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이승기

개미처럼 일만 한 ‘국민 남동생’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엄친아’ 연예인 이승기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최근 언론 보도들을 통해서 소속사와의 정산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미정산 음원 수입만 96억원 이상. 누락된 데뷔 초기 수입까지 더하면 이승기는 수십억원을 떼먹힌 셈이다. 일각에선 “이승기가 노예계약에 당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승기는 2004년 데뷔 이후로 18년간 별다른 논란 없이 연예계 생활을 이어왔다. 그의 지인들은 이승기가 데뷔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로도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입을 모은다. 일명 ‘아이렌’으로 불리는 팬덤도 이승기를 따라 성숙하고 모범적인 팬 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모범 연예인
불량 소속사

하지만 지난 18년을 함께해온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만은 달랐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종합하면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소속사)는 이승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쓸어 담으면서도 이승기를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기만했다. 

지난 18일, 이승기가 소속사에 정산 관련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의외의 소식이었다. 이승기와 소속사 사이의 두터운 관계는 연예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승기는 데뷔 이래로 한 소속사에 계속 몸담았다. 지난해 5월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도 다음 달 재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끈끈한 의리를 보였다. 그는 2010년 KBS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권진영 대표를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고 인연”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소속사와 권진영 대표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전해왔다. 


이랬던 이들이 법정 다툼까지 눈앞에 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다. 지난 21일 <디스패치>는 단독 보도를 통해 이승기가 데뷔 이래 18년 동안 음원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속사는 끊임없이 이승기를 ‘가스라이팅’했다. 그동안 소속사는 이승기가 음원 수익 정산에 관해 질문할 때마다 “너는 마이너스 가수라 정산을 못 해준다” “네 팬들은 음반을 안 사준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정산은 없었다. 이에 이승기는 자신이 지난 18년 내내 ‘마이너스 가수’였던 것으로 오해했다. 

그러던 중 이승기는 지난해 우연히 자신의 음원 수익에 관한 소식을 접했다. 소속사 경영팀 직원이 실수로 정산 관련 문자메시지를 이승기에게 보낸 것이다. 문자 속에는 이승기가 2020년 발표한 곡들의 음원 수입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었다.

이를 본 이승기는 내심 기뻤다고 한다. “내가 마이너스 가수가 아니구나” “나도 음원으로 수익을 내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기는 이를 두고 음악계 선배와 대화하던 중, 의문점을 속속 접했다. 선배는 “내가 받는 저작권료가 얼만데, 네가 마이너스일 리가 없다” “소속사와 계약조건이 어떻게 되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이승기는 지속적으로 정산 자료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 참다못해 꺼내든 방법이 내용증명 발송이었다. 


후크엔터 음원 정산 논란 일파만파
“100억원 중 최소 50억원 받아야”

내용증명으로 공개된 장부에 적힌 매출은 소속사가 그간 이승기에게 했던 말과는 전혀 달랐다. 장부에 적힌 이승기의 음원 매출액을 합쳐보니 총 96억원에 달했다. 이마저도 2004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의 자료가 유실된 결과다.

유실된 기간 중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 등으로 전국적 인기를 끌며 가수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누락 금액이 확인되면 매출액이 갑절로 뛸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당초 이승기 4·소속사 6에서 이승기 7·소속사 3까지 변화한 계약조건을 감안해도 이승기가 떼인 돈은 5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소속사는 이 사건에서 돈을 떼먹은 가해자다. 반대로 이승기는 일방적인 피해자다. 하지만 내용증명을 받은 권 대표는 되레 분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권 대표는 이사진과 매니저를 소집한 자리에서 “(이승기 측이)그냥 막 가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내 이름을 걸고 죽여버릴 거야. 내 나머지 인생을 이승기를 죽이는 데 쓸 거야. XXX끼 내가 진짜야”라고 말했다. 배석자가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승기는 지난 17일 소속사 A 이사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김 매니저 통해서 권 대표 반응을 들었다. 정산서는 1년 동안 반응이 없으셔서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취한 행동인데 어떻게 그런 협박을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37살 열심히 일하며 사는 제가 왜 18살 고등학생처럼 욕을 먹으며 주눅 들어야 하는지 참담하다. 앞으로는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김 매니저, 정말 진심으로 후크를 위해 열심히 했다. 저도 저지만 김 매니저한테 그러시면 안 됐다”며 “이승기, 이승기 부모, 이승기 매니저, 이승기 지인. 권 대표는 이 모든 사람을 평생 무시했다. 제 사람들 더는 무시 안 당하게 제가 용기 내야겠다. 권 대표의 음해와 협박으로 제가 연예인 못한다면 그것 또한 제 운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의 관계는 이제 최악으로 치달았다. 인연의 시작과는 정반대인 모습이다. 앞서 이들은 18년을 함께 걸어왔다. 18년 전 이승기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유명한 ‘엄친아’였고, 권 대표는 가수 이선희를 도와 그를 ‘국민 남동생’으로 만들어준 은인이었다.

이승기는 1987년 1월13일 서울특별시 도봉구에서 태어났다. 서울신학초등학교와 노곡중학교, 상계고등학교를 잇달아 졸업했다. 

친구들의 회상에 따르면 이승기는 완벽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 음악까지 모두 잘했다고 한다. 이승기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전교 회장을 두 번씩이나 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성공 동반자?
정산 뒤통수

고등학교 전교 회장 선거 당시에는 데뷔 때문에 출마를 고민하던 이승기가 후보 모집 마지막 날 결국 출마하자 앞서 신청한 후보 두 명이 낙선을 직감하고 자진사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승기는 학교 역사상 최초로 찬반투표로 전교 회장에 당선됐다고 한다. 

공부도 잘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중간·기말고사뿐만 아니라 수행평가 성적도 늘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승기 본인 회상에 따르면 학창 시절 전교 2등까지 해봤다고 한다.


성적보다도 빛났던 것은 그의 인간성이다. 이승기는 학창 시절부터 선하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지녔다. 이승기의 고등학교 담임 교사들은 “학교의 문제아들도 이승기와는 유순하게 지냈고, 보통 반장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 타 반 학생들과 달리 이승기네 반은 이승기가 한마디만 하면 군말 없이 따랐다”고 증언했다.

많은 연예인이 학창 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승기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공부보다도 쉬는 시간에 하는 축구에 더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은 여느 남학생들과 같았다. 또래 사이에서는 ‘축구 하자면 바로 해주는 멋진 친구’로 알려졌다.

한 동창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중학생 때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전반 20분 뒤늦게 등장한 이승기가 혼자 여러 골을 몰아 넣어 결국 11-1로 이겼다”는 일화를 전했다.

이승기는 고등학교 때 ‘사이퍼(Cypher)’라는 밴드부 보컬로도 활동했다. 먼데이 키즈의 리드 보컬인 가수 이진성과 아이돌그룹 하이라이트의 양요섭 역시 사이퍼 출신이다. 이진성은 이승기의 2년 직속 선배로, 오디션에서 직접 이승기를 뽑았다.

이승기는 밴드부 활동 당시 동네 유명인사였다고 한다. 학교 축제가 열릴 때 이승기를 보려고 여기저기서 구경꾼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이선희는 직접 운영하던 라이브 소극장에서 우연히 이승기가 밴드 공연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이선희가 직접 가수 제의를 했지만, 정작 이승기 본인은 이선희를 알아보지 못하고 단칼에 거절했다. 사실 그때 이승기는 ‘이것이 내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며 공연했었다는 후문이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다 보니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잡음 
압수수색

이승기가 마음을 돌리는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이승기의 어머니는 집에 돌아온 이승기의 이야기를 듣고선 “무슨 짓이냐?”며 다시 이선희를 찾아갈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승기의 어머니는 “아들이 공부를 잘하니 당연히 공부로 성공시켜야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었는데, 본인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가수인 이선희가 자신의 아들에게 직접 제안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랐다. 이에 그는 십여년간 유지해온 교육관을 뒤바꾸고, 아버지의 강경한 반대도 막아주며 이승기의 가수 데뷔를 지원했다고 한다.

결국 이승기는 이선희의 제자로 들어가 직접 음악을 배웠다. 둘의 소속사는 물론 후크엔터테인먼트였다. 짧은 연습생 기간 끝에 이승기는 ‘이선희의 애제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가요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승기는 2004년 6월5일 정규 1집 ‘나방의 꿈’ 타이틀곡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했다. 데뷔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누나 신드롬’을 불러왔다. 이에 당대 연예인답지 않은 수수하고 모범생적인 이미지로 차별성을 주면서 데뷔 직후부터 팬덤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승기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후속곡 ‘삭제’도 연달아 히트곡 반열에 올랐고, 2006년 출연한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인기를 끌면서 안방극장에도 연착륙한다.

20세가 된 2007년에는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예능계에 본격 입성했다. 이전까지 연상녀들이 선호하는 ‘미소년’이미지가 강했던 이승기는 <1박2일> 출연을 통해 ‘국민 허당’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이는 이승기의 인기가 연상녀뿐 아니라 전 국민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2009년 이승기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첫 정극 주연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찬란한 유산>은 최고 시청률 47.1%를 기록했고, 이승기는 ‘국민 남동생’ ‘국민 사위’ 등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승기는 바쁜 활동 중에도 학업과 병역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 큰 인기를 누렸다. 그는 2005년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수시 합격했다. 신문방송학에서 국제통상학으로 전과한 뒤 휴학 한 번 없이 2009년 졸업했다.

들통 나자 적반하장…대표 “죽여버리겠다”
비판 여론 들끓자 면피용 사과문 게재 빈축

졸업 직후 본교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 입학해 예정대로 2012년 2월 수료했다. 당시 동국대 재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승기는 인기 많은 연예인답지 않게 출석률이 매우 준수했고, 조별 과제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승기는 2016년 현역 입대한 뒤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특전병(정보 특기)으로 복무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이승기가 강하 훈련까지 수행하며 성실히 군생활에 임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적 호감도는 더욱 올라갔다.

이승기는 전역한 이후에도 예능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며 여전한 예능감을 뽐냈다. 2018년 SBS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개인 최고 수상 경력을 경신하기도 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설립 이래로 이승기와 함께 고공 성장했다. 이제 소속사는 이선희·이승기 등 가수 외에도 박민영·윤여정·이서진 등 여러 유명 배우들을 관리하는 종합 매니지먼트회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꾸준히 잡음이 일어왔다. 소속사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다른 소속 연예인들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속배우 박민영의 전 연인인 강종현과의 긴밀한 연관성이 알려지면서 홍역을 앓았다. 강종현은 각종 경제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소속 연예인 출연료 횡령 혐의로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후 사흘 만에 이번 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권 대표는 지난 21일 저녁 ‘모든 것이 저의 불찰입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권 대표는 “최근 회사와 저 개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분께 면목이 없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기에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거나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드리는 것이 도리이나, 앞선 보도자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정리 단계인 점과 앞으로 법적으로 다뤄질 여지도 있어 입장 표명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추후 후크엔터테인먼트나 저 개인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명확히 확인되면, 물러서거나 회피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 소속 연예인들의 연예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더 이상의 심려를 끼쳐드리는 일이 없도록 더욱 더 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
여전한 여론

하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되레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이승기가 내용증명을 보내자 “자기 인생을 걸며 죽여버리겠다던 사람”이 사태가 커지자 바로 사과문을 발표한 건 단지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승기 과거 발언 재조명

이승기가 수십억대의 음원 수입을 정산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과거 농담처럼 받아들여졌던 이승기의 발언 일부가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이승기는 예능 <아는 형님>에 출연해 “출연료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에 관한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음원 수익 외에 출연료 분배에서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을 이미 제기하고 나섰다.

또 지난 3월 <써클 하우스>에 출연한 이승기는 주식에 빠진 23세 청년에게 “내가 돈이 많아 보이냐”고 물었다.

이에 “네!”라고 답한 청년에게, 이승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 역시 떼먹힌 정산금과 연관 있는 발언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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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