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벙커' 가출 청소년 아지트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08 15:40:50
  • 호수 13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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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붙일 수 있다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청소년들에게 가출은 단순히 집을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 밖으로 나온 청소년은 흉흉한 세상에서 범죄에 쉽사리 노출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가출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위해 청소년쉼터도 있긴 하지만 이용률은 높지 않다.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장소는 어디일까?

청소년 가출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 비행 청소년이 행하던 작은 일탈들이 상습  가출 및 장기화로 대형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오는 그 순간부터 각종 위험들과 마주친다.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고, 때론 성매매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2021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무려 총 11만5741명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가출 원인의 가장 큰 이유는 가정불화 및 부모와의 갈등이었고, 다음으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학교폭력, 성폭행 등 순이었다.

통계에서도 가출 원인 중 가정환경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듯이 ‘가정의 안전’이 그만큼 중요하다. 

바닥 누워
전화 통화

▲무인점포 = 최근 가출 청소년들의 활동 장소로 무인점포가 떠오르고 있다. 24시간 영업인 데다가 주인도 없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시간 무인점포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24시간 운영되는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밤을 보내는 10대 사진이 첨부됐다.  


청소년들은 비어 있는 무인점포를 사실상 점거했다. 셀프 계산대 위에 앉아 있거나 심지어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바닥에 누운 채 전화통화를 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전선을 길게 연장해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글쓴이는 “동네 중·고등학생이 새벽에 갈 곳이 없으니 24시간 무인점포를 아지트로 쓴다”며 “동네의 24시간 매장에 다 저러고 있다. 업주들은 골치를 앓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튿날 새벽 시간까지 무인점포에서 머물다 떠났다. 가게 주인이 뒤늦게 CCTV를 통해 이 모습을 확인했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가게뿐 아니라 무인 편의점·빨래방 등 다른 24시간 점포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막상 무인점포 점주들 얘기은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무인점포를 노린 절도 범죄가 기승인데다, 심야에 가출 청소년이 가게에 들어와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지만 정작 점주가 종일 CCTV를 들여다보는 ‘원격 노동’을 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모텔 = 무인모텔이나 숙박 앱은 10대가 이용할 수 있고 미성년자 확인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 이 때문에 무인모텔은 가출 청소년 투숙이나 청소년 이성 간 성적 목적의 출입, 청소년 대상 성매매 등 범죄 장소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

무인모텔은 결제기에 돈만 넣으면 카드로 된 열쇠가 나온다. 신분증 확인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신원 노출,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신분증 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숙박 앱 이용 일행끼리 모여 활동
음료 한 잔 주문 시간 제약 없어


숙박 앱 업체도 중개만 해줄 뿐 청소년이 모텔을 이용한다고 해도 법적 책임은 없고 현행법상 고객이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업주에게 있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은 “남녀 혼숙도 아니고 동성끼리 낮에 모텔에 들어가 놀다 오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아 숙박 앱을 이용하면 출입이 더 쉽다”고 말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무인모텔이 가출 청소년에게 취약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예견돼왔다”며 “숙박업소 업주는 결제 전 성인인증을 거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고 당국은 업소의 위생·청결 외에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춘 단속과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헬퍼 집 = 집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동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출 청소년 모임 커뮤니티를 통해 같이 지낼 수 있는 동료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가출한 청소년은 가출 모임 게시판에 성별, 나이, 지역을 밝힌 뒤 지낼 곳이 필요하다고 적는다. 

이들에게 생활비와 잘 곳을 마련해 준다며 유인해 성 착취를 일삼는 이른바 헬퍼가 가출 청소년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도움을 주겠다’며 다가가 자신이 사는 집에 빈 방이 있다며 가출 청소년을 도와주고 싶다는 식으로 유혹한다.

이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겠다며 ‘헬퍼’를 자처한 성인들이 갑자기 돌변해 성폭행하기도 한다. 

평택에 거주하는 한 헬퍼는 “본인이 나 믿고 일하면 한 달에 돈 천 이상은 벌 수 있어요. 1억 벌고 나간 애도 있고”라고 말했다. 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수상한 도움의 손길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이용한다. 

또 다른 헬퍼는 성매매를 위해 오피스텔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퍼들은 아이들을 끌어들여 노래방 도우미, 마사지 등의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전북에서 가출 청소년에 접근, 금품을 미끼로 성 착취를 시도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당시 SNS에서 만난 미성년자에게 “성관계는 50만원, 영상은 5만원을 주겠다”며 성관계, 신체 부위 촬영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워줄게요”
성범죄 악용

성매매를 요구당한 가출 청소년이 살해당하는 사례도 있다. 2015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모텔에서 조건 만남을 하던 여중생이 성 매수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여중생은 가출 청소년으로, 당시 채팅 앱을 통해 접촉한 성매매 포주로부터 조건 만남을 알선받았다.

▲24시간 카페 = 아메리카노 한 잔만 시켜도 계속 머무를 수 있는 24시간 카페도 가출 청소년이 머물기엔 최적의 장소다. 미성년자라고 눈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출 청소년이 카페에서 주로 앉는 좌석은 카페 직원이 잘 오지 않는 구석으로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잠이 오면 엎드려서 자면 그만이다. PC방, 찜질방과 달리 카페에는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출 장소로 뜨고 있다.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카페를 자주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쾌적한 분위기에서 머물며 핸드폰 충전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심야 시간에 제약 없이 출입해 편한 의자에서 쉴 수가 있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카페 말고도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가출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주문을 하지 않아도 눈치를 주지 않고 종이컵만 올려 놓으면 몇 시간을 버틸 수 있다. 

▲공·폐가 = 가출 청소년은 후미진 주택을 찾는다. 구멍가게 내부에 안방이 딸린 형태의 폐가는 안성맞춤이다. 이곳에는 가출 청소년 여럿이 모여 ‘가출 팸’ 생활을 하는 게 가능하다. 

가출 팸이란 청소년들이 모여 ‘동반 가출’한 후에 일행이 뭉쳐 함께 거주하는 모임을 말한다. 마음이 맞는 경우 아예 팸을 이뤄 3~4명이 공사, 폐가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지내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가출 팸’은 탈출구나 해방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단 가출 팸이 구성되면 나이 등의 순서에 따라 아빠, 엄마, 오빠, 동생 등을 뽑아 역할을 분담한다.


이들은 오랫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가나 폐가에 모여 궁핍하게 산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수시로 집을 나갔다 들어오기 때문에 가정에서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빈집이나 폐가는 가출청소년이 모여 절도 모의나 환각물질을 흡입하는 등의 장소로 이용될 우려도 있다. 또 상가건물 옥상에서 노숙하기도 한다. 심야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마을회관 옥상이나 공설운동장 구석, 상가건물 지하, 아파트 보일러실 등에서 자면서 밖으로 떠돌아야 하는 신세다. 

▲치킨집 =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점이 가출 청소년 사이에서 새로운 아지트로 뜨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들은 배달 주문이 많아지자 배달원을 늘려야 했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미성년자가 눈에 들어왔다. 

‘대신 잘 곳 없을 때 가게에서 자도 되느냐’는 요청이 온다. 돈은 전부 계좌에 있어 훔쳐 갈 것도 없으니 승낙을 해준다. 가출 청소년이 “가끔 친구를 데려와도 되느냐”고 묻자 사장들은 가게에 있는 라면도 끓여 먹으라며 인심까지 쓴다. 

세 사업자와 가출 청소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가출 청소년을 고용한 음식점 사장은 “옳지 않지만, 많이 힘들어서 내린 선택”이라며 “아이들은 큰 말썽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서 숙식 해결
영세 사업자와 협의

잘 곳이 마땅치 않은 가출 청소년들은 배달원으로 일하는 치킨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일해서 식사는 해결할 수 있지만 밤에 잠잘 곳은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연말에는 성인 남성 집에 여러 명 얹혀살기도 한다. 남녀 청소년 3~4명이 머무는 대가로 여자 청소년들은 집주인과 성관계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목(미성년 여자가 남성에게 성매매하겠다며 속이고, 다른 무리가 현장을 급습해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을 뜻하는 은어)’을 무서워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얹혀살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편의점 = 편의점도 가출 청소년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꼽힌다. 저렴한 음료 한 잔을 산 뒤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핸드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편의점에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녹인다. 

최근 들어 편의점들도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5만6000명 늘었다.

완전 무인은 아니더라도 낮에 직원이 근무하고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도 많아졌다. 

현행 아동복지법도 아동보호 시설에 입소한 청소년을 주된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다. 아동보호 시설은 보호자와 상담해 사실 확인을 거친 청소년만 들어갈 수 있다. 청소년 쉼터는 이런 절차 없이 가출 청소년이 직접 신청해 들어간다. 

아동보호 시설에서 퇴소하면 임대주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반면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의 경우 2년 이상 지내고 만 18세 이상이어야 매입 임대주택 또는 청년 전세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청소년 쉼터에서 2년 이상 연속으로 지내는 청소년이 드물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가출 청소년이 머무를 수 있는 정부 운영 ‘청소년 쉼터’는 전국에 135곳, 한 번에 입소 가능한 최대 수용 인원은 136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만명 이상 거리로 쏟아지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2만4000명의 청소년이 실종·가출 등으로 신고된다. 신고되지 않은 가출 청소년까지 포함한 여성가족부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는 연간 약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당시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에는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가출카페’가 수십 개씩 나온다”며 “2020년 9월에는 가출 여성 청소년 9명을 상대로 ‘잘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성매매를 알선하고 강요한 일당이 검거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쉼터 확대와 더불어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가출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소년 쉼터
규모 부족해

황진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출간한 ‘가출청소년 지원 강화를 위한 청소년복지시설 재구조화 연구’에서 “청소년기 가출 행동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쉼터에서 생활하기가 여의치 않거나 당사자가 쉼터 입소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쉼터가 과밀이나 사생활 보장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면 쉼터 이용이 용이해질뿐만 아니라, 입소 청소년 심리·정서 안정에 기여해 자립 지원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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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