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투표율 무릎 칠 상관관계

입 벌린 오미크론, 대선도 삼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의료체계가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암울한 진단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코로나 확진자 수 변화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맞물려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백약이 무효’. 한번 풀린 고삐는 다시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섯 자리를 넘어 여섯 자리에 다다랐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이어 우세종이 됐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다. 그 이후 걷잡을 수 없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의료체계 역시 확진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이다.

높을까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만443명이다. 전날 5만명 대에서 하루 만에 3만명 이상 폭증했다. 위중증 환자는 313명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부터 200명대였던 위중증 환자 수가 300명대로 늘어난 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사망자는 39명 늘어 이날 기준 치명률은 0.46%가 됐다.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빠른 속도로 퍼지는 대신 중증화율이 낮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폭증할 때는 위중증 환자는 물론 사망자 수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방역당국은 이번 주(14일)부터 위중증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여기에 이달 말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13만~17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백신 접종률(2차)이 전체 인구 대비 90%에 육박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을 둘러싼 효용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자영업자는 이미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고, 방역정책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확진자 수가 9만명을 넘은 지난 16일 “그동안 협조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여러 가지로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고령층 3차 접종, 먹는 치료제 도입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위중증 환자 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병상을 미리 확보해두고 재택 치료를 지속 확대한 덕분에 의료대응에도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확진자 수 10만명 돌파
의료체계도 마비 상태

영업시간 제한(오후 9시→10시)을 다소 완화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조정했다. 2020년 1월 이후 2년 넘게 이른바 ‘방역 모드’로 지낸 국민의 피로감,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 상황 등이 방역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이지만 ‘위드 코로나’ 상황이 된 셈이다.

문제는 당장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의 투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숫자는 100만여명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총선 때 했던 자가격리자에 한해 투표 시간(오전 6시~오후 6시) 이후 투표를 보장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경우 대선에 투표하기 위해서는 ▲거소투표 신고 기간(2월9~13일)에 신청해 거소투표하는 방법 ▲사전투표일 2일 차(3월5일)에 오후 6시까지 투표소에 도착해 번호표를 배부받은 다음 일반 선거인이 투표를 마치고 모두 퇴장한 이후에 투표하는 방법뿐이었다.

거소투표는 몸이 불편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없는 선거인 등이 자신이 머무는 병원·요양소, 자택 등에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국회는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대통령선거 당일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전 투표일과 대선 당일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투표소를 추가 운영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농산어촌 지역의 교통약자인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경우 오후 6시~오후 7시30분 사이 투표장 도착이 어렵다면 관할 보건소로부터 외출 허가를 받아 오후 6시 이전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오후 7시30분까지만 투표소에 도착하면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모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

거대 양당 유불리 계산
야, 고령층 투표율 우려

대선을 앞두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선후보들은 표 계산에 들어갔다. 코로나 정국이 2년 이상 이어지면서 상수로 여겨졌던 코로나가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좋은 방향으로 현 상황을 해석하는 데 분주한 상태다.

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코로나 방역을 앞세워 압승을 거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시 심각한 방역 상황에 떠밀려 국민의힘의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방역 심판론’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당시와 비교해 확진자 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증한 것이 총선 때와 정반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2년여에 걸쳐 누적된 방역 피로도, 우왕좌왕한 방역정책, 자영업자의 호소 등이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두 정당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투표율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50대 이상 유권자가 과반(52.3%)에 이른 상황이다. 역대 선거에서 50대의 투표율은 20~30대 젊은 유권자보다 높았다. 대선의 캐스팅 보트가 50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40~50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보다 비교적 강세를, 윤 후보는 20~30대와 60세 이상에서 이 후보보다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고령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층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령층의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해 투표 시간을 연장했지만 이들이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낮을까


일각에서는 코로나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 창궐 이후 치러지는 세 번째 대형 선거다. 앞선 21대 국회의원 선거(2020년 4월)는 66.2%, 재보궐선거(지난해 4월)는 55.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재보궐선거의 경우 역대 재보선 중 가장 높았다. 대선은 총선과 지선보다 투표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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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