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화려한 부활 전인지

메이저 여왕으로 돌아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전인지가 지난달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로 3년8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다. 대회 직전까지 은퇴를 고민했다던 전인지. 그는 이번 대회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전부 털어내는 시원한 스윙을 선보였다. 

전인지는 1994년 8월10일 전북 군산 태생으로 유년 시절 IQ가 138에 달해 수학에 두각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 영재’와 골프 사이에서 고민하던 전인지는 결국 골프를 선택했다. 이후로는 함평골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주목받는 신인
대기록 달성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뒤 2013년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당시 투어 최강자였던 장하나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접전을 벌인 끝에 석패하며 골프 팬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6월에 열린 KLPGA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최종 라운드 마지막 4홀 연속 버디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전인지는 이 우승으로 KLPGA 투어 데뷔 첫해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6번째 선수가 됐다.

이때부터 그는 김효주가 독식할 것으로 점쳐졌던 신인상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두 선수는 모두 일관성 있는 경기력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들며 신인상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인지가 어깨 부상으로 막판 경기를 접은 탓에, 신인상은 결국 김효주에게 돌아갔다.


2014년에는 부상 여파로 데뷔 후 첫 컷 탈락을 기록하는 등 고전하기도 했지만, 시즌 3승·상금 순위 4위를 기록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직행 좌절이었다. 전인지는 2014년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의 LPGA 대회인 ‘KEB 하나은행’에 참가했다. 최종일 1위로 나서며 LPGA 직행에 손을 뻗었지만, 후반 실수로 동률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어진 플레이오프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결국 LPGA 직행 출전권은 침착하게 본인 경기를 치른 백규정이 거머쥐었다. 전인지는 백규정의 우승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다가가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2015년, 절치부심한 전인지에게 전성기가 찾아왔다. 시즌 초반 KLPGA 4승을 쓸어 담았던 것. 이 중에는 메이저대회 1승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의 초청을 받아 출전한 메이저대회 2개에서도 연이어 우승했다.

가장 기념비적인 쾌거는 LPGA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이다. 전인지는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컵을 들었다. 전인지가 만들어낸 ‘이변’은 세계랭킹 급등으로 이어졌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신인상을 놓고 경쟁했던 김효주에 비하면 한 수 아래’라던 세간의 평가도 뒤집혔다.

3년8개월 만에 LPGA 투어 우승
세계랭킹 12위…단숨에 21계단↑

전인지는 이 우승을 발판으로 이듬해 LPGA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시즌 중반부터 외국인 캐디와 호흡을 맞춰 보는 등 새로운 무대를 위한 준비에도 돌입했다.


또 같은 해 10월25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3타 차 열세를 뒤집고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전인지는 시즌 KLPGA 5승과 동시에 한·미·일 메이저 5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일찌감치 2015년 상금왕·다승왕을 확정한 것에 이어 대상과 평균타수상까지 추가로 확정지었다. 기록 ‘4관왕’ 전인지는 연말 시상식에서 기자들이 선정한 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와 해외 특별상까지 독식했다.

2016년에는 본격적으로 LPGA에 진출했다. 처음으로 참가한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선 3위를 기록했다. 좋지 않은 몸상태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도 선전한 결과였다.

LPGA 데뷔 2번째 경기인 혼다 타일랜드에서는 한 계단 오른 단독 2위를 기록하며 좋은 경기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성공적으로 LPGA 데뷔 시즌을 소화하고 있던 전인지에게는 큰 악재였다. 일각에서는 다시 복귀한다고 해도 좋은 경기력을 보일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전인지는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피레이션’에 출전했다. 전인지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첫날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연습부족으로 아이언 샷이 부진했음에도, 치료하면서 꾸준히 연습한 쇼트 게임 리커버리 능력으로 이를 메워낸 것이 주효했다.

그는 최종일 챔피언 조 바로 전 조에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맞붙었다. 전인지는 부상 공백에도 훌륭한 경기를 보이며 리디아 고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한 타를 잃었고, 결국 이 차이로 리디아 고의 우승을 지켜보게 됐다.

전성기
암흑기

이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골프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전인지는 1~2라운드에서 계속 선두권을 유지했다. 금메달 획득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졌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공동 13위로 내려앉았다.

그는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첫날 박성현과 함께 8언더파 공동 선두에 오른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록했다. 21언더파 신기록으로 24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활약이었다. 이때까지 전인지가 기록했던 전 세계 통산 13승을 중 절반 이상인 7승이 메이저 우승이었다.

이 같은 대기록을 수립하자 ‘골프의 전설’로 불리는 아놀드 파머가 직접 우승 축하 이메일을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2015년 US 여자 오픈 우승 때에 이어 2번째였다. 아놀드 파머는 전인지의 ‘롤모델’이었기에 기쁨은 더했다. 전인지는 2016년 9월 아놀드 파머가 사망하자 SNS에 파머를 추모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전인지는 에비앙 대회 우승 후 세계랭킹 3위에 올랐다. 당시 본인 커리어 최고기록이었다. 결국 남은 시즌과 상관없이 LPGA 신인왕 수상을 확정했다. 압도적인 1위로 역대 10번째 한국인 신인왕에 올랐다. 당시 전인지는 “LPGA로 무대를 옮기며 가졌던 목표 중 하나였기에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는 리디아 고에 이어 시즌 내내 2위에 올라있던 평균타수상(베어트로피) 획득을 목표로 임했다. 2라운드에서 리디아 고가 10언더파를 쳐내며 앞서나갔지만, 전인지가 3라운드에서 선전하며 균형을 맞췄다.

둘은 마지막 날 같은 조로 경기에 나섰다. 전인지는 15홀까지 뒤처졌지만, 무서운 뒷심으로 역전을 이뤄냈다. 베어트로피까지 손에 넣은 전인지는 그렇게 화려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전인지는 2017년부터 커리어의 정점 대신, 바닥으로 내리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나이부터 큰 주목을 받으며 느꼈던 부담감과 인터넷 악성 댓글 등으로 심해진 우울감이 악순환을 낳았다. 

결국 2018년 시즌에는 ‘KIA Classic’ 대회를 건너뛰었다. 매년 참가해왔던 대회를 건너뛴 것은 분명한 이상징후였다. 결국 전인지는 KIA 대회 종료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1위로 내려앉았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랭킹 10위권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화려한 복귀
후련한 눈물


그해에도 한 차례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전인지는 2019년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2020년 초엔 진로 고민에 흔들렸다. 이맘때 코로나19로 투어가 중단된 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전인지는 투어가 재개될 때까지 끊임없이 마음을 다잡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서서히 기량을 회복한 그는 지난 시즌 10위권에 8차례 진입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난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공동 2위를 기록해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이번 우승으로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전인지는 지난달 27일 열린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승. 전인지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로 총 3타를 잃었지만, 최종 합계 5언더파로 2위 렉시 톰프슨·이민지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일찌감치 단독 선두로 앞서나갔다. 1라운드 8언더파로 코스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는 초반부터 잡은 승기를 마지막 라운드까지 놓치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 상금 150만달러의 주인공이 된 전인지는 이로써 2018년 10월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3년8개월 만에 LPGA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또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은 통산 세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큰 대회에 강한 ‘메이저 퀸’ 면모를 오랜만에 과시했다.

전인지는 5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남은 AIG 여자오픈,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1승을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전인지는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초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3타 차 선두로 공동 2위 렉시 톰프슨·최혜진과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전인지는 전반 9홀에서만 버디 없이 보기 4개를 기록하며 잠시 선두자리를 내줬다. 경기 후반인 15번홀까지도 렉시 톰프슨에게 2타 차로 밀렸다. 2위 자리도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전성기 후 찾아온 긴 슬럼프에 은퇴 고려
‘코로나 휴식기’ 때 절치부심 끝 1위 쾌거

남은 홀은 단 3개. 다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는 듯했던 전인지의 뒷심이 발휘됐다. 전인지는 16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한 타를 줄였다. 그 사이 톰프슨이 보기를 범하며 순식간에 둘은 공동 1위가 됐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전인지는 이어진 17번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반면 톰프슨은 재차 보기를 범하며 한 타 차로 다시 선두자리를 내줬다. 마지막 18홀에서 전인지는 파를 기록했다. 끝내 톰프슨에게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인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여자 골프 주간 세계랭킹에서 단숨에 12위로 올라섰다. 전주 33위에서 21계단이나 뛴 순위다. 전인지는 우승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소감을 남겼다.

그는 “메이저 3승을 했으니 이제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며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며 소감을 밝히면서도 울먹임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그는 “‘해냈다’ ‘끝냈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전 대회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에도 울면 너무 울보 같다고 생각해서 울지 않으려고 했다”며 “자꾸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울었던 ‘전 대회’는 직전 우승 대회인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다. 당시에도 2년1개월 만에 우승을 달성하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힘든 시간이 어느 순간 ‘탁’ 온 게 아니다. 조금씩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자꾸 바닥으로 밀어 넣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부활의 발판이 되는 듯했던 하나은행 대회 이후에도 이어진 부진의 원인을 정신적인 문제에서 더 크게 찾았다.
결국 전인지는 다시 일어섰다.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결실까지 다시 일궈냈다.

전인지는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울함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을 때도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지난주엔 언니에게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에 있기가 힘들다’며 울기도 했다”고 마음고생이 여전했음을 고백했다.

이어 “‘골프처럼 너도 소중하니 그만두라’는 언니의 말에 여전히 골프를 치고 싶다고 느꼈고, 그래서 이번 주에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팬 덕분에
우승했다”

전인지는 팬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래 팬분들하고 더 많은 소통도 할 수 있었는데, 심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응원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며 “내가 많이 부족한데도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응원해 주시는 우리 ‘플라잉 덤보’ 팬 카페 여러분, 수많은 팬분 덕분에 이렇게 감사드린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인지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 9승째를 수확했다. 우승한 선수는 총 다섯 명. 박세리, 박인비(각 3회), 박성현, 김세영 그리고 전인지(각 1회)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여자골프 세계랭킹 현주소

오랫동안 한국 선수들이 장악해왔던 여자골프 세계랭킹 상위권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을 마친 뒤, 세계랭킹 10위에 든 한국 선수는 고진영(1위)과 김효주(8위)로 총 2명이다.

그동안 4명 이상의 선수가 꾸준히 10위 안에 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김세영(11위)과 박인비(13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결과다.

다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21위나 끌어올린 전인지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이번 대회 같은 기량을 계속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10위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16위까지 순위를 올려놓은 박민지도 함께 기대를 받고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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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