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의 스토킹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26 09:14:29
  • 호수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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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 중 2명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연인은 헤어지면 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헤어지는 과정이다. 당연히 헤어지는 과정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한때 연인이었던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한다. 이 과정 중이 끔찍한 범죄로 바뀌는 사람도 있다. 연인은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다. 가장 끔찍한 것은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스토킹(Stalking)이란 상대방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며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이때 상대방은 불안감, 공포심을 느낀다.

행동을
정당화

스토커는 피해자를 몰래 따라다닌다. 지속적으로 미행하다가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끼면 조금씩 접근하기도 한다. 당연히 사생활 침해가 동반되고, 심할 경우는 피해자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스토커는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망상, 광적인 집착을 보이며, 대부분은 상대방을 물건처럼 소유하고 싶어한다.

보통은 집착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거절하면 마음을 접는 게 정상인데, 스토커는 이 과정에서 끝없이 집착한다. 상대방 의사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감정 표출을 하기도 하며 공격성·강제성·맹목적성 양상을 띤다.

또 이들은 연애 감정을 앞세운다. 피해자에게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상대방의 감정 또는 상대방과 관련된 인물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이를 사실로 여긴다. 피해자가 침묵하거나 거절 의사를 표해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착각한다.


이런 스토킹 범죄가 한때는 연예인의 전유물로 부각된 시대도 있었다. 아이돌 가수의 팬은 스토킹 범죄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보통 아이돌 가수 팬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다니거나 포스터나 음반을 산다. 이 팬들 중에는 가수의 숙소에 직접 찾아가 얼굴을 보고 가기도 한다.

문제는 ‘사생팬’이다. 이들은 가수가 가는 곳마다 택시를 타고 쫓아다니거나, 대포폰을 만들어서 전화를 도청,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서 정보 유출, 숙소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성추행 등을 저질렀다.

가수 김창완은 자신을 10년 넘게 스토킹한 남자 스토커를 경찰에 신고한 적 있다. 이 스토커는 김창완과 본인이 친구 사이라는 망상이 심했다. 이 때문에 김창완의 집을 몰래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가수 성시경은 과거에 부모님이 스토커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성시경은 “사생팬은 팬이 아니라 정신병자 스토커”라고 말을 할 정도였다.

배우 고 이다빈도 무명 시절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 이다빈은 ‘486’ 문자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빨간 드레스가 예쁘다” “지금(집에) 들어오네, 근데 옆에 남자는 누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 

스토커가 미스코리아 김성희와 혼인신고를 해버린 일도 있었다. 1970년대라서 가능한 일이지만, 김성희는 이 일로 터져나오는 온갖 언론 기사로 상처 받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당시 스토커는 문서 위조죄로 징역형을 살았는데, 마지막까지 김성희와 결혼한 게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유명인의 스토커 피해는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점점 해결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반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는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상반기 경찰에 잡힌 사람만 2924명
처벌은 솜방망이…보복도 증가 추세

지난 16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의 연도별 스토킹 범죄 검거 인원과 여성가족부의 자료 등을 보면, 올해 상반기 스토킹 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이는 2924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358명, 2018년 434명, 2019년 58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에는 471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2924명으로 폭증했다. 5년 전인 2017년과 견주면 8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는 10월21일부터 12월31일까지 집계된 인원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인원만 545명으로 전년 전체 검거 인원을 뛰어넘었다.

신고 건수는 2020년 4515건이던 스토킹 관련 112신고 건수가 지난해에는 1만4509건으로 3.2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1~7월 집계 신고 건수는 지난해 신고 건수를 넘어선 총 1만6571건이다. 2018년 2921건,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이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고, 이후에 가해자가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상황도 계속 증가 추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2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스토킹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 행위를 제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 시 처벌 경고 ▲스토킹 행위자와 피해자 분리 ▲범죄 수사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 응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잠정조치 요청의 절차 등 안내 ▲보호시설로 피해자 인도 등을 한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전에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40·41에 따라 ‘(장난전화 등)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문자메시지·편지·전자우편·전자문서 등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괴롭힌 사람’과 ‘(지속적 괴롭힘)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처벌했다.

유명인도
일반인도

문제는 처벌 수위였다. 경범죄 처벌법은 해당 사항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처벌 수위’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나아진 것이 없다.

경찰의 신변보호(안전조치)를 받던 범죄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올해만 4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들 중 두 명이 스토킹 범죄 피해자였다.

지난 5월 스토킹 범죄 가해자 A씨는 수사 중 잠정조치 1~3호(서면경고·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으나, 피해자가 지난 6월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고 검찰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잠정조치가 무효화된 당일 피해자와 술을 마시다 피해자를 맥주병으로 살해했다.


지난 6월에는 경기 안산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B씨는 같은 빌라에 살던 사이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로 잠정조치가 해제된 사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계단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미착용한 상태로, 이웃 주민이 신고했다.

이런 사실은 경찰과 피해자 모두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피해자가 스토킹처벌법으로 고소하자, 가해자가 보복범죄로 대응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50대 남성 C씨는 약 40일간 동거했던 여성 D씨에게 전화·카카오톡 등을 통해 만나 달라고 수십회 연락했다. C씨는 “같이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못 헤어진다. 집을 불살라버리겠다”고 D씨를 협박했다. C씨는 D씨와 헤어진 뒤 거처를 지인의 집으로 옮긴 상황이었다.

신변 보호
잇단 비보

C씨의 연락은 반복적으로 지속됐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D씨는 지난 7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D씨를 고소했다. 고소 이튿날 C씨는 D씨가 사는 집을 찾아갔고, 그의 차를 본 D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C씨의 차에서 흉기를 발견하고 체포했다.

C씨는 “원래 칼을 차에 두고 다닌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범죄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C씨에 대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더 큰 문제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검경과 사법부의 안일한 문제의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정조치 4호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보호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검찰이나 법원이 경찰의 잠정조치 4호를 인용하면 최대 한 달간 피의자를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은평경찰서는 올해 3~8월 전 연인을 스토킹한 30대 남성 E씨에 대해 검찰에 유치장 유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E씨는 지난달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흉기로 현관문을 훼손하고 문 틈에 흉기를 꽂아놓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 신청을 할 당시엔 범행의 반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각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살해 직전 피해자는 근처에 피의자가 왔다며, 잠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것이냐고 경찰에 문의까지 했다.

흉기로 현관문 훼손해도 초범이라고 기각
‘반의사불벌죄’ 폐지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당시 경찰은 “유치장 유치는 인신 구속 조치다 보니 어느 정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가 가진 것은 진술뿐이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은 “잠정조치 4호를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피의자를 유치장에 넣더라도 일찍 풀려나 실효성이 없었던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서 50대 중국인 남성이 스토킹 끝에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의자는 범행 3일 전 유치장에 구금됐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9시간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피의자의 스토킹 범죄를 심각 수준으로 판단했음에도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다. 

즉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면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해 처벌할 수 있다. 이 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표명할 경우 처벌이 불가능하다. 단 해당 의사표시를 1심 판결 이전까지 해야만 성립된다.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 규정이 사건 초기 수사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되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또 스토킹 범죄 발생 초기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스토킹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보호에 
만전을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구금 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구속영장도 적극적으로 청구해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스토킹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하라”며 법무부에 스토킹처벌법 보완을 지시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토킹 양형’ 대법원 입장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또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할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등 조건부 석방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양형위는 지난 20일 119차 전체회의 결과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의 양형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스토킹처벌법 개정 여부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설정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며 “범죄 발생의 빈도수, 해당 범죄의 양형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8기 양형위는 지난해 6월 이미 범죄군을 선정해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스토킹범죄 양형 기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4월 9기 양형위 출범 뒤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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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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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