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파는 ‘뷰세권’

위드 코로나 시대에 조망권 프리미엄을 갖춘 단지가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실내에서라도 자연을 누리고 싶어 하는 열망이 높아짐에 따라 조망권이 더욱 중요한 생활 가치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주택 분양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역세권, 학세권에 이어 ‘뷰(View)세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망권 프리미엄을 품은 단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뷰세권이란 강, 천, 바다, 호수, 공원, 산 등 자연 환경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조망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단지를 말하는 부동산 신조어다.

조망권이
돈 된다

바야흐로 조망권이 돈이 되는 시대다. 조망권에는 정확한 가격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얼마나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향후에도 산, 강, 바다, 공원 등 자연 조망권을 갖춘 단지가 주택시장의 굳건한 강자로 군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름다운 자연경관, 탁 트인 전망, 쾌적한 주거환경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이들 단지는 높은 희소성을 바탕으로 높은 청약경쟁률과 시세 상승 등을 보여주며, 타 단지 대비 돋보이는 우세함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서도 인천 바다와 접해 있어 탁 트인 전망을 누릴 수 있는 아파트인 ‘더샵 송도 마리나베이’는 지난해 2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0.6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 일대에 분양한 아파트 ‘창원 푸르지오 더 플래티넘’도 탁 트인 조망권을 갖췄다는 점이 부각되며 지난해 3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8.2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조망권을 확보한 오피스텔도 높은 인기를 보였다. 서울 마포구에 공급되는 오피스텔 ‘리버뷰나루하우스’는 한강 변에 들어서 탁 트인 강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점이 이목을 사로잡았다. 2019년 6월 진행한 112실 모집에 2.67대1의 청약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성공했다.


규제가 적어 인기를 끌고 있는 생활(형)숙박시설도 조망권에 따라 인기가 달라지기는 마찬가지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3월 분양한 ‘롯데캐슬 드메르’ 생활숙박시설은 부산 도심의 야경과 바다 조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지상 51층에 고품격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해 호평을 받았고, 청약에서 평균 35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자연 둘러싼 조망권 프리미엄 인기
중요한 생활 가치 중 하나로 자리

프리미엄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전라남도 여수 웅천지구에서 2018년 9월 분양한 ‘웅천자이 더 스위트’생활숙박시설은 바다와 인접해 있고 스카이라운지인 ‘더 클라우드 36’을 최상층에 배치해 마리나 및 웅천지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166㎡는 12억1400만원(35층)에 분양권 매물(네이버 부동산 기준)이 나와 있는데, 이는 분양가(8억64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조망권에 따라 주택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인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5일 기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강변 아이파크’(2006년 12월 입주) 전용 84㎡의 평균 매매가는 14억원인데 비해, ‘광진 트라팰리스’에 가려 일부 가구만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이튼타워리버 3차’(2007년 4월 입주) 전용 84㎡ 평균 매매 가격은 12억4000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망권에 대한 가치로 한 단지 내에서도 수억원에 달하는 매매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크로리버파크’전용 59㎡는 지난해 11건의 매매계약(국토부 실거래가 자료 참조)이 체결됐다. 이 주택형의 거래가는 20억~25억7000만원으로 조망권을 확보한 동·층에 따라 최대 5억원 이상의 거래가 차이를 보였다.

높은 청약경쟁률·시세 상승
타 단지 대비 돋보이는 우세함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조망권에 대한 선호도는 남다르다. 조망권이 확보된 수익형 단지의 경우 수요 확보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망이 가능한 부지가 한정돼 있어 희소성이 높은 게 그 이유다. 이렇다 보니 생활숙박시설, 오피스텔, 상가 등 바다 조망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 투자는 물론, 주거 상품의 경우 세컨드하우스로 이용하려는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KB부동산 상권분석보고서 자료를 보면 바다 조망이 가능한 상가와 숙박시설이 몰려 있는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바닷가 인근 상권은 지난해 1월 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2020년 1월) 대비 35.29% 성장했으며, 매장당 평균 매출은 40.4% 증가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바닷가 상권의 경우 지난해 1월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6  % 증가했으며, 매장당 평균 매출도 30.86% 증가했다.

가격도
큰 차이

최근 분양한 바다 조망 상품들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6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분양한 생활숙박시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는 청약 결과 최고 266.83대1, 평균 38.8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는 해운대 바다 조망(일부 호실)이 가능해 눈길을 끌었다. 전남 여수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웅천 롯데캐슬 마리나’의 경우 평균 6.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는 웅천지구 마리나 항만 바로 앞에 위치해 바다 영구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시장에서 조망권에 대한 가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분양가는 수천만원 차이에 불과했던 단지들이 향후 수억원에 달하는 매매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향후 일대의 개발 방향에 영향을 받지 않아 조망권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영구 조망권을 갖춘 단지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강원권에서 분양 중인 뷰세권 단지.

시원한 시야
새로운 콘셉트

 

▲더 그로우 서초= 서초동에 명품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더 그로우 서초’가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84-7번지 일원에 지하 7층~지상 19층, 총 221실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이 단지는 기존의 과시적 럭셔리를 선보이는 상품성이 아닌, 구조와 기능을 중시한 합리적 럭셔리 라이프를 기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기존 소형 오피스텔과 달리 모든 유닛에 투룸 구조를 도입했으며, 3Bay 설계로 거실과 주방, 안방은 물론 알파룸에서도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유닛 내부 및 커뮤니티 시설에서 우면산 조망이 가능한 점도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 요소다. 1층 상업시설을 배제하고 필로티 구조로 정원과 공원 등의 휴식공간으로 연결하며, 지하 1층에는 호텔식 발레 공간인 세컨드 로비를 운영해 지하에서도 호텔처럼 입장할 수 있다. 프라이빗풀과 함께 조성되는 루프톱 인피니티풀(25m 정규 3개 라인), 최상층 커뮤니티 시설 배치 등 고기능성의 하이엔드급 부대시설도 눈길을 끈다.

 

▲더샵 송도아크베이=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더샵 송도아크베이’의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1공구 B3블록 송도동 30-5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단지로 지하 4층~지상 49층 4개 동 아파트 775세대, 오피스텔 255실 등 총 1030세대 규모다. 이 가운데 외국인 임대 물량을 제외한 608세대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타입별로는 ▲84㎡ 174세대 ▲98㎡ 94세대 ▲112㎡ 99세대 ▲121㎡ 232세대 ▲155㎡ 3세대 ▲168㎡ 3세대 ▲179㎡ 3세대로 구성된다.

송도 6·8공구 핵심 사업인 워터프런트 호수와 마주하고 있다. 워터프런트 사업은 송도국제도시 외곽을 ‘ㅁ’ 자 형태로 호수와 수로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오는 2027년까지 교량, 인공해변, 수상터미널, 마리나시설, 해양스포츠 체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외관은 회오리형 특화 설계로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자랑거리다. 2개의 레인과 유아풀장을 갖춘 실내수영장을 비롯한 피트니스·사우나·실내 골프연습장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존, 독서실 및 멀티룸·북카페로 이뤄진 에듀존, 게스트하우스 및 시니어하우스·키즈하우스 등의 퍼블릭존을 갖췄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 주차장 웰컴라이팅 및 대기전력 차단 시스템 등 효율적인 에너지 설비를 계획했고,‘우리집 앞 안심시스템’및 ‘3선 보안 시스템’ 등을 적용해 더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온천수(가정별로 온천수 천연암반수 제공)가 나오는 국내 유일한 타운하우스로 우선 총 50세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4가지 타입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로 마련되어 있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2억8500만원선으로 분양가가 책정돼 있다.

이 단지는 차별화된 홍천강 조망과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주목된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 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속초 하워드존슨= 연 2000여만명의 풍부한 수요를 품은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일대에 들어설 생활(형)숙박시설인 ‘속초 하워드존슨’이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22~54㎡, 총 476호실 규모다. 인근에 속초해수욕장, 엑스포 타워, 속초 중앙시장, 대포항 등의 관광시설이 밀집돼 있으며, 해상 케이블카, 대관람차 및 테마파크 등 새로운 관광시설도 조성될 예정이다.

사면이 산
녹색 힐링

특히 조망 프리미엄까지 갖췄다. 희소성 높은 입지적 장점을 살려 일부 호실에서는 청초호, 동해바다, 설악산 등 우수한 조망권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관광객들은 숙박시설에 머무는 동안 실내에서도 반짝이는 물결과 야경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층고 약 7m의 1층 로비는 반짝이는 속초의 바다를 재해석한 감각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2층에는 대규모 관광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멀티 레스토랑을 비롯해 속초의 전경을 누릴 수 있는 야외 바, 파티룸 등이 제공된다. 옥상에는 속초의 일출, 일몰을 표현한 루프탑 가든도 조성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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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