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구속된 정명석 JMS 총재

믿음 밟고 성욕 채운 교주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지난 4일, 신흥종교단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수장 정명석이 구속됐다. 출소 4년 만에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다. 정명석은 과거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명석의 비상식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를 응원하거나 믿고 따르는 이가 수천명이나 된다. 정명석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렸을 때부터 찢어질 정도로 가난을 경험하며 살아온 정명석이 믿고 기댈 곳은 주일학교였다. 그렇게 수도생활을 이어가다 1978년 기독교복음선교회(JMS)라는 종교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곧 신과 같다며 신도들을 세뇌시켰고 결국 성범죄자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정명석의 인면수심 행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신도 성폭행
상습준강간 혐의

정명석은 1945년 3월16일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에서 부친 정팔성과 모친 황길례 사이에서 6남1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에 당해 혼자 놀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먹을거리가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해 굶은 경험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첩첩산중인 석막리에서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채 자랄 수밖에 없었고, 집안 사정으로 다니던 학교마저 졸업하지 못했다. 고단한 어린 시절 정명석이 믿고 기댄 건 종교였다.

주일학교에 나가면서 대둔산과 용문산 등지에서 수도생활을 이어간 그는 1978년 6월1일에 상경,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교회를 세웠으나 쫓겨났다. 이후 1980년 신촌에서 대학생 4명을 전도, 이들을 주축으로 점차 세를 불려나갔다.


어린 시절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을까? 정명석은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은 엽기적이었다. 10여년 전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간치상죄 등이다. 대법원 항소심에서 혐의가 확정된 정명석은 2018년 2월18일, 10년간 복역을 마치고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했다.

2009년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에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 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명.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네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라고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라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일학교 다녀 잘못된 믿음?
80년부터 신촌서 적극적으로 전도 세 불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돼있다.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 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에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C씨에게 한 행위는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씨 역시 A·B씨와 마찬가지로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있었고, 정명석이 피해자에게 언행으로 협박을 가한 점 역시 피해자의 항거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라고 봤다.

1심에서는 피해자 세 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년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을 선고했다.

가난한 일상
종교에 기대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두 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다. 정명석은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명석은 자신을 메시아로 믿게 하고, 그 믿음을 이용해 성욕을 채운 성범죄자다. 하지만 JMS 신도들은 정명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했다고 믿고 있다.

JMS가 제작한 팸플릿에는 ‘언론과 방송이 조성한 여론의 영향을 받은 종교 편향적 재판, 증거 없는 자유 심증주의에 의한 편파적 판결’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없고,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철저히 배제된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무시된 결과’라고 적혀 있다.

JMS는 2012년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JMS 핵심 간부로 활동했던 탈퇴자들이 2012년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JMS에서 26년간 활동한 조경숙씨는 JMS 내 다양한 여성 그룹이 존재하고 정명석의 신부로 준비된 여성들을 ‘상록수’라고 부른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JMS가 여성들 프로필을 정명석에게 보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 자필 편지를 보내 직접 상록수를 선발한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이 공개한 프로필에는 후보 여성들의 비키니 사진과 신상정보가 적혀 있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젊은 여신도들이 나체 상태로 정명석을 “주님” “여보” 등으로 칭하며 교태를 부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JMS는 일부 여신도가 영상을 자체 제작한 것이지, 교단 차원에서 관여한 적이 없고 이 영상을 정명석에게 보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탈퇴자들이 여론몰이를 위해 영상을 이용했을 뿐, 성상납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탈퇴자들과 이단 전문가들은 정명석이 출소하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JMS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김진호씨는 “상록수로 뽑힌 여성들은 정명석이 출소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명석이 출소하면 똑같이 범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명석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최근 4년 만에 또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대전지법 신동준 영장전담 판사는 상습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정명석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명석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석은 일본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일본 JMS는 주로 대학교를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벌여 왔으며 이들은 소위 엘리트들을 전도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평소 생활과 인생관을 살펴보고 긍정적인 사람을 찾아라’ ‘거리에서 수준 높은 사람을 전도하라’ ‘외모가 괜찮은 사람과 만날 수 있게 하라’ 등과 같은 지침을 세워 치밀하게 포교활동을 벌여왔다.

수차례 스캔들
징역 10년 선고

정명석은 2000년대 초 일본 오사카나 지바의 측근 자택에 머무르며, 하루에 두세 명에서 열 명까지 여학생들을 매일같이 불러 ‘건강 체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성적인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가 만나고 싶어 한다’며 은신처로 불렀다. 이때 측근들은 여성들에게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강하게 입막음했다.

그중 한 명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해 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일본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 이후 대학가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위험한 종교단체 주의’라는 포스터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 붙어 왕성하게 활동하던 JMS 교회들은 문을 닫고 잠적했다. 한편 JMS를 탈퇴해 만든 ‘안티 JMS’ 엑소더스 관계자는 “정명석의 만행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자행돼온 것은 실로 개탄할 노릇”이라며 “하루빨리 정명석이 저질러온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까지 엑소더스 회원들은 국내에 있는 JMS 신도들에게 갖은 협박과 피해를 봤다”며 “그들도 정명석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MS를 포함한 사이비 종교의 만행이 지속되자 종교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입법을 통해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상임대표 진용식 목사)는 최근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에서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법적규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 발제자들은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사건과 관련 일본 통일교의 헌금 강요 정황, 정명석의 해외 성범죄 피해 현황 등을 보고했다.

먼저 김경천 목사(상록교회 부목사, 전 JMS 부총재)는 ‘JMS 피해사례 및 상황’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성범죄 전력으로 인해 10년형을 선고받고 최근 전자발찌를 찬 채 만기출소한 정명석 JMS 교주는 또 다시 영국, 호주 등 서구에서 자행한 성범죄 혐의로 피소된 상태”라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보고되고 있는 그의 성범죄 피해 사례로 대한민국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준강간·강제추행 의혹 받자
홍콩·중국 등으로 해외 도주
감옥살이 10년…다시 성폭행

이어 “정명석의 행각은 통일교 원리 강론에서 비롯된 JMS 교리로 인한 것”이라며 “이에 따르면 첫째 아담의 선악과 범죄는 미성숙한 성관계로 인한 타락으로, 둘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은 현재 죽어 실존하지 않는 상태이기에, 예수의 영이 빙의된 셋째 아담 정명석 교주를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 것이 비로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단·사이비에 빠진 이들을 구출하고, 보편 타당한 윤리에 기초해야 할 종교의 자유가 이단 사이비 집단의 범죄를 방관하는 방패로 전락되지 않도록 사이비종교 처벌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와타나베 변호사(현 일본 전국 영감상법 변호사연락회 부회장)가 현장 줌(ZOOM) 연결을 통해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과 일본의 통일교 피해사례’에 댇해 발제했다. 와타나베 변호사는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의 원인은 통일교 피해자의 원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통일교는 사유재산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여기서 하나님은 교주 문선명을 지칭한다”며 “어머니가 헌금을 통일교에 과도하게 납부한 나머지, 가정 형편이 악화되고 대학 진학이 좌절되는 등 가정파탄을 경험한 용의자 야마가미의 원한이 이번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특히 “일본 통일교는 신도로부터 걷은 헌금 중 약 400억엔(한화 약 3800억원)을 매년 한국 통일교에 송금하고 있다”며 “이 금액은 한국 통일교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조트 건설 등 여러 가지 사업에 필요한 자본금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리조트 건설을 위한 별도의 헌금 명목으로 각 신자에게 약 120만엔(한화 약 1200만원)을 헌금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단·사이비처벌법 제정이 자칫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와 관련해선 “이단들이 자기 정체를 감춘 채 포교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라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는 전제에서 종교의 자유가 성립된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 내 JMS 피해 사례도 간간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기업 CEO, 변호사, 의사, 대기업 직장인 등도 있으며 통일교에 비하면 헌금 규모는 작지만 월급의 상당 부분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며 “현재 일본 JMS 신도 수십 명이 성적 피해를 봤다고 자백한 경우는 많지만, 아직까지 민형사 고발까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왜냐면 현재 일본에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명현 목사(예장 합동 이단대책위 연구분과장)는 ‘정읍살인사건의 실상’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저는 지난 6월16일 전라북도 정읍에서 신천지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노모씨와 사건 발생 수일 전까지 이단 상담을 이어간 장본인”이라며 “저는 노씨에게 흥분하지 말고 절제와 인내 등 차분한 마음을 가질 것을 신신당부를 했다”고 했다.

옥살이 불구
지속적 만행

오 목사는 “물론 살인은 어떤 경우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그러나 신천지는 자신들의 모략 포교로 인해 부부간 불화 등 가정파탄을 일으킨 책임을 반성하고 피해 유족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하기는커녕, 일간지 광고·언론사 앞에서 신도를 동원한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사건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며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사이비 종교로 인해 이혼, 학업 포기 등 일상과 가정의 화목이 깨지는 일을 막기 위해 사이비 종교 규제법을 제정해달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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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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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