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투표율 무릎 칠 상관관계

입 벌린 오미크론, 대선도 삼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의료체계가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암울한 진단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코로나 확진자 수 변화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맞물려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백약이 무효’. 한번 풀린 고삐는 다시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섯 자리를 넘어 여섯 자리에 다다랐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이어 우세종이 됐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다. 그 이후 걷잡을 수 없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의료체계 역시 확진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이다.

높을까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만443명이다. 전날 5만명 대에서 하루 만에 3만명 이상 폭증했다. 위중증 환자는 313명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부터 200명대였던 위중증 환자 수가 300명대로 늘어난 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사망자는 39명 늘어 이날 기준 치명률은 0.46%가 됐다.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빠른 속도로 퍼지는 대신 중증화율이 낮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폭증할 때는 위중증 환자는 물론 사망자 수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방역당국은 이번 주(14일)부터 위중증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여기에 이달 말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13만~17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백신 접종률(2차)이 전체 인구 대비 90%에 육박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을 둘러싼 효용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자영업자는 이미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고, 방역정책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확진자 수가 9만명을 넘은 지난 16일 “그동안 협조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여러 가지로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고령층 3차 접종, 먹는 치료제 도입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위중증 환자 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병상을 미리 확보해두고 재택 치료를 지속 확대한 덕분에 의료대응에도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확진자 수 10만명 돌파
의료체계도 마비 상태

영업시간 제한(오후 9시→10시)을 다소 완화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조정했다. 2020년 1월 이후 2년 넘게 이른바 ‘방역 모드’로 지낸 국민의 피로감,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 상황 등이 방역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이지만 ‘위드 코로나’ 상황이 된 셈이다.

문제는 당장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의 투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숫자는 100만여명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총선 때 했던 자가격리자에 한해 투표 시간(오전 6시~오후 6시) 이후 투표를 보장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경우 대선에 투표하기 위해서는 ▲거소투표 신고 기간(2월9~13일)에 신청해 거소투표하는 방법 ▲사전투표일 2일 차(3월5일)에 오후 6시까지 투표소에 도착해 번호표를 배부받은 다음 일반 선거인이 투표를 마치고 모두 퇴장한 이후에 투표하는 방법뿐이었다.

거소투표는 몸이 불편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없는 선거인 등이 자신이 머무는 병원·요양소, 자택 등에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국회는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대통령선거 당일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전 투표일과 대선 당일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투표소를 추가 운영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농산어촌 지역의 교통약자인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경우 오후 6시~오후 7시30분 사이 투표장 도착이 어렵다면 관할 보건소로부터 외출 허가를 받아 오후 6시 이전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오후 7시30분까지만 투표소에 도착하면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모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

거대 양당 유불리 계산
야, 고령층 투표율 우려

대선을 앞두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선후보들은 표 계산에 들어갔다. 코로나 정국이 2년 이상 이어지면서 상수로 여겨졌던 코로나가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좋은 방향으로 현 상황을 해석하는 데 분주한 상태다.

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코로나 방역을 앞세워 압승을 거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시 심각한 방역 상황에 떠밀려 국민의힘의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방역 심판론’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당시와 비교해 확진자 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증한 것이 총선 때와 정반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2년여에 걸쳐 누적된 방역 피로도, 우왕좌왕한 방역정책, 자영업자의 호소 등이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두 정당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투표율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50대 이상 유권자가 과반(52.3%)에 이른 상황이다. 역대 선거에서 50대의 투표율은 20~30대 젊은 유권자보다 높았다. 대선의 캐스팅 보트가 50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40~50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보다 비교적 강세를, 윤 후보는 20~30대와 60세 이상에서 이 후보보다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고령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층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령층의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해 투표 시간을 연장했지만 이들이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낮을까


일각에서는 코로나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 창궐 이후 치러지는 세 번째 대형 선거다. 앞선 21대 국회의원 선거(2020년 4월)는 66.2%, 재보궐선거(지난해 4월)는 55.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재보궐선거의 경우 역대 재보선 중 가장 높았다. 대선은 총선과 지선보다 투표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