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신건강 최고 권위자 백종우 교수에 물었다

“바로 지금, 국가 역할이 막중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으나 사회적 우울감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MZ세대 중 20대 청년의 우울은 그 어느 세대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였을 수도 있다’는 또래의 죽음이 세월호 참사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며 개인·이기주의로 빠지는 청년도 적지 않다. <일요시사>는 정신건강의학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백종우 경희대 교수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얘기를 들어봤다.

“누구의 책임인가?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생존자와 유가족을 위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의 말이다. 백 교수는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야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피해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2차 가해

현재 윤석열정부에서 뒤늦게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위한 무료 상담 등의 조처에 나서긴 했으나 제일 중요한 재발방지 대책이 꾸려져야 한다고 봤다.

지금의 20대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안전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으면서 커왔다.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실상 자유를 뺏겼고 또다시 안타까운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타 세대보다 우울감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 교수는 “기성세대 1명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최근 진료실에 오는 60대분들이 절망을 얘기할 때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번 참사는 현장이 도심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현장을 목격하고 구조에 참여한 분들의 트라우마가 더욱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외상적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알려져 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공간에서의 일상이 뒤틀리면 그 괴리감과 트라우마는 다른 사건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참사와 관련된 촬영물이나 영상과 사진 등이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그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도 대리 외상에 시달릴 수 있다.

이번 참사로 큰 죄책감에 빠진 사람은 생존자와 심폐소생술(CPR)을 하던 경찰·소방당국 관계자, 기자 등이 대부분이다. <일요시사> 기자도 “더 빨리 왔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CPR을 지속했지만 단 한 사람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상당했다.

울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을 정도였다. 백 교수는 극단적 상황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직군의 공통점이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백 교수는 “목격자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분들도 챙겨야 한다. 최근 국가 차원에서 뒤늦게라도 상담을 진행하고 지원이 돼 다행”이라며 “현재 본인이 신청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를 놓치지 않게 초기에 심리적 응급처치라도 받아야 하고 정부도 관련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겪은 20대
국가 안전성 의구심 커져

백 교수는 선진국은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 지금 세대가 재난을 또다시 겪지 않게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과거 일본의 경우 백신 사고로 어린이들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정부 후속대책이 마련된 바 있다”며 “시간이 지나 유가족들이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너희들의 희생 덕에 우리 사회와 다른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있었을 때가 가장 치유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백 교수는 “세월호 사고를 거치면서 국가트라우마센터가 5개 권역별로 설립됐으나 재난 시기에는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므로 민관협력체계도 다듬어야 한다”며 “시급하게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민관과 협력해 의료지원, 상담전화 운영, 트라우마 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난정신건강시스템과 민관 협력의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참사의 유족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외면과 2차 가해라고 볼 수 있다. 과거부터 가해자들은 재난을 망각하고 갈등과 은폐를 조장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 성수대교 붕괴와 대구 지하철 화재 등 수많은 재난의 고통은 항상 피해자와 가족이 떠안고 살아간다.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외면받아온 피해자를 위한 ‘국가의 역할’이란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잇단 참사 불구하고
재발방지 대책 전무

그러나 여전히 “놀러 가서 죽었는데 왜 추모하고 애도하나” “자업자득”이라며 2차 가해를 일삼는 일은 빈번하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2차 가해자들은 청년이다.

백 교수는 “다양한 애도 방식도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혐오를 표현하는 것은 2, 3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과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등은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는 정부가 지난달 31일 ‘사망자에게 위로금 2000만원, 장례비 최대 1500만원 지급’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심해졌다. 도의적 책임을 지는 이가 없던 상황에서 돈 얘기부터 나오자 일부 청년들은 “놀다가 죽은 이에게 내 세금을 왜 주느냐”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냉혹한 사회라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내뱉을 필요도 없다. 결국 이 또한 정부의 ‘판단 미스’다. 백 교수는 “정부가 피해 보상 여부나 액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관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9·11 테러로 남편을 잃은 유족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정신과 치료비용은 보건복지부 관할하에 평생 무료로 지원되고 테러 피해에 따른 배상은 법무부 관할로 장기간 조사와 협의를 통해 지급됐지만 어느 매체도 액수를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면서 “한국에서는 금액이 언론에 보도된다고 하자 놀라워하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외면

영국의 경우 살인 범죄 사망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최대 10억원을 지원하는데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해 발생한 불행에 배상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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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