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도 승객도 뿔난 ‘택시비 인상’ 속사정

불러도 오지 않는…돌고 도는 해결책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온갖 대책에도 요지부동이다. 서울시가 결국 떠난 택시 기사들을 돌려세우기 위해 ‘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생활물가가 날로 치솟는 와중에 내린 고육지책이다. 시민 반발은 당연하다 해도, 기사들 역시 회의적인 것은 예상 밖이다. 게다가 서울시가 골몰한 복안이 점차 구색을 갖추는 와중에, 일각에선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최근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 조정안 의견 청취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택시 기본요금을 내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3년 만에
요금 인상

조정안에는 기본거리를 현행 2㎞에서 1.6㎞로 줄이고 거리요금 기준을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1m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간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됐다.

심야 택시 대란에 대한 별도 처방도 제시됐다. 심야 할증시간은 현재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4시인데 이를 연말부터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늘린다는 방침이다. 20%로 일률 적용하던 심야 할증률을 시간대별로 20%에서 최대 40%까지 확대한다.

심야 탄력요금제 도입과 기본요금 인상 등을 묶으면 중형 택시요금은 기존 대비 19% 이상 인상될 전망이다. 이 같은 요금 인상안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불거진 ‘택시 대란’의 해결책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유행으로 택시 수요가 줄면서 영업 수입이 급감하자 당시 많은 택시 기사가 배달‧택배업 등으로 전직했다. 특히 법인 택시 기사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택시 기사들이 심야 운행을 선호하는 경우는 드물다. 취객 손님 응대와 야간 운전 등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심야 택시 공급은 운행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개인택시보다 당번제로 기사를 배정하는 법인 택시가 대부분 도맡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인 택시 기사가 대폭 감소하다 보니 심야 택시 공급은 주간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서 일각에선 다시 택시 공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 수입은 코로나 유행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택시 업계는 계속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택시 평균 영업수입은 2019년 평시보다 9.5% 감소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기준 수도권의 법인 택시 가동률은 유행 이전과 비교해 30~40% 쪼그라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서울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심야 부재 해제, 심야 전용 택시 확대, 각종 인센티브 제공, 임시 승차대 설치 등 다방면에 걸친 해결책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택시 공급은 코로나 이전 수준 대비 4000~5000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인 요금 조정안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문제는 서울시 조정안이 시민과 택시 기사, 그 어느 쪽에게도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금리와 물가가 폭등하는 이 시국에 요금을 올린다고 하니, 뿔난 시민과 조정안 효과에 회의적인 택시 기사 모두가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코로나 정점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기사들
장시간 노동·저임금 구조 해결에 사활 걸려

실제로 지난 5일 서울시가 택시 대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선 고성이 오가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발제와 패널 토론 후 질의응답을 진행하려 했지만 청중석에서 진행을 방해하면서 끝내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엔 개인 택시 기사들과 법인 택시 관계자 등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모순적이게도 공청회에서 오간 발언들은 주로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서인석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심야전용 택시를 비롯해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어서 다음 단계인 요금 인상을 고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 과장은 “기존 요금이 단거리 승객을 홀대하는 요금으로 설계돼있어 장거리를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 과장에 따르면 심야할증은 택시 대란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연말연시부터 적용된다. 기본요금 인상은 소비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택시 수요가 적은 내년 2월부터 적용한다.

이날 발제를 맡았던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택시요금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 개인 택시가 먼저 고령화됐고, 법인 택시가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안 연구원은 “개인 택시는 기존에 50대가 주축이었지만 60대 이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5년 이상에 걸쳐 진행된 반면 법인 택시는 불과 1~2년 사이에 이런 과정을 겪고 있다”며 “고령화는 단순히 개인 택시의 문제가 아니라 법인 택시 기사들이 빠르게 떠나가는 문제와도 연관돼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액관리제, 원급제를 시행했지만 현재 법인 택시 처우는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에 준하도록 한 택시발전법 11조의2를 위반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위반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학계도 택시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입을 모았다.

추상호 홍익대 교수는 “원가 상승을 반영해 택시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며 “총운행 시간과 요금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를 함께 분석해서 요금 인상폭을 결정해 인건비와 원가 상승, 처우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 역시 “택시요금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데 이번 인상 폭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탓에 요금을 올려도 공급이 늘지 않을 수 있다”며 “원가 반영으로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서비스가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뿐?

반면 현장의 승객과 기사 사이에선 이번 서울시 조정안에 대해 주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택시요금 인상을 비판하는 승객들은 “인상 시점이 적절치 않다”거나 “승차 거부 등 불친절한 서비스 수준은 그대로면서 가격(요금) 인상만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반응에 일부 기사들은 이미 부담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한 개인 택시 기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택시 업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상 논의가 더욱 여론을 악화시키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막상 따져보면 (조정안이)수입을 크게 늘려주지도 않는다. 부담은 부담대로 지고, 수입은 거기서 거기인 상황을 누가 반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조정안이 택시 추가 공급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과 법인 택시를 가리지 않고, 본질적인 공급 감소 원인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일침이 이어졌다.

그는 “개인 택시 기사들이 겪는 고충은 제도의 경직성에 있다. 야간과 달리 주간에는 여전히 부제가 시행되고 있으니 심야에 운행할 생각이 들어도 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또 플랫폼 택시와 비교해 요금 탄력성이 너무 떨어진다. 플랫폼 대형 택시는 지금도 심야에 많게는 두 배, 세 배까지 요금을 받게 두면서, 우리는 기껏해야 40%로 늘려주겠다고 하니 ‘역차별’이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법인 택시에 대해선 “운행요금 인상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뿐더러, 이 몫을 회사가 대부분 가져가게 둔다면 결국 기사 수입은 제자리 아닌가. 이 부분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업계로)돌아오는 기사가 드물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시는 요금 인상 이외에도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일부가 과거에 폐지됐거나 사장된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향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앞서 논란이 불거져 사라진 제도를 단순히 공급 부족을 명분으로 다시 가져오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택시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할 열쇠로 ‘택시리스(임대)제’ ‘인센티브제 부활’ 등을 꼽았다. 이 중 택시리스제(법인 택시업체의 면허임대업)는 현행법상 위법이지만, 규제샌드박스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재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규제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가 ‘택시리스제’ 추진의 일환으로 준비한 ‘사용자인증택시’는 규제샌드박스 승인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는 ‘관계부처 조율’과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인증 택시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가접수된 시기는 지난 5월 말. 통상 규제샌드박스가 기본 검증 절차에만 5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진행이 일사천리인 셈이다. 

중고 제도
해법 될까?

사용자인증 택시는 야간 택시 대상 안면인식·음주측정을 거쳐야만 택시의 시동이 걸리는 기술을 법인 택시에 접목한 아이템이다. 사용자인증 택시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는다면 그동안 법으로 금지됐던 택시리스제가 부활할 길이 열린다.

서울시는 택시리스제 재도입을 통해 경제적 이유로 택배나 음식 배달업 등으로 이동한 법인 택시 기사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TV <뉴스17>에 출연해 “택시요금 인상만으로는 (택시대란 해소에)충분할지 알 수 없다”며 “본질적인 해법은 택시수입금 전액관리제(월급제)를 옛날의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수입금 전액관리제란 법인 택시 기사가 하루 종일 번 모든 돈을 회사에 입금하고, 실적과 무관하게 정해진 급여를 받도록 한 일종의 ‘월급제’로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오 시장은 “택시 대란의 본질은 택시영업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택배 일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서 택배업으로 옮겨간 택시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원리에 따라 돈을 더 벌 수 있게 하면 택시영업 숫자가 늘어날 테니 요금을 올리기로 한 것이지만, 그 요금이 다 기사들에게 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사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현재의 고장 난 인센티브 시스템을 옛날 방식으로 바꾸자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는데, 국토부는 아직도 월급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택시 월급제 개선을 국토부에 건의하는 한편 자체 실태조사에도 착수했다. 서울시 소재 일반택시(법인)업체 254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모아 이달 말 국토부에 추가로 의견을 전할 예정이다.

그는 “택시리스제도 제안했는데,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일단 연말까지 국토부가 내놓은 해법대로 해보고 안 되면 내년에 (서울시의 제안을)검토한다는 것인데, 서울시는 모든 방법을 동시에 동원해야 대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울시, 고심 끝에 각종 복안 꺼냈지만
기사도 승객도 모두 입 모아 부정 평가 

업계에선 일찌감치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도 어려운 택시 기사들의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오히려 떠난 기사들의 복귀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법인 택시 리스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심야 택시난 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법은 택시요금체계 개선이고 택시리스제는 대안이 될 수 없는 ‘택시업계 죽이기’에 불과하다”며 제도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추진하는 ‘과거식 해법’이 택시 업계의 과거 고질병 재발에 일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 시장이 제안한 ‘인센티브제’는 곧 ‘사납금 제도의 부활’로 풀이된다. 이렇게 된다면 승차 거부·난폭운전 등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납금제는 택시업계의 가장 고질적인 악습 중 하나다. 택시 운행 실적과 무관하게 택시회사는 매일 기사에게 정해진 돈을 떼간다. 회사는 고정된 수익을 얻고, 기사는 해당 금액을 뺀 수익을 가져간다. 만약 택시 기사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다면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된 기본급에서 미달 금액을 공제한다.

실적에 따른 수익 감소 부담은 온전히 택시 기사가 짊어지는 불공정한 구조가 두드러진다.

과거 일부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제도 아래서 승차 거부‧난폭 운전 등의 문제를 일삼았다. 근무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함이다. 이에 정치권은 2019년 택시 사납금을 불법화했다. 택시 운행에 따른 영업 부담을 회사와 기사가 함께 지는 구조를 구축해 택시 문제를 줄여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전언에 따르면 불법화된 사납금은 지금도 이름만 바뀐 채 남아있다. 과거엔 하루 5.5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되던 기본급이 주 40시간 기준으로 변경돼 늘어나자, 택시회사들은 일제히 사납금을 대폭 올렸다. 과거 하루 13만원 수준이던 사납금이 현재는 2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변형된 사납금은 법원과 노동청 등에서 지속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탓에 여전히 암암리에 시행된다는 설명이다.

한 법인 택시 기사는 “불법으로 규정해놔도 편법으로 이어가며 기사들을 쥐어짜는데, 이를 합법화하면 대놓고 착취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택시리스제가 금지된 맥락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택시리스제는 계약체결자와 운행자가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허점 때문에 임대 택시는 과거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 범죄에 수차례 악용된 바 있다.

결국 택시리스는 금지됐고, 현행법상 이를 위반한 택시회사는 영업정지·감차 등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공급 부족만으로는 명분이 떨어지고, 되레 위험도만 높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제 방안일까
악습 부활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앞서 이런 제도들이 사라진 데엔 질 낮은 서비스 제공·범죄 위험성 등의 이유가 있었다”며 “단순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다시 살릴 순 없다. 논의에 앞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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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