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깔리는 지방 ‘들썩들썩’

철도 개통에 따른 프리미엄이 비수도권인 지방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내 새로운 철도의 개통은 일대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다, 편리해지는 생활여건 덕택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택 수요도 덩달아 상승한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 등에 포함된 지역 부동산시장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 철도부터 도로, BRT, 트램 등 기타 교통수단구축을 망라한 이들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지역 인프라 개선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

외지인 매수
크게 늘어나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강릉역으로 KTX가 처음 연결되고 지난해 3월 동해역까지 연장 운행되면서 동해시 아파트의 외지인 매수비율은 2018년 15.3%에서 2020년 21.4%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외지인 매수비율은 31%까지 치솟았다. 강릉시 외지인 매입비율도 34.6%를 기록했다. 강릉시는 지난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5.44%로 강원 평균인 3.58%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강릉시 교동에서 1순위 청약을 마친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3만5625명이 몰리며 평균 46.87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7월 초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구축계획이 발표된 양산시에서 분양한 ‘사송 더샵 데시앙 3차’는 1순위 청약에 1만건 이상 청약통장이 몰리기도 했다.

철도 개통에 대한 기대감은 새 아파트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충남 아산탕정 택지개발지구에서 2019년 2월 분양한 ‘탕정 지웰시티 푸르지오 C1블록’의 전용면적 97㎡ 분양권이 지난해 5월 8억7780만원(28층)에 거래됐다. 이는 분양가인 4억490만원 대비 116.8% 상승한 금액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0월 개통한 지하철 1호선 탕정역을 단지 바로 앞에 두고 있다.


철도 개통에 프리미엄 형성
비수도권 새 주거단지 눈길

반면 같은 기간 충청남도 아산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15.2%(3.3㎡당 679만원→782만원)에 불과했다. 또 광주지하철 2호선 신설역 수혜 단지로 2019년 7월 광주시 광산구에서 분양한 ‘모아엘가 더수완’의 전용면적 84.98㎡ 분양권은 지난해 10월 5억6470만원(14층)에 거래돼 분양가(4억4680만원) 대비 1억1790만원(26.3%)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강원도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이 단지 바로 앞에 개발될 예정인 ‘속초2차 아이파크’(2020년 3월 분양) 역시 전용면적 84.9㎡ 분양권이 지난해 10월 4억838만원(11층)에 손바뀜 돼 시세가 분양가(3억450만원) 대비 1억388만원(34.1%) 올랐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남원주역세권에서 분양한 ‘원주역세권 호반써밋’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8.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원주시 무실동에 새롭게 이전한 KTX 원주역(지난해 1월 개통)을 걸어서 누리는 입지에 들어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설역 프리미엄이 지방에서도 통하기 시작하자 지방 분양 시장에서도 철도 개통 수혜 단지들이 선전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방의 경우 주변에 단순히 철도역사만 있는 지역은 피하고, 생활 인프라가 풍부하거나 역세권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신설 역세권 예정지 인근에서 공급되는 지방 신규 분양 단지.

 

▲라펜트힐= 현대건설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870-1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라펜트힐’을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2층, 2개동, 전용면적 201~244㎡로 총 72세대 규모다. 지상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201㎡ 68세대, 241㎡ 2세대, 244㎡ 2세대다.

외관은 커튼월룩 입면에 트윈타워로 조성하고 테라스를 돌출형으로 설계했다. 라인별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프라이빗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대마다 엘리베이터 홀도 설치했다. 주차공간은 세대당 3.1대. 총주차 대수의 절반 이상을 너비 2.6m의 확장형 주차장으로 계획 중이다.


지하 1~3층엔 계절창고를 설치한다. 커뮤니티센터는 지상 4층에 조성한다. 릴렉스 피트니스 공간을 마련하고, 필라테스룸과 요가&명상 룸으로 구분할 예정이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소모임을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스튜디오도 들어선다.

내부는 방 4개에 욕실 3개가 기본 구성이다. 전용면적 241㎡에는 알파룸이, 전용면적 244㎡에는 가족실을 추가로 제공한다. 현관은 중문과 함께 미세먼지 유입을 차단시켜주는 H 클린현관을 선택(일부 세대 제외)해 설치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자체 IoT(사물인터넷) 플랫폼인 하이오티(Hi-oT) 서비스를 적용해 단지 내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명, 쿡탑, 냉난방, 환기장비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롯데건설이 대구 달서구 본동 일대에 짓는 주거복합단지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를 분양한다. 총 3개동 지하 5층~지상 최고 48층 규모로 총 529가구(오피스텔 포함)가 공급된다. 아파트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84A형 217가구, 84B형 180가구, 84C형 42가구, 84D형 42가구 총 481가구가 공급된다. 오피스텔은 84O형 48실 단일형으로 구성된다.

새 아파트에
그대로 반영

아파트 전 세대를 남향 위주로 배치해 4베이 평면을 적용할 예정이다. 84A형(217가구)에는 거실과 침실 등에 설치된 전면 발코니와 우측 발코니를 모두 확장해 실사용 공간을 훨씬 넓힐 계획이다. 주방과 거실이 연결된 맞통풍 구조로 설계되고 주방은 ‘ㄷ’자 구조로 꾸며 이동 동선을 단순화해 수납공간을 넓힐 계획이다. 안방 전면에 거실 수준의 새시가 제공돼 조망권 확보에 유리하도록 하고, 안방에 설치되는 드레스룸은 계약자의 선택에 따라 ‘홈 오피스룸(유상옵션)’으로 꾸밀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단순히
역사만?

오피스텔에 해당하는 84O형은 3베이룸 구조로 적용해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욕실은 2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안방 바로 앞에는 다용도실을 설치해 입주민들의 취향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안방에 드레스룸을 마련해 가족 단위의 4계절 의류를 모두 보관해도 부족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단지 주변에 있는 구마로를 이용하면 대구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인 성서산업단지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또 와룡로를 통해 달서구 도심에 해당하는 감삼동 일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남대구 IC를 이용하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으로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
교육 여건도 손색이 없다. 감천초교와 감천초 병설유치원이 근거리에 있어 어린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효성중과 효성여고, 대건고, 대구공업대학교 등도 인접하다. 본리도서관도 가까워 방과 후 학습도 수월할 전망이다.

생활편의시설 이용도 수월하다. 롯데백화점 상인점과 홈플러스 성서점, 롯데시네마를 이용할 수 있다. 달서구청과 달서경찰서, 달서구 보건소 등도 가까워 각종 서비스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고, 학산공원도 인근에 있어 여가활동을 즐기기도 좋다.

개발호재도 있다. 대구시는 2026년까지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대구광역시청 신청사를 짓기로 했다. 또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KTX 서대구역’의 수혜가 예상된다.

 

▲힐스테이트 동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대구 중구 동인동 1가 211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동인’의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49층, 5개동 규모에 아파트 941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68실 등 총 1009가구로 조성된다.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구성되며, 분양가는 최저가 기준 5억4490만원으로 책정됐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조건 없이 잔여 가구 동·호수를 계약할 수 있다. 계약금 10% 완납 시 입주 전 전매도 가능하다. 중도금 50% 이자 후불제 혜택도 제공한다.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과 중앙로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경부선 대구역도 인접해 있다. 국토교통부와 대구시·경북·철도공단·철도공사가 총사업비 1515억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대구권 광역철도가 내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어 그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온천수(가정별로 온천수 천연암반수 제공)가 나오는 국내 유일한 타운하우스로, 우선 총 50세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2억8500만원 선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대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온천개발권 보유,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제공, 입주자 맞춤형 건축, 넓은 독립 마당 등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차별화된 홍천강 조망과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생활 편리하고
매매가 상승세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다. 구도심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하나로마트, 은행, 홍천군 보건소, 홍천 아산병원, 홍천초·남삼초·홍천여고 등 학군과 교육지원청 및 교육도서관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가 홍천이다. 서울 수도권 인접으로 거리가 가깝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서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며 강원도 내륙 교통의 요지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겹치는
호재들

홍천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용문~홍천 광역철도 건설사업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정상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이 시행되면 용문에서 홍천까지 이동시간은 93분에서 35분까지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홍천군 도시재생 사업, 양평군 소재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홍천군 소재 제11기계화보병사단으로 흡수되는 등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