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벙커' 가출 청소년 아지트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08 15:40:50
  • 호수 13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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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붙일 수 있다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청소년들에게 가출은 단순히 집을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 밖으로 나온 청소년은 흉흉한 세상에서 범죄에 쉽사리 노출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가출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위해 청소년쉼터도 있긴 하지만 이용률은 높지 않다.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장소는 어디일까?

청소년 가출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 비행 청소년이 행하던 작은 일탈들이 상습  가출 및 장기화로 대형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오는 그 순간부터 각종 위험들과 마주친다.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고, 때론 성매매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2021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무려 총 11만5741명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가출 원인의 가장 큰 이유는 가정불화 및 부모와의 갈등이었고, 다음으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학교폭력, 성폭행 등 순이었다.

통계에서도 가출 원인 중 가정환경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듯이 ‘가정의 안전’이 그만큼 중요하다. 

바닥 누워
전화 통화

▲무인점포 = 최근 가출 청소년들의 활동 장소로 무인점포가 떠오르고 있다. 24시간 영업인 데다가 주인도 없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시간 무인점포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24시간 운영되는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밤을 보내는 10대 사진이 첨부됐다.  


청소년들은 비어 있는 무인점포를 사실상 점거했다. 셀프 계산대 위에 앉아 있거나 심지어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바닥에 누운 채 전화통화를 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전선을 길게 연장해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글쓴이는 “동네 중·고등학생이 새벽에 갈 곳이 없으니 24시간 무인점포를 아지트로 쓴다”며 “동네의 24시간 매장에 다 저러고 있다. 업주들은 골치를 앓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튿날 새벽 시간까지 무인점포에서 머물다 떠났다. 가게 주인이 뒤늦게 CCTV를 통해 이 모습을 확인했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가게뿐 아니라 무인 편의점·빨래방 등 다른 24시간 점포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막상 무인점포 점주들 얘기은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무인점포를 노린 절도 범죄가 기승인데다, 심야에 가출 청소년이 가게에 들어와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지만 정작 점주가 종일 CCTV를 들여다보는 ‘원격 노동’을 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모텔 = 무인모텔이나 숙박 앱은 10대가 이용할 수 있고 미성년자 확인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 이 때문에 무인모텔은 가출 청소년 투숙이나 청소년 이성 간 성적 목적의 출입, 청소년 대상 성매매 등 범죄 장소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

무인모텔은 결제기에 돈만 넣으면 카드로 된 열쇠가 나온다. 신분증 확인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신원 노출,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신분증 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숙박 앱 이용 일행끼리 모여 활동
음료 한 잔 주문 시간 제약 없어


숙박 앱 업체도 중개만 해줄 뿐 청소년이 모텔을 이용한다고 해도 법적 책임은 없고 현행법상 고객이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업주에게 있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은 “남녀 혼숙도 아니고 동성끼리 낮에 모텔에 들어가 놀다 오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아 숙박 앱을 이용하면 출입이 더 쉽다”고 말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무인모텔이 가출 청소년에게 취약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예견돼왔다”며 “숙박업소 업주는 결제 전 성인인증을 거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고 당국은 업소의 위생·청결 외에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춘 단속과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헬퍼 집 = 집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동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출 청소년 모임 커뮤니티를 통해 같이 지낼 수 있는 동료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가출한 청소년은 가출 모임 게시판에 성별, 나이, 지역을 밝힌 뒤 지낼 곳이 필요하다고 적는다. 

이들에게 생활비와 잘 곳을 마련해 준다며 유인해 성 착취를 일삼는 이른바 헬퍼가 가출 청소년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도움을 주겠다’며 다가가 자신이 사는 집에 빈 방이 있다며 가출 청소년을 도와주고 싶다는 식으로 유혹한다.

이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겠다며 ‘헬퍼’를 자처한 성인들이 갑자기 돌변해 성폭행하기도 한다. 

평택에 거주하는 한 헬퍼는 “본인이 나 믿고 일하면 한 달에 돈 천 이상은 벌 수 있어요. 1억 벌고 나간 애도 있고”라고 말했다. 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수상한 도움의 손길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이용한다. 

또 다른 헬퍼는 성매매를 위해 오피스텔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퍼들은 아이들을 끌어들여 노래방 도우미, 마사지 등의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전북에서 가출 청소년에 접근, 금품을 미끼로 성 착취를 시도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당시 SNS에서 만난 미성년자에게 “성관계는 50만원, 영상은 5만원을 주겠다”며 성관계, 신체 부위 촬영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워줄게요”
성범죄 악용

성매매를 요구당한 가출 청소년이 살해당하는 사례도 있다. 2015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모텔에서 조건 만남을 하던 여중생이 성 매수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여중생은 가출 청소년으로, 당시 채팅 앱을 통해 접촉한 성매매 포주로부터 조건 만남을 알선받았다.

▲24시간 카페 = 아메리카노 한 잔만 시켜도 계속 머무를 수 있는 24시간 카페도 가출 청소년이 머물기엔 최적의 장소다. 미성년자라고 눈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출 청소년이 카페에서 주로 앉는 좌석은 카페 직원이 잘 오지 않는 구석으로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잠이 오면 엎드려서 자면 그만이다. PC방, 찜질방과 달리 카페에는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출 장소로 뜨고 있다.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카페를 자주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쾌적한 분위기에서 머물며 핸드폰 충전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심야 시간에 제약 없이 출입해 편한 의자에서 쉴 수가 있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카페 말고도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가출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주문을 하지 않아도 눈치를 주지 않고 종이컵만 올려 놓으면 몇 시간을 버틸 수 있다. 

▲공·폐가 = 가출 청소년은 후미진 주택을 찾는다. 구멍가게 내부에 안방이 딸린 형태의 폐가는 안성맞춤이다. 이곳에는 가출 청소년 여럿이 모여 ‘가출 팸’ 생활을 하는 게 가능하다. 

가출 팸이란 청소년들이 모여 ‘동반 가출’한 후에 일행이 뭉쳐 함께 거주하는 모임을 말한다. 마음이 맞는 경우 아예 팸을 이뤄 3~4명이 공사, 폐가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지내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가출 팸’은 탈출구나 해방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단 가출 팸이 구성되면 나이 등의 순서에 따라 아빠, 엄마, 오빠, 동생 등을 뽑아 역할을 분담한다.


이들은 오랫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가나 폐가에 모여 궁핍하게 산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수시로 집을 나갔다 들어오기 때문에 가정에서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빈집이나 폐가는 가출청소년이 모여 절도 모의나 환각물질을 흡입하는 등의 장소로 이용될 우려도 있다. 또 상가건물 옥상에서 노숙하기도 한다. 심야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마을회관 옥상이나 공설운동장 구석, 상가건물 지하, 아파트 보일러실 등에서 자면서 밖으로 떠돌아야 하는 신세다. 

▲치킨집 =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점이 가출 청소년 사이에서 새로운 아지트로 뜨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들은 배달 주문이 많아지자 배달원을 늘려야 했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미성년자가 눈에 들어왔다. 

‘대신 잘 곳 없을 때 가게에서 자도 되느냐’는 요청이 온다. 돈은 전부 계좌에 있어 훔쳐 갈 것도 없으니 승낙을 해준다. 가출 청소년이 “가끔 친구를 데려와도 되느냐”고 묻자 사장들은 가게에 있는 라면도 끓여 먹으라며 인심까지 쓴다. 

세 사업자와 가출 청소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가출 청소년을 고용한 음식점 사장은 “옳지 않지만, 많이 힘들어서 내린 선택”이라며 “아이들은 큰 말썽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서 숙식 해결
영세 사업자와 협의

잘 곳이 마땅치 않은 가출 청소년들은 배달원으로 일하는 치킨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일해서 식사는 해결할 수 있지만 밤에 잠잘 곳은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연말에는 성인 남성 집에 여러 명 얹혀살기도 한다. 남녀 청소년 3~4명이 머무는 대가로 여자 청소년들은 집주인과 성관계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목(미성년 여자가 남성에게 성매매하겠다며 속이고, 다른 무리가 현장을 급습해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을 뜻하는 은어)’을 무서워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얹혀살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편의점 = 편의점도 가출 청소년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꼽힌다. 저렴한 음료 한 잔을 산 뒤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핸드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편의점에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녹인다. 

최근 들어 편의점들도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5만6000명 늘었다.

완전 무인은 아니더라도 낮에 직원이 근무하고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도 많아졌다. 

현행 아동복지법도 아동보호 시설에 입소한 청소년을 주된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다. 아동보호 시설은 보호자와 상담해 사실 확인을 거친 청소년만 들어갈 수 있다. 청소년 쉼터는 이런 절차 없이 가출 청소년이 직접 신청해 들어간다. 

아동보호 시설에서 퇴소하면 임대주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반면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의 경우 2년 이상 지내고 만 18세 이상이어야 매입 임대주택 또는 청년 전세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청소년 쉼터에서 2년 이상 연속으로 지내는 청소년이 드물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가출 청소년이 머무를 수 있는 정부 운영 ‘청소년 쉼터’는 전국에 135곳, 한 번에 입소 가능한 최대 수용 인원은 136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만명 이상 거리로 쏟아지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2만4000명의 청소년이 실종·가출 등으로 신고된다. 신고되지 않은 가출 청소년까지 포함한 여성가족부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는 연간 약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당시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에는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가출카페’가 수십 개씩 나온다”며 “2020년 9월에는 가출 여성 청소년 9명을 상대로 ‘잘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성매매를 알선하고 강요한 일당이 검거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쉼터 확대와 더불어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가출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소년 쉼터
규모 부족해

황진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출간한 ‘가출청소년 지원 강화를 위한 청소년복지시설 재구조화 연구’에서 “청소년기 가출 행동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쉼터에서 생활하기가 여의치 않거나 당사자가 쉼터 입소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쉼터가 과밀이나 사생활 보장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면 쉼터 이용이 용이해질뿐만 아니라, 입소 청소년 심리·정서 안정에 기여해 자립 지원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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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