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 250만원' 서울벤처대 교수의 눈물

소송 이겨도 노동부 진정에도 배 째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한 해의 성과를 ‘연봉’으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으로 연봉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문제는 성과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두 교수는 “(연봉)협상이 아닌 통보”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행태” “갑질” 등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이하 SVU) 사회복지상담학과,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모, 김모 교수는 10년째 동결된 연봉을 받고 있다. 

물가 올라도…

두 교수는 2012년 3월1일 SVU 정년트랙 전임교수로 신규 임용됐다. 정년트랙 교수는 주 4일 근무, 주 6시간 수업을 해야 한다. 비정년트랙 교수는 정년트랙 교수의 절반 수준의 업무를 맡는다. 

당시 계약조건은 연봉 3600만원(실수령액 250만원). 이 교수에 따르면 해당 조건은 SVU 개교(2003년) 당시 정년트랙 교수의 연봉 수준이었다. 두 교수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성과급 기준을 달성하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들의 연봉은 제자리걸음이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오히려 줄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 교수는 “(학교는)매년 연봉 3600만원이 기재된 계약서를 내밀고 사인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협박했다”며 “연봉은 협상을 통해 조정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을 뿐, 10년 동안 연봉 협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VU는 독특한 연봉체계로 운영된다. 학생 모집 실적과 성과급을 연계하는 것. 다시 말해 교수가 학생을 모집해 오는 숫자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SVU의 연봉체계를 두고 ‘교수를 영업직으로 여긴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SVU 교수의 연봉 범위는 말 그대로 ‘널을 뛰는’ 수준이다. 극단적으로 학생 모집을 전혀 하지 못해 연봉이 1600만원 수준에 머무른 교수도 있었다. 반면 학생을 많이 데려온 교수는 연봉이 억대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와 김 교수의 연봉은 10년째 변동이 없었던 것.

2012년 임용 이후 연봉 동결
성과급 기준 맞춰도 “못 준다”

이 교수는 “성과급을 지급 받기 위해선 ▲당해 학년도 입학생(추천 학생) 수 ▲당해 학기 재학생(지도 학생) 수 ▲연구논문 평가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나와 김 교수는 성과급 기준에 맞추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학교는 단 한 번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SVU 총장들에게 해당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그 사이 바뀐 총장들은 “성과급을 줄 수 없다” “새로 들어올 교수들이 줄 서있다” “기다려라”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총장 임기가 끝나면 말짱 도루묵 신세였다. 


결국 2019년 9월 김 교수는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SVU 정년트랙 전임교수 12명 가운데 나와 이 교수를 제외한 10명은 연봉 산정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고 있다”며 “그렇다고 나와 이 교수가 다른 10명의 교수보다 일을 덜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 보수를 지급해달라는 요구다. 

또 연봉은 말 그대로 1년 단위의 계약인데 이를 10년째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SVU 교원규정 제11조(임용계약)에는 ▲신규채용하는 교원은 모두 계약제 및 연봉제로 임용한다 ▲임용계약은 근무기간, 급여, 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 약정 등의 계약조건을 정해 행한다고 명시돼있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SVU가 김 교수에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급 액수는 2016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의 성과급 7824만9990원(학생 모집 7125만원+연구논문 평가 699만9990원)이다. 현재 SVU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 교수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SVU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43조 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학교, 당시 계약서 근거로
교수, 스트레스로 투병생활

그러면서 2017년 1학기부터 지난해 2학기까지 성과급 총액 8312만2205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 교수는 “학교가 고용노동부의 시정 지시에도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성과급을 줄 수 없으니 소송을 제기하라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협상을 통해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도 비쳤지만 학교 측은 그마저도 거절했다고 한다.

SVU 관계자는 “민사소송과 관련해서는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진정 건에 대해서는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최종 결정에 앞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해 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교수에 대한 성과급 미지급 근거로 2012년에 작성한 임용계약서를 제시했다. 계약 당시 조건에 성과급 지급에 관한 부분은 없다는 것. 이 같은 조건은 SVU 관계자들의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한다. 

두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당시 계약서에 임용기간은 2012년 3월1일부터 2013년 2월28일(12개월)로 돼있다. 임용 첫해는 성과급 기준을 맞출 수 없기에 돈을 지급받지 않는 게 당연했다”며 “하지만 그 다음 해부터는 성과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시 기획처장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한 교수는 “연봉은 1년 단위 계약이다. SVU 연봉체계 상 두 교수는 임용 첫해에 기본급 외에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그 이후부터는 두 교수가 성과급 지급기준에 맞춰 노력했기 때문에 새로운 연봉 계약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전했다. 

학교의 갑질


두 교수는 성과급 지급 건을 두고 학교와 갈등을 빚으면서 건강이 모두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교수는 현재 암 투병 중이고 이 교수도 심장에 문제가 생겨 지난해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우리가 요구하지 못할 돈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학교는 더 이상의 갑질을 멈추고 기준에 맞게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