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화려한 부활 전인지

메이저 여왕으로 돌아오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전인지가 지난달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로 3년8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다. 대회 직전까지 은퇴를 고민했다던 전인지. 그는 이번 대회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전부 털어내는 시원한 스윙을 선보였다. 

전인지는 1994년 8월10일 전북 군산 태생으로 유년 시절 IQ가 138에 달해 수학에 두각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 영재’와 골프 사이에서 고민하던 전인지는 결국 골프를 선택했다. 이후로는 함평골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주목받는 신인
대기록 달성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뒤 2013년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당시 투어 최강자였던 장하나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접전을 벌인 끝에 석패하며 골프 팬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6월에 열린 KLPGA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최종 라운드 마지막 4홀 연속 버디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전인지는 이 우승으로 KLPGA 투어 데뷔 첫해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6번째 선수가 됐다.

이때부터 그는 김효주가 독식할 것으로 점쳐졌던 신인상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두 선수는 모두 일관성 있는 경기력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들며 신인상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인지가 어깨 부상으로 막판 경기를 접은 탓에, 신인상은 결국 김효주에게 돌아갔다.


2014년에는 부상 여파로 데뷔 후 첫 컷 탈락을 기록하는 등 고전하기도 했지만, 시즌 3승·상금 순위 4위를 기록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직행 좌절이었다. 전인지는 2014년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의 LPGA 대회인 ‘KEB 하나은행’에 참가했다. 최종일 1위로 나서며 LPGA 직행에 손을 뻗었지만, 후반 실수로 동률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어진 플레이오프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결국 LPGA 직행 출전권은 침착하게 본인 경기를 치른 백규정이 거머쥐었다. 전인지는 백규정의 우승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다가가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2015년, 절치부심한 전인지에게 전성기가 찾아왔다. 시즌 초반 KLPGA 4승을 쓸어 담았던 것. 이 중에는 메이저대회 1승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의 초청을 받아 출전한 메이저대회 2개에서도 연이어 우승했다.

가장 기념비적인 쾌거는 LPGA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이다. 전인지는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컵을 들었다. 전인지가 만들어낸 ‘이변’은 세계랭킹 급등으로 이어졌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신인상을 놓고 경쟁했던 김효주에 비하면 한 수 아래’라던 세간의 평가도 뒤집혔다.

3년8개월 만에 LPGA 투어 우승
세계랭킹 12위…단숨에 21계단↑

전인지는 이 우승을 발판으로 이듬해 LPGA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시즌 중반부터 외국인 캐디와 호흡을 맞춰 보는 등 새로운 무대를 위한 준비에도 돌입했다.


또 같은 해 10월25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3타 차 열세를 뒤집고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전인지는 시즌 KLPGA 5승과 동시에 한·미·일 메이저 5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일찌감치 2015년 상금왕·다승왕을 확정한 것에 이어 대상과 평균타수상까지 추가로 확정지었다. 기록 ‘4관왕’ 전인지는 연말 시상식에서 기자들이 선정한 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와 해외 특별상까지 독식했다.

2016년에는 본격적으로 LPGA에 진출했다. 처음으로 참가한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선 3위를 기록했다. 좋지 않은 몸상태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도 선전한 결과였다.

LPGA 데뷔 2번째 경기인 혼다 타일랜드에서는 한 계단 오른 단독 2위를 기록하며 좋은 경기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성공적으로 LPGA 데뷔 시즌을 소화하고 있던 전인지에게는 큰 악재였다. 일각에서는 다시 복귀한다고 해도 좋은 경기력을 보일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전인지는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피레이션’에 출전했다. 전인지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첫날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연습부족으로 아이언 샷이 부진했음에도, 치료하면서 꾸준히 연습한 쇼트 게임 리커버리 능력으로 이를 메워낸 것이 주효했다.

그는 최종일 챔피언 조 바로 전 조에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맞붙었다. 전인지는 부상 공백에도 훌륭한 경기를 보이며 리디아 고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한 타를 잃었고, 결국 이 차이로 리디아 고의 우승을 지켜보게 됐다.

전성기
암흑기

이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골프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전인지는 1~2라운드에서 계속 선두권을 유지했다. 금메달 획득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졌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공동 13위로 내려앉았다.

그는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첫날 박성현과 함께 8언더파 공동 선두에 오른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록했다. 21언더파 신기록으로 24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활약이었다. 이때까지 전인지가 기록했던 전 세계 통산 13승을 중 절반 이상인 7승이 메이저 우승이었다.

이 같은 대기록을 수립하자 ‘골프의 전설’로 불리는 아놀드 파머가 직접 우승 축하 이메일을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2015년 US 여자 오픈 우승 때에 이어 2번째였다. 아놀드 파머는 전인지의 ‘롤모델’이었기에 기쁨은 더했다. 전인지는 2016년 9월 아놀드 파머가 사망하자 SNS에 파머를 추모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전인지는 에비앙 대회 우승 후 세계랭킹 3위에 올랐다. 당시 본인 커리어 최고기록이었다. 결국 남은 시즌과 상관없이 LPGA 신인왕 수상을 확정했다. 압도적인 1위로 역대 10번째 한국인 신인왕에 올랐다. 당시 전인지는 “LPGA로 무대를 옮기며 가졌던 목표 중 하나였기에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는 리디아 고에 이어 시즌 내내 2위에 올라있던 평균타수상(베어트로피) 획득을 목표로 임했다. 2라운드에서 리디아 고가 10언더파를 쳐내며 앞서나갔지만, 전인지가 3라운드에서 선전하며 균형을 맞췄다.

둘은 마지막 날 같은 조로 경기에 나섰다. 전인지는 15홀까지 뒤처졌지만, 무서운 뒷심으로 역전을 이뤄냈다. 베어트로피까지 손에 넣은 전인지는 그렇게 화려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전인지는 2017년부터 커리어의 정점 대신, 바닥으로 내리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나이부터 큰 주목을 받으며 느꼈던 부담감과 인터넷 악성 댓글 등으로 심해진 우울감이 악순환을 낳았다. 

결국 2018년 시즌에는 ‘KIA Classic’ 대회를 건너뛰었다. 매년 참가해왔던 대회를 건너뛴 것은 분명한 이상징후였다. 결국 전인지는 KIA 대회 종료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1위로 내려앉았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랭킹 10위권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화려한 복귀
후련한 눈물


그해에도 한 차례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전인지는 2019년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2020년 초엔 진로 고민에 흔들렸다. 이맘때 코로나19로 투어가 중단된 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전인지는 투어가 재개될 때까지 끊임없이 마음을 다잡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서서히 기량을 회복한 그는 지난 시즌 10위권에 8차례 진입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난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공동 2위를 기록해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이번 우승으로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전인지는 지난달 27일 열린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승. 전인지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로 총 3타를 잃었지만, 최종 합계 5언더파로 2위 렉시 톰프슨·이민지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일찌감치 단독 선두로 앞서나갔다. 1라운드 8언더파로 코스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는 초반부터 잡은 승기를 마지막 라운드까지 놓치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 상금 150만달러의 주인공이 된 전인지는 이로써 2018년 10월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3년8개월 만에 LPGA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또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은 통산 세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큰 대회에 강한 ‘메이저 퀸’ 면모를 오랜만에 과시했다.

전인지는 5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남은 AIG 여자오픈,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1승을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전인지는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초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3타 차 선두로 공동 2위 렉시 톰프슨·최혜진과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전인지는 전반 9홀에서만 버디 없이 보기 4개를 기록하며 잠시 선두자리를 내줬다. 경기 후반인 15번홀까지도 렉시 톰프슨에게 2타 차로 밀렸다. 2위 자리도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전성기 후 찾아온 긴 슬럼프에 은퇴 고려
‘코로나 휴식기’ 때 절치부심 끝 1위 쾌거

남은 홀은 단 3개. 다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는 듯했던 전인지의 뒷심이 발휘됐다. 전인지는 16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한 타를 줄였다. 그 사이 톰프슨이 보기를 범하며 순식간에 둘은 공동 1위가 됐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전인지는 이어진 17번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반면 톰프슨은 재차 보기를 범하며 한 타 차로 다시 선두자리를 내줬다. 마지막 18홀에서 전인지는 파를 기록했다. 끝내 톰프슨에게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인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여자 골프 주간 세계랭킹에서 단숨에 12위로 올라섰다. 전주 33위에서 21계단이나 뛴 순위다. 전인지는 우승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소감을 남겼다.

그는 “메이저 3승을 했으니 이제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며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며 소감을 밝히면서도 울먹임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그는 “‘해냈다’ ‘끝냈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전 대회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에도 울면 너무 울보 같다고 생각해서 울지 않으려고 했다”며 “자꾸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울었던 ‘전 대회’는 직전 우승 대회인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다. 당시에도 2년1개월 만에 우승을 달성하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힘든 시간이 어느 순간 ‘탁’ 온 게 아니다. 조금씩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자꾸 바닥으로 밀어 넣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부활의 발판이 되는 듯했던 하나은행 대회 이후에도 이어진 부진의 원인을 정신적인 문제에서 더 크게 찾았다.
결국 전인지는 다시 일어섰다.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결실까지 다시 일궈냈다.

전인지는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울함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을 때도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지난주엔 언니에게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에 있기가 힘들다’며 울기도 했다”고 마음고생이 여전했음을 고백했다.

이어 “‘골프처럼 너도 소중하니 그만두라’는 언니의 말에 여전히 골프를 치고 싶다고 느꼈고, 그래서 이번 주에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팬 덕분에
우승했다”

전인지는 팬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래 팬분들하고 더 많은 소통도 할 수 있었는데, 심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응원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며 “내가 많이 부족한데도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응원해 주시는 우리 ‘플라잉 덤보’ 팬 카페 여러분, 수많은 팬분 덕분에 이렇게 감사드린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인지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 9승째를 수확했다. 우승한 선수는 총 다섯 명. 박세리, 박인비(각 3회), 박성현, 김세영 그리고 전인지(각 1회)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 여자골프 세계랭킹 현주소

오랫동안 한국 선수들이 장악해왔던 여자골프 세계랭킹 상위권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을 마친 뒤, 세계랭킹 10위에 든 한국 선수는 고진영(1위)과 김효주(8위)로 총 2명이다.

그동안 4명 이상의 선수가 꾸준히 10위 안에 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김세영(11위)과 박인비(13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결과다.

다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21위나 끌어올린 전인지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이번 대회 같은 기량을 계속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10위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16위까지 순위를 올려놓은 박민지도 함께 기대를 받고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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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