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발목 잡은 이행강제금 뭐길래…

산정 기준도 방식도 오락가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명확한 기준은 신뢰와 맞닿아 있다. 사안이나 상황에 따라 바뀌는 기준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국가기관에서 진행하는 일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다. 국가가 정한 기준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공정한 잣대에서 나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최근 국가기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한 직원의 퇴사를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보인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낀 것.

기관 맞아?

A 대표는 “국가기관의 태도에 당황스러움을 넘어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B씨는 회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서울지노위에 제소했다. A 대표는 B씨의 퇴사 과정에서 어떤 부당한 부분도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서울지노위와 중노위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 대표가 B씨를 부당해고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B씨에게 일정 기간 동안의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서울지노위가 A 대표에게 부과한 이행강제금과 관련해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이행강제금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행정상 강제제도다. 근로기준법 33조(이행강제금)에 근거해 부과된다. 


노동위원회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 30일 전까지 사용자에게 미리 문서로 알려야 한다. 이때 사용자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는다. 이후 노동위원회는 심판위원회의 의결로 최고 2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행강제금은 매년 2회, 최종 2년까지 부과 가능하다. 최대 80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는 셈이다.

A 대표는 서울지노위와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은 총 3차에 걸쳐 부과된 상황이다. 1차 500만원, 2차 500만원, 3차 625만원 등 A 대표는 현재까지 총 1625만원을 납부했다.

아직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 4번째 이행강제금 부과도 확실시된다.

A 대표는 “서울지노위와 중노위의 판결을 납득할 수 없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행강제금이 계속 부과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법부를 거쳐 최종적인 판단이 나오면 그때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도 늦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직원 퇴사 과정서 갈등
부당해고 판정 후 불복

반면 중노위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들었다. 근로기준법 32조(구제명령 등의 효력)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 기각결정 또는 재심판정은 중노위에 대한 재심 신청이나 행정소송 제기에 의해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정소송과 이행강제금 부과는 별개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서울지노위가 공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노동위원회 소재지를 관할하는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 소송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것을 다투는 게 아니라 ▲구제명령을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금액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

A 대표는 “1차 500만원, 2차 500만원을 낸 뒤 3차에서 625만원을 납부하라는 독촉장을 받았다”며 “어떤 기준으로 이행강제금이 산정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와 중노위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산정은 심판위원회에서 내부 규정에 따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당 규정이 외부에 공개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 대표의 황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이행강제금 납부 방식이 문제로 떠올랐다. A 대표는 1차 이행강제금 부과 당시 신용카드를 이용해 납부했다. 하지만 2차 부과 당시 결정서에 ‘이행강제금은 신용카드 납부가 불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현금 납부만 가능하다는 통보였다. 

A 대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업체는 갑작스럽게 큰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했다면 무리 없이 처리했을 일이 서울지노위의 통보에 꼬여버렸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납부 돼? 안 돼? 
“행정상의 착오” 사과 전해

A 대표는 이 부분과 관련해 서울지노위와 중노위에 수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행강제금 산정 기준 ▲신용카드 납부 불가 이유 등에 대해 민원 제기, 국민신문고 신고 등의 방법으로 답변을 요구했다. 

서울지노위는 공문을 통해 “이행강제금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주기 위해 상급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 업무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중노위 담당자가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신용카드 납부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듣고 안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귀하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중노위 담당자에게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존 안내에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세심하게 안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신용카드 납부 불가와 관련해 행정상의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태료의 경우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된 반면 이행강제금은 성격이 특수해서 은행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확립된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행정 처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권고해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신뢰 깨졌다

A 대표는 “평생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우리나라 국가기관이 상식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왔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 믿음이 깨지게 됐다. 돈 문제를 떠나서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까지 품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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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