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2라운드 관전 포인트

‘신드롬’ 시작되는 한동훈 타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수완박’을 두고 여야 간 2라운드가 시작됐다. 국회에서 진행된 1라운드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후 새 정부 출범으로 공수가 바뀌었다.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2라운드가 열리는 헌법재판소에서 ‘되치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정부는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로 검수완박을 추진하려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 180석의 국회 의석, 국민의 지지가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윤에 막힌
첫 시도

검찰은 물론 법조계, 학계가 검수완박 반대를 외치며 들끓었다. 논란을 가라앉힌 건 윤석열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였다. 윤 대통령은 사퇴 전날인 지난해 3월3일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며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논란은 지난 4월부터 다시 급부상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문 전 대통령의 임기를 40여일 앞두고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선 것. 민주당의 행보는 첫 번째 시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의 퇴임 전까지 법안을 공포하겠다는 일념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계산한 움직임이었다. 시작은 법제사법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상임위원을 맞바꾸는 사보임이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성준 의원과 기재위 소속 양향자 의원을 교체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법안·결의안 등에 대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구성된다. 최대 90일간 안건을 심의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의 일환이다. 상임위원장이 안건조정위를 구성한다.

법안 처리를 지연한다는 19~20대 국회에서의 비판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하면서 안건조정위 무력화로 이어졌다.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정의당 의원 등을 배치해 당시 야당(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국민의힘과 법무부·검찰 제기
헌재 권한쟁의심판 각각 심리

3대3 구도가 4대2 구도가 되면 심사 지연 시도는 수적 우위에 밀리게 된다.

일사천리로 의결될 것이라 여겨졌던 검수완박 법안은 무소속 양 의원의 ‘반란’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내고 이탈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른바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이때 법사위 소속 당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나섰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신분으로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이 된 것이다.

안건조정위의 균형이 깨지면서 법안은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안을 도출했다가 파기하는 일이 일어났다. 합의안에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빠지면서 국민은 물론 국민의힘 당원 사이에서도 큰 반발이 일었다.


결국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합의안 파기를 선언하고 재논의를 주장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국민의힘의 저항을 회기 쪼개기 등의 방법으로 무력화시키고 검수완박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후 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공포를 진행했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70년 넘게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를 크게 변화시켰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대 범죄 수사권을 제외하고 부패‧경제범죄 수사권만 남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퇴임 전 40일
일사천리로

단,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 범죄는 올해 말까지로 유예 기간을 뒀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별건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수사 중 시정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거나 위법한 체포·구속이 이뤄진 경우,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의 경우 검찰은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 사실의 범위’ 안에서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의신청권을 가진 ‘고소인 등’의 범위에서도 고발인은 제외됐다. 

검수완박 법안은 공포 4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현 시점으로 따지면 2개월 후인 9월부터다. 검찰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검복을 벗었고 전국 고검장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하는 검찰 역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학계와 법조계의 반발도 이어졌다. 국민여론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검수완박 법안의 후폭풍은 지난달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불과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할 것 없이 ‘싹쓸이’로 위세를 떨쳤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5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개표 다음 날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경기도에서 신승을 거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전국의 파란 깃발이 붉은 색으로 바뀌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게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4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지방선거 패배를 분석하는 내용의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민주연구원은 지방선거 완패를 두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대신 ‘완진싸(완전히 진 싸움)’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도로 호남당’으로 축소‧고립됐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민주연구원 보고서에는 “이탈한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회복하려는 노력 없이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등 집토끼 중심의 전략만 고수했다”며 “광주의 낮은 투표율, 국민의힘 호남의 높은 득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호남 유권자의 환멸을 대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효다”
“적법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서 사용한 ‘전술’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가 진행 중인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 헌재는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법무부·검찰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각 심리 중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지난 12일 열린 공개변론은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4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다. 입법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의장 등의 가결 선포 행위를 무효로 하고, 법 자체의 효력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 탈당 후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배치된 과정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민 의원이 탈당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로지 안건조정위에 야당 몫으로 참여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안건조정위가 형해화되고 국회법이 사문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국회의장 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는 입법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안건조정위 의도가 국회 다수파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제도인 것은 맞지만 국회법에 탈당하거나 당적을 바꾼 의원을 선임하지 못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법사위원장의 회의체 구성은 헌법상 자유 위임 원칙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민형배 탈당 핵심 쟁점으로
민주당 ‘꼼수’ 부메랑 될까

이날 공개변론에서 여야는 민 의원의 탈당 외에도 ▲안건조정위에서 충분한 심의가 이뤄졌는지 여부 ▲전체회의 의결 법안과 본회의 상정 법안의 차이 등을 쟁점으로 팽팽히 맞섰다. 2시간40여분의 공개변론 동안 헌재 재판관들도 양측에 질문을 쏟아냈다.

헌재의 결정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엄청난 상황에서 여야는 물론 헌재 재판관들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법무부와 검찰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본 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검수완박 법안에 줄곧 반대 입장을 피력해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헌재 권한쟁의심판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바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헌법이 검사를 수사 주체로 인정해 부여한 기능과 역할을 국회가 과도하게 제한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는 계획이다. 한 장관은 헌재가 공개변론을 연다면 직접 출석할 수 있다는 의사를 이미 내비쳤다. 한 장관은 검사 6명과 함께 권한쟁의심판 청구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법무부와 검찰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의 공개변론에 쏠려있다. 한 장관이 직접 출석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반응이 상당하기 때문.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를 묻는 질문에 한 장관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헌재 선고
9월 전에?

여기에 헌재의 선고 시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은 오는 9월10일 시행된다. 법안 시행일 이후 헌재의 인용 여부가 나오면 사회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헌재의 판단이 9월10일 이전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위헌이나 탄핵,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릴 때는 헌법에 의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권한쟁의심판은 관여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 번째 사형제 논란

사형제가 다시 헌법재판소 공개 법정에 올랐다.

헌재는 지난 14일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1953년 제정 헌법 때부터 존재한 사형제는 이미 헌재에서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위헌성을 따진 바 있다.

이후 12년 만에 다시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헌재에 오른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한 A씨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A씨와 함께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을 냈다.

현재 A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청구인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므로 법적 평가를 통해 박탈할 수 없다”며 “사형제보다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절대적 종신형 등으로도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사회 보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무부는 “사형은 국민 일반에 대한 심리적 위하(위협)를 통해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특수한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며 “생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해하는 등 인륜에 반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자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라고 맞서고 있다. 

사형제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앞서 헌재는 1996년 7대2 의견으로, 2010년 5대4 의견으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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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