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검찰 인사 전격 해부

윤 장단에 칼춤 추는 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40여일 만에 검찰 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는 검찰총장 인선 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검수완박 이후 조직을 어느 정도 추스른 검찰은 이제 본격적인 사정 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검찰은 수도 없는 부침을 겪었다. 초기에는 적폐 청산의 칼로 활용됐고 중기~말기에 이르러서는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화룡점정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처리였다.

정권교체
부활 조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하려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한발 물러선 경험이 있다. 그 뒤로 잠잠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했다. 그 결과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전국의 고검장이 사의를 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불거졌다. 검사들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직서를 던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검찰의 권한은 축소되다 못해 쪼그라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정부나 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민주당이 이전 정부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국회 다수 의석에 밀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반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을 초대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했다. 측근조차 몰랐던 ‘깜짝’ ‘파격’ 발탁이었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높은 화제성을 등에 업은 한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발 빠르게 검찰인사부터 챙겼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찰청 차장검사, 문정부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 이 의원 관련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장 등 주요 요직부터 물갈이가 시작됐다. 윤석열 사단이 약진했고 문정부에서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불렸던 이들은 뿔뿔이 좌천됐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함께 근무했거나 과거 굵직한 수사를 진행할 때 함께했던 검사들이다.

칼잡이 전진 배치
칼부림만 남았다

법무부는 첫 검찰인사 이후 한 달 만인 지난달 22일 다시 검찰 고위간부 33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에서 전국의 반부패 강력사건을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특수통’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가 발탁됐다. 신봉수 검사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한 뒤 좌천된 바 있다.

서울동부지검장은 역시 특수통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가 맡게 됐다.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는 의정부지검장으로 승진했다. 신응석 검사 역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사단 ‘일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첫 검찰 인사와는 달리 두 번째 인사는 그 색이 조금 옅어졌다는 평이 나왔다. 노정연 창원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여성 고검장은 검찰 74년 역사상 처음이다. 인사 승진자 가운데 특수통이 아닌 공안통이 포함되는 등 법무부에서 ‘탕평 인사’를 고심했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두 번째 검찰 인사에서도 친 문정부 검사들의 좌천은 계속됐다. 신성식 광주고검 차장검사, 고경순 춘천지검장, 이종근 대구고검 차장검사, 최성필 대검과학수사부장, 김양수 부산고검 차장 검사 등 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들은 이날 인사로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윤석열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정기 인사가 진행됐다.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683명, 일반 검사 29명 등 총 712명에 대한 신규 보임·전보 인사를 단행한 것. 지난해 6월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낸 662명에 대한 인사보다 더 규모가 큰 역대 최대다. 말 그대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평이다. 

좌천됐다
다시 꽃길

이번 인사에서도 ‘윤석열 사단의 약진’이라는 큰 틀은 변화가 없었다. 특히 문정부 관련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일선 지검 부서에 윤석열 사단 검사가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는 성상헌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낙점됐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난 바 있다. 

큰 관심을 모았던 성남지청장은 이창수 대구고검 2차장검사가 맡게 됐다. 이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징계 국면에서 대검 대변인으로 보좌한 경험이 있다. 성남지청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 의혹’ ‘김혜경씨(이 의원의 부인)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을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장은 엄희준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이 각각 발령났다. 엄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수사지휘과장을 지냈다.

김 검사는 국정 농단 특검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수사했다. 강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담당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에는 이희동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 공공수사2부장에는 이상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이 배치됐다. 공공수사1부는 현재 초미의 관심사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공공수사2부는 ‘여성가족부 대선공약 개발 관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동부지검 차장에는 전무곤 안산지청 차장이 부임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 장관 취임 이후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에는 단성한 청주지검 형사1부장이 가게 됐다. 합수단은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정권 수사
표적으로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으로 전보됐다. 박 지청장은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으로 입건된 상태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무렵 반부패 1부장을 지낸 김형근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수원지검장일 때 1차장검사로 같이 일한 양중진 차장검사는 서울고검 검사로 보임됐다. 


법무부는 “검찰 인사는 검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검찰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이 산적한 주요 현안 업무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검수완박으로 초토화됐던 조직이 다시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인사 발표 후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달 30일 이혜은 부장검사, 고진원 공정거래조사 부장검사, 임대혁 형사13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남겼다. 하루 전인 29일에도 이선혁 형사1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두 번째 검찰인사 이후에도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 임현 서울고검 형사부 부장검사, 허인석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등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당분간 검사들의 사직 릴레이가 계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세 번에 걸친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사정 정국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검찰 입장에서는 현재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로 정해져 있는 수사권이 오는 9월이면 2개(부패‧경제)로 줄어들기 때문에 빠른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속전속결 검찰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칼끝은 문정부와 이 의원 관련 사건에 정조준된 상태다. 문정부에서 정권 관련 수사를 하다가 좌천된 검사들이 윤정부 들어 대부분 영전하면서 전진 배치된 만큼 수사의 칼끝은 날카롭고 벼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몇몇 사건은 관련자들의 턱밑까지 쫓아간 상태다.


윤 사단 약진 친정부 좌천 공식
특수통 앞세워 문정부 정조준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기 분당경찰서가 시시각각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성남FC 의혹은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7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고 해당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2018년 6월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이 이 의원을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한 뒤 3년3개월간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가 지난해 9월 무혐의로 불송치 됐다. 이후 고발인이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사건을 넘겨받은 성남지청 수사팀은 경찰의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수사를 맡고 있던 성남지청 박하영 검사(현재 퇴직)가 돌연 사직 의사를 표하면서 드러났다.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성남FC 의혹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때다. 논란이 가라앉질 않자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은 신성식 당시 수원지검장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이후 분당경찰서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에 따라 재수사에 나섰다.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도 성남지청에서 맡고 있다. 2015년 아파트 시행업자가 이 의원의 측근 출신 인사를 영입한 후 성남시가 백현동 부지의 용적률을 올려 시행업자가 3000억원의 분양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이 사건 역시 수사에 속도가 붙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총장 인선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법무부의 검찰인사를 비판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제 누가 검찰총장이 되든 인사권도 없는 ‘식물 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좁아지는
수사망

그러면서 “한 장관의 검찰 인사는 그 내용도, 절차도 막무가내”라며 “임명 후 두 번의 인사를 윤석열 사단으로 채우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윤 대통령 검찰 재직 당시 수사를 같이하거나 참모를 지낸 적이 있는 ‘친분’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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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