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경질사태 야구감독 굴욕 스토리

허울 좋은 ‘파리목숨 감독님’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것은 더 이상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요즘은 프로야구 감독들도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팽이 돌듯 휘둘리며 내쳐지기 마련이다. 최근 2년 간 8개 전 프로야구 구단들은 일방적 해임통보로 소속 1군 감독들을 전격 교체했다. 주종관계로 변질 돼버린 구단과 프로감독. 그 내막을 살펴봤다.

 

바야흐로 프런트의 시대가 도래 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막강한 파워를 의미한다. 남자라면, 특히나 야구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프로야구 감독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고뇌로 바뀌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80년대에도 감독경질은 있었지만 당시 프런트가 소속 감독을 대하는 자세와 더불어 프로감독의 권위도 지금과 사뭇 달았다. 현장의 지휘봉이자 사령탑인 프로감독은 구단의 얼굴이자 자존심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프런트의 말 한마디에 싹이 잘리듯 잘려나가는 현재 감독들은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란 문구처럼 무력한 사령탑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타감독 떠나고…

감독 경질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06부터 SK와이번스의 지휘봉을 잡고 만년 하위권을 달렸던 팀을 단숨에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이라는 베스트 팀으로 바꿔놓았다. 팀의 위치와 구단의 권위가 급부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SK수뇌부는 김 감독과의 잦은 마찰을 핑계로 5년 만에 감독경질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프런트 측은 김 감독의 요청에 따라 현장의 전권을 김 감독에게 맡겼지만 구단과 감독 은 갑과 을 사이임을 강조했다. 굽힐 줄 모르는 자기주장과 강한 고집이 트레이드마크인 김 감독에게 을이라는 역할은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역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김 감독의 경질소식을 접한 인천 야구팬을 비롯한 타 팀 팬들은 “부모가 다 죽어가는 자식 살려놨더니 되레 해코지한 패륜적 행태를 보인 SK는 반성하라”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등의 비난세례를 쏟아 부었다. 김 감독의 후임으로는 SK의 2군 감독이었던 이만수 현 SK감독이 내정됐다. 이 감독은 말 잘 듣는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으로 프런트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인물이었지만 팬들로부터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운영능력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박종훈 전 LG트윈스 감독과 조범현 전 KIA타이거즈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운영에 따른 팬들의 잇단 성화로 구단으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은 경우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야구가 지나친 성적지상주의 스포츠로 변질되면서 잇단 감독 경질 열풍을 몰고 왔다. 오죽하면 최근 야구계에서 2년 이상 버틴 감독을 두고 장수감독이라고 칭할 정도라 하니 말 다했다.

박 전 감독의 경우 10년 만에 가을야구진출을 꾀한 LG트윈스 구단이 성적 끌어올리기로 목표를 선정하며 매 경기 막중한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박 전 감독은 SK와 두산 2군 감독이었을 당시 유망주 발굴에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며 LG 프런트의 마음을 흔들었다. 팀 재건과 성적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던 LG는 박종훈을 1군 감독으로 앉히며 5년 간의 장기계약을 맺었고 실제 선수 리빌딩에도 꽤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프런트는 당장의 성적향상에 초점을 뒀지만 박 전 감독에게 급격한 성적 올리기는 적잖은 부담으로 여겨졌다. 매년 반복되는 포스트시즌진출 실패에 성이 난 LG트윈스 팬들은 한 목소리로 박종훈 감독 해임을 촉구했고 LG구단 측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질을 통보했다.

서슬퍼런 경질 칼날…“2년새 다 잘렸다” 
구단주는 ‘가위손’무엇을 위한 행위인가?

조범현 전 감독은 하위권에서 주춤하던 KIA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공을 세웠던 감독이다. 뿐만 아니라 타이거즈의 숙원이었던 10번째 우승을 이끌었으며 우승 다음 해에도 4강까지 올려놓았다. 이 같은 성적향상에도 불구, 팬들은 감독교체를 종용했다.

2010년 팀의 16연패를 손 놓고 지켜봐야만 했던 수많은 KIA 팬들은 무기력한 선수들의 모습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완벽한 6선발 체제를 이어갔던 팀이 전력 면으로 한참 뒤질 것 같았던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맥없이 탈락하며 실망감과 아쉬움은 이윽고 불신으로 바뀌게 됐다. 여기에 코칭스태프 인선 과정 중 과거 해태 출신들보다 새 인물들을 대거 기용했던 조 전 감독과 프랜차이즈 출신을 고집하려던 KIA 프런트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감독 경질에 더욱 힘이 쏠렸다.

한대화 전 한화이글스 감독과 김시진 전 넥센타이어 감독은 성적부진의 이유 등으로 팬들이 아닌 구단으로부터 전격 해임통보를 받았다. 분위기 쇄신 차 구단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적절치 않은 해임 시기 때문에 야구인들과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정규시즌 15여 개의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런 경질을 선언했기 때문. 성적부진을 이유로 기본적인 예우도 갖추지 않고 사령탑을 내친 프런트의 몰상식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한 전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선수 리빌딩과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받았다. 그러나 워낙 얇은 선수층과 아마추어와 견주어도 모자를 야수들의 수비실력 때문에 번번히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결국 한 전 감독은 지난 3년여 동안 리빌딩과 성적향상 모두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큰 맘 먹고 김태균을 영입했지만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이어 구단주는 감독의 수족인 1군 코칭스태프에게 사전 통보 없이 2군행을 요구했다. 한 전 감독에게 암묵적으로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시즌 중 감독경질은 없을 것이라며 단정했던 구단 관계자의 발언과는 달리 한 전 감독은 계약기간 3년도 채우지 못한 채 쓸쓸한 조기퇴장을 맞이해야만 했다.

넥센 구단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김 전 감독의 경질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김 전 감독은 지난 2009년부터 팀의 지휘봉을 잡고 선수 육성에 힘써왔다. 구단의 자금 마련을 위해 주전 선수들을 타 팀으로 줄곧 내보내는 과정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키워내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렸다.

매년 하위권이었던 성적도 올 시즌 5월에는 1위까지 올리기도 했다. 물론 하반기로 가면서 선수들의 경험이 체력저하 등으로 현재 6위까지 내려왔지만 팬들은 넥센의 밝은 내년을 기대했다. 이렇다 할 사유도 없이 팀 재건을 위해 4년 동안 성실히 임해왔던 감독을 경질했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마치 탐관오리가 힘없는 서민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과 다름없다.   

야구장엔 ‘오직승리’만?

한국 프로야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메이저리그식야구로 변화하고 있다. ‘감독의 야구’가 대세로 알려져 있던 일본에서도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 혹은 단장 야구가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정확한 사유나 사전 통보 없이 사령탑을 내치진 않는다. 그야말로 ‘프로야구 감독은 파리목숨’이라고 자조하기엔 한국의 어설픈 메이저리그식 야구가 불길하다는 얘기다. 구단은 성적부진을 운운하기 전에 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대한 소중함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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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