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의 스토킹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26 09:14:29
  • 호수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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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 중 2명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연인은 헤어지면 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헤어지는 과정이다. 당연히 헤어지는 과정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한때 연인이었던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한다. 이 과정 중이 끔찍한 범죄로 바뀌는 사람도 있다. 연인은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다. 가장 끔찍한 것은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스토킹(Stalking)이란 상대방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며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이때 상대방은 불안감, 공포심을 느낀다.

행동을
정당화

스토커는 피해자를 몰래 따라다닌다. 지속적으로 미행하다가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끼면 조금씩 접근하기도 한다. 당연히 사생활 침해가 동반되고, 심할 경우는 피해자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스토커는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망상, 광적인 집착을 보이며, 대부분은 상대방을 물건처럼 소유하고 싶어한다.

보통은 집착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거절하면 마음을 접는 게 정상인데, 스토커는 이 과정에서 끝없이 집착한다. 상대방 의사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감정 표출을 하기도 하며 공격성·강제성·맹목적성 양상을 띤다.

또 이들은 연애 감정을 앞세운다. 피해자에게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상대방의 감정 또는 상대방과 관련된 인물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이를 사실로 여긴다. 피해자가 침묵하거나 거절 의사를 표해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착각한다.

이런 스토킹 범죄가 한때는 연예인의 전유물로 부각된 시대도 있었다. 아이돌 가수의 팬은 스토킹 범죄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보통 아이돌 가수 팬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다니거나 포스터나 음반을 산다. 이 팬들 중에는 가수의 숙소에 직접 찾아가 얼굴을 보고 가기도 한다.

문제는 ‘사생팬’이다. 이들은 가수가 가는 곳마다 택시를 타고 쫓아다니거나, 대포폰을 만들어서 전화를 도청,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서 정보 유출, 숙소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성추행 등을 저질렀다.

가수 김창완은 자신을 10년 넘게 스토킹한 남자 스토커를 경찰에 신고한 적 있다. 이 스토커는 김창완과 본인이 친구 사이라는 망상이 심했다. 이 때문에 김창완의 집을 몰래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가수 성시경은 과거에 부모님이 스토커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성시경은 “사생팬은 팬이 아니라 정신병자 스토커”라고 말을 할 정도였다.

배우 고 이다빈도 무명 시절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 이다빈은 ‘486’ 문자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빨간 드레스가 예쁘다” “지금(집에) 들어오네, 근데 옆에 남자는 누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 

스토커가 미스코리아 김성희와 혼인신고를 해버린 일도 있었다. 1970년대라서 가능한 일이지만, 김성희는 이 일로 터져나오는 온갖 언론 기사로 상처 받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당시 스토커는 문서 위조죄로 징역형을 살았는데, 마지막까지 김성희와 결혼한 게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유명인의 스토커 피해는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점점 해결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반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는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상반기 경찰에 잡힌 사람만 2924명
처벌은 솜방망이…보복도 증가 추세

지난 16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의 연도별 스토킹 범죄 검거 인원과 여성가족부의 자료 등을 보면, 올해 상반기 스토킹 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이는 2924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358명, 2018년 434명, 2019년 58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에는 471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2924명으로 폭증했다. 5년 전인 2017년과 견주면 8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는 10월21일부터 12월31일까지 집계된 인원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인원만 545명으로 전년 전체 검거 인원을 뛰어넘었다.

신고 건수는 2020년 4515건이던 스토킹 관련 112신고 건수가 지난해에는 1만4509건으로 3.2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1~7월 집계 신고 건수는 지난해 신고 건수를 넘어선 총 1만6571건이다. 2018년 2921건,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이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고, 이후에 가해자가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상황도 계속 증가 추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2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스토킹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 행위를 제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 시 처벌 경고 ▲스토킹 행위자와 피해자 분리 ▲범죄 수사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 응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잠정조치 요청의 절차 등 안내 ▲보호시설로 피해자 인도 등을 한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전에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40·41에 따라 ‘(장난전화 등)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문자메시지·편지·전자우편·전자문서 등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괴롭힌 사람’과 ‘(지속적 괴롭힘)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처벌했다.

유명인도
일반인도

문제는 처벌 수위였다. 경범죄 처벌법은 해당 사항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처벌 수위’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나아진 것이 없다.

경찰의 신변보호(안전조치)를 받던 범죄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올해만 4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들 중 두 명이 스토킹 범죄 피해자였다.

지난 5월 스토킹 범죄 가해자 A씨는 수사 중 잠정조치 1~3호(서면경고·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으나, 피해자가 지난 6월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고 검찰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잠정조치가 무효화된 당일 피해자와 술을 마시다 피해자를 맥주병으로 살해했다.

지난 6월에는 경기 안산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B씨는 같은 빌라에 살던 사이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로 잠정조치가 해제된 사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계단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미착용한 상태로, 이웃 주민이 신고했다.

이런 사실은 경찰과 피해자 모두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피해자가 스토킹처벌법으로 고소하자, 가해자가 보복범죄로 대응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50대 남성 C씨는 약 40일간 동거했던 여성 D씨에게 전화·카카오톡 등을 통해 만나 달라고 수십회 연락했다. C씨는 “같이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못 헤어진다. 집을 불살라버리겠다”고 D씨를 협박했다. C씨는 D씨와 헤어진 뒤 거처를 지인의 집으로 옮긴 상황이었다.

신변 보호
잇단 비보

C씨의 연락은 반복적으로 지속됐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D씨는 지난 7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D씨를 고소했다. 고소 이튿날 C씨는 D씨가 사는 집을 찾아갔고, 그의 차를 본 D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C씨의 차에서 흉기를 발견하고 체포했다.

C씨는 “원래 칼을 차에 두고 다닌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범죄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C씨에 대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더 큰 문제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검경과 사법부의 안일한 문제의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정조치 4호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보호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검찰이나 법원이 경찰의 잠정조치 4호를 인용하면 최대 한 달간 피의자를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은평경찰서는 올해 3~8월 전 연인을 스토킹한 30대 남성 E씨에 대해 검찰에 유치장 유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E씨는 지난달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흉기로 현관문을 훼손하고 문 틈에 흉기를 꽂아놓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 신청을 할 당시엔 범행의 반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각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살해 직전 피해자는 근처에 피의자가 왔다며, 잠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것이냐고 경찰에 문의까지 했다.

흉기로 현관문 훼손해도 초범이라고 기각
‘반의사불벌죄’ 폐지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당시 경찰은 “유치장 유치는 인신 구속 조치다 보니 어느 정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가 가진 것은 진술뿐이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은 “잠정조치 4호를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피의자를 유치장에 넣더라도 일찍 풀려나 실효성이 없었던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서 50대 중국인 남성이 스토킹 끝에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의자는 범행 3일 전 유치장에 구금됐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9시간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피의자의 스토킹 범죄를 심각 수준으로 판단했음에도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다. 

즉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면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해 처벌할 수 있다. 이 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표명할 경우 처벌이 불가능하다. 단 해당 의사표시를 1심 판결 이전까지 해야만 성립된다.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 규정이 사건 초기 수사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되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또 스토킹 범죄 발생 초기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스토킹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보호에 
만전을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구금 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구속영장도 적극적으로 청구해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스토킹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하라”며 법무부에 스토킹처벌법 보완을 지시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토킹 양형’ 대법원 입장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또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할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등 조건부 석방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양형위는 지난 20일 119차 전체회의 결과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양형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스토킹처벌법 개정 여부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며 “범죄 발생의 빈도수, 해당 범죄의 양형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8기 양형위는 지난해 6월 이미 범죄군을 선정해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스토킹범죄 양형 기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4월 9기 양형위 출범 뒤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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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