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깔리는 지방 ‘들썩들썩’

철도 개통에 따른 프리미엄이 비수도권인 지방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내 새로운 철도의 개통은 일대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다, 편리해지는 생활여건 덕택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택 수요도 덩달아 상승한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 등에 포함된 지역 부동산시장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 철도부터 도로, BRT, 트램 등 기타 교통수단구축을 망라한 이들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지역 인프라 개선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

외지인 매수
크게 늘어나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강릉역으로 KTX가 처음 연결되고 지난해 3월 동해역까지 연장 운행되면서 동해시 아파트의 외지인 매수비율은 2018년 15.3%에서 2020년 21.4%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외지인 매수비율은 31%까지 치솟았다. 강릉시 외지인 매입비율도 34.6%를 기록했다. 강릉시는 지난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5.44%로 강원 평균인 3.58%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강릉시 교동에서 1순위 청약을 마친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3만5625명이 몰리며 평균 46.87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7월 초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구축계획이 발표된 양산시에서 분양한 ‘사송 더샵 데시앙 3차’는 1순위 청약에 1만건 이상 청약통장이 몰리기도 했다.

철도 개통에 대한 기대감은 새 아파트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충남 아산탕정 택지개발지구에서 2019년 2월 분양한 ‘탕정 지웰시티 푸르지오 C1블록’의 전용면적 97㎡ 분양권이 지난해 5월 8억7780만원(28층)에 거래됐다. 이는 분양가인 4억490만원 대비 116.8% 상승한 금액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0월 개통한 지하철 1호선 탕정역을 단지 바로 앞에 두고 있다.


철도 개통에 프리미엄 형성
비수도권 새 주거단지 눈길

반면 같은 기간 충청남도 아산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15.2%(3.3㎡당 679만원→782만원)에 불과했다. 또 광주지하철 2호선 신설역 수혜 단지로 2019년 7월 광주시 광산구에서 분양한 ‘모아엘가 더수완’의 전용면적 84.98㎡ 분양권은 지난해 10월 5억6470만원(14층)에 거래돼 분양가(4억4680만원) 대비 1억1790만원(26.3%)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강원도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이 단지 바로 앞에 개발될 예정인 ‘속초2차 아이파크’(2020년 3월 분양) 역시 전용면적 84.9㎡ 분양권이 지난해 10월 4억838만원(11층)에 손바뀜 돼 시세가 분양가(3억450만원) 대비 1억388만원(34.1%) 올랐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남원주역세권에서 분양한 ‘원주역세권 호반써밋’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8.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원주시 무실동에 새롭게 이전한 KTX 원주역(지난해 1월 개통)을 걸어서 누리는 입지에 들어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설역 프리미엄이 지방에서도 통하기 시작하자 지방 분양 시장에서도 철도 개통 수혜 단지들이 선전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방의 경우 주변에 단순히 철도역사만 있는 지역은 피하고, 생활 인프라가 풍부하거나 역세권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신설 역세권 예정지 인근에서 공급되는 지방 신규 분양 단지.

 

▲라펜트힐= 현대건설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870-1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라펜트힐’을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2층, 2개동, 전용면적 201~244㎡로 총 72세대 규모다. 지상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201㎡ 68세대, 241㎡ 2세대, 244㎡ 2세대다.

외관은 커튼월룩 입면에 트윈타워로 조성하고 테라스를 돌출형으로 설계했다. 라인별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프라이빗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대마다 엘리베이터 홀도 설치했다. 주차공간은 세대당 3.1대. 총주차 대수의 절반 이상을 너비 2.6m의 확장형 주차장으로 계획 중이다.


지하 1~3층엔 계절창고를 설치한다. 커뮤니티센터는 지상 4층에 조성한다. 릴렉스 피트니스 공간을 마련하고, 필라테스룸과 요가&명상 룸으로 구분할 예정이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소모임을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스튜디오도 들어선다.

내부는 방 4개에 욕실 3개가 기본 구성이다. 전용면적 241㎡에는 알파룸이, 전용면적 244㎡에는 가족실을 추가로 제공한다. 현관은 중문과 함께 미세먼지 유입을 차단시켜주는 H 클린현관을 선택(일부 세대 제외)해 설치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자체 IoT(사물인터넷) 플랫폼인 하이오티(Hi-oT) 서비스를 적용해 단지 내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명, 쿡탑, 냉난방, 환기장비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롯데건설이 대구 달서구 본동 일대에 짓는 주거복합단지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를 분양한다. 총 3개동 지하 5층~지상 최고 48층 규모로 총 529가구(오피스텔 포함)가 공급된다. 아파트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84A형 217가구, 84B형 180가구, 84C형 42가구, 84D형 42가구 총 481가구가 공급된다. 오피스텔은 84O형 48실 단일형으로 구성된다.

새 아파트에
그대로 반영

아파트 전 세대를 남향 위주로 배치해 4베이 평면을 적용할 예정이다. 84A형(217가구)에는 거실과 침실 등에 설치된 전면 발코니와 우측 발코니를 모두 확장해 실사용 공간을 훨씬 넓힐 계획이다. 주방과 거실이 연결된 맞통풍 구조로 설계되고 주방은 ‘ㄷ’자 구조로 꾸며 이동 동선을 단순화해 수납공간을 넓힐 계획이다. 안방 전면에 거실 수준의 새시가 제공돼 조망권 확보에 유리하도록 하고, 안방에 설치되는 드레스룸은 계약자의 선택에 따라 ‘홈 오피스룸(유상옵션)’으로 꾸밀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단순히
역사만?

오피스텔에 해당하는 84O형은 3베이룸 구조로 적용해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욕실은 2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안방 바로 앞에는 다용도실을 설치해 입주민들의 취향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안방에 드레스룸을 마련해 가족 단위의 4계절 의류를 모두 보관해도 부족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단지 주변에 있는 구마로를 이용하면 대구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인 성서산업단지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또 와룡로를 통해 달서구 도심에 해당하는 감삼동 일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남대구 IC를 이용하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으로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
교육 여건도 손색이 없다. 감천초교와 감천초 병설유치원이 근거리에 있어 어린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효성중과 효성여고, 대건고, 대구공업대학교 등도 인접하다. 본리도서관도 가까워 방과 후 학습도 수월할 전망이다.

생활편의시설 이용도 수월하다. 롯데백화점 상인점과 홈플러스 성서점, 롯데시네마를 이용할 수 있다. 달서구청과 달서경찰서, 달서구 보건소 등도 가까워 각종 서비스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고, 학산공원도 인근에 있어 여가활동을 즐기기도 좋다.

개발호재도 있다. 대구시는 2026년까지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대구광역시청 신청사를 짓기로 했다. 또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KTX 서대구역’의 수혜가 예상된다.

 

▲힐스테이트 동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대구 중구 동인동 1가 211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동인’의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49층, 5개동 규모에 아파트 941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68실 등 총 1009가구로 조성된다.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구성되며, 분양가는 최저가 기준 5억4490만원으로 책정됐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조건 없이 잔여 가구 동·호수를 계약할 수 있다. 계약금 10% 완납 시 입주 전 전매도 가능하다. 중도금 50% 이자 후불제 혜택도 제공한다.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과 중앙로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경부선 대구역도 인접해 있다. 국토교통부와 대구시·경북·철도공단·철도공사가 총사업비 1515억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대구권 광역철도가 내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어 그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온천수(가정별로 온천수 천연암반수 제공)가 나오는 국내 유일한 타운하우스로, 우선 총 50세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2억8500만원 선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대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되며 온천개발권 보유,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제공, 입주자 맞춤형 건축, 넓은 독립 마당 등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차별화된 홍천강 조망과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생활 편리하고
매매가 상승세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다. 구도심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하나로마트, 은행, 홍천군 보건소, 홍천 아산병원, 홍천초·남삼초·홍천여고 등 학군과 교육지원청 및 교육도서관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가 홍천이다. 서울 수도권 인접으로 거리가 가깝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서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며 강원도 내륙 교통의 요지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겹치는
호재들

홍천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용문~홍천 광역철도 건설사업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정상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이 시행되면 용문에서 홍천까지 이동시간은 93분에서 35분까지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홍천군 도시재생 사업, 양평군 소재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홍천군 소재 제11기계화보병사단으로 흡수되는 등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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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