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건설사 대표이사 물갈이 진짜 이유

욕받이 세우고 이불 속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산업 재해가 발생할 경우 오너에게 엄청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몇몇 건설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상황이다. 전문성 강화 차원임을 내세우지만, 오너를 보호하겠다는 의중이 다분하다.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상과 질병에 대해서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올 게 온다
일단 피하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눈앞에 다가오자, 국내 건설사들은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안전관리 전담조직 신설과 예산 확대가 표면화되면서, 안전 분야 경력직 채용 시장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매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를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기업 또는 시공능력 상위 200위 이내 건설회사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도 둬야 한다. 

법 시행에 앞서 안전기술을 도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스템을 건설현장에 도입해 작업환경 위험도 최소화를 도모하거나, 노동자의 작업중지권리권을 도입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총 181명에 달한다. 사고 예방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정작 사망자 수는 전년(184명) 동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상당수 노동자 사망 사건은 국내 100대 건설사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100대 건설사 공사현장 사망 노동자는 올해 들어 46명이고, 올해 3분기에만 총 8개사 건설현장에서 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불안한 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시 고용 근로자 규모가 큰 사업장이나 위험성이 큰 작업의 경우 모든 이행 의무를 다하고, 안전장치와 체계를 갖추더라도 100% 산재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대주주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또 정치인들이나 관계 기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오너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대재해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공사를 아예 피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몇몇 건설사는 얼마 전부터 대규모 토목공사 수주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일감 감소에 따른 손실보다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눈앞에 다가온 중대재해법…오너에 불똥 튈라 좌불안석
겉만 그럴 듯 전문성 강화…대놓고 벌이는 꼼수 처방

심지어 몇몇 중견 건설사는 비슷한 시기에 대표이사 변경을 결정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경영 체제를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건설사들의 행보를 사실상 중대재해법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월 대한건설협회가 요청한 정관 개정안을 승인했다. 협회 정관 개정안의 핵심은 ‘회원의 권리’(제9조) 부분으로 법인 회원의 경우 권리행사 주체를 ‘대표자’에서 ‘대표자 또는 등기이사 중 1인’으로 변경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한건설협회장직을 겸임 중인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은 국토부의 정관 개정 승인이 통과된 지 5일 만인 지난 8월18일에 한림건설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등기이사에만 이름을 올렸다. 정관 개정 전이라면 김상수 회장은 회원 권리를 상실하는 게 원칙이지만, 개정 덕분에 협회장 신분과 협회 이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한건설협회 이사 중 한 명인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 역시 비슷한 행보를 나타냈다. 최은상 부회장은 김상수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튿날에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요진건설산업은 최은상 부회장이 물러난 직후 송선호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상태다.

김상수 회장과 최은상 부회장은 대표이사 수행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지위에 있다. 김상수 회장은 한림건설의 창업자이고 최은상 부회장은 요진그룹 창업주인 최준명 회장의 아들이다.

장 의원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건설사들이 책임회피 움직임을 보여 매우 안타깝다”며 “국토부는 중대재해법 등 업계가 민감한 시기에 신중한 입장에서 정관 개정을 승인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 이외에도 대한건설협회 이사인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역시 지난 3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두 달가량 지난 시기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해온 중견 건설사 상당수가 중대재해법 시행을 계기로 전문경영인 도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법 시행 초기에는 수사기관의 기소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곧 사업장 내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해 대표이사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선 암묵적으로 ‘1호 사건이 되진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런 이유로 일찌감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오너 경영인들이 때 아닌 주목을 받기도 한다. 호반그룹은 2019년 1월 김상열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이래 호반건설 등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에 업계 전문경영인을 전면 배치한 상태다.

빠져나갈
궁리만∼

㈜한라와 ㈜한양 등 중견건설사는 선제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놨다. 현재 ㈜한라는 이석민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석민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정몽원 회장은 ㈜한라와 ㈜만도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양 역시 현대건설 출신 김형일 대표이사가 지휘봉을 잡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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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