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법 오해와 진실

“국민의 한 사람, 보편적 복지 필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회는 정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매년 부동의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가운데 3명만이 국회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정치개혁의 길이 요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의원 연금법 제정 관련 논의는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는 지금까지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뇌물수수 등 국회의원이 연루된 여러 사건으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일은 하지 않으면서 특권만 누린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불신 깊어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개혁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의 한 방법으로 ‘국회의원 연금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그 주축인 국회와 국회의원의 위상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때가 왔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헌정회는 유 상임고문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의원 연금법 제정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꾸렸다. 2012년 이후 멈춰선 국회의원 연금법 관련 논의를 재개하자는 취지다. 이로써 여야 의원과 소통이 가능하고 정치는 물론 스포츠, IT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겸해온 유 상임고문은 오랫동안 국민 여론과 부딪쳐온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2012년 9월 민생당 김동철 의원은 공무원연금의 대상에 선출직 공무원도 포함시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무원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국회의원 연금법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추진단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 연금과 관련한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김 의원 개정안은 헌정회의 ‘연로회원 지원금’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당초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과 헌정회 정관에 따라 ‘1일 국회의원’이라 해도 만 65세부터 월 120만원의 연로회원 지원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었다.

2012년 이후 논의 끊겨
헌정회서 추진단 구성

이 부분이 지나친 특혜라는 국민적 비난이 일자 개정안을 통해 이를 개선하려 한 것이다. 

김 의원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4200여명의 선출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분류되지만 모든 공무원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1960년 공무원연금제도 도입 당시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무원’은 원천적으로 배제했기 때문. 

당시 김 의원은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도 임기가 끝나면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기존 공무원연금제도에 편입시켜 일반 공무원과 같이 임기 동안 정당한 기여금을 납입하도록 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무원연금을 지급받도록 함으로써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원로회원 지원금과 같은 편법적인 특혜 시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발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13년 8월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이 개정되면서 연로회원지원금 수급자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2012년 5월29일 이전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사람 가운데 65세 이상으로 수급 대상이 축소됐고, 이외에도 국회의원 재직 기간, 재산과 소득수준 등의 조건이 붙었다. 추진단에서 파악한 현재 연로회원지원금 수급자는 400여명 정도다. 


문제는 연로회원지원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유 상임고문은 “많은 국민이 연로회원지원금을 국회의원 연금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연로회원지원금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처럼 모든 공무원과 모든 국민이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극히 일부의 전직 국회의원에만 해당되는 제도다. 이 부분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로회원지원금이 국회의원 연금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국회의원만 대단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져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직 국회의원 가운데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 사글세를 내면서 사는 사람, 장례비가 없어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연로회원지원금≠연금
미국·영국·불·독일 운영

추진단은 공무원연금처럼 국회의원이 세비에서 일정 부분을 부담(기여금)하고, 일정 부분을 국가가 부담(부담금)하는 방식의 국회의원 연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연로회원지원금이 본인 부담금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이 제기된 부분에 착안해 ‘본인이 낸 만큼 받아가는’ 연금 방식을 취하고자 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이른바 정치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는 모두 다양한 방식의 의원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의회 의원법에 의원 연금 관련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의원 연금은 의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율한 것’이라고 돼있다. 

프랑스는 1904년 하원 결의안, 1905년 상원 결의안에 기초해 의원 연금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연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의 경우 연금 가입 기간이 5년 이상인 만 62세가 된 전직 의원은 누구라도 의원 연금을 수급할 수 있다.

최근 의원의 은퇴 연령이 높아지면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약 65세다. 상원은 수급 개시 연령이 약 71세로 상향됐다.

추진단은 현재 여야 현직 의원, 각계각층 인사, 시민사회단체와 접촉해 국회의원 연금법과 관련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국민의 오해에서 비롯된 반대 여론을 불식시키고 공청회 등을 통한 논의를 거쳐 법안을 발의하는 게 목표다. 공청회 시기는 이번 달 안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성 보장

유 상임고문은 “국회의원 연금법은 국회의원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국민이 특권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내려놓고 국회의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편적인 복지를 받을 수 있게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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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