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아시아 흔든 이승기의 친화력

쑥스럽고 어색한 걸 깨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벌써 데뷔 17년차. 노래와 연기, 예능까지 못하는 게 없는 이승기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언어·문화가 다른 대만의 스타 류이호와 아시아 방방곡곡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예능에 출연한 것. 넷플릭스의 새 예능 <투게더>가 도전의 제목이다. 국내 스타와 해외 스타의 버디 예능이라는 점, 그리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둘이 해외를 돌아다니는 것에서부터 <투게더>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투게더>가 공개되자마자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 가수 이승기 ⓒ넷플릭스

넷플릭스 새 예능 <투게더>는 이승기와 영화 <안녕, 나의 소녀>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대만의 스타 류이호의 어색한 첫 만남서 출발한다. 서로 웃고는 있지만 아주 가깝지는 않은 두 사람의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친화력 만렙

웬만한 예능이라면, 여기에 사람들이 더 붙고 시답지 않은 근황을 전하고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며 본론으로 들어가기 마련인데, <투게더>는 두 사람에게 친해질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즉시 미션을 던져준다.

어색함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이승기와 류이호는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면서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SBS <런닝맨>,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등에서 치밀하고 세세한 미션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조효진 PD는 이승기의 친화력을 굳게 믿은 듯 다소 무리로 보이는 구성을 택했다.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승기는 둘 사이 어색함을 무너뜨리고 조금씩 자연스럽게 류이호와 어울렸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게 엿보였다. 후반부에는 서로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인간적인 뭉클함도 드러났다. 


두 남자의 선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힐링 예능 <투게더>는 빠른 기간 내에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TOP10에 올랐다. 이승기의 친화력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서도 통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쉽지 않았을 새로운 도전을 보기 좋게 성공시킨 이승기를 만났다. 그의 마음속에는 류이호와의 짧지 않은 추억이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는 듯했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많은 나라서 좋아해주시고 있어 감사드린다. 촬영할 때만 해도 이런 좋은 반응을 기대하지는 못했다. 감회가 남다르다. 바로 또 다른 나라도 가고 싶은데, 현재는 개인적인 여행조차도 불가능하다 보니까 아쉬움도 있다.”

<투게더>서 두 사람은 첫 여행지인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시작으로 발리, 태국 방콕, 치앙마이, 네팔의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약 한 달간 여행을 진행한다. 여행지는 각국에 있는 두 사람의 팬이 짜준 동선으로 만들어졌다.
 

▲ ⓒ넷플릭스

KBS2 <1박2일>, tvN <꽃보다 누나> <신서유기> 등 여행 예능 경험이 다양한 이승기의 내공이 방송 내내 돋보인다. 제작진이 설정한 미션을 빠르게 이해하면서, 적절한 리액션과 현장서의 즉각적인 유머를 만들어낸다. 이승기의 안정감 있는 진행 덕에 류이호도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둘이서 떠나는 여행을 사적으로도 해본 적이 없다. 도전정신을 갖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한 것 같다. 인원이 둘밖에 없으니까, 생각할 게 많았다. 오디오도 잘 채워야 하고 게임도 집중해서 해야 했다. 두 명의 출연자라는 조건은 내게 많이 부담이었다. 가기 전에는 두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류이호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게 됐고, 그의 긍정적인 힘 덕분에 전반적으로 잘 풀린 것 같다.”

초반부 이승기는 뭔가 다급해 보이기도 한다. 게임과 미션, 리액션, 소통 등을 동시에 수반하다 보니 버거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보면서 ‘다른 한국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승기에게 주어진 책임은 커 보였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
“넷플릭스 시스템 걱정과 설렘 동반”

“힘들긴 했지만, 한국 사람이 나 하나라는 점이 <투게더>의 색깔을 더 짙게 만든 것 같다. 한국 친구가 또 있었다면, 한국 예능의 익숙함이 더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한국 사람이 없는 게 배수의 진처럼 느껴져서 더 집중하게 됐다. 다음에도 둘이서만 다녀오고 싶다.”

여행 중반부부터 이승기와 류이호는 오래된 친구처럼 급격히 가까워진 느낌이 전달된다. 작은 행동서 두 사람의 배려와 존중, 그리고 서로 간에 호감이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만나는 외국인들과 배드민턴, 족구 등을 하는 과정서 이승기와 류이호는 쉽게 어울린다. 이승기의 친화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나는 내가 그렇게 친화력이 좋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이번에 보니 있는 것 같긴 하다. 나의 친화력도 있지만, 사실 예능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먼저 그 쑥스럽고 어색한 걸 깨줘야 한다. 나는 오랜 예능 경험으로 그런 것들을 먼저 하는 버릇이 있다. 그게 외국서도 먹힌 것 같다. 익숙한 환경은 아닌데, 반갑게 받아주시니까 나도 편하게 대했던 것 같다.”

넷플릭스 예능은 벌써 두 번째다. <범인은 바로 너>에 이어 <투게더>까지, 고정적인 패널로서 이승기는 국내서 유일무이하다. 국내 방송사와 OTT서비스인 넷플릭스 예능의 차이점을 두고 그는 규모의 차이를 꼽았다. 

“국내 방송사나 넷플릭스나 모두 많은 준비와 배려를 해주셔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극명하게 다른 게 있다면, 넷플릭스는 만들어놓고 동시에 190여개국에 송출한다는 데 있다. 촬영 후 빠르게 피드백이 없다는 점은 걱정과 설렘이 동반된다. 또 패러글라이딩 미션처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미션은 넷플릭스서만 가능한 시도 같다. 빠르게 촬영하고 편집해야 하는 국내 예능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그를 두고 ‘예능 고수’ 혹은 ‘예능 만렙’이라고도 부른다. 그가 나온 예능 대부분이 성공했고, 이승기가 주춧돌 역할은 맡은 SBS <집사부일체>도 순항 중이다. 

“스스로 ‘고수’라고 말하긴 부끄럽다. 그저 예능을 좋아했던 것 같다. 초창기에는 웃길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고 싶기도 했는데, 호동이형과 <1박2일>을 하면서 핸디캡이 자신감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했을 뿐인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승기는 <1박2일>과 <신서유기>에서는 강호동과 <범인은 바로 너>에서는 유재석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두 사람을 모두 고정적인 패널로 경험한 방송인은 많지 않다. 이승기는 국내 최정상급 예능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두 분은 확실히 다른 리더인 거 같다. 호동이형은 척박한 환경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주시는 분이고, 재석이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는 대장이다. 두 분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어렸을 때 호동이형을 통해 생존력을 배웠고, 지금은 재석이형과 하면서 많은 배려를 어깨 넘어로 배우고 있다. 재석이형은 인생토크 면에서 저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호동이 형은 크게 고민이 있을 때 상담을 받는 편이다. 국내 예능계에 지대한 공이 있는 두 사람이라 생각한다.” 

국내 최정상 예능인 사이서 이승기는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배우와 가수 활동은 물론 방송인으로서 자신이 주축이 된 예능을 이끌고 있다. <집사부일체>서 이승기에게 주어진 역할은 강호동, 유재석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승기는 두 사람의 중간의 영역서 배려하는 MC가 되고 싶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강호동과 유재석


“저는 딱 두 분의 중간지점에 서 있는 것 같아. 방송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떨 때는 막 몰아붙이기도 했다가, 모두가 또 즐거울 수 있게 하려고도 한다. 좋게 말하면 두 분의 장점만 흡수한 방식으로 예능을 하는 것 같다. 저는 격려를 많이 하고 백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웃기지도 않고 센스가 특출나지 않았음에도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던 건, 내 옆에서 잘 백업해줬던 아량 넓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누군가의 재능을 보고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이승기와 함께 했을 때 다른 프로그램보다 내가 더 돋보였네’라는 평이 나오는 MC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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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