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라?’ 상장 미룬 라이온하트 속내

“게임 하나로 너무 큰 꿈 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모바일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코스닥 입성 계획을 뒤로 미뤘다. 회사 측은 국내외 경기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고평가·중복 상장’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카카오 손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이하 라이온하트)가 상장을 철회했다. 오는 28~31일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철회를 결정했다. 라이온하트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상장 재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고평가?

한국거래소 규정상 지난달(9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라이온하트는 6개월 뒤인 내년 3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라이온하트 측은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와의 협의 하에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라이온하트는 유명 개발자 김재영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회사가 개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크게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라이온하트는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4조5000억원에 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다. 지난달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장을 통해 4104억~6042억원 규모의 외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증시가 부진하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상장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상장 계획을 미룬 데에는 몸값 부풀리기와 중복 상장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라이온하트는 기업가치 책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펄어비스, 넥슨 등 국내 게임사 외에도 액티비전블리자드, 넷이즈 등 해외 기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출시작이 ‘오딘’ 하나뿐인 라이온하트가 다수의 흥행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한 이들 기업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라이온하트가 제출했던 희망 공모가액은 3만6000~5만3000원으로, 올해 2분기 기준 최근 4분기(2021년 7월~2022년 6월) 순이익을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 약 25배를 사용해 산출했다. 하지만 비교 기업으로 제시한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의 PER은 현재 기준 14배 정도에 불과하다.

라이온하트가 상장하면 모회사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중 라이온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 65%에 이른다. 핵심 캐시카우 사업이 별도 법인으로 상장되는 만큼 중복 상장에 따른 모회사 할인 이슈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라이온하트 상장 철회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각에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셔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 회사의 실적을 견인한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역시 카카오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게임이 아니라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게임물을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최근 우마무스메 이용자가 ‘마차 시위’를 하는 등 게임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카카오게임즈가 여러 이용자 요구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이용자 불만이 폭발한 배경이기도 하다. 게임상 재화 보상 일정 등 세부 사항을 게임사와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달 만에 상장신청 철회 “시장 지켜보기로”
‘오딘’ 원게임 회사?… 기업가치 ‘과도’ 지적

카카오게임즈 역시 개발사로 거듭나 장래성을 인정받기 위해 대거 자금을 투입해 부족한 자체 IP를 메울 수 있는 신작을 찾고 있다. 회사는 주요 게임 개발사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게임 개발사 나인아크에 60억원을 투자했다. 

나인아크는 ‘영웅의 군단’ ‘아틀란티카’ 등 히트작을 담당했던 ‘스타’ 이건 대표가 있는 회사로, 회사가 준비 중인 게임 ‘에버소울’이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올해 하반기 공개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다크어벤저’ 흥행의 주역이었던 반승철 대표가 설립한 세컨드다이브 역시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세컨드다이브가 개발 중인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역시 내년 회사가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 퍼블리싱만 하는 데 그치면 장기적으로 생존을 보장할 수 없어, 퍼블리셔에 그친 많은 회사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무리 좋은 작품을 발굴해 퍼블리싱해도 게임이 크게 성공하면 그다음 계약은 장담할 수 없어 게임 퍼블리싱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오딘 개발사 리스크뿐 아니라 회사의 실적을 이끄는 우마무스메 역시 일본 개발사 작품이라는 점에서 위험도가 크다”며 “카카오게임즈가 제2의 오딘 혹은 우마무스메를 찾기 위해 자체 IP를 열심히 개발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다만 라이온하트는 내년 3월 내에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게임즈 유럽법인이 라이온하트 인수 당시 김재영 대표 등 주주 17인과 맺은 풋옵션 계약 때문에 완전히 철회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IB 업계의 시각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추진하지 않으면 김 대표 등은 자신이 보유한 라이온하트 주식의 일부나 전부를 카카오게임즈에 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상당 부분 부담 금액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철회 시점을 내년으로 가정하면 카카오게임즈가 김 대표에게 줘야 하는 최대 금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김 대표 측이 지분을 헐값에 넘기지 않기 위해 상장 시한인 내년 3월 내 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온하트 역시 ‘상장 철회가 아닌 연기’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추후 상장 추진 일정이 재확정되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세부사항을 안내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 6개월 이내에 상장해야 하는 만큼 라이온하트는 내년 3월까지 시간이 있다.

유턴 왜?

라이온하트 관계자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는 IPO 추진을 지속하므로 상장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추가 상장 추진 일정과 관련된 사항은 추후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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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을 거점으로 2조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한창훈의 아버지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범죄수익 약 70억원을 숨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재산은 전액 몰수됐다. 반면 조직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불법도박 사이트 수익으로 부산 소재 시가 약 45억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고, 약 25억원을 금융 상품에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단계서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동결한 뒤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은 확정됐다. 약 70억원 상당의 재산도 국고로 귀속됐다. ‘꽃계열’ 23개 사이트 한창훈은 이른바 ‘꽃계열’ 도박 사이트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개나리·연꽃 등 꽃 이름을 붙인 여러 불법도박 사이트가 하나의 운영망 아래 움직였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사이트만 23개다. 한창훈은 2014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필리핀 등을 거점으로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약 2조원 규모의 도박 자금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약 2조800억원대까지 거론됐다. 검찰이 파악한 범죄수익 규모만 약 2000억 원이다. <일요시사>가 앞서 확보한 조직원 진술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꽃계열은 단순히 해외 사무실 몇 곳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운영 책임자와 관리자, 회원 모집책, 충전·환전 담당, 대포통장 관리자 등이 나뉘어 있었고 수십명의 조직원이 회원 응대부터 입·출금, 환전과 정산을 분담하는 형태였다. 국내 이용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충전팀이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고, 환전을 요청하면 다시 차명계좌 등을 거쳐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텔레그램 단체방 등을 이용해 회원 모집과 충전·환전, 대포통장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 A씨는 자신이 관리한 사이트만 20개가 넘었다고 진술했다. 개인 사이트 하나의 회원만 1000명 수준이었고 하루 베팅금액은 수억원, 월 수익은 수십억원에 달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돈이었다. 이용자들의 도박 자금은 수백개의 대포통장과 가상계좌 등으로 흩어진 뒤 다시 현금으로 빠져나왔다. 전국 ATM을 돌며 돈을 뽑아 전달하는 현금 인출책도 존재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나온 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현금으로 바꾼 뒤 다시 정상적인 재산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부동산과 슈퍼카, 고가 시계, 미술품, 법인 등이었다. 대부업·인방·엔터업계까지 자금 담당 류명석 세부 도피 한창훈 조직이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도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거실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보성 전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현금 다발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했을 때 500억원을 훨씬 넘어가는 규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홍석 검사도 처음 사진을 접했을 당시 조작된 사진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서 확인된 고급 부동산은 약 470억원 상당에 달했다. 부가티 시론과 페라리 등 약 50억원 상당의 슈퍼카도 등장했다. 부가티 시론 한 대만 당시 시가가 약 4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훈이 약 140억원을 들여 타이어 회사를 인수한 것도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사업 자금으로 바꾸기 위한 세탁 과정이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년여 동안 450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했고 특정된 범죄수익 약 550억원 가운데 약 97%를 압류하거나 추징 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전체 범죄수익으로 지목한 금액은 약 2000억원이다. 결국 나머지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한창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가족만 범죄수익 추적 대상에 등장한 것도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 관계자들의 배우자와 부모, 장모 등 주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긴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수십억원대 고급 차량을 지인 명의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옮겨 숨기거나 조직 핵심 인물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수사 과정서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창훈의 ‘오른팔’이자 꽃계열의 ‘전무’로 불렸다는 1982년생 류명석의 도피 의혹을 보도했다. 내부 제보자는 류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필리핀 세부에 숨어 있으며 현지인 여자친구가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이 류씨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한 도박 사이트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의 돈을 만졌던 인물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BJ 철구 연결고리 한 정보원은 “류명석은 사이트 운영보다 환전책이자 자금세탁책으로 봐야 한다”며 류씨가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인물을 자금세탁 조력자로 언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제보자의 주장으로, 해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실제 범죄수익 세탁에 가담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꽃계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인터넷방송 업계도 등장한다. 핵심 인물은 인터넷방송에서 ‘예비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장승욱씨다. 장씨는 과거 아프리카TV 등에서 유명 BJ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름을 알린 ‘큰손’이다. 장씨 이름은 실제 한창훈 사건 관련 수사 자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씨와 꽃계열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창훈 사건의 자금세탁을 도운 동업자” “한창훈 도박 사이트 지분에 참여했다” 등 글부터 별풍선을 통한 자금세탁 의혹까지 나왔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장씨의 지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이 지인은 “한창훈은 장씨가 도박 사이트를 실제 운영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며 “실제로는 장씨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고, 한창훈이 장씨에게 매월 수천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 역시 현재 필리핀 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장씨는 단순히 인터넷방송에 거액을 후원한 ‘큰손’이 아니라 꽃계열의 외곽 홍보·자금 라인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생긴다. 돈의 이동 경로는 더 넓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는 꽃계열의 범죄수익이 대부업체와 후원금, 인터넷방송,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투자금 형태로 들어갔다가 다시 회수되는 방식으로 세탁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별풍선 17억 출처 의문 별풍선 같은 인터넷방송 후원 아이템도 의심 경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불법 자금으로 별풍선을 구매해 BJ에게 지급한 뒤 플랫폼 정산을 거쳐 현금화하고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범죄수익의 출처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행사비·콘텐츠 제작비·출연료·엔터테인먼트 투자금 등도 외형상 정상적인 상거래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한창훈은 오랜 도피 끝에 붙잡혔다. 한창훈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2019년 5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한창훈의 신병은 확보됐다. 하지만 총책 한 명을 붙잡았다고 해서 꽃계열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류명석을 비롯한 핵심 조직원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해외 도피 조직원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특히 조직의 범죄수익이 실제 인터넷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업계, 대부업체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한창훈 사건은 단순한 ‘불법도박 사이트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한창훈 본인은 아직 한국 법정에 서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체포됐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법절차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한창훈이 도피 중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교할 만한 사례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박왕열 역시 필리핀에서 장기간 수감되면서 국내 송환이 지연됐지만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결국 국내로 압송됐다. <일요시사>는 한창훈뿐 아니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꽃계열 핵심 관계자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적 취득 후 잡혔지만 국내 송환 아직 한창훈의 아버지가 숨긴 70억원은 국고로 돌아왔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500억원대 현금과 차량, 수백억원대 부동산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찰이 한창훈 조직의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는 돈은 약 2000억원이다. 그 돈의 끝에는 가족과 조직원뿐 아니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해외 도피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인터넷방송의 거액 후원과 엔터테인먼트 투자금까지 새로운 자금 경로로 의심받고 있다. ‘2조 도박왕’은 붙잡혔지만 사건의 끝은 한창훈 한 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있지 않다. 2000억원의 검은돈을 누가 숨겼고, 누가 세탁했고, 마지막으로 누가 가져갔는지 밝혀내는 일이 남았다. 한편, 한창훈의 인터넷방송 개입 정황은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운영한 엑셀방송 ‘씨나인(C9)’에서도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26년 5월 말 메시지에 따르면, 한씨는 여성 BJ들을 자신이 직접 설득해 C9에 입사시켰다는 취지로 말했다. BJ 송채연과 이다니에게는 철구와 방송 운영 방향을 조율하다가 의견 차이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단순 후원자로 보기 어려운 표현도 등장한다. 한씨는 BJ 혜밍에게 자신이 C9용 콘텐츠를 직접 짜서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엑셀은 결국 경쟁” “나는 매출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9 스태프 퇴사 등 내부 상황을 언급하고, 철구의 재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C9에 수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큰손’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여성 BJ 영입, 콘텐츠 기획, 매출과 내부 인력 상황 파악, 철구의 재무 관련 조언까지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실제 한씨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씨는 과거 인터넷방송 ‘세야클럽’ 운영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남겼다. 제보자는 이후 광우상사와 C9까지 한씨의 인터넷방송 개입이 이어졌으며 다수 여성 BJ의 활동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철구 역시 최근 필리핀 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철구는 2024년 무렵부터 필리핀에서 도박을 했으며 한때 일주일에 1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른바 ‘큰손’ 등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불법 사채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거실에 500억 철구는 약 6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소인 측은 철구가 도박 채무와 세금 등으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엑셀방송은 거액의 별풍선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별풍선 깡’을 이용한 돈세탁 의혹이 거론됐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