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이승기

개미처럼 일만 한 ‘국민 남동생’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엄친아’ 연예인 이승기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최근 언론 보도들을 통해서 소속사와의 정산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미정산 음원 수입만 96억원 이상. 누락된 데뷔 초기 수입까지 더하면 이승기는 수십억원을 떼먹힌 셈이다. 일각에선 “이승기가 노예계약에 당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승기는 2004년 데뷔 이후로 18년간 별다른 논란 없이 연예계 생활을 이어왔다. 그의 지인들은 이승기가 데뷔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로도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입을 모은다. 일명 ‘아이렌’으로 불리는 팬덤도 이승기를 따라 성숙하고 모범적인 팬 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모범 연예인
불량 소속사

하지만 지난 18년을 함께해온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만은 달랐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종합하면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소속사)는 이승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쓸어 담으면서도 이승기를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기만했다. 

지난 18일, 이승기가 소속사에 정산 관련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의외의 소식이었다. 이승기와 소속사 사이의 두터운 관계는 연예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승기는 데뷔 이래로 한 소속사에 계속 몸담았다. 지난해 5월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도 다음 달 재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끈끈한 의리를 보였다. 그는 2010년 KBS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권진영 대표를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고 인연”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소속사와 권진영 대표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전해왔다. 

이랬던 이들이 법정 다툼까지 눈앞에 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다. 지난 21일 <디스패치>는 단독 보도를 통해 이승기가 데뷔 이래 18년 동안 음원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속사는 끊임없이 이승기를 ‘가스라이팅’했다. 그동안 소속사는 이승기가 음원 수익 정산에 관해 질문할 때마다 “너는 마이너스 가수라 정산을 못 해준다” “네 팬들은 음반을 안 사준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정산은 없었다. 이에 이승기는 자신이 지난 18년 내내 ‘마이너스 가수’였던 것으로 오해했다. 

그러던 중 이승기는 지난해 우연히 자신의 음원 수익에 관한 소식을 접했다. 소속사 경영팀 직원이 실수로 정산 관련 문자메시지를 이승기에게 보낸 것이다. 문자 속에는 이승기가 2020년 발표한 곡들의 음원 수입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었다.

이를 본 이승기는 내심 기뻤다고 한다. “내가 마이너스 가수가 아니구나” “나도 음원으로 수익을 내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기는 이를 두고 음악계 선배와 대화하던 중, 의문점을 속속 접했다. 선배는 “내가 받는 저작권료가 얼만데, 네가 마이너스일 리가 없다” “소속사와 계약조건이 어떻게 되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이승기는 지속적으로 정산 자료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 참다못해 꺼내든 방법이 내용증명 발송이었다. 

후크엔터 음원 정산 논란 일파만파
“100억원 중 최소 50억원 받아야”

내용증명으로 공개된 장부에 적힌 매출은 소속사가 그간 이승기에게 했던 말과는 전혀 달랐다. 장부에 적힌 이승기의 음원 매출액을 합쳐보니 총 96억원에 달했다. 이마저도 2004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의 자료가 유실된 결과다.

유실된 기간 중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 등으로 전국적 인기를 끌며 가수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누락 금액이 확인되면 매출액이 갑절로 뛸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당초 이승기 4·소속사 6에서 이승기 7·소속사 3까지 변화한 계약조건을 감안해도 이승기가 떼인 돈은 5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소속사는 이 사건에서 돈을 떼먹은 가해자다. 반대로 이승기는 일방적인 피해자다. 하지만 내용증명을 받은 권 대표는 되레 분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권 대표는 이사진과 매니저를 소집한 자리에서 “(이승기 측이)그냥 막 가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내 이름을 걸고 죽여버릴 거야. 내 나머지 인생을 이승기를 죽이는 데 쓸 거야. XXX끼 내가 진짜야”라고 말했다. 배석자가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승기는 지난 17일 소속사 A 이사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김 매니저 통해서 권 대표 반응을 들었다. 정산서는 1년 동안 반응이 없으셔서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취한 행동인데 어떻게 그런 협박을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37살 열심히 일하며 사는 제가 왜 18살 고등학생처럼 욕을 먹으며 주눅 들어야 하는지 참담하다. 앞으로는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김 매니저, 정말 진심으로 후크를 위해 열심히 했다. 저도 저지만 김 매니저한테 그러시면 안 됐다”며 “이승기, 이승기 부모, 이승기 매니저, 이승기 지인. 권 대표는 이 모든 사람을 평생 무시했다. 제 사람들 더는 무시 안 당하게 제가 용기 내야겠다. 권 대표의 음해와 협박으로 제가 연예인 못한다면 그것 또한 제 운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의 관계는 이제 최악으로 치달았다. 인연의 시작과는 정반대인 모습이다. 앞서 이들은 18년을 함께 걸어왔다. 18년 전 이승기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유명한 ‘엄친아’였고, 권 대표는 가수 이선희를 도와 그를 ‘국민 남동생’으로 만들어준 은인이었다.

이승기는 1987년 1월13일 서울특별시 도봉구에서 태어났다. 서울신학초등학교와 노곡중학교, 상계고등학교를 잇달아 졸업했다. 

친구들의 회상에 따르면 이승기는 완벽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 음악까지 모두 잘했다고 한다. 이승기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전교 회장을 두 번씩이나 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성공 동반자?
정산 뒤통수

고등학교 전교 회장 선거 당시에는 데뷔 때문에 출마를 고민하던 이승기가 후보 모집 마지막 날 결국 출마하자 앞서 신청한 후보 두 명이 낙선을 직감하고 자진사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승기는 학교 역사상 최초로 찬반투표로 전교 회장에 당선됐다고 한다. 

공부도 잘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중간·기말고사뿐만 아니라 수행평가 성적도 늘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승기 본인 회상에 따르면 학창 시절 전교 2등까지 해봤다고 한다.

성적보다도 빛났던 것은 그의 인간성이다. 이승기는 학창 시절부터 선하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지녔다. 이승기의 고등학교 담임 교사들은 “학교의 문제아들도 이승기와는 유순하게 지냈고, 보통 반장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 타 반 학생들과 달리 이승기네 반은 이승기가 한마디만 하면 군말 없이 따랐다”고 증언했다.

많은 연예인이 학창 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승기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공부보다도 쉬는 시간에 하는 축구에 더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은 여느 남학생들과 같았다. 또래 사이에서는 ‘축구 하자면 바로 해주는 멋진 친구’로 알려졌다.

한 동창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중학생 때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전반 20분 뒤늦게 등장한 이승기가 혼자 여러 골을 몰아 넣어 결국 11-1로 이겼다”는 일화를 전했다.

이승기는 고등학교 때 ‘사이퍼(Cypher)’라는 밴드부 보컬로도 활동했다. 먼데이 키즈의 리드 보컬인 가수 이진성과 아이돌그룹 하이라이트의 양요섭 역시 사이퍼 출신이다. 이진성은 이승기의 2년 직속 선배로, 오디션에서 직접 이승기를 뽑았다.

이승기는 밴드부 활동 당시 동네 유명인사였다고 한다. 학교 축제가 열릴 때 이승기를 보려고 여기저기서 구경꾼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이선희는 직접 운영하던 라이브 소극장에서 우연히 이승기가 밴드 공연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이선희가 직접 가수 제의를 했지만, 정작 이승기 본인은 이선희를 알아보지 못하고 단칼에 거절했다. 사실 그때 이승기는 ‘이것이 내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며 공연했었다는 후문이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다 보니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잡음 
압수수색

이승기가 마음을 돌리는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이승기의 어머니는 집에 돌아온 이승기의 이야기를 듣고선 “무슨 짓이냐?”며 다시 이선희를 찾아갈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승기의 어머니는 “아들이 공부를 잘하니 당연히 공부로 성공시켜야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었는데, 본인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가수인 이선희가 자신의 아들에게 직접 제안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랐다. 이에 그는 십여년간 유지해온 교육관을 뒤바꾸고, 아버지의 강경한 반대도 막아주며 이승기의 가수 데뷔를 지원했다고 한다.

결국 이승기는 이선희의 제자로 들어가 직접 음악을 배웠다. 둘의 소속사는 물론 후크엔터테인먼트였다. 짧은 연습생 기간 끝에 이승기는 ‘이선희의 애제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가요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승기는 2004년 6월5일 정규 1집 ‘나방의 꿈’ 타이틀곡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했다. 데뷔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누나 신드롬’을 불러왔다. 이에 당대 연예인답지 않은 수수하고 모범생적인 이미지로 차별성을 주면서 데뷔 직후부터 팬덤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승기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후속곡 ‘삭제’도 연달아 히트곡 반열에 올랐고, 2006년 출연한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인기를 끌면서 안방극장에도 연착륙한다.

20세가 된 2007년에는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예능계에 본격 입성했다. 이전까지 연상녀들이 선호하는 ‘미소년’이미지가 강했던 이승기는 <1박2일> 출연을 통해 ‘국민 허당’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이는 이승기의 인기가 연상녀뿐 아니라 전 국민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2009년 이승기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첫 정극 주연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찬란한 유산>은 최고 시청률 47.1%를 기록했고, 이승기는 ‘국민 남동생’ ‘국민 사위’ 등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승기는 바쁜 활동 중에도 학업과 병역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 큰 인기를 누렸다. 그는 2005년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수시 합격했다. 신문방송학에서 국제통상학으로 전과한 뒤 휴학 한 번 없이 2009년 졸업했다.

들통 나자 적반하장…대표 “죽여버리겠다”
비판 여론 들끓자 면피용 사과문 게재 빈축

졸업 직후 본교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 입학해 예정대로 2012년 2월 수료했다. 당시 동국대 재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승기는 인기 많은 연예인답지 않게 출석률이 매우 준수했고, 조별 과제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승기는 2016년 현역 입대한 뒤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특전병(정보 특기)으로 복무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이승기가 강하 훈련까지 수행하며 성실히 군생활에 임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적 호감도는 더욱 올라갔다.

이승기는 전역한 이후에도 예능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며 여전한 예능감을 뽐냈다. 2018년 SBS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개인 최고 수상 경력을 경신하기도 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설립 이래로 이승기와 함께 고공 성장했다. 이제 소속사는 이선희·이승기 등 가수 외에도 박민영·윤여정·이서진 등 여러 유명 배우들을 관리하는 종합 매니지먼트회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꾸준히 잡음이 일어왔다. 소속사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다른 소속 연예인들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속배우 박민영의 전 연인인 강종현과의 긴밀한 연관성이 알려지면서 홍역을 앓았다. 강종현은 각종 경제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소속 연예인 출연료 횡령 혐의로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후 사흘 만에 이번 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권 대표는 지난 21일 저녁 ‘모든 것이 저의 불찰입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권 대표는 “최근 회사와 저 개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분께 면목이 없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기에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거나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드리는 것이 도리이나, 앞선 보도자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정리 단계인 점과 앞으로 법적으로 다뤄질 여지도 있어 입장 표명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추후 후크엔터테인먼트나 저 개인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명확히 확인되면, 물러서거나 회피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 소속 연예인들의 연예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더 이상의 심려를 끼쳐드리는 일이 없도록 더욱 더 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
여전한 여론

하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되레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이승기가 내용증명을 보내자 “자기 인생을 걸며 죽여버리겠다던 사람”이 사태가 커지자 바로 사과문을 발표한 건 단지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승기 과거 발언 재조명

이승기가 수십억대의 음원 수입을 정산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과거 농담처럼 받아들여졌던 이승기의 발언 일부가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이승기는 예능 <아는 형님>에 출연해 “출연료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에 관한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음원 수익 외에 출연료 분배에서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을 이미 제기하고 나섰다.

또 지난 3월 <써클 하우스>에 출연한 이승기는 주식에 빠진 23세 청년에게 “내가 돈이 많아 보이냐”고 물었다.

이에 “네!”라고 답한 청년에게, 이승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 역시 떼먹힌 정산금과 연관 있는 발언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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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