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친윤 시대' 막전막후

검수완박, 큰 사건으로 덮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내부의 물갈이가 시작됐다. 검찰 권력의 중심이 이른바 친문(재인)에서 친윤(석열)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개혁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검찰이 인사 이동과 함께 다시 칼잡이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문재인정부에서 4차례에 걸쳐 좌천됐던 한 장관은 윤석열정부에서 화려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으로 거론됐던 그는 윤 대통령의 파격 지명으로 장관에 발탁되면서 윤정부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좌천 4번
화려한 재기

윤 대통령의 임명 재가 당일 취임식을 진행한 한 장관은 “사회적 강자도 엄정히 수사할 수 있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임 일성을 전했다. 지난 17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취임 하루 만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부활했다. 한 장관은 취임식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사라졌던 합수단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합수단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비롯한 각종 금융·증권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다. 검사, 검찰 수사관, 특별사법경찰 및 전문 인력 등 총 48명으로 구성된다. 2013년 설치된 이래 각종 금융범죄를 전담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2020년 1월 폐지 당시 금융·증권범죄의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합수단은 종전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47명)이나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46명)보다 규모가 크다. 서울남부지검은 “전문 수사 역량을 갖춘 대규모 전문 인력의 협력을 통해 금융·증권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 자본시장 교란 사범을 본격 수사하고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한국거래소 등이 검찰로 바로 넘기는 ‘패스트트랙’ 사건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사건 등 신속 처리가 필요한 주요 사건을 직접 수사한다. 합수단이 부활하면서 1호 사건으로 ‘가상화폐 루나‧테라 급락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재수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장관 취임 하루 만에 광폭 행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

한 장관의 광폭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법무부는 한 장관 취임 다음날인 지난 18일 검찰 고검장과 검사장, 중간 간부 등에 대한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 대검 차장검사 등의 사표 제출로 인한 검찰 지휘부의 공백, 법무·검찰의 중단 없는 업무 수행 필요성 등 인사 수요가 있었다”고 그 배경을 전했다. 

법무부의 이날 인사는 ‘윤석열 사단’의 대거 약진, 친문 검사의 좌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추 전 장관 시절 ‘검찰대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던 윤석열 사단은 한 장관 취임 이후 다시 주류로 떠올랐다. 반면 문재인정부 5년간 ‘친정부 검사’로 칭해졌던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현재 공석인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이원석 제주지검장이 임명됐다. 대검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이 공석인 현재 상황에서 대행을 맡는다. 이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 한 장관과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 활약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냈다. 이후 추 전 장관 때 수원고검 차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가 제주지검장을 거쳐 대검으로 돌아왔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은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가 맡는다. 송 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때 특수2부장을, 검찰총장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특수수사를 총괄한다.

당시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지휘를 담당했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수원고검 검사로 내리 좌천됐다가 이번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3년 만에
바뀐 자리

검찰 인사와 예산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가게 됐다. 신 국장은 한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맡던 시절 산하 특수1부장으로 근무했다. 한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총괄팀장을 맡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 윤 대통령 등과 호흡을 맞췄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으로 낙점됐다. 권 실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형사2부장으로, 검찰총장일 때는 대검 대변인으로 일했다.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김유철 부산고검 검사가 맡는다. 김 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맡았을 당시 보좌역을 담당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고검장에는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지명됐다. 김 지검장은 박근혜정부에서 특수부, 대검 대변인을 지냈고 문재인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중용된 인사로 이번 정부에서도 요직에 등용됐다.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가게 됐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의 후임이다. 양 지검장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특검팀에 파견돼 윤 대통령과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무렵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지냈다.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등을 수사했다. 

중앙지검도
싹 다 교체

흥미로운 점은 양 지검장과 심 연수위원의 악연이다. 양 지검장은 2020년 한 상갓집에서 조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며 일종의 항명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추 전 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그 뒤 양 지검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서울서부지검장에는 한석리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총괄교수, 수원지검장에는 홍승욱 서울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윤석열 사단이 검찰 권력의 중심으로 집결한 반면 친문 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문정부에서 한때 ‘검찰총장 0순위’라 불릴 만큼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였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이 연구위원은 문정부에서 검찰 요직 빅4(서울중앙지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3자리(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를 거치는 등 ‘꽃길’을 걸었다.

이 연수위원은 검복을 벗을 수도 없는 상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상황이기 때문. 국가공무원법 78조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검사 모두 추 전 장관 시절 승승장구했던 이른바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된다. 

가시밭길 검사들 요직으로
이성윤, 재판 중 사퇴 못해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가게 됐다. 이 차장검사는 추 전 장관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 간의 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의 징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친문 검사로 꼽혀왔다.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추 전 장관 임기 초반 법무부 대변인으로 ‘입’ 역할을 했던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전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구 차장검사는 대변인 이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연이어 영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문정부 내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로 옮겨가게 됐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 부장검사는 최근 정기검사 적격검사에서 ‘심층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적격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 결정을 내릴 경우 강제 퇴직 가능성도 있다. 

주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2~4차장도 모두 바뀌었다. 2차장 검사에는 박영진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이, 3차장 검사에는 박기동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4차장 검사에는 고형곤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이 자리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싹쓸이’ 수준으로 검찰 주요 요직을 차지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한 장관은 “능력과 공정에 대한 소신을 기준으로 인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과 날선 문답을 주고받았다. 김 의원이 “정치검사가 출세한다는 시중의 통념이 왜 있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지난 3년이 가장 심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맞받아쳤다. 

추 전 장관 취임 이후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가속화되면서 친정부 검사들이 요직에 배치되고 자신을 비롯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지난 9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자신을 ‘정치검사’라고 지적하는 무소속 민형배 의원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 (정치)검사가 임은정, 한동수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직 추슬러
공격 개시?

이번 인사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 공포로 초토화됐던 검찰 내부가 어느 정도 추슬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4개월 후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기 전 전열을 가다듬는 시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권력형 비리 사건의 수사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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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