에 담장을 터서 서로 한 집안처럼 교류하려 해도 믿음과 어느 정도 동질성이 필요할 텐데, 오래도록 적대적으로 앙앙대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겠는가.

아마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쌀 몇 가마니에 자기네 집과 족보와 추억 어린 방을 종속적인 상황 아래 내던지진 않을 터이다. 인격과 가격[家格]을 존중해 주어야 하리라.

어쨌든 북한은 하나의 나라이다. 괴상스럽든 기괴하든. ‘통일대박론’이란 건 자기들 나름대로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 살아가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통째로 삼켜 버리겠다는 배짱이며 심보다.


아버지 대통령 같은 북진 통일론은 아닐지라도 자기네가 늘 주창하던 글로벌 시대의 에티켓은 아니다.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싸가지 말아먹은 자본주의 광녀의 야욕으로 관측되지 않겠는가.

가마솥에 펄펄 삶아서 온 인민이 뜯어 먹어도 모자란다는 유언비어도 휴전선을 넘어왔다지. 같은 민족끼리 잡아먹으려고 광분하기보다, 최소한 일본국이나 러시아를 대하는 만큼의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인간 생활의 기본. 독재는 그걸 부정. 국가와 국가 간의 예의마저 무시. 아빠 대통령보다 더 무지한 딸. 그걸 억지로 극복해 보려고 그 시대 그 당시 아빠보다 더 늙은 입으로 문득 통일대박론을 꺼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되새겨 보건대 여러모로 이상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유하자면 허니문 기간인데, 하얀 요 위에 붉고 푸른 최고급 태극 문양 이불을 덮곤 행복 지향적인 합궁을 추구하진 않을망정 웬 뜬금없는 여성 상위 체위만 고집하느냐며 비웃는 시덥잖은 난봉꾼마저 있었다.

혹시 최순실의 아비인 최 머시기 사이비 목사와의 로맨스로 인해 그 자의 조종을 받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는 지식인도 보였다.

최 머시기 사이비 목사가 죽었으므로 현재 그의 딸(최순실)이 대물림 받아 막후에서 대통령을 조종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까지 나아갔다. 

박 전 대통령, 해외 순방으로 임기 시작
‘통일 대박론’ 내걸었지만…문제는 방법

하지만 일부 국민은 그럴 리가 있겠냐고 광분하며 그 지식인을 현대식 돌(댓글 따위)로 쳐 죽여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태극기 부대의 극렬분자들은 집 안까지 막 쳐들어가 협박하며 땡깡을 부렸다.

그때만 해도 미래 상황이 어찌 전개될지 몰랐으므로 태극기 부대가 아닌 일반 국민들도 여대통령에 대해 모종의 기대감을 지녔던 성싶다. 이전의 쥐박이 쌍놈 대통령에게 당한 허망함과 배신감까지 희망의 불쏘시개 구실을 조금쯤 하지 않았는가 싶다.

아무튼 통일대박론은 일단 논리적이기보다 허황스러운 포퓰리즘, 이를테면 로또 복권에 곧 당첨된 듯이 허풍떠는 짓거리로 인식됐다. 선거의 여왕 시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정말로 여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자주 나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한동안은 그걸 국민들도 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던 성싶다. 아니, 오히려 외교는 내팽개친 채 국내에서 사대강 사업을 억지로 벌이며 사리사욕이나 챙긴 전직 쥐 대통령의 파렴치한 짓에 분노한 국민들은 신선한 미래성 비전을 느끼기도 했다.

영국의 대처 여사보다 더 예쁘고 지조와 강단을 갖췄을 뿐 아니라 선덕여왕 이미지마저 겸비했으므로 열광적인 남자 스토커도 적지 않았다.


그중 특히 허경영씨는 공개적으로 청혼을 했고, 한 발 더 나가 박정희 대통령 생존 당시 이미 사위로 점지 받아 영애 근혜와 약혼까지 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는진 몰라도 꽤나 정열적이었다.

믿는 사람도 있었다. 

그 정도면 백마(혹은 흑마) 탄 기사라고 할 만할 텐데도 우리 여대통령은 의외로 매정스레 지켜보더니 급기야 허위사실 날조로 고소해 버렸다. 만약 허 본좌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결혼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궁금하다.

혹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을까, 아니면…?

여러 가지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공적으로 표명하는 건 삼가야 할 듯싶다. 다만 한 가지, 과연 줏대 혹은 고집이 무척 센 그녀를 허본좌가 초능력을 발휘해 잘 제어했을지 반대로 꽉 쥐어 잡혀 삐에로처럼 전락했을지는 여전히 약간 궁금하다.

어쨌든 간혹 티격태격 싸움을 할지언정 차츰 음양 기운이 조화돼 좀 부드러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러운 기회는 무산되고 그녀는 유아독존 속에서 음기만 더욱 강해져 가는 모양새였다.

음양오행적인 관점에서 북쪽은 음이 강하고 남쪽은 양이 성하다는데, 취임식 때 오방색을 활용해 화려 찬란스러운 퍼포먼스를 펼치고는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처럼 정말 최순실이란 마녀가 주술적으로 활용해 펼친 것일까? 

그러운 세상이었지만 하숙생들의 일상생활은 큰 변화 없이 강물처럼 때론 파도치며 흘러갔다. 어차피 한 하숙생이 나가면 다른 신입생이 들어오니까.

또한 대통령의 권력이 아무리 대단할지언정 물결은 잠시 바꿀 수 있을지 몰라도 깊은 흐름은 다른 법칙을 따르는지 어쩐지…. 

하숙이란 말은 약간 낭만적인 풍미도 있지만 현시대엔 좀 구차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숙 전성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인생은 나그네 길이 아니라 빌딩의 주인으로 군림해야 살맛이 나는 시대다. 하숙이란 낱말 자체가 일본인이 지어냈는지 한자 단어인지 모르되, 암튼 본채 아래쪽의 허접한 숙소란 뜻이 아니겠는가. 

하숙 식당의 하루는 새벽 5시쯤이면 서서히 막이 열리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새로운 무대. 물론 기울어진 무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터이지만, 하숙에선 불평만 하기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만 서울 중심부의 기울어진 시멘트 아스팔트 위에서나마 잘났든 못났든 자기 꿈과 목표를 향해 반 발짝 한 걸음쯤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리라.

자기 탐욕

아니다. 아무리 버둥거려 봤자 멈췄거나 후퇴하기도 하고, 빈둥빈둥 빤질거리던 놈이 어느 날 갑자기 날개를 단 듯 날아올라 떠나 버리는 곳이 하숙이다. 물론 그 이후에 어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면에서 한국 사회와 좀 닮았다 해도 되리라.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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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