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건희 보좌’ 신씨 정체

공짜로 전용기 탄 민간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모씨가 논란의 중심으로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한 것. 신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기 문란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는 반면, 국민의힘은 조력자가 민간인일 수도 있다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해 논란이 된 민간인은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인 신모씨다. 신씨는 현지에서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돕는 등 사실상 제2부속실 직원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 신분으로 탑승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

신씨는 2013년 검사로 재직 중이던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신씨는 유명 한방 의료재단 이사장의 차녀로, 김 여사와 오랜 기간 개인적인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에도 김 여사를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방 관련 업체의 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4월30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로 알려졌다. 이날 한 매체는 윤 대통령이 신씨를 이 비서관에게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신씨의 부친과 지인이라고 한다.

이 비서관은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로 검사 시절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검사 퇴직 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담당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인사검증 업무를 했다.


신씨와 신씨 모친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에게 총 2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후원금 기부 일자는 지난해 7월26일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신분으로 후원금 모금을 개시한 날이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 배우자
대통령 부부와 수 십 년 ‘특별한 인연’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이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당시 지인을 동행하며 나왔던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 13일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 지인인 김모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와 동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김건희 여사 해외순방 동행’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국기 문란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는 반면, 국민의힘은 조력자가 민간인일 수도 있다며 옹호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기강이 달린 문제다.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언급했고 국기문란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나라의 영부인이 공식적인 수행원이 아닌 지인을 수행원으로 등록해서 대동하고 국무를 봤다. 이것은 국가의 기강에 관한 문제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런 게 가능하다면 해외 가서 무보수로 일하고 항공료와 호텔비를 내달라고 요청할 국민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이 일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만약 문재인정부 때 김정숙 여사께서 이렇게 지인을 데리고 갔다면 온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도 BTS 동원?
과거 사례는?

이어 “정상회담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온갖 극비 일들이 다뤄지는데 이렇게 등록되지 않은, 신원조회도 하지 않은 민간인을 지인이라고 데리고 갔다? 차라리 2부속실을 만드는 게 낫다”며 “저는 이 문제를 국회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고,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을 오랫동안 지원했던 믿을만한 사람 아니었나”라며 “최씨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무슨 보수를 받았나? 그런데 국정 농단 사건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지인을 쓰고, 대동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영부인의 문제는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해서 따져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안이 국정 농단과 버금가는 사안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지금 국정 농단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런 사건과 비교해보자면 결국 지인 찬스라는 게 그런 문제로까지 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은 “민간인이 국가기밀정보, 외교 사안을 주물렀다. 명백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비선 실세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탄핵까지 시킨 게 불과 5년 전이다. 또 다른 비선에 의한 국기문란 사건을 좌시할 수 없다.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대로 민간인이 답사단으로, 선발대로, 본대로 간 적은 없는 초유의 사태”라며 “때로 공무원 이외 사람들의 조력이 필요할 때는 특별수행원으로 모셔 정식 자격을 준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저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비난했다.

제2 최순실?
비선 논란

윤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 수준이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반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방탄소년단(BTS) ‘특별사절’에 빗대 엄호했다.


BTS는 지난해 9월 대통령 특별사절단(특사) 자격으로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뉴욕 출장에 동행해 유엔(UN)총회 회의에 참석하고 공연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에선 지인 동행과 BTS 특별사절을 비교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도 문 전 대통령 행사 때 보면 유명한 가수를 수시로 동원하지 않았나”라며 “BTS를 수시로 해외 방문할 때마다 동원해서 같이 무슨 퍼포먼스도 벌이고 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사적으로 따라가 공적 업무에 도움도 주지 않고 그냥 단순히 놀라갔다면 문제지만, 공적 수행을 보조하고 지원했다면 공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며 “공적 역할을 했으면 대통령 전용기는 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고위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대통령이든 의원이든 조력자가 공무원일 수 있지만 민간인이 될 수도 있다”며 “공무수행 과정에서 조력했으면 그게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그만큼 함께 식사하고 차량 및 비행기를 이용하는 건 당연하다. 그걸 가지고 무슨 큰 문제가 되는 양 비판적인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 “국기문란 좌시 못해… 국정조사 요구”
국힘 “공적 역할 했으면 전용기 탈 수 있어”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적법적인 절차를 거쳐 ‘기타 수행원’으로 참석한 것이라며 논란이 될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씨는 인사비서관의 부인이라 (스페인을)간 게 아니다”라며 “(스페인에서 진행된)행사 전체를 기획하고 사전답사하는 업무를 맡기기 위해 그분에게 저희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씨는 오랜 해외 체류 경험으로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교류 행사의 기획 및 주관도 했다.

이어 “민간인이지만 민간인 신분으로 이 행사에 참여한 게 아니다”라며 “수행원 신분인데, 민간인이기 때문에 ‘기타 수행원’으로 분류된다. 기타 수행원은 누가 임의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외교부 장관의 결재를 통해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신씨는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며 “행사기획이라는 것이 전문성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야 하고 대통령실이 생각한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그 의중을 잘 이해, 반영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이 비서관은 퇴직 후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고, 인수위에서 인사 검증업무를 맡았다.

그는 “신씨가 김건희 여사를 수행하거나 김 여사의 일정을 위해 간 것이 아니고 단 한 차례도 수행한 적이 없다”며 “스페인 순방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순방 때도 신씨가 참여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알 수 없다”며 “이 분이 필요하지 않다 싶으면 안 가는 것이고 순방 및 국가의 성격이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의 채용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 분의 대통령실 근무를 검토했었다”며 “그런데 남편이 인사비서관으로 확정되고 나서 이해충돌 등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본인도 고사했다. 그래서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반박
“적법적인 절차”

대통령실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여사의 활동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의 지원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윤정부 들어 폐지됐다. 제2부속실이라는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될 경우 봉하마을 및 마드리드 방문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드리드 논란을 계기로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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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