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VS 검수원복 ‘수사권 파워게임’ 막전막후

거대 야당이냐 산 권력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과 그 틈새를 이용한 시행령이 맞부딪치는 모양새다. 이번 갈등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의 기싸움 이상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칼이 겨누는 곳에는 야당 대표가 있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검찰 관련 신조어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의미하는 검수완박에 이어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를 뜻하는 검수원복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수사권 전쟁
정치권으로

윤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으로 검찰은 4개월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 인사 과정에서 검찰 출신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검찰인사와 검찰총장 지명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달 들어서는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임계점까지 치솟는 모양새다. 

검수원복 시행령(7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10일) 등 검찰 수사권 관련 굵직한 이슈가 집중됐기 때문. 법안이든 시행령이든 한 번 처리되면 번복은 어렵다. 국회와 법무부·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검찰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부터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수완박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직접 챙겨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은 구두변론을 거쳐 심리하도록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돼있다. 청구인 대표인 한 장관은 공개변론 때 헌재에 직접 출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가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저지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권한쟁의심판의 쟁점은 지난 4월 개정된 검수완박 법안 이른바 검찰청법‧행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된 과정과 그 내용이다.

법안으로 통제 ‘장군’
시행령으로 확대 ‘멍군’

법무부와 검찰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의원 위장 탈당’(민형배 의원)과 ‘회기 쪼개기’ 등의 꼼수를 사용해 합리적 토론 기회가 봉쇄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제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법률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그에 반해 국회는 헌법에는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규정이 없고 수사권이 어느 기관에 속하는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법률로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입법 과정에서도 절차를 제대로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으로 고조된 갈등은 법무부가 검수완박 법안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들고 나오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은 지난 1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7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됐다. 시행령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줄어든 검찰 수사권에 관해 포괄적 정의를 새로 제시한 게 골자다. 수사 가능 범죄의 죄목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검찰 수사권을 넓히는 방안을 담았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가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되는 데 대한 대응이다. 

민주당 VS
법무부·검찰

예를 들어 공직자 범죄 중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부패범죄의 전형적인 유형이고,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이라 부패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서민을 갈취하는 폭력 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를 경제범죄로 정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중요범죄’로 지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직접 관련성’과 연관해서는 입법예고안보다 더 확대되는 형태로 변했다.

입법예고안은 경찰 송치사건 중 검사가 보완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제한됐던 시행령 규정에 대해 ‘범인, 범죄 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에는 수사를 허용하는 식으로 그 범위를 넓혔는데, 의결안에는 ‘직접 관련성’ 관련 조항이 아예 삭제됐다. 

경찰 송치사건 중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실무 사례와 판례를 통해 관련성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삭제된 조항이 무분별한 별건 수사를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던 내용이어서 전문 삭제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수원복 시행령이 검수완박 법안 시행일인 10일부터 시행되면서 민주당과 경찰,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발에도
강행 기류

지난 6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 검찰이 정치보복·야당 탄압에 앞장서는 마당에 위법한 시행령까지 통과된다면 역사는 다시금 거꾸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의 인권은 권력 앞에 쉽게 짓밟히고 진실과 상관없는 표적수사 혹은 은폐수사가 언제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국민 삶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검찰의 무한 권력만 되찾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아집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전 서면 답변에서 “절차상‧내용상의 문제가 있어 시행된다면 범죄 대응 역량 약화로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하기 어려운 결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이 시행된다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나 내부 고발 등 공익신고 사건 등에 대해 국민의 재판 절차 진술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직결되는 범죄를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법안 중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어 실무상 분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시행령이 위임 범위를 벗어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에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개정한 것”이라며 “검찰청법은 일반적인 수사 개시 범위를 규정하되, 구체적·개별적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한쟁의심판 이어
한날한시에 시행돼

그러면서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1년8개월 동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범죄 대응에 문제점이 확인됐고 실무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시행령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검수완박과 검수원복에 대한 검찰총장 후보자의 확실한 입장 표명으로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전선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좁혀놓은 검찰 수사권 범위가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다시 넓어지면서 검찰은 한창 벼르던 칼을 쥘 수 있게 됐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한층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에 벼랑 끝까지 떠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성남시 백현동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자택 옆집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캠프 의혹 등을 받고 있고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 여사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휘말려 있다.

이 대표의 장남도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지난 6일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검찰의 서면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서면진술 답변을 했으므로 출석 요구 사유가 소멸돼 출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고발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출석을 요구한 바 있다. 

그 너머
노린다?

이 후보자는 “(이 대표에게)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드린 것”이라며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는데 기한이 지난 이후에도 아무런 말씀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소환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 역시 민주당이 이 대표 소환 통보를 ‘전쟁’에 빗댄 것을 두고 “이건 전쟁이 아니라 범죄수사”라고 맞받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이재명 VS 김건희 공방전’

지난 5일 열린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 수사에 대한 공방전이었다. 

민주당 측은 윤석열정부 검찰이 과거 정권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정당한 수사에 대해 야당이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대응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밖에서 염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밑바탕이자 뿌리로, 검찰 구성원 모두 중립성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