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이 이룬 1년간의 성과

또 하나의 퍼시픽 밸리를 꿈꾸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지상 7층, 지하 2층, 연면적 2만8000㎡에 달하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벤처 인큐베이팅센터 ‘체인지업 그라운드(CHANGeUP GROUND) 포항’이 개관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21년 7월 개관한 이래,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소재·IT·바이오·에너지 등 4차 산업을 이끌어갈 다양한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들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관 당시 입주 기업 수 68개, 기업가치 4672억원에서 2022년 6월 말 기준 입주 기업은 87개, 기업가치는 1조17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인원도 596명에서 801명으로 1년 새 205명이 늘었다. 게다가 매달 신규 입주 기업 선발 경쟁률은 약 5대 1에 달한다.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밀집돼있던 창업 인프라를 지방으로 확산시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유망 벤처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창업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R&D, 투자 연계, 판로 개척 등 전 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별로 성장 단계와 세부적인 니즈에 따라 벤처 투자사, 포스코 그룹사, 정부와 지자체 등의 협업 파트너를 매칭해주는 벤처 플랫폼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그룹의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 ‘기업시민’ 포스코의 경영이념을 구현하고자 한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의 경쟁력은 포스텍을 비롯해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나노융합기술원, 포항테크노파크 등 산·학·연을 아우르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에서 나온다. 이들은 스타트업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벤처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작부터 남다른 목표, 떡잎 기술을 글로벌 벤처로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만의 차별점은 초기 창업기업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도약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스타트업의 사업 환경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에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입주 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창업 보육, 판로 지원, 투자 연계, 네트워크의 4가지 분야를 지원하는 일명 ‘스타트업 서포트 프로그램(Startup Support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의 대표 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는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시작한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IMP)’가 있다. IMP는 예비창업자와 초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선발된 팀에게 1억원에서 최대 5억원까지 직접 투자하고 후속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자들과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여년간 415개팀을 발굴 육성했고, 이 중 134개 기업에 223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포스코가 직접 투자한 IMP 선발 벤처기업의 총 기업가치는 약 2조원에 달한다.

또 초기 투자와 보육에만 그치지 않고 벤처기업이 실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도록 포스코그룹사와 비즈 매칭을 통해 판로 개척도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제철소 내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협동 로봇을 도입하고자 할 때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을 연결해 테스트하고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중소기업 대상 동반성장 프로그램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의 스타트업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포스코가 2004년 도입한 성과공유제는 포스코와 협력기업이 공동으로 개선활동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다.

참여기업에게는 과제 추진을 통해 발생한 재무성과의 50% 현금보상 및 최대 5년의 장기공급 계약권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벤처 밸리와 벤처 펀드의 시너지

기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포스코는 스타트업들이 빠른 스케일업(Scale-up)을 실행할 수 있도록 창업과 보육을 지원하는 창업생태계인 ‘벤처밸리’ 조성과 자본의 매칭과 지원을 위한 ‘벤처펀드’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벤처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 초기 씨드(Seed) 단계 스타트업부터 상장기업에 이르기까지 성장 단계별 특성에 맞게 펀드를 조성해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빠른 성장을 도모할 뿐 아니라 후속 투자를 통해 포스코의 신사업으로 신속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다.

벤처 펀드 투자 기업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유망 분야와 도메인 분야로 나뉘는데 유망 분야는 IT, 소재, 바이오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 도메인 분야는 현재 포스코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할 산업 분야로 2차전지, 소재 등이 해당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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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캄보디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교민 사이에서는 피해자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제 발로 들어와 납치, 감금 등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업자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최근 들어 다수의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강력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여행을 꺼리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타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 공포를 느낀다. 국가별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도 두려움에 일조한다. 돈 벌러 자발적으로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피해를 당하는 사건·사고 건수가 급증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외여행에서 사건·사고 피해를 당한 국민은 1만5769명에 달한다. 2022년(1만1323명)과 비교하면 39.3% 늘었고 코로나19 여파가 있던 2021년(6498명)과 비교하면 2.4배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분실 사고가 5618건(35.6%)으로 가장 많았다. 절도 2716건(17.2%), 사기 1003건(6.4%), 실종 의심 714건(4.5%), 교통사고 694건(4.4%) 등이 뒤를 이었다. 폭행·상해(584건), 강도(140건), 강간·강제추행(105건), 납치·감금(93건), 살인(22건) 등 강력범죄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특정 국가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그중에서도 캄보디아가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피 국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고문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이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또 크게 늘었다. 일부 피해자는 고수익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갔다가 범죄조직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공포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는 한국인 20대 남성 박모씨가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학생으로 알려진 박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20대 대학생 30대 여성 감금 및 고문 끝에 사망 박씨의 사망 이후 경찰 조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변 상황이 드러났다. 돈과 사람이 얽힌 범죄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충격은 배가 됐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박씨 통장에 있던 조직범죄 수익금 수천만원이 인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박씨의 통장은 범죄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점은 박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사람이 그의 대학 선배였다는 사실이다. 박씨의 사망 소식을 시작으로 캄보디아에 간 지인 혹은 자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부산에서는 2건의 납치 및 감금 의심 신고가 접수됐는데 1명은 구직을 위해 캄보디아로 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다른 1명은 감금돼 있다면서 구조를 요청한 것을 가족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대구 지역에서도 캄보디아에 출국한 뒤 연락이 끊긴 3명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1명이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 신고가 총 4건 접수됐다. 강원에서도 춘천, 원주, 동해, 영월 등지에서 실종 신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캄보디아에 출국했다가 연락이 끊긴 실종자 대부분은 ‘취업’ ‘구직’ ‘경제 활동’ 등의 이유로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구인 글에 유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 감금 살인까지 경찰은 지난 14일 캄보디아 실종·감금 통계를 공표했다. 경찰이 관련 통계를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13일까지 약 2년간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은 143건 접수됐다. 이 중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된 사건은 91건이며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수사하는 도중에도 납치·감금·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30대 한국인 여성 박모씨가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베트남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지난 15일 경찰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여성은 유흥업소로 데려갈 여성을 유인하는 이른바 ‘모집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박씨는 8월 초 30대 한국인 여성 2명에게 “계좌이체를 도와주면 13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속여 캄보디아로 유인했다. 이후 박씨는 종적을 감췄다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뒤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유인한 2명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피해자가 됐다. 2명은 감금 13일 만에 한국에 있던 지인의 신고로 구조됐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조직의 협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녀의 사진과 납치 당시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브로커는 이미 죽었다. 다음은 네 차례야”라며 살해 협박도 가했다고 한다. 잇따른 사망 소식에 2년 전 의문사한 BJ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BJ 아영(변아영)은 2023년 6월2일 지인과 함께 캄보디아에 입국했고 나흘째 되는 같은 달 6일 프놈펜의 한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J 아영 사건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자아냈지만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있는 상태다. 국내에도 조직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BJ 아영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병원 소유자인 30대 중국인 부부를 체포했다. 이들은 BJ 아영이 본인 소유의 병원에서 수액과 혈청 주사를 맞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신 상태와 관련해 성폭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캄보디아 경찰에 따르면 시신 발견 당시 BJ 아영은 속옷 상의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속옷 하의도 거꾸로 입고 있었다. 체포된 중국인 부부는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들을 고문을 동반한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아영은 2021년부터 수차례 캄보디아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그의 지인도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유명인은 BJ 아영만이 아니다. 개그맨 서세원씨도 BJ 아영과 같은 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인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당뇨 합병증을 앓던 서씨가 링거를 맞다가 쇼크사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후 프로포폴 투약과 의료 과실 의혹이 불거졌다. 당일 병원 면접을 본 간호사의 과실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됐지만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씨의 유족은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딸인 서동주씨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최초 신고자가 누군지, 링거와 수액을 가져갔는지, 간호사 진술은 받았는지, 약물(혹은 독극물) 검사를 했는지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제가 들은 이야기는 ‘링거를 맞다가 돌아가셨다’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정부 대책 마련 촉구했지만 ‘한탕’ 노리고 떠나는 2030 이날 방송에서 그는 “좋은데 너무 싫기도 했고 잘 보이고 싶다가도 미웠다. 너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면서 “저랑 닮은 면이 너무 많은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또 서씨의 장례를 치르던 도중 반려견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장례를 2번 치르니까 사는 게 너무 허망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캄보디아 경찰은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을 지난 17일 한국으로 추방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의 이번 조치는 한국인 실종 및 구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파견된 한국 정부 조사단의 활동에 따른 것이다. 앞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이끄는 캄보디아 취업 사기 및 납치·감금 사건 관련 정부 합동 대응팀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훈 마네트 총리를 예방했다. 잇따른 납치·감금 사건에 대한 적극적 대책 마련과 협조를 캄보디아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캄보디아 관련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앞으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피해를 입은 이들 대다수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기에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범죄조직을 소탕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이미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범죄를 위한 조직이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도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조직원을 캄보디아로 이른바 ‘공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일각에서는 사건의 배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피해자가 20~30대 젊은 층에 집중된 부분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이 잘 안 되고 사회적 지위도 낮아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한탕’을 노리고 타국을 향해 떠나는 이들에게 눈 돌릴 구석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