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쌍한 아이들 ‘빈곤 비즈니스’ 추적

학대·폭행 벗어났더니…성폭력 지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린 안모 목사가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구체적 증거가 제출됐음에도 철면피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의 행태를 방관한 인물들은 여전히 피해자들을 회유 중이다. 광고와 지원 등의 돈줄이 끊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었을까? 안 목사가 왕래도 거의 없던 시설과 지난해부터 연계 활동을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안모 목사가 운영하는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이하 센터)에 속한 간부와 일부 아동은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했던 서울 소년의집(현 꿈나무마을) 출신이다. 꿈나무마을은 과거 아동학대·폭행 의혹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한 이후 안 목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를 믿고 센터에 머물기로 했다. 지옥보다 더한 지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청포도-꿈나무
뭘 주고받았나

안 목사에게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10명 가까이 된다. 그루밍이란 단어 뜻 그대로 ‘길들이기’를 의미한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쌓거나 호감을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피해자에게 성적 가해를 하는 범죄를 말한다.

일반적인 협박이나 폭행 등에 의한 성폭행·성추행이 아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지하도록 만든 뒤 관계성을 강조하며 성적 착취를 가하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들은 지난달 29일에도 피해 입증을 위해 경기북부경찰청에서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기북부청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고 최종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안 목사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언제 소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안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꿈나무마을 출신이었다. 특히 이들이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한 이후 센터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 준 인물이 안 목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안 목사와 일하기 이전 꿈나무마을에서 활동했다. 2020년 4월28일 KBS1에서 방영된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에 출연했던 A씨도 꿈나무마을에서 커왔다. 안 목사는 2016년부터 A씨의 법적 보호자가 됐다.

피해자들은 꿈나무마을과 센터가 그간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각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간부들끼리 서로 비난하기 바쁜 각자도생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일요시사> 단독 보도로 꿈나무마을의 아동학대·폭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후부터 각 단체의 간부가 모여 오해를 풀었다며 연계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욕하기 바쁘다 급화해…공식 연계 활동
꿈 퇴소하는 18세 아이들 청 센터로 이동

앞서 꿈나무마을 보육원 출신 B씨는 지난해 8월 아동학대 혐의로 이 시설 보육교사 3명을 고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1까지 6년간 이들로부터 장기적인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B씨는 꿈나무마을에서 핸드폰 등으로 맞아 머리가 찢어진 일도 다수 있었고 몽둥이로 폭행을 당한 데 이어 강제로 정신병원에도 입원되는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이 일어났다고 주장해왔다.

B씨는 2020년, ‘꿈나무마을 내 집단 아동학대 사건과 시설관계자의 은폐’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꿈나무마을 보육시설 생활관에서 보육교사의 아동학대와 성폭력 ▲시설관계자의 방임과 사건축소 등으로 100여명이 아동학대 피해를 입어 심각한 사회 부적응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지났다며 이를 반려했다.

18세가 되면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해 자립해야 하는 피해자와 아이들 입장에서는 안 목사가 센터에서 머물게 해주는 등의 지원사격이 희망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센터 출신 C씨는 “꿈나무마을과 센터의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 도우려 하지 않았던 건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내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인간극장>에도 언급됐던 센터가 좋은 곳이라 믿고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속속 드러나는
목사의 두 얼굴

또 다른 센터 출신 관계자도 “꿈나무마을에서 사실상 탈출을 선택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자립을 준비하려 했다”며 “당시에만 해도 꿈나무 출신인 갈 곳 없는 우리를 받아준 안 목사가 고마웠다. 그가 우릴 이용할 줄 알았겠냐”고 되물었다.

<일요시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안 목사 측근들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 목사가 센터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은 크지 않았으나 <인간극장>에 출연한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대기업과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의 후원 금액이 몇 배로 늘면서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수천만원 상당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까지 끌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몰락한 꿈나무마을과 센터 간 연계 활동이 안 목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최근 제기된 안 목사의 횡령 의혹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6월 센터에 다니던 C씨의 통장에 국내 한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특별 장학금 500만원이 3분 만에 센터 상임이사 계좌로 송금됐다. 한 달 후에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병원비 명목 후원금 1000만원이 들어왔다. 이 중 700만원도 센터 상임이사에게 보내졌는데 C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써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이 누적됐다면 행정안전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았다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어른들을
믿고 옮겼다”

모 변호사도 “기부 목적 이외에 금전이 유용됐다면 횡령으로 볼 수 있고 대기업과 개인 후원자를 기만한 것이기에 사기죄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횡령 금액이 커진다면 처벌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체나 개인이 후원금을 받는 단체에 대해 검증하면 좋겠지만 외부에서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체는 후원금을 받은 곳에 대해 자금 흐름 및 사용처 감사를 정부기관에 요청할 수는 있으나 개인은 권한 자체가 없다.

심지어 단체가 요청해도 후원금을 받은 센터가 형식적 자료만 제출하기에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자신이 써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은 C씨만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안 목사에게 사실상 세뇌를 당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거나 본인의 후원금이 증발해도 문제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여럿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한 아이들이 센터로 갔기 때문에 안 목사 측이 갈취하거나 횡령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매년 4000여명의 보호대상 아동이 생기고 상당수가 시설에 맡겨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보호 조치된 아동 4120명 가운데 3분의 2인 2727명이 시설로 갔다. 보육원 등 양육시설이 113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동생활가정(그룹홈) 712명, 보호치료시설 451명, 일시보호시설 343명 등의 순이었다.

간부·피해자 대부분 꿈 출신들
사라진 장학금·후원금 어디로?


2020년 기준 전국의 아동복지시설 274곳에서 1만1356명이 지낸다. 이중 1만352명이 양육시설(237곳)에서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원히 시설에서 살 수 없기에 언젠가는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국가는 그 나이를 만18세(희망 시 만 24세)로 정했다. 500만~1000만원의 자립정착금과 월 30만원 자립수당 등을 받을 자격은 모두 그 나이에 주어진다. 자립수당 지급은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2년 이상 연속 이용’(보건복지부 시설) 또는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3년 중 2년 이용 및 퇴소 직전 1년 이용’(여성가족부 시설)이라는 조건이 더 붙는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시설 내부에서 폭행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C씨는 “억지로 참고 사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무탈하게 시설 이용기간을 채워야 하고, 당연히 시설의 규칙을 잘 따르는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 외출 제한, 잔반 남기지 않기, 취침 시 휴대폰 사용 금지 등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센터와 비슷한 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후원금과 지원금을 빼앗기거나 재무 관리에 소홀해져 불안정한 생활이 지속될 수 있다. 실제 보호 종료를 앞둔 아동이 자신의 경제적 자립준비 정도를 10점 만점에 4.8점으로 인식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못 버티면
극단적 선택”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설이 보호아동들의 심리와 불안을 이용해 세뇌시킨다. 자신이 피해를 입거나 가해지는 범죄조차 사랑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센터와 시설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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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