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벙커' 가출 청소년 아지트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08 15:40:50
  • 호수 13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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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붙일 수 있다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청소년들에게 가출은 단순히 집을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 밖으로 나온 청소년은 흉흉한 세상에서 범죄에 쉽사리 노출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가출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위해 청소년쉼터도 있긴 하지만 이용률은 높지 않다.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장소는 어디일까?

청소년 가출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 비행 청소년이 행하던 작은 일탈들이 상습  가출 및 장기화로 대형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오는 그 순간부터 각종 위험들과 마주친다.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고, 때론 성매매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2021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무려 총 11만5741명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가출 원인의 가장 큰 이유는 가정불화 및 부모와의 갈등이었고, 다음으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학교폭력, 성폭행 등 순이었다.

통계에서도 가출 원인 중 가정환경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듯이 ‘가정의 안전’이 그만큼 중요하다. 

바닥 누워
전화 통화

▲무인점포 = 최근 가출 청소년들의 활동 장소로 무인점포가 떠오르고 있다. 24시간 영업인 데다가 주인도 없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시간 무인점포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24시간 운영되는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밤을 보내는 10대 사진이 첨부됐다.  


청소년들은 비어 있는 무인점포를 사실상 점거했다. 셀프 계산대 위에 앉아 있거나 심지어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바닥에 누운 채 전화통화를 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전선을 길게 연장해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글쓴이는 “동네 중·고등학생이 새벽에 갈 곳이 없으니 24시간 무인점포를 아지트로 쓴다”며 “동네의 24시간 매장에 다 저러고 있다. 업주들은 골치를 앓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튿날 새벽 시간까지 무인점포에서 머물다 떠났다. 가게 주인이 뒤늦게 CCTV를 통해 이 모습을 확인했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가게뿐 아니라 무인 편의점·빨래방 등 다른 24시간 점포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막상 무인점포 점주들 얘기은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무인점포를 노린 절도 범죄가 기승인데다, 심야에 가출 청소년이 가게에 들어와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지만 정작 점주가 종일 CCTV를 들여다보는 ‘원격 노동’을 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모텔 = 무인모텔이나 숙박 앱은 10대가 이용할 수 있고 미성년자 확인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 이 때문에 무인모텔은 가출 청소년 투숙이나 청소년 이성 간 성적 목적의 출입, 청소년 대상 성매매 등 범죄 장소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

무인모텔은 결제기에 돈만 넣으면 카드로 된 열쇠가 나온다. 신분증 확인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신원 노출,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신분증 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숙박 앱 이용 일행끼리 모여 활동
음료 한 잔 주문 시간 제약 없어


숙박 앱 업체도 중개만 해줄 뿐 청소년이 모텔을 이용한다고 해도 법적 책임은 없고 현행법상 고객이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업주에게 있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은 “남녀 혼숙도 아니고 동성끼리 낮에 모텔에 들어가 놀다 오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아 숙박 앱을 이용하면 출입이 더 쉽다”고 말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무인모텔이 가출 청소년에게 취약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예견돼왔다”며 “숙박업소 업주는 결제 전 성인인증을 거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고 당국은 업소의 위생·청결 외에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춘 단속과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헬퍼 집 = 집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동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출 청소년 모임 커뮤니티를 통해 같이 지낼 수 있는 동료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가출한 청소년은 가출 모임 게시판에 성별, 나이, 지역을 밝힌 뒤 지낼 곳이 필요하다고 적는다. 

이들에게 생활비와 잘 곳을 마련해 준다며 유인해 성 착취를 일삼는 이른바 헬퍼가 가출 청소년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도움을 주겠다’며 다가가 자신이 사는 집에 빈 방이 있다며 가출 청소년을 도와주고 싶다는 식으로 유혹한다.

이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겠다며 ‘헬퍼’를 자처한 성인들이 갑자기 돌변해 성폭행하기도 한다. 

평택에 거주하는 한 헬퍼는 “본인이 나 믿고 일하면 한 달에 돈 천 이상은 벌 수 있어요. 1억 벌고 나간 애도 있고”라고 말했다. 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수상한 도움의 손길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이용한다. 

또 다른 헬퍼는 성매매를 위해 오피스텔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퍼들은 아이들을 끌어들여 노래방 도우미, 마사지 등의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전북에서 가출 청소년에 접근, 금품을 미끼로 성 착취를 시도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당시 SNS에서 만난 미성년자에게 “성관계는 50만원, 영상은 5만원을 주겠다”며 성관계, 신체 부위 촬영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워줄게요”
성범죄 악용

성매매를 요구당한 가출 청소년이 살해당하는 사례도 있다. 2015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모텔에서 조건 만남을 하던 여중생이 성 매수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여중생은 가출 청소년으로, 당시 채팅 앱을 통해 접촉한 성매매 포주로부터 조건 만남을 알선받았다.

▲24시간 카페 = 아메리카노 한 잔만 시켜도 계속 머무를 수 있는 24시간 카페도 가출 청소년이 머물기엔 최적의 장소다. 미성년자라고 눈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출 청소년이 카페에서 주로 앉는 좌석은 카페 직원이 잘 오지 않는 구석으로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잠이 오면 엎드려서 자면 그만이다. PC방, 찜질방과 달리 카페에는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출 장소로 뜨고 있다.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카페를 자주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쾌적한 분위기에서 머물며 핸드폰 충전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심야 시간에 제약 없이 출입해 편한 의자에서 쉴 수가 있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카페 말고도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가출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주문을 하지 않아도 눈치를 주지 않고 종이컵만 올려 놓으면 몇 시간을 버틸 수 있다. 

▲공·폐가 = 가출 청소년은 후미진 주택을 찾는다. 구멍가게 내부에 안방이 딸린 형태의 폐가는 안성맞춤이다. 이곳에는 가출 청소년 여럿이 모여 ‘가출 팸’ 생활을 하는 게 가능하다. 

가출 팸이란 청소년들이 모여 ‘동반 가출’한 후에 일행이 뭉쳐 함께 거주하는 모임을 말한다. 마음이 맞는 경우 아예 팸을 이뤄 3~4명이 공사, 폐가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지내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가출 팸’은 탈출구나 해방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단 가출 팸이 구성되면 나이 등의 순서에 따라 아빠, 엄마, 오빠, 동생 등을 뽑아 역할을 분담한다.


이들은 오랫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가나 폐가에 모여 궁핍하게 산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수시로 집을 나갔다 들어오기 때문에 가정에서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빈집이나 폐가는 가출청소년이 모여 절도 모의나 환각물질을 흡입하는 등의 장소로 이용될 우려도 있다. 또 상가건물 옥상에서 노숙하기도 한다. 심야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마을회관 옥상이나 공설운동장 구석, 상가건물 지하, 아파트 보일러실 등에서 자면서 밖으로 떠돌아야 하는 신세다. 

▲치킨집 =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점이 가출 청소년 사이에서 새로운 아지트로 뜨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들은 배달 주문이 많아지자 배달원을 늘려야 했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미성년자가 눈에 들어왔다. 

‘대신 잘 곳 없을 때 가게에서 자도 되느냐’는 요청이 온다. 돈은 전부 계좌에 있어 훔쳐 갈 것도 없으니 승낙을 해준다. 가출 청소년이 “가끔 친구를 데려와도 되느냐”고 묻자 사장들은 가게에 있는 라면도 끓여 먹으라며 인심까지 쓴다. 

세 사업자와 가출 청소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가출 청소년을 고용한 음식점 사장은 “옳지 않지만, 많이 힘들어서 내린 선택”이라며 “아이들은 큰 말썽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서 숙식 해결
영세 사업자와 협의

잘 곳이 마땅치 않은 가출 청소년들은 배달원으로 일하는 치킨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일해서 식사는 해결할 수 있지만 밤에 잠잘 곳은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연말에는 성인 남성 집에 여러 명 얹혀살기도 한다. 남녀 청소년 3~4명이 머무는 대가로 여자 청소년들은 집주인과 성관계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목(미성년 여자가 남성에게 성매매하겠다며 속이고, 다른 무리가 현장을 급습해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을 뜻하는 은어)’을 무서워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얹혀살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편의점 = 편의점도 가출 청소년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꼽힌다. 저렴한 음료 한 잔을 산 뒤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핸드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편의점에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녹인다. 

최근 들어 편의점들도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5만6000명 늘었다.

완전 무인은 아니더라도 낮에 직원이 근무하고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도 많아졌다. 

현행 아동복지법도 아동보호 시설에 입소한 청소년을 주된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다. 아동보호 시설은 보호자와 상담해 사실 확인을 거친 청소년만 들어갈 수 있다. 청소년 쉼터는 이런 절차 없이 가출 청소년이 직접 신청해 들어간다. 

아동보호 시설에서 퇴소하면 임대주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반면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의 경우 2년 이상 지내고 만 18세 이상이어야 매입 임대주택 또는 청년 전세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청소년 쉼터에서 2년 이상 연속으로 지내는 청소년이 드물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가출 청소년이 머무를 수 있는 정부 운영 ‘청소년 쉼터’는 전국에 135곳, 한 번에 입소 가능한 최대 수용 인원은 136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만명 이상 거리로 쏟아지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2만4000명의 청소년이 실종·가출 등으로 신고된다. 신고되지 않은 가출 청소년까지 포함한 여성가족부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는 연간 약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당시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에는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가출카페’가 수십 개씩 나온다”며 “2020년 9월에는 가출 여성 청소년 9명을 상대로 ‘잘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성매매를 알선하고 강요한 일당이 검거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쉼터 확대와 더불어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가출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소년 쉼터
규모 부족해

황진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출간한 ‘가출청소년 지원 강화를 위한 청소년복지시설 재구조화 연구’에서 “청소년기 가출 행동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쉼터에서 생활하기가 여의치 않거나 당사자가 쉼터 입소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쉼터가 과밀이나 사생활 보장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면 쉼터 이용이 용이해질뿐만 아니라, 입소 청소년 심리·정서 안정에 기여해 자립 지원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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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