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아시아 흔든 이승기의 친화력

쑥스럽고 어색한 걸 깨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벌써 데뷔 17년차. 노래와 연기, 예능까지 못하는 게 없는 이승기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언어·문화가 다른 대만의 스타 류이호와 아시아 방방곡곡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예능에 출연한 것. 넷플릭스의 새 예능 <투게더>가 도전의 제목이다. 국내 스타와 해외 스타의 버디 예능이라는 점, 그리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둘이 해외를 돌아다니는 것에서부터 <투게더>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투게더>가 공개되자마자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 가수 이승기 ⓒ넷플릭스

넷플릭스 새 예능 <투게더>는 이승기와 영화 <안녕, 나의 소녀>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대만의 스타 류이호의 어색한 첫 만남서 출발한다. 서로 웃고는 있지만 아주 가깝지는 않은 두 사람의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친화력 만렙

웬만한 예능이라면, 여기에 사람들이 더 붙고 시답지 않은 근황을 전하고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며 본론으로 들어가기 마련인데, <투게더>는 두 사람에게 친해질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즉시 미션을 던져준다.

어색함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이승기와 류이호는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면서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SBS <런닝맨>,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등에서 치밀하고 세세한 미션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조효진 PD는 이승기의 친화력을 굳게 믿은 듯 다소 무리로 보이는 구성을 택했다.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승기는 둘 사이 어색함을 무너뜨리고 조금씩 자연스럽게 류이호와 어울렸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게 엿보였다. 후반부에는 서로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인간적인 뭉클함도 드러났다. 


두 남자의 선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힐링 예능 <투게더>는 빠른 기간 내에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TOP10에 올랐다. 이승기의 친화력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서도 통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쉽지 않았을 새로운 도전을 보기 좋게 성공시킨 이승기를 만났다. 그의 마음속에는 류이호와의 짧지 않은 추억이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는 듯했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많은 나라서 좋아해주시고 있어 감사드린다. 촬영할 때만 해도 이런 좋은 반응을 기대하지는 못했다. 감회가 남다르다. 바로 또 다른 나라도 가고 싶은데, 현재는 개인적인 여행조차도 불가능하다 보니까 아쉬움도 있다.”

<투게더>서 두 사람은 첫 여행지인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시작으로 발리, 태국 방콕, 치앙마이, 네팔의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약 한 달간 여행을 진행한다. 여행지는 각국에 있는 두 사람의 팬이 짜준 동선으로 만들어졌다.
 

▲ ⓒ넷플릭스

KBS2 <1박2일>, tvN <꽃보다 누나> <신서유기> 등 여행 예능 경험이 다양한 이승기의 내공이 방송 내내 돋보인다. 제작진이 설정한 미션을 빠르게 이해하면서, 적절한 리액션과 현장서의 즉각적인 유머를 만들어낸다. 이승기의 안정감 있는 진행 덕에 류이호도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둘이서 떠나는 여행을 사적으로도 해본 적이 없다. 도전정신을 갖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한 것 같다. 인원이 둘밖에 없으니까, 생각할 게 많았다. 오디오도 잘 채워야 하고 게임도 집중해서 해야 했다. 두 명의 출연자라는 조건은 내게 많이 부담이었다. 가기 전에는 두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류이호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게 됐고, 그의 긍정적인 힘 덕분에 전반적으로 잘 풀린 것 같다.”

초반부 이승기는 뭔가 다급해 보이기도 한다. 게임과 미션, 리액션, 소통 등을 동시에 수반하다 보니 버거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보면서 ‘다른 한국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승기에게 주어진 책임은 커 보였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
“넷플릭스 시스템 걱정과 설렘 동반”

“힘들긴 했지만, 한국 사람이 나 하나라는 점이 <투게더>의 색깔을 더 짙게 만든 것 같다. 한국 친구가 또 있었다면, 한국 예능의 익숙함이 더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한국 사람이 없는 게 배수의 진처럼 느껴져서 더 집중하게 됐다. 다음에도 둘이서만 다녀오고 싶다.”

여행 중반부부터 이승기와 류이호는 오래된 친구처럼 급격히 가까워진 느낌이 전달된다. 작은 행동서 두 사람의 배려와 존중, 그리고 서로 간에 호감이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만나는 외국인들과 배드민턴, 족구 등을 하는 과정서 이승기와 류이호는 쉽게 어울린다. 이승기의 친화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나는 내가 그렇게 친화력이 좋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이번에 보니 있는 것 같긴 하다. 나의 친화력도 있지만, 사실 예능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먼저 그 쑥스럽고 어색한 걸 깨줘야 한다. 나는 오랜 예능 경험으로 그런 것들을 먼저 하는 버릇이 있다. 그게 외국서도 먹힌 것 같다. 익숙한 환경은 아닌데, 반갑게 받아주시니까 나도 편하게 대했던 것 같다.”

넷플릭스 예능은 벌써 두 번째다. <범인은 바로 너>에 이어 <투게더>까지, 고정적인 패널로서 이승기는 국내서 유일무이하다. 국내 방송사와 OTT서비스인 넷플릭스 예능의 차이점을 두고 그는 규모의 차이를 꼽았다. 

“국내 방송사나 넷플릭스나 모두 많은 준비와 배려를 해주셔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극명하게 다른 게 있다면, 넷플릭스는 만들어놓고 동시에 190여개국에 송출한다는 데 있다. 촬영 후 빠르게 피드백이 없다는 점은 걱정과 설렘이 동반된다. 또 패러글라이딩 미션처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미션은 넷플릭스서만 가능한 시도 같다. 빠르게 촬영하고 편집해야 하는 국내 예능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그를 두고 ‘예능 고수’ 혹은 ‘예능 만렙’이라고도 부른다. 그가 나온 예능 대부분이 성공했고, 이승기가 주춧돌 역할은 맡은 SBS <집사부일체>도 순항 중이다. 

“스스로 ‘고수’라고 말하긴 부끄럽다. 그저 예능을 좋아했던 것 같다. 초창기에는 웃길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고 싶기도 했는데, 호동이형과 <1박2일>을 하면서 핸디캡이 자신감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했을 뿐인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승기는 <1박2일>과 <신서유기>에서는 강호동과 <범인은 바로 너>에서는 유재석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두 사람을 모두 고정적인 패널로 경험한 방송인은 많지 않다. 이승기는 국내 최정상급 예능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두 분은 확실히 다른 리더인 거 같다. 호동이형은 척박한 환경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주시는 분이고, 재석이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는 대장이다. 두 분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어렸을 때 호동이형을 통해 생존력을 배웠고, 지금은 재석이형과 하면서 많은 배려를 어깨 넘어로 배우고 있다. 재석이형은 인생토크 면에서 저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호동이 형은 크게 고민이 있을 때 상담을 받는 편이다. 국내 예능계에 지대한 공이 있는 두 사람이라 생각한다.” 

국내 최정상 예능인 사이서 이승기는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배우와 가수 활동은 물론 방송인으로서 자신이 주축이 된 예능을 이끌고 있다. <집사부일체>서 이승기에게 주어진 역할은 강호동, 유재석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승기는 두 사람의 중간의 영역서 배려하는 MC가 되고 싶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강호동과 유재석


“저는 딱 두 분의 중간지점에 서 있는 것 같아. 방송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떨 때는 막 몰아붙이기도 했다가, 모두가 또 즐거울 수 있게 하려고도 한다. 좋게 말하면 두 분의 장점만 흡수한 방식으로 예능을 하는 것 같다. 저는 격려를 많이 하고 백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웃기지도 않고 센스가 특출나지 않았음에도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던 건, 내 옆에서 잘 백업해줬던 아량 넓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누군가의 재능을 보고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이승기와 함께 했을 때 다른 프로그램보다 내가 더 돋보였네’라는 평이 나오는 MC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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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