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화천대유-BBK 평행이론

적도 아군도 없는 ‘노다지 스캔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에서는 5년에 한 번 ‘대선’이라는 전국 단위의 큰 장이 선다. 오일장 한구석 투전판에서처럼 공격과 방어가 난무하는 전쟁터다. 각 정당의 대표 선수는 상대 선수에 대한 의혹을 무기 삼아 싸움에 나선다. 단판 승부인 만큼 불거지는 의혹의 파급력은 나라를 뒤흔드는 수준이다.

20대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일찌감치 대선정국에 접어들었다. 현재 여야 모두 대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10일, 국민의힘은 다음달 5일 대선후보를 결정짓는다. 양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지지율 전쟁
의혹들 난무

대선은 5년 동안 권력을 잡기 위한 후보들 간의 공성전이다. 땅따먹기 게임에서 한 사람이 땅을 많이 차지하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들 듯 지지율 역시 마찬가지다. 한 후보가 오르면 상대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다자구도가 아닌 양자구도일 경우엔 그런 현상이 좀 더 뚜렷하다. 

후보들은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상대의 지지율을 낮추는 데 골몰한다. 대선 기간 동안 후보를 비롯한 측근, 가족, 지인 등에 대한 의혹이 폭발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의혹을 해명하는 후보의 대처 능력이 검증된다.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해 의혹이 확산되면 투표일까지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최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한 부동산 문제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지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현재의 형태로 진행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5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영개발로 진행되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2010년 6월 민간 개발로 전환됐다. 같은 해 성남시장이 된 이 지사는 사업을 공영 개발로 재전환했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성남시도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사업은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이른다. 성남시는 위험 부담을 더는 대신 상당한 수준의 개발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한 것.

1조 규모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으로 4000억 흘러갔다

실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 사업자들이 챙긴 4040억원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 이익을 챙겼다. 4000억원이 넘는 개발 수익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들이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시공사)를 설립했다. 성남도시공사는 시중은행들과 함께 납입자본금 5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었는데, 바로 성남의뜰이다.


여기에 자산관리회사로 화천대유가 들어왔다. 천하동인 1~7호는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 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목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련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문제는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전직 언론인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천하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고문 권순일 전 대법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탈당한 무소속 곽상도 의원 등 정치권, 법조계 등에서 다양한 인물이 튀어나오는 중이다.

막대한 이익
특혜 있었나?

그러면서 화천대유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언론보도를 통해 화천대유 의혹이 나온 직후부터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유행했던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의 패러디다.

일각에서는 화천대유 의혹이 ‘제2의 BBK’ 사건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BBK 주가조작 사건은 17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를 상대로 불거진 의혹이다. 1999년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그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BBK에 거액을 투자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것.

▲의혹 제기 시점 = 화천대유 특혜 의혹과 BBK 사건은 모두 대선 경선 과정에서 나왔다. 화천대유 의혹은 민주당 경선 도중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BBK 사건은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상대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제기했다. BBK 사건은 17대 대선의 가장 큰 이슈로, 선거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을 따라다녔다. 화천대유 의혹은 현재 대선정국을 완전히 잠식하며 확산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연루 의혹 = 두 사건 모두 유력한 대선후보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으로,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화천대유 의혹은 이 지사가, BBK 사건은 이 전 대통령이 중심에 있다. BBK 사건이 언급되던 시점에 이 전 대통령은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대선 구도는 한나라당 경선이 곧 대선이라고 할 정도였기 때문에 후보들 간의 다툼이 치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정권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기 때문.

“무관하다”
진실은?


화천대유 의혹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일어났다는 점, 관련 인물들이 이 지사와 연관돼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 등에서 화살이 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화천대유 사건을 ‘이재명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 지사는 논란이 나온 직후부터 줄곧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 중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통령 모두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0년 당시 공개 강연에서 자신이 BBK를 직접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해당 동영상은 2007년에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난달 14일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 역시 화천대유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 나왔다. 

▲개인 vs. 지자체 = BBK 사건과 화천대유 의혹은 ‘누군가’ 이득을 봤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성격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연루된 인물의 수 등을 두고 봤을 때 화천대유 의혹이 BBK 사건보다 훨씬 광범위한 사건으로 보여진다. BBK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사업파트너 김경준이라는 인물이 존재했지만 사기업에서 진행한 일이었기에 그 범위가 넓지 않았다. 

하지만 화천대유 의혹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관공동개발로 진행됐기 때문에 기업, 은행, 시행사 등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성남도시공사라는 ‘관’이 함께 엮여있다. 여기에 BBK 사건에서 이 전 대통령은 철저한 수비 위치였고,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은 공격 포지션을 취했다. 


다시 도는 “누구 겁니까”
특검 수용 두고 엇갈린 선택

반면 화천대유 의혹은 연루된 인물의 면면이 여야를 넘나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 논란이 불거졌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맡았던 박영수 전 특검은 딸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과 야당이 해당 의혹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해자 vs. 수혜자 = BBK 사건은 주가조작이 이뤄지면서 상당한 피해자가 나왔다. 실제 피해자만 5000여명이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2018년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으로 밝혀지는 과정에서 앞서 2017년 10월 피해자들의 고발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소송이 없었다면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그대로 묻혔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화천대유 의혹은 현재까지는 이득을 본 사람들 위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천억원의 배당이익이 일부 사람들에게 몰리면서 그 배경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수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의 흐름이 화천대유 의혹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vs. 안 돼 = 화천대유 의혹이 터지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당 내에서도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지사 측은 특검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 측은 특검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정부 특별합동수사본부를 만들자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 지사가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재명 지사의 특검 거부는 범죄 연루 자인이자 자가당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BBK 사건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특검도 수용한 바 있다. 대선 기간 동안 BBK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자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투표일 사흘 전 특검 수용 입장을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BBK 특검이 이뤄졌지만 이듬해 2월 역시 무혐의 처분이 났다. 당시 검찰과 특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옥 vs. ? =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의 혐의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2007년 처음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검찰, 특검 수사에서 법망을 피해갔던 이 전 대통령이 13년 만에 단죄를 받은 셈이다.

사정기관
결론낼까?

반면 화천대유 의혹은 고구마 줄기 이어지듯 사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불거진 의혹이라 사정기관의 움직임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각에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의혹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대선 투표일까지 화천대유 의혹이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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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