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아파트 대체제로 주목받는 오피스텔과 수익형 부동산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에 ‘거거익선(巨巨益善)’ 바람이 불고 있다. 

중대형 오피스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급업체들도 주거용 아파텔을 속속 내놓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수도권에서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전용 60㎡ 이하 아파트는 총 1만7758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일 면적 물량이 9만5422가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81.39% 감소한 수치다. 올해 분양 물량은 지역별로 경기(1만2188가구), 서울(4725가구), 인천(845가구) 순이다.

높아진 
선호도

분양 업계는 수요 대비 소형 아파트 공급이 크게 부족해졌다고 분석한다. 소형 아파트의 주 수요층은 2~3인 가구인데,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2~3인 가구는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48%에 달했다. 수도권 2가구 중 1가구는 2~3인 가구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면적과 평면이 유사해 소형 아파트의 대체 상품으로 통하는 중대형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원에 분양한 오피스텔 ‘덕은DMC 에일린의 뜰 센트럴’은 210실 모집에 총 9117건이 접수돼 평균 43.4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기도에서 분양한 아파트 1순위 최고 경쟁률(47.99대1)과 비슷한 결과다. 해당 단지는 전 호실이 모두 전용 78~112㎡의 중대형 면적으로 구성됐다.

서울 영등포구 일원에 분양한 오피스텔 ‘여의도 현대마에스트로’ 전용 73~77㎡의 거주자 우선 경쟁률도 89대1에 달했다. 동일 모집군에서 소형 면적인 전용 25~27㎡는 31.71대1, 전용 47~51㎡는 22.41대1의 경쟁률에 그쳤다. 중대형 평형의 높은 선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 가격도 중대형 위주로 강세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 지난 1년간(지난해 3월~지난 3월) 면적별 평균 매매가 상승률을 살펴본 결과 전용 61~85㎡ 이하가 10.44%로 가장 높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85㎡ 초과(9.98%), 40㎡ 초과 60㎡ 이하(5.31%), 40㎡ 이하(1.62%) 순이었다.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중대형’ ‘대규모’ 바람

개별 단지 역시 오름세가 뚜렷하다. KB부동산 시세 자료를 보면 서울 용산구 ‘래미안 용산 더센트럴’ 전용 77㎡의 지난 5월 매매가 시세는 13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월 10억8000만원 대비 2억700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인천 연수구 ‘랜드마크시티 센트럴 더샵’ 전용 84㎡도 5억2000만원에서 7억4000만원으로 2억2000만원 올랐다.

수익형 부동산을 이끌고 있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에도 최근 대규모 바람이 불고 있다. 크면 클수록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입주 기업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다채로운 공간이 함께 조성돼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대규모로 지어지는 지식산업센터는 내부에 입주하는 기업의 수가 많아 업종 간에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기 좋다. 예컨대 제조업 기업들은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고 첨단 업종 간 기술, 정보 교류 활성화를 통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좋다. 경제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 일반 소규모 오피스텔에 비해 공용 관리비를 부담하는 기업이 많아 유지비를 비롯해 주차비, 창고 임대비 등 운영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시설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입주기업과 임직원 수에 걸맞게 다채로운 커뮤니티 시설과 부대시설·휴게공간·문화공간 등이 잘 마련돼 업무 만족도와 효율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규모적 이점을 살려 가시성이 뛰어나고 지역민 이용률이 높아질 경우 지역 랜드마크로도 자리매김해 몸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랜드마크
자리매김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매년 주택시장에 중대형 오피스텔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소형 아파트 공급마저 부족해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청약 통장이 필요 없는 만큼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를 비롯해 유주택자 투자 수요도 다수 몰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부는 규모의 경제 바람이 지식산업센터에도 적용되면서 큰 규모로 공급되는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각종 업무, 인프라 장점과 더불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확보해 입주 수요가 풍부한 만큼 이를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공급 중인 중대형 오피스텔과 대규모 지식산업센터.

 

 

▲부산시민공원 푸르지오= 대우건설이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일대에 공급하는 ‘부산시민공원 푸르지오’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7층~지상 35층, 전용면적 84㎡ 총 468호실 규모의 주거형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로 조성된다. 단지 내에 약 1500㎡ 대규모 커뮤니티가 들어선다. 스위밍 풀과 골프연습장, 피트니스&GX클럽, 사우나(건식)가 함께 조성돼 다채로운 운동 시설을 즐길 수 있다. 

차이 나는
내부 시설

오피스텔에서 보기 힘들었던 호텔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조식 제공이 가능한 다이닝 라운지와 카페가 조성되며, 일상의 편리함을 높여줄 코인세탁실 및 세대창고(일부 제공) 등도 조성된다. 이 밖에도 프라이빗 독서실, 공유오피스, 미팅룸을 비롯해 휴식과 취미를 동시에 누리는 북카페, 안심하고 자녀 케어가 가능한 키즈라운지도 있어 다채로운 일상도 누릴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축구장 면적의 65배(47만1518㎡) 규모인 ‘부산시민공원’이 위치해 있어 우리집 정원처럼 에코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부산시민공원은 향후 공원 내에 자연숲 길, 향기의 숲, 미로정원 등 다양한 테마도 조성될 예정으로 더욱 풍요로운 여가 및 휴식생활을 즐길 수 있다. 

10개 노선에 달하는 버스 정류소와 지하철 부전역(동해선)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부산을 동서로 빠르게 잇는 동서고가로 및 시민공원로가 있어 시내외로의 이동이 수월하다. 추가로 ‘부전~마산 복선전철’(2023년 예정)과 ‘부전역 복합환승센터’가 개발 예정돼 있다. 

생활 인프라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마트, LG베스트샵, 삼성디지털프라자, 부산진구청 등의 생활편의시설 및 관공서가 위치해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이 있다. 더불어 서면 상권이 가까이 있어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인프라도 경험할 수 있다.

 

 

▲청라 SK V1=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최대 규모를 갖춘 지식산업센터 ‘청라 SK V1’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들어서며,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다. 지하 2층~지상 10층, 연면적 약 12만6022.25㎡ 규모에 지식산업센터 493호실, 분양창고 26실, 근린생활시설 46호실로 구성된다. 

우선 탄탄한 교통 호재가 청라 SK V1의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 개통될 예정(2027년)이다. 가산디지털단지까지 30분대, 서울 강남지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이동 가능하다. 오는 2025년에는 영종과 청라를 잇는 제3연륙교가 개통된다.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인접해 수도권 이동과 인천국제공항 접근이 편리하다. 

소형 아파트 부족해 경쟁 치열
지역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확보

청라국제도시가 4차 산업 비즈니스 선도 지역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청라에는 GM테크니컬센터, 청라 하나드림타운 등의 주요 업무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청라시티타워, 청라의료복합타운, 청라 IHP도시첨단산업단지, 스타필드 청라, 코스트코 청라점, 로봇랜드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청라 IHP도시첨단산업단지의 경우 117만531㎡ 부지에 사업비 3910억원을 투입해 자동차 첨단 부품과 소재 관련 R&D 중심의 투자 유치를 통해 다음 해까지 조성되는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런 입지적 장점과 함께 특화설계도 눈길을 끈다. 우선 직선형 드라이브인 시스템 설계로 화물차가 3번 회전으로 7층까지 쾌속 도달이 가능하다. 각 사업장 안으로 차량이 들어가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어투도어 시스템이 적용된다. 여기에 라이브오피스 테라스 설계로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했으며 타 호실 대비 서비스 면적 추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전 호실에 발코니를 배치해 공간 활용도와 쾌적성을 높였다. 또한 입주자 회의실, 지상 1층 로비라운지(2개소), 지상 2~7층 포켓 휴게덱(4개소) 등 다양한 업무지원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DMC 시티워크= 향동지구 내 마지막 지식산업센터인 ‘DMC 시티워크’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로 지하 3층~지상 7층, 연면적 9만4797㎡ 규모로 들어선다. 업무형 공장과 제조형 공장으로 설계되며 커뮤니티 시설도 함께 마련된다. 주차 공간은 총 750대로 계획돼 법정 대비 250%로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향동지구 초입에 위치해 경의중앙선 향동역 역세권 지식산업센터로 입지가 뛰어나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서울문산고속도로, 내부순환로가 인접해 있어 차량 교통망이 편리해 타 지역으로 이동이 자유롭다. 

안정적인 
임대수익

임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과 휴게실이 마련돼 있으며, 옥상공원과 봉산과 망월산 등이 인접해 있어 쾌적한 근무환경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층고가 최대 6m로 설계해 개방감도 높였다. 제조동 전 층에는 드라이브인 설계를 도입해 제조형 공장의 편의를 높였고, 일부 호실에는 발코니 설계와 중소형 평면의 섹션 오피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폭넓은 배후수요를 갖춰 안정적인 임대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메이저 방송사와 미디어 기업이 들어선 상암 DMC의 대기업들을 모두 흡수시킬 것으로 보인다. 


분양 관계자는 “향동지구는 은평구 수색동과 상암동이 인접해 서울생활권을 누릴 수 있고, 수색증산뉴타운과 고양 덕은지구, 창릉신도시 개발 등의 주변 개발호재도 누릴 수 있어 향후 미래가치는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