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후폭풍> '존폐 기로' 국민청원 어디로?

사회 공론의 장 역사의 뒤안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반 시민이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선거’다. 투표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리인을 선출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100일을 맞아 시민에게 직접 민주주의의 길을 살짝 열어줬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등장이다. 새 정부의 등장과 함께 국민청원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새 정부는 변화와 함께 시작된다. 인적 구성은 물론 정책의 연속성도 담보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의 지향점에 따라 모든 게 바뀐다.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이전 정부의 색을 지우고 새 정부의 색을 입히는 데 몰두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정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남길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진보 정부가 출범한 지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40%를 넘나드는 와중에 이뤄진 정권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당장 문재인정부의 지난 5년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미 문정부와는 아예 다른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집권 10년 주기설이 깨지면서 수많은 정책이 기로에 서게 됐다. 문정부의 가장 상징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 ‘청와대 국민청원(이하 국민청원)’도 그중 하나다. 문정부 5년 동안 국민청원은 국민의 삶에 단단히 뿌리내렸다.


국민은 위정자에게 직접적으로 뜻을 전할 수 있는 통로를 활발하게 이용했다. 

국민청원은 2017년 8월19일 문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원칙에 따라 탄생했다.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나 정부부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2019년 3월31일에는 ‘국민청원 시즌2’를 열면서 사전동의 절차를 추가하기도 했다. 100명이 동의해야 청원 내용이 공개되는 방식이다. 

국민청원은 미국 버락 오바마정부의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동안 10만명이 서명하면 60일의 대기 기간을 거쳐 서면으로 답변하는 방식이다. 위 더 피플은 이후 트럼프정부에서 답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흐지부지 되더니 바이든정부에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취임 100일 맞아 도입 
하루 평균 725건 게시

문정부가 국민청원 4주년을 맞아 내놓은 ‘국민과 함께한 국민청원 4년’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725건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33만여명의 국민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방문했다. 하루 동의자 수는 14만5000여명에 이른다. 누적으로 따지면 104만5810건(청원글), 2억932만명(동의자 수)에 달한다. 

국민은 ‘인권·성평등’ 분야(18.4%)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청원글은 ‘정치개혁’ 분야(16.6%)로 가장 많이 올라왔지만 국민이 공감한 분야는 ‘인권·성평등’ 분야였다. 정치개혁(14.3%), 안전·환경(12.1%), 보건복지(8.6%), 육아·교육(8.1%) 순으로 많은 동의를 받았다.


반려동물 분야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답변 요건을 채운 청원 257건 중 121건(47%)이 사건·사고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진상규명 요구 등이었다. 사건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안전한 사회시스템을 위한 국민의 요구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정책과 사회제도 관련 청원이 63건으로 뒤를 이었다. 

문정부 4년 동안 가장 많은 국민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N번방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에서 자행된 성 착취 사건을 말한다. 2020년 3월에 게시된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이 각각 270만명, 202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문정부는 지난 22일 ‘(모녀 살인범 유튜버 사망사건) 가해자 유튜버랑 *****.****** 강력처벌을 요청합니다’ 청원에 답변하는 등 총 281건의 청원에 응답했다. 총 23만5000여명이 동의한 해당 청원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답변 1호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와 관련한 청원에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이 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19일 도입 4주년을 맞아 직접 답변자로 나서는 등 국민청원에 애정을 드러내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청원은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에 정부가 책임 있게 답변하는 ‘직접 소통의 장’”이라며 “해결할 수 없거나 정부 권한 밖의 청원도 꽤 있지만 국민이 어디든 호소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남다른 애정 보여
정치적 힘겨루기의 장 비판도

문 대통령의 남다른 애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여 동안 국민청원을 둘러싼 숱한 논란이 불거졌다. ‘사회 공론의 장을 열었다’ ‘소외된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로 기능했다’ 등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 ‘정치, 성별 갈등의 전쟁터’ ‘가짜뉴스 유포’ 등의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정반대 내용의 청원이 동시에 올라와 일종의 ‘화력 대결’을 펼치는 일도 있었다. 2020년 2월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이 각각 150만명, 146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당시 국민청원이 정치적 힘겨루기의 장이 됐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장동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봐주기 의혹과 김건희의 주가조작 실체의 진상조사 확인을 위한 청원입니다’(46만명), ‘윤석열 당선인 집무실 만들고자, 국가안전 중추인 국방부를 강압 이전하여, 국민의 혈세 수천억을 날리는 것을 막아주십시오’(42만명),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합니다’(29만명),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23만명) 등의 청원이 많은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의 운명은 이제 윤 당선인에 달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퇴임 한 달여를 앞두고 국민청원이 운영을 종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30일 이상 남았을 때는 20만명의 동의를 받은 청원에 답변이 가능하지만, 그 이하일 경우 답변 주체는 새 정부로 넘어가기 때문.

지울까?

이와 관련된 논의는 인수위 청와대혁신TF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국민청원을 일부 수정‧보완해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윤 당선인 측이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고심하는 등 문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청원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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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